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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미스 8화

무료소설 카르미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카르미스 8화

 제3장 전혀 다른 세상 (2)

 

“아~ 씨! 왜 버서커나 검투사가 가져야 할 스킬이 검사한테 붙는 건데?”

그랬다. 돌격이란 스킬 자체가 양손 무기를 즐겨 쓰는 직업의 기본스킬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스킬의 위력이 약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다소 격차가 크긴 했지만, 최소 50%의 데미지에서 300%까지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기에 일발 역전을 노리기에는 최적의 스킬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인상을 찌푸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10분이라는 무지막지하게 긴 쿨 타임 때문이다. 더욱이 스킬레벨을 찍을 때마다 MP소모 역시 높아졌기 때문에 거의 매장당한 스킬 중 하나였다.

“어휴… 차라리 휠 윈드나 나오지.”

검사의 최대 단점이라면 범위스킬이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한편으로는 범위 스킬을 기대했던 나는 난데없이 쓰레기 스킬로도 불리는 돌격이 추가되자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냥 기본에나 충실하자.”

기합 스킬도 별로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1포인트를 연속 베기에 투자한 나는 그대로 스킬 창을 덮으며 인벤토리 창을 열었다.

“아이템 확인!”

 

[검사의 롱소드] - 검사 직업 착용 가능

 

공격력 10~12

내구력 25/25

힘3

체력2

 

검사들이 애용하는 장검

 

확실히 전직무기답게 꽤 쓸 만해 보였다.

아이템을 확인하자마자 장비한 나는 다시 스탯 창을 열어 확인해 보았다.

“상태 창 오픈!”

 

[카르미스] - 호칭 없음

 

[레벨] 10 [직업] 검사

[명성] 1 [성향] 무

 

[HP] 59/59 [MP] 13/13

 

[ 힘 ] 23 - 이 수치가 높을수록 물리공격력이 증가합니다.

[방어] 9 - 이 수치가 높을수록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체력] 7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최대 HP와 회복속도가 증가합니다.

[민첩]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원거리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재주]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제련할 수 있는 물품의 종류가 증가합니다.

[감각]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제련의 성공률이 증가합니다.

[지능]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마법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지혜]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최대 MP와 회복속도가 증가합니다.

[ 운 ] 1 - 이 수치가 높을수록 크리티컬 확률이 증가합니다.

 

[쾌검]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검의 공격속도가 증가합니다.

[끈기] 0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지구력이 증가합니다.

 

[Bonus Status] 0 - 레벨 업 시 1포인트씩 주어집니다.

 

“역시 거기서 거긴가?”

겨우 10레벨 주제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랐는지, 별반 다를 것 없는 상태 창을 보며 실망한 표정을 지은 나는 이윽고 모든 확인을 끝낸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떠들썩하네.”

걸으면서 확인했었기 때문에, 언제 도착했는지 마을 중앙에 서 있던 나는 주변에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역시 전부 NPC인 걸까?”

유저로 보이는 사람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N’마크를 단 NPC도 없었지만, 차림새가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 같았기에 NPC로 생각한 것이다.

“뭐, 아직 패치 중이니까 표식을 안 해두었겠지.”

역시나 편할 대로 생각하며 넘긴 나는 이내 꼬르륵거리는 배를 부여잡으며 음식점으로 보이는 건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으, 응.”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15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소녀가 나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기특한지고!”

“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나이도 어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칭찬해 주려던 나는 순간 이곳이 가상현실임을 인지하고는 손을 휘저었다.

“배를 채우고 싶은데?”

“아,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어차피 NPC니까 유저가 반말을 하든, 욕을 하든 상관없었다. 무엇보다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존대할 정도로 내 매너가 좋은 것도 아니었기에 소녀가 안내한 테이블로 가 앉은 나는 큰 소리로 주문하였다.

“여기! 오므라이스 하나!”

“…….”

“…….”

내 목소리가 너무 큰 탓인지 주변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이 전부 쳐다봤지만, NPC에게 꿀릴 이유가 하등 없었다.

“뭘 봐?”

휙!

휘익~!

내 말 한마디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고개들.

조용해진 홀 안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은 나는 내 앞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뭐 해? 오므라이스 가져 오라니까?”

“저기…….”

“뭐야? 설마 선불이야?”

“그게…….”

내가 판월에서 식당을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보고 들은 것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현실에서 가능한 모든 음식이 판월에서도 가능했고, 비록 가상이지만 그 맛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에 많은 유저들이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물론 판월에서 아무리 배불리 먹었다 해도, 캡슐을 나가면 어차피 똑같이 배고팠다. 때문에 평균 식사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메시지가 들려왔다. 나야 뭐, 매번 저녁 7시 이후에 접속하므로 그런 메시지 들은 적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 말에 자꾸만 당황하던 종업원 소녀는 이내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저, 저희 집에는 그… 오, 오므라이스? 라는 메뉴가 없는데요.”

“엥?”

개인적으로 라면 다음으로 요리하기 쉬운 것이 바로 오므라이스 아니던가? 판월에 그런 기본적인 음식이 없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하아~ 설마. 음식도 아직 적용되지 않은 건가?”

“네?”

“아아. 아니야.”

이곳이 패치 중인 지역이라면, 요리에 대한 것도 아직 완벽히 구현하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때문에 한숨을 내쉰 나는 요리 가능한 음식들을 물어보았다.

