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206화 (완결)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206화 (완결)
206화 Epilogue
스스스스…
거대한 동굴 내부의 마법진에서 음산한 붉은빛이 흘러나왔다.
“끄으으으…….”
마르바스는 자신의 육체가 재구성되는 것을 느끼면서 앓는 소리를 냈다.
마왕급 마족이 인간계에서 죽임을 당하면 특정한 장소에 이렇듯 마법진을 통해 육체를 재구성해야 한다. 만약 아무런 준비 없이 인간계로 나가서 죽임을 당하면 그대로 소멸해 버린다.
마계에 존재하는 풍부한 마기로 인간계에서 당한 피해를 복구하는 마법진이 바로 이거다. 일종의 재생 마법이라고 보면 맞겠다. 손가락 하나 정도의 육체만 남아 있어도 마법진으로 치유가 가능하다.
문제는 인간계에서 상체가 모조리 불타 버리는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탓에, 육체가 복구되는 과정이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나 머리를 복구하는 과정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뇌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의 복잡도가 워낙 심하니까.
‘몸이 많이 망가진 모양이군. 몸을 꼼짝도 못 하겠어.’
눈이 복구되기를 기다리면서 마르바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계에서 피해가 클수록 재생된 몸에 적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몇 차례 경험해 봐서 안다. 마계에서 재생된 육체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이번에는 몸이 아예 움직이지 않을 정도다. 엄청난 화염으로 상반신이 몽땅 날아갔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마르바스였다.
마침내 눈의 복구가 끝나고 흐릿하게 시야가 확보되었을 때,
“……!”
“마르바스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브나크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정중한 태도였다. 그리고 사브나크의 옆에는 베리스가 나란히 서 있었다.
이상한 건…
“무슨 일로 나의 성에 둘이 찾아온 것이지? 내 부하들은 어디 가고 너희가 여기에 있어! 그리고 나를 왜 묶어 둔 것인가!”
마르바스가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인 사슬에 묶인 채 꿈틀거리면서 소리쳤다.
불안한 느낌에 눈을 뒤룩뒤룩 굴렸다. 원래라면 자신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마법진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베리스와 사브나크가 대신 서 있는 것도 그렇고 자신의 몸을 꽁꽁 묶어 놓은 것도 그렇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왜 이랬을 것 같습니까?”
정중하게 인사해 왔던 사브나크가 이내 살기를 드러내면서 이를 득득 갈았다.
“가, 감히! 바알 님께서 아신다면 네놈들은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모르는가!”
마르바스가 당황한 중에도 바알을 들먹이며 호통을 쳤다.
그러자 냉랭한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베리스가 비웃음을 흘렸다.
“바알? 그 새끼 뒈졌어.”
“허, 헛소리하지 마라! 그럴 리가 없다!”
베리스의 냉소적인 말에 마르바스가 고개를 흔들면서 부정했다.
마계 서열 1위의 바알이 인간 따위한테 소멸까지 당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이기적인 새끼. 그동안 우리한테 네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해 봐라. 벌레만도 못한 자식! 오늘 네놈의 목을 잘라 아가레스 님께 바칠 거니까, 기대해.”
베리스가 화염의 대검을 뽑으면서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스르릉!
“지, 진정 바알 님께서 소멸하셨다는 것이냐!”
“새끼… 하여간 의심은 많아. 뒈졌다고 했잖아!”
사브나크가 모닝스타를 어깨에 걸치면서 비아냥거렸다.
“…….”
마르바스는 할 말을 잃었다.
감히 마계 서열 1위 바알을 ‘뒈졌다’고 표현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브나크가 연거푸 두 번이나 불경스러운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바알의 죽음이 사실이라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게다가 자신을 죽이겠다고 하는 것만 봐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 내가 이 녀석들을 함부로 대하기는 했지. 바알 님이 소멸한 이상, 나 역시 아가레스의 손에 무사할 순 없을 터. 차라리 이 녀석들의 손에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어.’
잠시 눈을 감은 마르바스가 비통한 심정이 되어 자신의 최후를 인정했다.
“좋다. 어차피 아가레스와 공존할 수 없는 몸. 죽여라!”
결연한 음성으로 마르바스가 소리치고는 이를 꽉 물었다.
죽을 땐 죽더라도 이제껏 종처럼 부리던 부하 녀석들 앞에서 못난 꼴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걱정하지 마라. 그렇지 않아도 죽일 생각이니까.”
