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205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205화
205화 격돌(3)
***
“우리한테 8서클 마법사가 있거든. 여기에 없네? 그럼 뭘 하고 있을 것 같아? 응? 성공했나 본데? 탑이 깜빡거리네?”
마르바스는 뜻밖의 얘기에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강철 거인의 말에 감각을 극대화시켰다.
“……!”
놀랍게도 자신의 뒤에서 느껴지는 어둠의 힘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걸 느꼈다.
“…이런!”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황궁의 가장 높은 탑으로 시선을 돌렸다.
상공에 위치한 짙은 어둠의 기운이 길게 꼬리를 물고 탑과 이어져 있으나, 탑을 보호하는 암흑이 깜빡깜빡 위태롭게 점멸한다.
<크워어어어! 이런 빌어먹을 자식!>
그리고 아련하게 들리는 성난 음성.
마르바스는 그게 바알의 음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꾸웅!
“……!”
자신에게까지 전해지는 과격한 울림에 다시 고개를 원위치 시켰다.
“우웃!”
잠시 시선을 빼앗긴 사이, 강철 거인이 지척에 다다라 있었다.
원거리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사슬로 대항하기에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어쩔 수 없이 두 팔을 교차시켜 방어하는 수밖에 없었다.
‘망할! 일단 받아들인다!’
속으로 이를 뿌드득 갈면서 충격에 대비했다.
“……?”
하지만 충격은 없었다.
꽈앙!
“커헉!”
의아해 하는 사이, 등에서 엄청난 충격이 밀려왔다.
정면으로 충돌할 것을 예상해 두 팔과 어깨를 비롯해 복부에도 힘을 주고 있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충격이 등에서 발생하니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은 것과 다름없었다.
쿠구구궁!
말라비틀어진 정원의 화초들을 짓이기며 바닥을 뒹구는 마르바스.
쿵, 쿵, 쿵, 쿵!
윌슨이 뒤를 쫓아가면서 두 자루의 대형 검을 치켜들었다.
“차앗!”
미처 자세를 바로잡지 못한 상태에서 마르바스가 기합성을 질렀다.
촤르르륵!
시커먼 암흑에 뒤덮인 해골 추가 사슬을 이끌며 빛살처럼 날아갔다.
“……!”
하지만 마르바스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죽어 버렸다.
슝슝슝!
본능적으로 사슬을 던진 것은 좋았으나, 윌슨이 어느새 오른손에 쥔 디바인 소드를 집어 던진 거였다.
서컹!
“커헉!”
크로노스 소드가 갑옷을 쪼개고 가슴에 박히는 충격에 마르바스가 신음성을 흘렸다.
심지어 믿었던 사슬 공격마저도 윌슨이 디바인 소드를 던지면서 잡아채는 바람에 아무런 위협도 주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아직 일렀다.
비장의 한 수쯤은 가지고 있었으니까.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사슬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사슬마저 빼앗기면 마왕의 얼굴에 똥칠하는 셈이다.
“놈! 와라!”
몸을 일으킨 마르바스가 사슬을 힘껏 당기면서 소리쳤다.
강철 거인을 노려보면서 암암리에 왼손으로 마력을 이동시켰다. 자신을 오늘날 마계 서열 5위까지 올라서게 해 주었던 비장의 수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마계 최강의 기생체 ‘히드라 드릴(Hydra Drill)’.
크기는 기껏해야 본체 상태에서 손가락 반 마디에 불과한 크기다. 이 작은 ‘히드라 드릴’이 숙주를 벗어나 다른 생명체 혹은 물체에 침투하면 엄청난 속도로 사방에 구멍을 뚫어 버리는 무서운 놈이다.
무방비 상태에서라면 마계 서열 1위인 바알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감히 장담하는 비장의 무기.
‘접근하는 순간 네놈은 끝장이다!’
금방에라도 손바닥을 뚫고 나가려는 히드라 드릴을 다독이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싫은데?”
“…….”
김빠지는 대꾸에 마르바스는 하마터면 다리를 휘청거릴 뻔했다.
자신이 처음 도발했을 때와 똑같은 대답.
같은 대답이었지만, 기분은 처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빴다.
“그렇다면 내가 가지.”
“못 올걸?”
“웃기는… 커헉!”
비웃음을 던지려던 마르바스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다른 사람도 신경 썼어야지. 멍청한 자식아.”
“이런 벌레 같은 놈들이!”
잔뜩 화가 난 마르바스가 사슬을 집어 던지고서 뒷목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웃차!”
