이세계 최강 군바리 188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88화
188화 변화 (1)
뒤를 돌아보고서 느낀 감상…
“쓰바!”
…는 개뿔!
욕밖에 안 나온다.
암흑의 기운을 풀풀 피워내는 둥글고 검붉은 막(膜).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의 음습하고 강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흑기사가 이런 식으로 보호막을 생성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처음 마주쳤을 때도 ‘인간 놈’이라고 말하던 것을 들었다. 마치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 기운은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하다.
망설일 여유가 없다.
“이야앗!”
기합성과 함께 전력을 다해 검강을 맺은 디바인 소드로 검붉은 둥근 막을 내려쳤다.
퍼엉!
“큽!”
내공을 쏟아 부어 만든 검강으로도 검붉은 막에 타격을 줄 수 없었다.
내구력이 강한 게 아니라, 질기고 탄력이 강하다. 검강을 담은 디바인 소드를 받아들였다가 튕겨내는 반탄력에 하마터면 손아귀가 찢어질 뻔했을 정도.
하지만 멈출 수는 없다. 하는 데까지 해보는 수밖에!
츠증, 츠즈증!
단전의 내공을 모두 일깨워 디바인 소드에 더욱 집중시켰다. 새파랗게 빛나는 검강이 벌떼가 날아다니는 소리를 내면서 진동을 일으켰다.
“터져라!”
염원(念願)을 담아 기합처럼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진룡검법의 여섯 번째 초식인 신룡지로(神龍之路)을 사용해 검붉은 막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제아무리 질기고 탄성이 강한 것이라고 해도 두들기고 또 두들기면 탄성을 발휘하기 전에 깨지리라 믿었다.
퍼버버버벙! 퍼버벙…….
“으아아아아!”
총력을 기울여 고기를 다지듯 디바인 소드로 마구 내리찍었다.
반탄되어 튀어나오는 힘을 살려서 오히려 더욱 강력한 타격을 가했다.
“이런 개 같은!”
기가 막혀서 다시금 욕이 튀어나온다.
아무리 쳐도 이리저리 찌그러지기만 할 뿐, 도저히 파괴되지 않는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압박을 받지 않는다.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서 공격했음에도 검붉은 막으로 뒤덮인 둥근 물체는 오히려 더욱 커졌다.
제길!
이럴 때가 아니다.
해치울 수 없는 상대를 계속 두들기는 건 바보 같은 짓!
“대신 죽어줘야겠다. 오를레앙 공자악!”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말처럼 목표를 듀카스 대공과 싸우는 오를레앙 공작으로 바꾸었다.
어떤 놈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마당에 듀카스 대공과 엇비슷한 실력을 지닌 놈을 놔두는 건 멍청한 짓이니까.
“방해하지 마시게!”
오를레앙 공작과 싸우는 듀카스 대공이 화가 난 음성으로 소리쳤다.
노인네가 똥오줌 못 가리고 상황 파악 드럽게 못한다. 상황이 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알고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당연히 듀카스 대공의 말 따위 깡그리 무시하고서 오를레앙 대공을 향해 뻗어가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 이런 비겁한 자식들! 순순히 당할까 보냐! 이야아아아!”
오를레앙 공작이 롱소드를 마구 휘두르면서 고함을 질렀다.
언뜻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 같았지만, 그 안에는 나름의 규칙성이 있었다.
하지만 신룡재천(神龍在天)의 초식을 사용해 섬광과도 같은 찌르기로 놈의 난잡하게 휘두르는 롱소드의 틈을 노려 쭉 뻗었다.
츠걱!
“커헉!”
늑골사이에 디바인 소드를 받아들인 오를레앙 공작이 신음을 흘리면서 움직임을 멈췄다.
“추잡한 노…”
퍼걱!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분노하던 오를레앙 공작은 끝까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듀카스 공작의 롱소드에 두개골이 반으로 쪼개졌기 때문이었다.
“자네! 어찌해 나의 말을 무시하고 끼어드는가!”
“총사령관 각하! 저쪽을 보십시오!”
속으로는 ‘분위기 파악 좀 하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손으로 검붉은 막으로 이루어진 둥근 물체를 가리켰다.
“어엇! 저게 무엇인가! 어찌 저런 기운이 흘러나온단 말인가!”