베리스가 대검을 치켜들면서 냉랭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대검을 내리쳤다. 죽음을 예감한 마르바스가 다시 눈을 꼭 감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가는구…….’
츠걱!
“끄아아아악!”
순식간에 죽임을 당할 거로 생각했던 마르바스가 비명을 질렀다.
두 발목에서 화끈한 감각과 함께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크크큭! 이 새끼 아픈가 본데?”
사브나크가 즐겁다는 듯 키득거렸다.
“그동안 네놈이 한 짓을 생각해 봐라, 이 자식아. 곱게 목을 베어 줄 줄 알았어? 기대하라고 발목부터 차근차근 썰어 줄 테니까, 뒈질 때까지!”
베리스가 검붉은 피가 묻은 대검을 다시 치켜들 한 껏 약을 올렸다.
“끄으으으… 그냥 죽여 줘, 제바알!”
“됐거든?”
마르바스가 애원했으나 베리스는 피식 코웃음을 치면서 다시 대검을 내리쳤다.
서걱!
“으아아아악!”
***
한편, 아이언 영지 지하 벙커에서는…
“지금쯤 윌슨 녀석 입이 찢어져 있겠지?”
트와토른이 투박한 나무잔에 맥주를 가득 따른 채 흐릿하게 웃었다.
그의 목 뒤에는 ‘노예의 인’이 사라진 상태였다. 전쟁이 끝나기 무섭게 윌슨이 약속을 지켜 드워프들의 목 뒤에 새겨진 낙인들을 지워 주었다.
트와토른은 생필품을 비롯한 물건들을 만들어 판매한 대금으로 드워프 노예를 사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드워프가 늘어날수록 아이언 영지의 지하 공간은 확장에 확장을 거듭했다. 트와토른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이제는 거의 어지간한 드워프 족장과도 맞먹는 규모가 되어 아이언 영지의 지하 세계에서는 그가 절대 권력자가 되었다.
“자! 자! 마셔! 윌슨 놈의 결혼을 위하여!”
[위하여!]
그가 잔을 높이 들자, 드워프들이 신이 나서 나무잔을 들고 벌컥벌컥 맥주를 마셨다.
“으하하하! 우리 이 정도면 성공한 것 아니냐?”
“워어어! 당연하지! 우릴 쫓아낸 드워프 자식들! 어디 얼마나 잘 사는지 두고 보겠어!”
트와토른이 크게 웃으면서 소리치자, 사루단이 맥주로 흠뻑 젖은 붉은 수염을 털면서 맞장구를 쳤다.
“우리가 얼마나 설움 받고 살았어? 그 땅딸보 자식들은 언제고 우리 앞에 절절매는 날이 올 거야! 아무렴! 인간 놈들과 협력을 약속받고 안전하게 사는 게 훨씬 낫지! 안 그래 들?”
어느새 나무잔에 새로 맥주를 가득 채운 수르다메르가 턱을 치켜들고서 크게 소리쳤다.
“썩을! 지랄하고 자빠졌다.”
[…….]
냉랭하기 짝이 없는 비웃음에, 껄껄껄 웃던 드워프들이 눈을 껌뻑대면서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마침내 비웃음을 터트린 존재를 찾을 수 있었다. 푸른 수염을 배꼽까지 기른 페로도데스가 인상을 잔뜩 쓰면서 맥주를 단번에 들이켰다.
“넌 또 왜 분위기 조지고 지랄이야?”
트와토른이 짜증을 내면서 그를 타박했다.
한껏 분위기를 띄워놨는데 페로도데스의 한 마디에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지하 도시를 계획했던 초창기 멤버였기에 그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었던 이유가 컸다.
“이 자식들아!”
타앙!
페로도데스가 맥주잔을 소리가 나도록 탁자에 내려치면서 잔뜩 모인 드워프들을 무시무시한 눈으로 둘러보았다.
대체 왜 저러나 싶었던 드워프들은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잔뜩 분위기를 잡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매일 손으로 해결하는 거 안 지겹냐? 난… 지겹다. 지겹다구우! 여자 드워프를 보고 싶다아!”
[…….]
그의 절규(?)에 드워프들은 하나같이 처연한 얼굴로 나무잔에 맥주를 채워 갔다.
***
엘튼 제국의 황궁, 그레이트 홀.
수많은 귀족과 타국의 사신들이 몰려와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평소에는 필립 황제의 집무실로 사용되었던 장소에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귀족들은 저마다 건배를 외치면서 기뻐했다.