휴멜로트 공작이 자신에게로 날아드는 거대한 손바닥을 피해 훌쩍 뛰어내렸다.
퍼억!
그가 떠난 자리에 마르바스의 손바닥이 덮쳤다.
순간,
“아아악! 지긋지긋한 인간 놈들!”
이를 득득 갈면서 절규하는 마르바스.
휴멜로트 공작을 손바닥으로 압사시키려 했으나, 그가 꽂은 채로 놔두고 간 바스타드 소드의 손잡이를 후려치는 바람에 더욱 깊숙이 박힌 거였다.
“어억!”
짜증을 내던 마르바스가 다시 비명을 질렀다.
갑옷과 갑옷의 이음새로 드러난 등판에 날카로운 통증이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듀카스 대공이 갑옷의 틈에 오러 블레이드가 듬뿍 담긴 일격을 쑤셔 넣은 것이다.
거기에 분노할 사이도 없이,
콰과앙!
어깨에서 연달아 두 번의 폭음이 터졌다.
“어떠냐 이 자식아! 맛이 괜찮지?”
더글라스가 잇몸을 드러내면서 두 자루의 메이스를 어깨에 걸치고서 낄낄거린다.
“큽! 짜증 나는 놈들! 죽여 버리겠다!”
열이 뻗친 마르바스가 발밑에서 알짱대는 인간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으윽!”
막 발을 들어서 인간들을 밟아 죽이려던 마르바스가 다시 비명을 질렀다.
발을 드는 순간에 체중을 지탱하던 발목에서 전해지는 끔찍한 고통.
“으아아아! 죽여 버린다!”
발목에 힘이 빠져 몸을 휘청거리면서 비명처럼 고함을 질렀다.
몸이 흔들리는 순간, 등과 목에서 감당하기 힘든 통증이 몰려온다. 작지만 치명적인 부위를 당한 탓에 몸이 저절로 흔들려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특히나 가슴에 틀어박힌 디바인 소드는 미약하게나마 신성력까지 뿌려 대면서 움직임을 더욱 방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끓어오르는 분노가 고통을 무시하게 해 주었다. 그래서 눈을 부라리며 인간들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자신을 괴롭히던 인간들은 더 이상 공격할 뜻이 없다는 듯 거리를 벌린다.
아니,
단순히 거리를 벌리는 게 아니라 미친 듯이 도주하고 있었다.
“이런 벌레 같은 인간 놈들이, 어딜 도망… 이, 이 기운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눈이 반쯤 돌아간 그의 눈이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커졌다.
“어이! 마르바스!”
“…으으으!”
불길한 느낌을 받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강철 거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 안 돼에!”
강철 거인의 모습보다 붉은빛이 먼저 그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푸화하학!
“으아아아아!”
전신에 파이어 블레스트를 뒤집어쓴 마르바스가 비명을 지르면서 두 팔을 허우적거렸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타서 재가 되었고, 금빛 갑옷이 줄줄 녹아서 흘러내렸다. 마침내는 상체가 새카만 숯덩이가 되어 바스라져 우수수 떨어졌다.
쿠웅!
허리 아래만 남은 몸뚱이가 바닥에 넘어지고는 이내 가루가 되어 검은 기운과 함께 흩어지기 시작했다.
***
“휘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철 거인의 드래곤 하트에 남은 마나가 간당거렸기 때문이다. 마르바스가 생각보다 다혈질이라 일이 쉽게 끝날 수 있었다.
아니, 듀카스 대공과 휴멜로트 공작, 그리고 더글라스의 실력이 좋아서 일이 쉬워졌다고 보는 게 맞겠다.
다들 각자의 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실력자들.
그들이 있었기에 마왕을 쉽게 해치울 수 있었다. 처음 격돌할 당시에 일부러 보법을 사용해 흙먼지를 잔뜩 일으킨 게 바로 이런 이유다.
마르바스가 나에게 정신을 집중하게 해놓고서 싸움을 벌였다. 그런 와중에 세인트가 탑에 올라가 타이밍 좋게 마법진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렇게 정신이 팔린 탓에 세 명의 실력자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을 것이다.
꼼수의 승리!
뭐 그렇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실력과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꼼수였다. 강철 거인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작전이었기도 했고 말이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철컹!
강철 거인에 탑승한 채로 군례를 올리자, 금속성이 황궁에 울려 퍼졌다.
