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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7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79화

179화 낚시의 묘미 (1)

 

 

 

 

되돌아오는 반응이 없으니 혼자 생쑈를 한 셈이다.

보통 이 정도 약을 올리면 뭐라도 한 마디 대꾸할 만도 한데, 너무 조용하다.

 

“윌슨, 뭐하는 짓이냐? 바보 같아 보인다. 쯧…….”

 

산책을 나온 사람처럼 세인트가 한가로운 얼굴로 코웃음을 친다.

그래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녀석처럼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사람들의 표정들이 좋지 않다. 나 혼자 저속한 욕을 해대면서 떠들어 대는 바람에 분위기가 묘해졌다.

이렇게 되면 누구한테 욕을 해대고 있었는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프레하 제국 놈들이 열 받으라고 떠들어 댔는데, 정작 아군의 귀만 괴롭힌 셈이니까.

 

<아이언 백자악! 네놈을 반드시 죽이고 말 테다! 반드시! 감히! 감히 나한테 그런 짓을 하고 저주를 걸었단 말이냐!>

 

뻘쭘해진 탓에 이쯤에서 그만두려는데, 드디어 반응이 왔다.

하지만 말하는 게 어째 심상치가 않다. 그래서 세인트를 바라보았다.

 

“저 자식 기억났나 본데?”

 

“응? 그럴 리가? 7서클 세뇌 마법을 제깟 놈들이 무슨 수로?”

 

세인트가 눈을 껌뻑거렸다.

 

<나를 잘근잘근 짓밟았겠다? 네놈도 똑같이! 아니, 더 처참하게 짓밟아주고 말겠다!>

 

또다시 아래쪽에서 오를레앙 공작의 악에 받친 고함이 들려왔다.

 

“기억난 거 맞는데?”

 

“희한하네.”

 

세인트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난번에 오를레앙 공작 놈을 잡아다가 성문 앞에서 기절할 때까지 발로 짓밟아 댔었다. 꺼지라는데 안 꺼지고 깐족대는 게 짜증 나서 성질대로 해버린 거다.

물론, 상처를 말끔하게 회복시켜놓고 세인트가 기억을 지워놓고 재워서 완전 범죄로 만들었다. 망가진 갑옷은 트와토른에게 부탁해서 감쪽같이 수리하는 치밀함까지…

 

<네놈은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주었다! 나 ‘프리앙 드 오를레앙’의 이름을 걸고 네놈을 결단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세인트와 눈을 맞추면서 어깨를 으쓱하고 있는데, 오를레앙 공작이 삿대질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새끼가 사람 말하는데 눈치 없게 끼어들긴…

 

“어쩌라고, 비븅신아!”

 

삿대질하는 오를레앙 공작한테 내공을 담아 크게 소리쳤다.

확 검강을 날려주고 싶지만, 저기까지 날아갈지 의문이다. 설령 날아간다고 하더라도 가만히 넋 놓고 있을 리가 없다. 괜히 힘만 빼는 꼴이니 패쓰다.

 

<으아아아! 네놈을 죽여버리겠다! 반드시 죽여버리겠다아!>

 

“어이! 어떻게 결투라도 함 하까?”

 

<…….>

 

바락바락 악을 쓰던 놈이 입을 꾹 다문다.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당장 달려올 것처럼 하고 있지만, 녀석의 주변의 기사들이 말린다.

전혀 뿌리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못 이긴 척하면서 씩씩대면서 물러나는 꼴이 우습다.

 

“자네, 저들을 너무 도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 당장 싸움이 벌어지면 곤란하잖은가.”

 

“알겠습니다. 듀카스 대공 전하.”

 

“총사령관이라 부르게. 지금은 전시 상황이 아닌가.”

 

“네, 총사령관 각하!”

 

이럴 땐 또 군기 든 척하는 게 먹히는 법이다.

부동자세로 대답하자, 듀카스 대공이 빙그레 웃는다.

 

“어차피 저들도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당장 전투를 개시하기는 어려울 걸세. 그러니 이제 그만하고 우리도 전투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나?”

 

나의 똥군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듀카스 대공이 어깨를 두들겨 주면서 집무실을 손으로 가리킨다.

지휘관급 인물이 적은 만큼 큰 잡음 없이 듀카스 대공이 알아서 이끌어줄 거로 믿는다.

지휘관급 귀족이 뒤를 따라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고서 한쪽에 서 있던 시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주었다.

 

“시안! 부탁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주님! 이상한 짓을 하면 바로 보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거 말고, 와그너와 상의해서 미리 준비 좀 하라는 얘기다. 일 벌어진 다음에 보고하려면 늦어. 일단 대응한 다음에 보고해도 늦지 않아. 내 말 무슨 뜻인 줄 알지?”

 

“물론입니다. 영주님, 확실하게 대응하겠습니다.”

 

시안이 씨익 웃으면서 군례를 취한다.