“아, 가능한 요리는 향료를 첨가한 돼지구이와 베이컨이 가장 인기가 많으며, 수프 쪽으로는 닭고기수프와 야채수프가 있습니다. 가격이 싼 걸 원하신다면 빵과 야채수프가 적당하며, 고기기름과 향신료를 곁들인 우유도 일품입니다. 해산물을 좋아하시면 홍합요리가…….”

“그, 그만!”

그대로 두면 모든 메뉴를 전부 얘기할 듯, 서둘러 말을 멈춘 나는 처음 들었던 요리를 선택하였다.

“돼지구이로 하지.”

“네, 알겠습니다!”

주문을 받은 소녀가 주방 쪽으로 사라지자, 다시 조용해진 주변을 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은 나는 이내 인벤토리를 열어 가지고 있는 돈을 확인해 보았다.

“흠… 360론이라. 뭐, 설마 요리가 몇 실버 하겠어?”

열심히 10레벨을 찍으면서 모인 재료 템들을 전부 팔아 번 돈이었기에, 굳이 먹지 않아도 될 음식가격에 투자하기는 아까웠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배가 고프지?’

판월에서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배고픔과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뿐. 반드시 무언가 먹어야 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뭘까?

실제 현실에서 한 끼 굶은 것처럼 배에서 꼬르륵 소리까지 나는 것 아닌가?

“거 참. 진짜 현실처럼 만들었네.”

이번 패치가 적용되면 꽤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겠다고 생각한 나는, 이내 테이블에 놓인 돼지구이 요리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어디…….”

혼자 먹기에는 상당히 많은 양이었지만, 어차피 게임에서 배부르다고 더 못 먹는 것도 아니었기에 포크를 든 나는 사정없이 입속으로 구겨 넣었다.

하지만…….

“윽! 뭐 이리 싱거워?”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먹음직스러웠지만, 실제 입에 넣어보니 그냥 물에 삶은 것처럼 밋밋했던 것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먹을 것 하나는 제대로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아까 그 종업원을 불렀다.

“어이! 여기~!”

“네, 네~!”

소녀는 내 부름에 부리나케 달려와 내 말을 기다렸다.

“여기 왜 소금이 안 들어갔지?”

“네?”

“소금 말이야, 소금. 적어도 후추라도 뿌려야 할 것 아냐? 그게 아니면 진한 소스라도 뿌려주든가. 이게 뭐야? 밋밋해서 누구 입에 넣으라고.”

“저, 저기. 손님?”

“뭐? 설마 소금이 다 떨어졌다는 말은 아니겠지?”

내가 말하고도 기가 찼다. 어느 가게에 소금이 없겠는가?

하지만 소녀의 대답은 내 예상을 완전 깨버렸다.

“소, 소금은 없는데요?”

“켁!”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소금이 없다니, 그게 말이 되는 걸까?

“그게 말이 돼? 요리에 소금이 없다니!”

“소, 소금은 비싸서 저희 식당에서는 취급하지 않아요. 죄송합니다, 손님.”

“뭐, 뭐가 비싸?”

도대체 이 무슨 구시대적 대화이던가? 아, 여기 세계관이 중세유럽이니까 어찌 보면 당연하려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유저를 농락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어떻게 짠맛 좋아하는 한국 사람에게 소금 없는 요리를 내놓는 것일까?

기가 찬 나머지 할 말을 잃은 나는 멍하니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듣자하니, 말이 좀 심하군.”

“잉?”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옆에서 얌전히 밥을 먹던 한 사내가 날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아닌가?

“무슨 NPC가 유저를 상대로…….”

“어이! 너!”

콱~!

투덜거리던 나는 이내 내 앞으로 다가와 멱살을 잡는 사내의 행동에 당황해야 했다.

“켁! 켁! 뭐, 뭐야?”

“보아하니, 검 좀 쓰는 용병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어린 숙녀를 놀리면 안 되지!”

“누, 누가 놀린다고…….”

“씁! 듣도 보도 못한 요리를 가져오라 하고, 돼지구이를 그 비싼 소금이 없다는 핑계로 싱겁다고 한 건 놀리려는 의도가 아니고 뭐야! 앙?”

꽈악~!

“케엑~! 자, 잠깐…….”

설마 NPC에게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던 나는 당황하면서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가 그리 억울한지 두 눈이 붉게 물든 종업원 소녀.

내 멱살을 잡고 얼굴을 붉히며 흥분한 사내.

그리고 주변에서 내 모습을 바라보며 통쾌하다는 듯 쳐다보는 사람들.

“젠장…….”

이들은 절대 NPC가 아니었다.

이성적으로 아무리 납득하려 했지만, 그 어떤 기술로도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진 NPC는 존재할 수 없었다.

판월에서도 꽤 인간다운 말투와 성격을 가진 NPC들이 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저 프로그램 된 정보에 따라 대답하고 행동하는 것일 뿐. 그들의 표정과 눈빛만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뭔가?

스스로 분노하고, 억울해하며, 통쾌해하고 있지 않은가? 마치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멱살을 잡힌 채 빽하니 고함을 내지른 나는 주변에서 미친놈 쳐다보듯 자신을 주시하는 것도 무시한 채 그대로 로그아웃하였다.

“로그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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