“하하하! 동생이 고생 많았지, 우리가 뭐 한 게 있겠어?”
파이어 블레스트를 피해 멀리 달아났던 더글라스가 너털웃음을 흘리면서 다가왔다.
“우리가 마왕을 셋이나 해치웠다니, 이거 믿을 수가 없군.”
휴멜로트 공작이 재가 되어 흩날리는 마르바스의 잔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이언 백작, 자네의 공이 크네. 내 황제 폐하께 말씀드려 크게 치하하라 말씀드리도록 하지.”
듀카스 대공이 엄지를 치켜들고서 크게 소리쳤다.
“헬리온 님의 은총이 그대에게 있음입니다.”
다디안 대신관이 두 손을 모으고서 기쁜 얼굴로 말했다. 딱히 직접적인 전투에서 도움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그가 기도문을 외워서 신성 마법으로 마기를 조금이나마 흩뜨려 주었다.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어쨌거나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니 무척이나 귀엽게 보인다. 어째서 마르바스가 ‘벌레’라고 표현했는지 알 것도 같다.
“어이, 동생! 이만 내려오지?”
“…어?”
더글라스의 말에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원래라면 마왕이 사라지는 순간 강철 거인과 분리되어야 정상이다.
그렇다는 것은, 아직도 마왕의 기운을 풍기는 존재가 근처에 존재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의심이 가는 곳은 한군데다.
“총사령관 각하! 여기서 대기해 주십시오.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알겠네, 아이언 백작!”
환하게 웃음을 짓던 듀카스 대공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나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았기 때문이다. 강철 거인은 나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하기에 듀카스 대공을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도 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하늘에는 불길하게만 보이는 짙은 먹구름이 끼어 있다. 아직도 마계와 인간계를 잇는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강철 거인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게 분명하다. 게다가 잠깐이지만 짐승의 으르렁거리는 듯한 음성이 탑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들은 것도 같았다.
쿵, 쿵, 쿵, 쿵!
“세인트! 세인트!”
탑을 향해 달려가면서 크게 소리쳤다.
마왕들의 이목을 끄는 동안에 녀석이 탑에 침입해서 마법진을 파괴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싸우던 중인 마르바스가 놀라서 고개를 돌렸을 정도로 변화가 일어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마법진을 파괴했다기엔 강철 거인이 되돌아가지 않는 게 수상하다. 어쩌면 세인트가 홀로 바알이라는 마계 최강의 존재와 싸움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런 것치고는 탑이 너무 조용한 것 같지만 말이다.
―윌슨, 난 괜찮다. 어서 탑으로 올라와라!
귀에 파고드는 세인트의 메시지 마법.
다행히 녀석의 음성에선 다급함이 묻어나지는 않는다. 별다른 위험이 없다는 의미일 터다.
탑을 올려다보면서 거리를 가늠했다. 탑의 높이는 대략 강철 거인의 세 배 정도의 높이.
10미터 높이의 성벽도 단번에 넘는 능력을 지닌 나다. 비록 탑의 높이가 30미터는 훌쩍 넘는 높이였으나, 강철 거인에 탑승한 이상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강철 거인의 가슴에 장착된 드래곤 하트의 마나가 간당거리긴 하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마르바스를 생각보다 빨리 해치운 탓에 여유가 생긴 까닭이다.
비룡보법의 광룡질풍의 수법으로 두 다리에 내공을 집중했다. 슬쩍 무릎을 굽혔다가 펴면서 힘차게 지면을 박찼다.
쿠궁!
묵직한 진동음과 함께 강철 거인의 거체가 수직으로 솟구쳤다.
“……!”
탑 위의 상황을 확인하고서 눈을 크게 떴다.
콰앙!
바닥에 착지하고서야 녀석이 어째서 메시지 마법으로 내게 대화를 시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세인트! 이 잡종 놈이 마왕의 자리에 앉았어도 내가 귀엽게 봐주었거늘! 네놈은 마계를 배신하고 인간의 편에 선 것이냐! 천족만도 못한 놈!”
마법진에 상체만 드러난 거대한 존재가 바락바락 악을 쓰고 있었다.
굳이 녀석의 정체 무엇인지는 궁금해 할 필요도 없다. 마르바스를 비롯한 마왕들이 불러내려던 존재가 ‘바알’이라는 놈이었으니까.
세인트의 정체를 까발리면서 욕을 하고 있었으니, 사일런스 마법을 펼쳐둔 게 틀림없었다.
“네놈은 또 뭔가!”
