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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8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84화

184화 대체 또 뭐야? (1)

 

 

 

 

발루아 공작은 사령부로 사용하는 천막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후방에 난입한 언데드 몬스터를 처리하느라 상당한 마나를 사용한 탓이었다.

살아있을 때보다 마나를 회복하는 건 쉬운 일이 되었다. 이전에는 호흡을 조절하면서 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였다. 하지만 현재는 증오의 감정을 끌어올리면서 전신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해결된다.

그렇게 마기를 회복하는 중에 끊임없이 들려오는 오를레앙 공작과 윌슨의 설전(說戰).

 

‘녀석이 어지간히 화가 났나 보군.’

 

마나를 회복하는 중에도 발루아 공작은 피식 웃었다.

순간적으로 증오의 감정이 흐려져 마기의 유입이 줄어들었지만, 상관할 필요는 없었다. 마나홀에 마기를 거의 가득 채운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아들 녀석이 병사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고서 분노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그래, 넌 나와는 다른 지휘관이 되어야 한다. 아들아.’

 

천천히 눈을 뜨면서 발루아 공작이 흐릿하게 미소 지었다.

아들은 병사들이 언데드 몬스터와 시체병에게 당한 것이 분했던 모양이다. 생전의 자신은 그저 병사들을 부속품 정도로 취급했었다.

당시에는 그게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몰랐다. 하지만 죽어보니 알겠다. 죽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하고 괴로운 것인지 말이다.

 

‘병사들의 나에 대한 평가는 엉망이었지.’

 

씁쓸한 얼굴로 입맛을 다시는 발루아 공작.

되살아난 이후로 병사들이 자신의 본모습인 오를레앙 대공의 얘기를 할 때마다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병사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취급하는 무자비한 철혈의 기사…

 

‘넌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한다. 아들아.’

 

직접 오를레앙 공작에게 말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답답했지만, 애써 웃었다.

자신은 실패했지만, 아들인 오를레앙 공작은 아랫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기사가 될 것 같았으니까.

 

‘그나저나 아이언 백작이라는 놈… 정말 밉상이군.’

 

설전이 오가는 소리에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들 녀석이 말싸움에서 밀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쁘진 않았다. 어쩌면 저런 모습이 병사들에겐 더 인간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말이다. 우리 총사령관 각하한테 들었는데, 발루아 공작이 네 애비란 놈이 아닌가 의심하시더라?>

 

순간적으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밉살스러운 아이언 백작이 정곡을 찔렀다. 물론 아들 녀석이 수긍할 리가 없는 얘기였지만, 자신은 태연할 수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그게 무슨 망발이냐! 네놈은 귀족으로서 명예도 없단 말인가! 돌아가신 분까지 모욕해야 할 정도로 네놈들은 절박한 것인가!>

 

뒤이어 들려온 오를레앙 공작의 대응에 만족스러운 얼굴로 발루아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렇잖아. 원래 발루아 공작은 방패와 롱소드 쓰던 인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은 클레이모어 쓰더라? 내가 발루아 공작이랑 싸워봐서 아는데, 저 인간 발루아 공작 아닌 거 같던데?>

 

<헛소리하지 마라!>

 

<아무리 생각해도 네 애비 맞아. 아무리 애비란 놈이 븅신 같아도 그렇지, 대놓고 부정하고 그러는 거 별로 보기 좋지 않다, 인마!>

 

<개소리! 누가 나의 아버지라는 건가!>

 

발루아 공작은 홀로 갑옷을 착용하면서 귀에 들리는 얘기에 씁쓸한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아들의 대응이 나쁘진 않았지만, 정작 그가 부정할수록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진짜야, 인마! 발루아 공작한테 가서 물어봐. 우리 총사령관 각하를 보더니 뭐 빠지게 도망가더라? 지난번 전쟁에서 우리 총사령관 각하님께 뒈졌던 충격이 컸던 것 같은데? 뒤도 안 돌아보고 튀더라. 조금 안 되어 보이긴 했어.>

 

가뜩이나 기분이 바닥을 치는 와중에 들려온 아이언 백작의 비아냥.

가슴에서 불길이 확 치밀어 올랐다.

사령부로 사용하는 천막의 출입문 격인 두꺼운 천을 신경질적으로 걷으면서 밖으로 나갔다.

아직도 상처로 남아 있는 이름.

듀카스 백작.

지금은 듀카스 대공으로 바뀌었지만, 그 이름은 발루아 공작… 아니 오를레앙 대공에게 있어서 저주스러운 이름이다.

죽음의 안식을 거부하고 부정된 존재로 되살아나는 것도 동의했을 만큼.

 

“누가 듀카스 대공을 두려워한단 말인가!”

 

울분을 담아 크게 소리쳤다.

 

***

 

사방에 퍼지는 음습하고도 난폭한 기운.