황좌 앞에 필립 황제가 서서 계단 아래에 다정하게 손을 마주 잡은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오늘 우리는 ‘윌슨 아이언’ 백작과 레이놀드 영지의 ‘시에트 레이놀드’ 양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와아아아! 황제 폐하 만만세! 아이언 백작 만세!]
[축하합니다!]
황제의 선언에 이어 박수 갈채가 쏟아지고 난리가 났다.
무려 프레하 제국과 마왕을 해치운 엘튼 제국의 영웅이 결혼하는 자리다. 필립 황제가 직접 결혼식을 주관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물의 결혼식답게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필립 황제는 소란이 잦아들길 기다리면서 빙그레 웃었다. 그의 눈은 시종일관 아이언 백작에게서 떠나질 않았다.
프레하 제국에 들끓던 언데드 몬스터가 시체로 돌아갔다. 프레하 제국의 30%가 넘는 인구가 이번 사태로 사라졌다. 병력의 손실이 가장 컸고 위협이 될 만한 실력자들도 거의 사라진 상태.
다시 예전의 위세를 회복하려면 적어도 백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그러나 가만히 두고 볼 필립 황제가 아니었다. 엘튼 제국의 국경을 브뜨아 요새까지 확장했으며, 이번 전쟁을 지원한 동맹국에게도 프레하 제국을 찢어서 나눠 주었다.
이제 프레하 제국은 자력으로 ‘제국’의 위상을 되찾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남은 병력이라고 해 봐야 고작 3~4만에 불과한 전력으로는 치안을 책임지기도 바쁠 터였다. 거의 절반으로 축소한 프레하 제국이었음에도 말이다.
‘이것으로 우리 엘튼 제국이 세계 최강이 되었어. 이게 다 아이언 백작과 듀카스 대공의 덕이야.’
필립 황제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이유다.
게다가 아이언 백작과 함께 행동했던 실력자들의 국가에서는 알아서 엘튼 제국에게 기었다. 메시틴 제국과 용병왕국이 절대적 평화 협정을 요구하면서 아이언 백작의 결혼식을 축하할 겸 사신을 보내왔다.
“험, 허엄!”
필립 황제가 마나를 담아 헛기침하면서 축하하러 온 귀족들의 주의를 끌었다.
“나 ‘필립 에시컬 프리드히 포멜러 하워드 오브 엘튼’은 윌슨 아이언 백작의 결혼 축하 선물로 아이언 영지에서 브뜨아 요새까지 영지를 하사한다. 아울러 아이언 백작에게 공작위를 수여한다.”
[우와아아아! 축하합니다. 황제 폐하 만만세! 만세!]
그의 선언이 떨어지기 무섭게 귀족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면서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이것으로 ‘윌슨 아이언 공작’과 ‘시에트 레이놀드’ 양의 결혼식을 마칩니다. 신랑 신부는 힘찬 걸음으로 행복하게 살겠다는 의지를 보이시길 바랍니다!”
필립 황제가 조금은 장난스러운 음성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황궁 악사들이 웅장한 음악으로 바꿔 연주했다. 윌슨과 시에트는 가볍게 눈을 맞추고는 환한 웃음과 함께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아이언 공작, 멋지다!”
“신부가 아깝다!”
“어이, 동생! 허리 조심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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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성과 함께 사방에서 윌슨을 아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에트의 손을 쥐고서 그레이트 홀을 가로지르는 윌슨의 움직임에 맞춰서, 앞을 가로막았던 귀족들이 길을 터주었다.
“……!”
사람들이 터준 길을 걸어가던 윌슨의 걸음이 멈췄다.
“축하한다, 윌슨!”
근육질의 세인트가 그레이트 홀의 문을 가로막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맙다, 세인트.”
윌슨이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근데 말이다. 네가 소개해 주겠다던 게… 설마…… 아니지?”
세인트가 황좌 옆에 의자를 놓고 앉은 아리아 황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아하하하… 그게 말이다. 내가 얘기한다는 걸 깜빡 잊고 있었어. 시에트 꽉 잡아요!”
“어멋!”
윌슨은 심상치 않은 상황을 깨닫고는 세에트를 공주 안기로 훌쩍 안고서 경공을 극한으로 발휘했다.
“너 이 새끼! 거기 안 서어?”
잔뜩 화가 난 세인트가 윌슨의 뒤를 쫓아 플라이 마법을 최대로 발휘했다.
“나쁜 자식아! 차라리 바알과 사귀는 게 낫겠다아!”
세인트의 피맺힌 절규가 길게 이어졌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