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85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85화
185화 대체 또 뭐야? (2)
뜻밖의 얘기에 오를레앙 공작이 눈을 크게 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연락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이오!”
“말 그대로입니다. 통신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필시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합니다.”
무아를랑이 수정구에 마나를 불어넣으면서 대답했다.
혹시나 몰라서 계속 통신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정구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생겨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니… 베르나르 경은 현자급의 대마법사가 아니오!”
“으음… 아마도 뱅크스 요새를 구원하느라 통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정구에 마나를 주입하면서 무아를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모양이군.’
통신을 받을 수 없을 정도라면 얼마나 난전을 겪고 있을지 예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7서클을 넘어서 8서클의 경지에 접어드는 수준의 대마법사가 바로 베르나르다. 그런 사람이 통신조차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닐 것 같았다.
“아! 뱅크스 요새의 푸아 자작과 통신을 연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어서 연락해 보시오. 부사령관.”
오를레앙 공작이 반기는 얼굴로 재촉했다.
만약 베르나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마법 전력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셈이었다.
‘놈들 역시 시체를 되살리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베르나르 경의 힘이 절실한 상황이야.’
그는 조금 전까지 시체병과 언데드 몬스터를 퇴치하던 상황을 떠올리고서 치를 떨었다.
무아를랑을 시켜 흑기사를 양성할 당시, 엘튼 제국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쟁이라는 건 약간의 부끄러움 정도는 감수하고서라도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직접 시체병과 언데드 몬스터에게 당하고 보니, 기분이 엉망으로 망가졌다. 같은 짓을 또 당하기 전에 대마법사인 베르나르의 도움이 필요했다.
베르나르 역시 7서클의 흑마법사가 되면서 언데드를 부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런 이유 외에도 내일 있을 결투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6서클의 무아를랑은 소드 마스터 수준의 기사를 억류할 능력이 없으니까.
그래서 조급한 마음을 억누르면서 무아를랑이 통신에 성공하기를 기다렸다.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아를랑은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어째서! 어째서 연결이 되지 않는단 말이오!”
오를레앙 공작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베르나르 경과 푸아 자작이 동시에 통신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일을 당한 듯싶습니다.”
“그게 말이 되오? 아르쿠르 후작과 함께 있는 베르나르 경을 어느 누가 해할 수 있단 말이오!”
오를레앙 공작이 고개를 흔들면서 부정했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개척한 아르쿠르 후작과 함께라면 근접 공격에 취약한 마법사의 약점을 보완해줄 터다. 그래서 만에 하나 있을 위험에 대비하고자 아르쿠르를 같이 보낸 거였다.
그런데 두 사람이 죽임을 당했을지 모른다니, 믿어지지도 믿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언 성의 마법사가 뱅크스 요새에 포털 마법을 설치해 몬스터를 풀어놓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그게 중요하오?”
“놈들이 보낸 시체병과 언데드 몬스터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들이 어디서 왔겠습니까.”
“…….”
오를레앙 공작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러고 보니…… 시체병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는 놈들이 많았어. 게다가 몬스터의 시체는…….’
뿌드득!
오를레앙 공작이 이를 갈았다.
국경 지역은 제국 간의 오랜 대치로 항상 병사가 주둔해왔었다. 몬스터 따위는 진작에 사라진 상황이다. 그런데 이토록 많은 언데드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건 충분히 이상한 일이다.
의심해볼 수 있는 건 뱅크스 요새에 포털을 타고 넘어왔다는 몬스터 뿐.
“…빌어먹을!”
오를레앙 공작이 씹어 뱉듯이 욕설을 흘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황상 베르나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뱅크스 요새로 진격하던 3군 역시 상당한 피해를 당했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절대로 살려둘 수 없겠군.’
눈살을 찌푸린 그가 아이언 성을 노려보았다.
조금 전까지 아이언 백작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단순한 복수심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복수심에 더해 제국을 위하는 마음까지 얹었다.
듀카스 대공과 아이언 백작을 죽이고서 곧바로 아이언 성을 공략하는 것만이, 프레하 제국이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이언 성에 대단한 마법사가 있는 이상, 어쩌면 불리한 싸움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위 마법사라면 대규모 광역 마법을 사용해 아군의 기를 꺾어버릴 게 분명하다.