기운이 폭발한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프레하 제국의 본진에 설치된 대형 천막 앞에 시커먼 갑옷을 입은 발루아 공작이 서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상대의 강인함이 전해진다. 진심으로 화가 치밀어서 전력으로 마나를 끌어 올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왕 낚은 거 확실하게 건드려 봐야겠다.

 

“놀고 있네… 그런 놈이 듀카스 총사령관 각하님을 보자마자 튀었냐?”

 

비웃음 잔뜩 담아서 말했다.

물론 내공을 듬뿍 담아, 비아냥거리는 음율(?)까지 고스란히 살려서 약을 올린 것이다.

 

“자네, 좀…”

 

“괜찮습니다. 어차피 죽은 놈들인데요.”

 

듀카스 대공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지만, 고개를 흔들어주었다.

아마도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는 얘기 같았다. 그러나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예의는 개뿔!

 

“알겠네.”

 

듀카스 대공이 한숨처럼 대답하고는 다시 성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욕을 먹어도 내가 먹을 거라는 걸 깨달은 눈빛이라고나 할까?

뭘 그런 거에 연연하는 건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에게 다 칭찬받는 인간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모르나?

 

<무례하구나! 네놈은 애비 애미도 없는가!>

 

“없는데?”

 

<…….>

 

분노해 소리치던 발루아 공작이 입을 꾹 다문다.

현재 몸의 주인에게서 부모에 대한 기억은 없다. 아니 기억이 있어도 상관없는 얘기다.

지가 우리 부모님이야 뭐야?

대우해 주면 칼질을 좀 더 살살해줄 생각인가?

전장에서 예의 같은 소릴 하고 자빠졌다.

 

“어이, 시체! 왜 주댕이 닥치고 있어? 할 말이 있어서 끼어든 거 아니었어? 아! 듀카스 총사령관 각하께서 내 옆에 있으니까, 쫄았구나?”

 

<닥쳐라! 누가 겁을 먹었다는 것인가!>

 

분노가 느껴지는 발루아 공작의 음성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겁먹지 않은 놈이 꼼짝도 안 하고 천막에서 뭉개는 건 뭔데? 자식들이 주댕이만 살아서 꼴갑을 떨고 자빠졌어. 훗!”

 

일부러 콧방귀까지 내공을 담아서 뀌었다. 모든 사람이 다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네놈이야말로 입만 살았구나! 당장 내려와 나와 겨뤄보자, 이놈!>

 

발루아 공작이 클레이모어를 뽑아들고서 길길이 날뛰었다.

 

“저 봐라, 듀카스 총사령관 각하와 싸우기 겁나니까, 나한테 시비 걸고 자빠졌네, 내가 만만해 보이냐?”

 

<이노옴! 누가 듀카스 대공 따위에 겁을 먹는다는 것인가!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네놈의 되먹지 못한 버르장머리를 고치고 싶을 뿐이다!>

 

“듀카스 총사령관 각하와 싸울 자신은 있고?”

 

발루아 공작이 분노해 소리치는 것을 이용해 은근슬쩍 한 번 더 성질을 건드렸다.

 

<당연한 소리! 나를 두려움에 빠뜨릴 존재는 없다!>

 

“그럼 2:2 결투는 어때? 아… 말로만 떠는 걸 보니까 결투는 무린가? 개소리 그만하고 공격이나 해봐라. 심심해 죽겠다. 자식아.”

 

넘어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다.

어차피 최악이라고 해봐야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진다는 것 외엔 없으니까.

그나저나 여기 인간들 확실히 순진하다.

초등학생 수준의 말싸움에 꼭지가 돌아서 씩씩대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남들에게 떠받듦만 받고 살아서 이런 식의 비아냥거림과 놀림을 받은 적이 없어서 인지도…

 

<좋다! 네놈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듀카스 대공! 그대는 어떠한가! 나와 결투할 배짱이 있는가!>

 

클레이모어를 움켜쥐고서 크게 소리치는 발루아 공작.

검날에 맺힌 시커먼 오러 블레이드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는 의미가 되겠다.

어지간해선 걸려들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쉽게 걸려들었다.

저 인간이 원래 오를레앙 대공이었다고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전의 오를레앙 대공은 앞뒤 안 가리고 무작정 덤벼드는 위인이라고 했다.

지난번 제국 전쟁에서도 후퇴를 택하기보다는 듀카스 대공과 결투를 벌여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발루아 공작의 진짜 정체가 오를레앙 대공이라면 그렇다는 얘기다. 거의 90% 이상 그의 정체가 오를레앙 대공이라고 확신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쩌면 지금 상황이 발루아 공작의 정체가 오를레앙 공작이 부활한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총사령관 각하, 어찌하는 게 좋겠습니까.”

 

“하하하! 어찌하기 뭘 어찌하는가.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아이언 백작. 나는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네.”