아이언 영지에 생활하면서 전시와 같은 훈련을 몇 차례나 시행해왔던 우리다. 요소요소에 배치한 아이언 영지의 병력이라면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병력이 많아졌으나, 아이언 영지의 병력이 훈련대로 행동하면 나머지 병력이야 따를 수밖에 없을 터.

한 마디로 시안에게 비상시 전권을 위임하는 거다. 녀석 또한 그것을 알고서 자신감을 드러내는 거고 말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리라는 것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모를 수가 없는 일.

듀카스 대공의 성격으로 봤을 때, 새벽을 기해서 야습을 명령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까 회의를 하자고 하면서 보였던 야릇한 표정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도착한 첫날부터 야습에 당하면 놈들도 정신을 못 차릴 게 분명하다.

프레하 제국놈들한테 빅엿을 먹여줄 생각을 하니, 벌써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

 

한편,

분노에 잠식당해 아이언 성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치던 오를레앙 공작은 분이 풀리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개처럼 두들겨 맞았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빌어먹을 아이언 백작!’

 

모욕감에 전신에 경련이 일어난다.

사라졌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순간에 느낀 건 처참한 굴욕감과 두려움, 그리고 분노였다.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면서 두들겨 맞았던 기억은 참을 수 없는 자괴감을 선사했다.

베르나르가 다른 기사들의 저주마법도 해결하겠다는 걸 극구 말린 것도 그런 이유다. 땅바닥을 뒹굴면서 개처럼 짓밟혔던 기억은 자신만으로도 충분하다.

 

‘기사들의 얼굴을 어떻게 본단 말인가!’

 

오를레앙 공작은 주먹을 말아쥐고서 부르르 떨었다.

이처럼 치욕적인 기억을 다른 기사들까지 구태여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흑역사를 부하들이 기억하게 된다면 차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총사령관 각하?”

 

“아! 네, 말씀하십시오, 발루아 공작.”

 

자신만의 세계에서 치욕적인 기억을 떠올리던 그는, 발루아 공작이 부르는 소리에 그제야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휘관들이 총사령관 각하께서 말씀하시길 기다리고 있소.”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대답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를레앙 공작이 벌게진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까딱였다.

사령부 천막에 모인 지휘관들은 그가 조금 전에 얼마나 분노했는지 두 눈으로 본 상황이다. 길길이 날뛰면서 소리치던 모습을 떠올리고는 왜 저렇게 멍해 있는지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흐흠! 현재 우리는 아이언 성에 발이 묶인 상황입니다. 무시하고 트럼벌 요새로 진격한다면 필시 놈들이 뒤쫓아와 후방을 교란하게 될 겁니다.”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 오를레앙 공작이 헛기침과 함께 지휘관들을 둘러보면서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장기전이 예상되니 군영을 요새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 전쟁에서도 느끼셨겠지만, 놈들은 예전과 다릅니다. 기습과 야습에 대한 방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점이라면 염려하지 않아도 좋소. 우리 다크 피닉스 기사단이 철통같은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적의 침습에 대비할 것이오.”

 

발루아 공작이 눈을 마주치고는 쇳소리가 뒤섞인 음성으로 힘주어 말했다.

 

“감사합니다. 발루아 공작이 있어서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지 모르겠습니다.”

 

오를레앙 공작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야간 경계는 전장에서 가장 피곤한 임무 중의 하나다. 야간 경계를 세우느라 일정수의 병력은 피곤이 쌓인 채로 다음날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잠을 잘 필요가 없는 흑기사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성원 모두가 마나를 다룰 줄 알며, 밤눈마저 밝은 존재들이다.

안심하고 잠을 이룰 수 있으니, 언제 전투가 벌어져도 아군의 체력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을 터였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이언 성을 공략하지 않고서는 진격에 의미가 없습니다. 공성 병기를 이용해 놈들을 괴롭히면서 스스로 항복하거나 굶겨 죽이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

 

지휘관들은 수긍한다는 의미로 각자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작전이라고 할 것도 없는 내용이었으나, 가장 무난한 전투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우리 편입니다. 결코,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 잘 아실 겁니다. 남부의 세 개 왕국이 지원 병력을 보내기로 했으니, 그때까지 천천히 아이언 성을 공략하면서 지원 병력을 기다리면 됩니다. 부사령관, 나머지 세부 사항에 관해 보충 설명 부탁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전략을 설명한 오를레앙 공작이 옆에 앉은 무아를랑에게 시선을 던졌다.

 

“감사합니다. 총사령관 각하! 제국을 출발하기 전에 대략적인 설명을 들으셨을 겁니다. 현재 우리 프레하 제국은 허브넬, 아마즈, 샤론드 왕국과 동맹을 맺고 엘튼 제국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무아를랑이 대륙의 지형이 그려진 지도를 가리키며 세 개의 왕국을 지시봉으로 하나하나 가리켰다.