듀카스 대공과 아이언 백작을 해치우는 즉시, 본진의 모든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에게 달려들어 목숨을 끊어놓아야 한다.
“발루아 공작!”
“말씀하시오. 총사령관.”
“내일 결투에서 반드시 승리하셔야만 합니다.”
오를레앙 공작이 발루아 공작의 손을 잡으며 부탁의 말을 건넸다.
“듀카스 대공은 나의 상대가 아니오. 총사령관.”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발루아 공작은 자신의 손등을 감아쥔 오를레앙 공작에게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믿습니다. 발루아 공작!”
“걱정하지 않아도 좋소. 듀카스 대공의 실력은 이미 확인하였으니 말이오.”
발루아 공작이 빙그레 웃었다.
지난번 윈스터가 사망할 당시, 아이언 백작의 뒤를 쫓다가 잠시 마주친 듀카스 대공은 예전의 실력에서 발전하지 않은 듯 보였다.
‘만약 실력이 늘었다면 마법 공격보다는 플라잉 오러를 사용해서 공격했겠지.’
지난번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듀카스 대공과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는 발루아 공작이었다.
부활의 대가로 기감이 무뎌지는 바람에 세밀한 비교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딱히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와 대결을 펼친 게 일 년도 지나지 않았다.
듀카스 대공이 제아무리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 해도 지금의 자신에게는 상대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신처럼 죽었다가 되살아나지 않는 이상,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서 한 단계 더 발돋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부탁이라고 하셨소? 어떤 부탁인지 들어보고 판단하도록 하겠소.”
발루아 공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프레하 제국을 위한 일이니, 사적인 명예는 잠시 접어두시고 판단하셔야 합니다. 제가 당부하고자 하는 얘기는…….”
오를레앙 대공이 목소리를 낮추면서 머릿속으로 정리한 것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제법 긴 얘기를 가만히 듣던 발루아 공작이 무거운 침음성을 흘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제국의 영광된 승리를 위해서라면, 나의 작은 명예 따윈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소. 허나, 결투가 끝날 때까지만 참아주셨으면 하오. 듀카스 대공이 나의 상대가 아님을 꼭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소.”
다짐을 받아야 승낙하겠다는 것처럼 발루아 공작이 오를레앙 공작의 손을 더욱 꼭 쥐었다.
“물론입니다. 제 이름을 걸고 반드시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소. 그럼 철저히 준비해주시길 바라오. 총사령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발루아 공작.”
“뒤에서 지저분한 짓을 벌이는 엘튼 제국 놈들에게 정정당당게 맞서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라고 판단했을 뿐이오.”
“거듭 감사드립니다.”
오를레앙 공작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발루아 공작의 손을 놓고 가슴에 대었다.
약식으로 군례를 올린 것이다.
제국을 위해서 명예조차 가벼이 여기겠다는 그의 결심이 고마웠던 것이다.
“감사할 일이 뭐가 있겠소. 영광된 승리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명예 따윈 버릴 수 있으니, 마음쓰지 마시오.”
“명심하겠습니다. 발루아 공작.”
오를레앙 공작이 한 번 더 가슴에 오른 주먹을 대고서 고개를 숙였다.
“반드시 놈들을 격멸해야 할 것이오.”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놈들을 가루로 만들지 않으면 저도 발 뻗고 잠을 잘 수 없는 몸이니까요.”
오를레앙 공작이 군례를 풀고서 아이언 성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
다음날,
“아이언 백작, 자신 있는가?”
성을 나서면서 듀카스 대공이 빙긋 웃는다.
곧이어 벌이게 될 대결을 걱정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듀카스 대공이 걱정스럽다.
그가 상대해야 할 발루아 공작의 실력은 듀카스 대공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총사령관 각하, 주의하셔야 합니다. 놈은 플라잉 오러를 사용할 정도의 실력자입니다.”
“알고 있네, 허나 피하면 그뿐 아닌가?”
듀카스 대공이 여유 있는 미소를 보이면서 나의 걱정을 일축했다.
…말은 쉽다.