“그것보단 저쪽을 보시지요. 총사령관 각하!”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검붉은 둥근 물체를 가리키던 손으로 프레하 제국군이 있던 방향을 가리켰다.
흑기사를 비롯한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아이언 성과 이어지는 대로에 접어들고 있어서 지금 이동한다고 해도 놈들에게 가로막힐 게 분명했다.
“이런…….”
듀카스 대공이 와락 인상을 썼다.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다. 그러게 빨리 싸움을 끝냈으면 좀 좋아?
어차피 처음부터 협공으로 발루아 공작을 해치운 마당에 기사도는 개뿔…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듀카스 대공이 탄식하듯 말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점점 기운이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베르나 백작과 엘란트 백작은 적을 우회해서 후퇴하시오!”
이 와중에도 부하 먼저 생각하는 듀카스 대공.
망할!
내 생각도 좀 해주면 안 되는 겁니까?
분위기를 보니, 듀카스 대공은 나와 둘이서 지금 상황을 어떻게든 지지고 볶아볼 생각인 듯하다.
‘그냥 혼자라도 튈까?’ 라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났지만, 애써 지워냈다.
도망친다고 해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사람이 의리가 있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
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절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데, 대체! 대체 뭐란 말인가!”
듀카스 대공이 찢어질 듯 눈을 부릅뜨면서 당황했다.
검붉은 막으로 둘러싸인 구체가 순식간에 덩치를 불렸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치면 거의 5층 높이의 건물 정도로 검붉은 구체가 커져 있었다.
대략 직경 10미터가 조금 더 넘을 듯한 크기의 검붉은 구체.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인간의 수준을 간단히 넘어서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그래서 눈치 챌 수 있었다.
검붉은 구체안에서 무엇이 튀어나올 것인지 말이다. 게다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놈의 이름이 ‘드라스’라고 했다.
세인트가 마계에서 전해들은 소식은 서열 63위의 ‘안드라스’라는 마왕이 인간계로 나왔다고 했다. 인간의 모습일 때의 이름을 ‘드라스’라고 한 걸 보니, 마왕 안드라스가 맞을 것이다.
작명 센스라곤 더럽게 없는 놈이지만, 그런 이름을 듣고도 눈치채지 못한 나도 멍청했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게다가 둥근 막이 커지면서 나의 가슴에 박힌 드래곤 하트에 기이한 떨림이 일어난다.
“이건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닐세!”
“마왕이 튀어나올 겁니다.”
“마, 마왕? 그게 무슨 소린가!”
듀카스 대공이 놀라서 나의 어깨를 잡고서 손에 힘을 준다. 그래 봐야 크로노스 갑옷이 망가질 일은 없지만 말이다.
“세인트의 말에 의하면 마왕의 본체는 제일 작은 놈이 10미터라고 했습니다. 저것과 엇비슷한 크기입니다.”
손가락으로 검붉은 구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젠 도망친다는 것조차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보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이언 성으로 도망친다고 해도 10미터가 넘는 마왕에겐 그저 낮은 담장 수준밖에 되지 않을 터.
몸을 피한다는 게 딱히 의미 있는 일은 아니다.
“마왕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가?”
여전히 믿지 못하는 듀카스 대공.
똥인진 된장인지 찍어서 맛을 봐야 인정할 모양이다.
“저놈들을 보십시오.”
손으로 흑기사들을 가리켰다.
놈들은 아이언 성으로 통하는 대로를 이동하다가 멈춰서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다. 함께 행동하던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은, 흑기사들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어리둥절해 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놈들에게 포위되는 불상사는 당하지 않았으나, 저놈들에게 포위당해 위기에 처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
“저들은 흑마법으로 부활한 존재들입니다. 마왕의 기운에 압도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곧 마왕이 튀어나올 텐데, 이런 걸 설명하고 있으려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진작에 프레하 제국이 마왕을 소환했음을 알면서도 말할 수 없었으니, 어쩌면 지금의 기회를 빌어 프레하 제국의 음모가 밝혀지는 것도 나쁘진 않다.
다만,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 내가 있다는 게 괴로울 뿐.
“이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아! 아! 우리 제국이 마왕에게 짓밟히게 되겠구나! 프레하 제국은 어찌하여 마왕에게 손을 벌렸단 말인가!”