 

듀카스 대공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흡족한 얼굴을 했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상대는 2:2 결투를 제안한 상황.

우리가 승리한다면 프레하 제국의 소드 마스터 숫자를 줄일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이언 성으로 오고 있다는 엘튼 제국의 젊은 소드 마스터 두 명이 합류해, 우리가 더 유리한 상황이 된다.

 

“놈들이 응하긴 했으나, 어떤 꼼수를 부릴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결투하기로 했지만, 놈들을 믿을 수가 없다.

걸핏하면 발뺌이나 하고 뒤로는 음험하게 시체나 일으켜서…

 

“…….”

 

우리도 같은 짓을 했으니 약간 캥기기는 한데, 어차피 공식으로 언데드를 사용한 건 우리 짓이 아니기로 했으니 패스.

아무튼,

놈들의 약속을 그대로 믿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병력 자체의 열세가 가장 큰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나와 듀카스 대공이 함정에 빠져 둘 중 하나라도 큰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는다면…

최악 중에서도 가장 최악이다.

 

“이제부턴 내가 얘기하도록 하지. 아이언 백작.”

 

고민하는 내게 듀카스 대공이 빙그레 웃으면서 앞으로 나섰다.

 

***

 

“빌어먹을 자식! 주둥이가 아주 사악하구나, 사악해!”

 

발루아 공작은 이가 부러지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득득 갈아댔다.

부활한 이후로 자신을 이렇게까지 화나게 한 인간은 처음이었다. 윈터스가 놈의 손에 죽임을 당했을 때도 화나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분노하지는 않았다.

 

“발루아 공작! 발루아 공작!”

 

그가 숨을 몰아쉬면서 아이언 성을 노려보는데, 오를레앙 공작이 당황한 얼굴로 달려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아오. 그러나 이미 결정된 일이오.”

 

“하지만 이건 위험합니다. 만에 하나… 만에 하나…….”

 

오를레앙 공작은 차마 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은 ‘패한다면 프레하 제국의 크나큰 손실입니다!’였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발루아 공작의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과 결투가 성사될 때까지 나누었던 얘기들.

이미 아이언 성의 듀카스 대공과 결투 장소와 참관인 숫자까지 결정한 상황.

이제와서 결투를 무르기엔 늦어도 한참 늦었다.

거기에 발루아 공작이 ‘패배’한다는 가정을 오를레앙 공작이 용납하기 어려웠다.

그건 결투를 제안한 발루아 공작 역시 ‘패배’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만에 하나’ 라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요. 총사령관.”

 

“저도 대결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를레앙 공작은 조금 전의 생각을 털어내고 말을 바꾸었다.

 

“아니 될 말이오. 오를레앙 공작은 총사령관이니, 이번 대결에는 참가하지 않는 게 좋소.”

 

“하지만…”

 

“‘하지만’은 없소. 만약 놈들이 흉계를 꾸민다면 누가 그것에 대처한단 말이오. 나와 메이튼 경이 결투에 나설 것이니, 그리 아시오.”

 

발루아 공작이 눈에 힘을 주고서 말했다.

그의 눈빛을 받아들인 오를레앙 공작은 대결에 참가하겠다고 고집 부릴 수 없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참관인은 저와 드라스 경, 그리고 베르나르 경이 참석하길 원합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면서 오를레앙 공작이 한발 물러섰다.

 

‘그래, 결투가 끝나고 지친 아이언 백작을 치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그놈은 절대로 살려둘 수 없지.’

 

오를레앙 공작이 눈매를 좁혔다.

잃었던 기억을 되찾은 그는 아이언 백작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 가득한 상태였다.

깨달음을 얻은 지금,

다시 그때와 같은 상황이 온다면 전처럼 개 맞듯이 두들겨 맞는 수모를 겪지는 않을 터다.

그래서 결투에 참가하겠다고 한 것인데, 발루아 공작이 거절하니 차선책이라도 노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부사령관! 베르나르 경에게 뱅크스 요새의 구원이 끝나는 대로 서둘러 돌아오라고 전하시오.”

 

“알겠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무아를랑이 공손하게 대답하고는 품에서 수정구를 꺼냈다.

 

‘놈! 내일이 네놈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오를레앙 공작은 아이언 성을 바라보며 으스스한 미소를 지었다.

결투는 내일 프레하 제국의 본진과 아이언 성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훈련장에서 벌이기로 했다.

이곳의 좌표 정도는 무아를랑이 알려줄 테니, 일이 끝나는 대로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해서 돌아오면 된다. 무려 7서클의 흑마법사로 다시 태어난 사람이니까.

 

‘놈이 도주하지 못하게 베르나르 경이 마법으로 방해하면 놈도 별수 없겠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아이언 성의 성벽에 서 있는 아이언 백작을 노려보았다.

 

“저… 총사령관 각하, 베르나르 경과 연락이 안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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