검강을 쏘아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라면, 모든 면에서 아저씨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걸 모르는 건지……
“그렇기는 합니다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하하하! 검을 쥔 기사가 싸우기도 전에 두려워해서야 말이 되는가. 염려하지 말고 가세, 놈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남은 걱정돼 죽겠는데, 듀카스 대공이 너털웃음을 흘리면서 손을 들어 아이언 성 외부의 연무장을 가리켰다.
부하들을 훈련시키려고 만든 곳에서 결투를 벌이기로 했다. 벌써 프레하 제국 놈들이 나와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순수하게 실력으로 상대하자는 의미에서 마상 결투가 아닌 검술 대결을 하기로 한 것이다.
세 명씩 참관인을 두기로 하고서 벌이는 대결.
그래서 나와 듀카스 대공이 대결에 나서고, 세인트와 베르나 백작, 그리고 엘란트 백작이 참관인 자격으로 따라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나름 실력자들로 구성한 참관인이었다. 문제는 프레하 제국의 참관인의 구성원도 심상치 않았다.
앞에선 발루아 공작과 근육질의 소드 마스터급 기사가 서 있다. 전에 근처까지 추격해 오다가 세인트의 마법에 놀라 도주할 당시 발루아 공작과 같이 있던 인물.
두 사람의 뒤에 선 세 명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심지어 오를레앙 공작마저 이전과 달리 강인한 기세를 풍기고 있다. 못 본 사이에 깨달음이라도 얻은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얼마 안 본 사이에 저토록 강렬한 기세를 드러낼 순 없다.
나머지도 무시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마법사로 보이는 로브 차림의 음침한 노인은 딱히 걱정되지 않는다. 어제 처리했던 프레하 제국의 마법사보다도 실력이 좋아 보이진 않았으니까.
나머지 한 명이 문제였다.
커다란 체구인 발루아 공작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이는 데다가 전신에서는 강렬한 기세를 뿌리고 있었다. 싸운다면 얼마간 손해는 감수하고서 싸워야 할 정도로 짐작되는 실력자.
“저 친구는 만만치 않겠군.”
웃으면서 프레하 제국의 사람을 바라보던 듀카스 대공이 웃음을 거두고 얼굴을 굳혔다.
상대의 강함을 그도 느꼈음이 분명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발루아 공작과 저 덩어리입니다.”
“그렇기는 하네만, 프레하 제국은 대체 어디서 저런 실력자들이 쉽게 데려오는지 모르겠군. 아무리 시체를 되살려 낸다고 해도…….”
듀카스 대공은 쓰게 입맛을 다시면서 걸음을 빨리했다.
마침내 성 외곽의 연무장에 도착해,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을 마주하고 섰다.
“늑장을 부리는군. 일부러 그런 것인가?”
발루아 공작이 차갑게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
대결에 나선 다른 기사와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벌리고 선 채로 듀카스 대공을 노려보는 모습에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하하하! 일부러 그런 거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떻소? 어차피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사람들 아니오?”
듀카스 대공이 크게 웃으면서 발루아 공작의 말을 받아쳤다.
“큭! 그렇지. 맞소. 피차 오래 얘기해서 좋을 게 없으니, 빨리 결판을 보는 게 좋겠소. 이번 대결의 결과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판가름 날 테니, 부디 최선을 다하길 바라오, 듀카스 대공.”
스르릉!
발루아 공작이 허리춤에서 클레이모어를 뽑았다.
“맞는 말이요. 굳이 말로 싸울 게 아니니, 나 또한 그대의 뜻에 동의하는 바요.”
채앵!
듀카스 대공이 롱소드를 쥐고 왼손에 호플론(Hoplon: 지름 60cm 가량의 금속 원형 방패)을 팔목에 끼워서 단단히 쥐었다.
“젠장맞을 놈! 감히 윈스터를 죽였겠다! 네놈을 갈가리 찢어서 개 먹이로 만들어주고야 말겠다.”
대결에 나선 나머지 소드 마스터가 버럭 고함을 지르면서 두 자루의 검을 들고 나를 겨눈다.
화를 참기가 어려운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침을 튀기면서 흥분했다.
“덤벼, 이 새꺄!”
녀석을 향해 검지를 까딱거렸다.
어디서 욕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