 

“세 왕국의 파병 전력은 대략 한 명의 소드 마스터와 소드 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기사 120명, 그리고 5만 병력이 될 것입니다.”

 

[오, 오…….]

 

지휘관들이 감탄성을 발했다.

동맹을 맺은 왕국에서 병력을 지원받기로 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려 소드 마스터급 고급 전력까지 지원받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이언 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드 마스터급 흑기사를 잃어 침체 되었던 분위기가 조금은 환해졌다.

 

“부사령관 각하! 질문이 있습니다.”

 

“가렐 남작, 얘기해 보시오.”

 

무아를랑은 기꺼운 얼굴로 가렐 남작의 발언을 허락했다.

흑마법사라고 멸시받던 자신이 제국의 전쟁에 직접 관여하고, 귀족들이 허락을 구하는 이 상황이 즐겁기만 했다.

 

“뱅크스 요새로 진격하던 3군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하실지 궁금합니다. 비록 양질의 전력은 아니라고 하나, 그들이 합류한다면 아이언 성에 심리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렐 남작은 다른 귀족들의 분위기를 살피고서 3군에 관해 언급했다.

변변한 병력도 없이 참모급 지휘관으로 참전한 까닭에, 고위 귀족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으음… 가렐 남작, 좋은 지적이오. 3군의 공성 장비 대부분이 모형이긴 해도, 두 대의 트레뷔셰는 사용 가능한 것이라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오. 그러나….”

 

무아를랑이 의도적으로 말끝을 흐리면서 발루아 공작과 시선을 맞췄다.

애초에 3군을 지원하기로 했던 사람이 발루아 공작이었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벌써 3군을 구원했어야 하는데, 아이언 백작의 함정에 걸려 괜한 소드 마스터 전력이 날아갔다.

하지만 그것을 따지기에는 발루아 공작의 무력이나 존재감이 컸다. 그래서 무아를랑은 눈치를 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이언 백작은 플라잉 오러를 사용할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요. 내가 이탈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소.”

 

발루아 공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

 

가렐 남작을 비롯한 귀족들이 놀라서 멍한 얼굴이 되었다.

아이언 백작의 나이가 이제야 고작 스무 살을 넘겼다고 들었다. 그런데 플라잉 오러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라니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발루아 공작의 입에서 흘러나온 얘기였기에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3군이 대형 몬스터 때문에 피해가 크다고 전해왔는데, 으음… 이거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몬스터를 피하려다가는 우리 제국으로 넘어갈 겁니다.”

 

무아를랑이 침음성을 흘리면서 말했다.

군영을 구축하면 발루아 공작이 어련히 알아서 3군을 구원하러 갈 거로 믿었다. 그래서 딱히 고민해두지 않았던 일이다.

하지만 발루아 공작이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니, 난감한 일이었다. 비록 자신이 부사령관의 위치에 있다지만, 소드 마스터급 기사에게 명령을 내리기는 부담스러웠으니까 말이다.

 

‘제길! 나의 힘으로 부활한 놈들한테 명령도 내리지 못하는 신세라니…….’

 

그는 속으로 툴툴거렸다.

살아 있었을 때보다 더욱 강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 이지를 제압하지 않은 게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제국에 납품(?)하던 당시에는 자신이 공작이 될지 몰랐었으니까.

만약 알았더라면 몇 가지 제약을 걸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

 

“부사령관, 제가 3군을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놈들은 고위 마법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위 마법사가 구축한 마법진을 물리력만으로 파괴하는 건 쉽지 않을 듯합니다.”

 

“오! 베르나르 경! 베르나르 경께서 해주신다면 저는 안심할 수 있습니다.”

 

무아를랑이 반가운 얼굴로 대답했다.

곤란한 상황에서 궁정마법사인 베르나르가 자원하고 나섰으니 고민이 단박에 사라졌다.

이제는 같은 흑마법사가 되었기에, 베르나르가 꺼림칙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무아를랑이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소소한 문제가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베르나르 경.”

 

“마법진을 해체하는 동안에 저는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그러니 저를 보호해줄 실력자가 필요합니다.”

 

베르나르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사령부에 모인 지휘관들을 둘러보았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아르쿠르 기사단과 함께 베르나르 경을 호위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유로운 태도로 오른손을 들면서 허락을 구하는 아르쿠르 후작.

 

‘숨이 막혀 죽을 것 같군.’

 

평온한 얼굴과 달리 아르쿠르 후작은 자리가 불편했다.

발루아 공작의 눈빛을 받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움찔 놀라는 상황이 반복되는 중이다.

총사령관인 오를레앙을 뒤에서 씹었다가 발루아 공작한테 된통 곤욕을 치른 다음부터 괜히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잠시 발루아 공작의 눈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였다.

 

“아르쿠르 후작께서 지원하신다면 안심할 수 있겠지요. 오를레앙 공작, 허락해 주십시오.”

 

베르나르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허락하겠습니다. 베르나르 경.”

 

오를레앙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아르쿠르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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