듀카스 대공은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탄식하면 검붉은 구체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습하고도 강력한 기운에 기가 질렸다는 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구체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담력이나 성정이 강하다고 하여 견딜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당장 나조차도 구체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에 전신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오는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총사령관 각하!”
“말하게, 아이언 백작!”
“이곳은 제가 맡을 테니, 흑기사가 멈춘 틈을 타 아이언 성으로 돌아가 적의 공격에 대비해주십시오. 최악의 경우 지하로 대피해주십시오.”
당부하듯이 말하고는 구체를 노려보았다.
여전히 강력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더 이상 기운이 증폭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
“자네가 여기를 맡겠다니! 제정신인가?”
듀카스 대공이 놀라 소리쳤다.
“이곳에 총사령관 각하와 함께 있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지진 않을 듯합니다.”
“그럼 더더욱 함께 있어야 그나마 마왕을 상대할 가능성이라도 있지 않은가!”
나의 어깨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는 듀카스 대공.
검붉은 구체에서 튀어나올 존재가 마왕이라고 확신하는 듯한 태도였다.
그가 마왕의 존재를 인정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프레하 제국군이 단순한 흑마법사들의 힘을 빌린 게 아니라는 걸 인지한 것만으로도 대책이 달라질 터다.
지금 당장은 마왕을 인정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수확이랄 수 있겠다.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당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대책을 세울 게 확실하니까.
“제가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어깨를 잡은 듀카스 대공의 손을 덮듯이 쥐고서 살짝 힘을 주었다.
“자네가 무슨 수로!”
화를 내는 듀카스 대공.
나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을 살짝 엿본 것 같아서 조금은 기분이 좋아졌다.
“세인트가 준비해준 것이 있습니다. 먼저 피하십시오. 총사령관 각하!”
“세인트 경이? 오오! 그거 다행이군!”
듀카스 대공이 조금은 안심했는지, 놀란 와중에서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러니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아군 병력을 이끌어 주십시오.”
“아니, 그렇겐 못하겠네.”
“어째서…….”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못 가겠어. 자네를 희생시키고 도망쳤다는 불명예스러운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듀카스 대공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쿠워어어어어!>
그와 승강이를 벌이는 사이, 엄청난 포효가 검붉은 구체에서 흘러나왔다.
금방에라도 검붉은 구체를 찢고, 마왕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위기감.
큭!
더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듀카스 대공이나 나나 위험하겠다.
“망할! 위, 위대하신 세인트 님이시여. 힘을 주소서!”
“자네…”
듀카스 대공이 허기진다는 얼굴로 눈을 맞추면서 말끝을 흐린다.
염병!
이럴까 봐서 먼저 아이언 성으로 돌아가라고 한 건데, 진짜 더럽게 말 안 듣는다.
으으으…
아무리 주문이지만 얼굴이 화끈거린다.
빌어먹을 세인트 자식!
듀카스 대공의 시선을 의식적으로 피했다. 어차피 쪽 팔릴대로 쪽 팔린 이상, 크로노스 갑옷에 숨겨진 힘이란 게 무엇인지 봐야겠다.
속으로 세인트를 씹는데, 크로노스 갑옷의 정중앙에서 붉은 화염이 솟구친다.
푸화화학!
“우웃! 가, 갑자기 뭔가!”
어이없다는 얼굴이었던 듀카스 대공이 나의 전신을 감싸는 화염에 화들짝 놀라면서 뒤로 물러났다.
쿠구구구궁!
“?”
“으응?”
머리 위에서 들리는 은은한 천둥소리.
나와 듀카스 대공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뇌전의 기운이 원형으로 엉기면서 계속해서 굉음을 토해낸다. 그렇게 엉기던 뇌전이 환한 빛을 내면서 작은 태양을 연상케 하는 빛의 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밝은 빛을 뿜으면서 폭발하고야 말았다.
콰과광!
엄청난 폭발음과 빛에 잠시 손으로 눈을 가려야만 했다.
빛이 잦아드는 것을 확인하고 눈을 가린 손을 치운 순간, 하늘에 시커먼 공간이 생겨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드드드드…….
뻥 뚫린 공간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서서히 빠져나온다.
“저것은!”
공간을 억지로 벌리면서 빠져나오는 거대한 물체에 경악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