바알이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고함을 질렀다.
“세인트. 이 자식이 바알이냐?”
그러나 살포시 녀석의 말을 씹어 주면서 물었다.
꼴을 보니 나오지도 못하고 저 상태로 꼼짝도 못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맞아!”
“왜 저러고 있는 거냐?”
“마법진이 확장하지 못하도록 내가 대신 기운을 흡수하는 중이다. 네가 저 녀석 좀 처리해 줘야겠다.”
세인트가 오른손을 번쩍 치켜든 채로 바알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하늘에 떠 있는 시커먼 먹구름의 끝이 세인트의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가는 중이라는 걸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마법진으로 흘러가야 할 기운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직접 해치우지 그랬어?”
“이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수인을 맺을 수가 없잖아! 고위 마법을 사용하는 건 무리다!”
세인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인트! 네놈은, 네놈은 인간과 붙어먹었구나! 퉤에!”
세인트와 대화하는 중에도 계속 꽥꽥대면서 소리를 지르던 바알이 침을 뱉으면서 화를 냈다.
“그 새끼 참 시끄럽네.”
녀석에게 다가가 발을 들어 사커킥으로 주둥이를 힘껏 걷어찼다.
뻐억! 꽈드득!
엄청난 타격음과 함께 녀석의 이빨 부러지는 감촉이 발끝에 전해진다.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작정하고 걷어찬 발차기에 무사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어쨌든 강철 거인은 마왕을 상대하기 위해서 제작한 병기.
이 정도 위력을 발휘하는 게 당연한 거다.
“크아아아아!”
씩씩대면서 소리를 지르던 바알은 시커먼 피와 부러진 이빨을 토해 내면서 비명을 질렀다.
“윌슨, 창을 빼앗아서 골통을 부숴 버려! 그러면 놈은 마계에서 완전히 소멸할 거다.”
“오, 그래?”
세인트의 말을 듣고서 반색했다.
이런 놈이 또 인간계에 나오겠다고 껄떡대면 피곤한 일이다. 그런데 완전히 소멸 시킬 수 있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아, 안 돼!”
이빨이 뭉텅이로 뽑힌 주제에 용케 제대로 된 발음으로 소리치는 바알.
“어디서 앙탈질이야?”
녀석에게 한마디 툭 던지고는 몸통과 쩍 달라붙다시피 밀착된 창날을 손으로 잡았다.
“안 된다! 허락할 수 없다! 내가 허락할 수 없다! 마신의 창만큼은 안 된단 말이다아!”
바알이 몸부림을 쳤지만, 하지 말란다고 관둘 리가 없다.
“넌 새꺄 누구 허락받고 인간계에 기어 나온 건데?”
녀석을 비웃으면서 창날을 쥐고서 그대로 쭉 잡아당겼다.
우두두둑!
“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바알.
어째서 비명을 지르는 것인지 알 것도 같았다. 마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손으로 창을 꽉 움켜쥐었던 게 틀림없다. 창을 뽑는데, 뭔가 부러지는 듯한 느낌이 손아귀에 전해진 것을 보면 말이다.
창을 뽑아내는 순간,
우직, 우지직!
“커헉! 끄으으으…….”
입에서 검은 피를 콸콸 쏟아 내면서 바알이 앓는 소리를 냈다.
“세인트, 이 자식 왜 이러냐?”
“마신의 창이 인간계에 나오려면 엄청난 마나가 필요해. 마나가 부족해져서 게이트가 바알의 몸통을 더 조이는 거다. 그러니까 잡소리 그만하고 빨리 해치워 버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버럭 고함을 지르는 세인트.
하늘 위에 떠 있는 암흑의 기운을 흡수하는 게 힘에 부치는 모양이다.
녀석이 쓰러지면 바알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그럼 다시 또 끔찍한 싸움을 해야 할 터다. 장난할 시간이 없다.
두 손으로 창을 거꾸로 쥐고서 바알을 겨누었다.
“끄으으으… 아, 안 돼! 그러지 마라, 살려, 살려 다오.”
바알이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선 애원한다.
“남자답게 죽어 이 자식아!”
크게 소리치고서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푸거걱!
창날이 바알의 두개골을 부수면서 파고드는 섬뜩한 느낌.
잠시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이제껏 상대했던 마왕과 달리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재가 되어 흩어지지 않는다.
“윌슨, 밟아! 마계로 쑤셔 넣어 버려!”
“오케이!”
창대를 쥐고서 축 늘어진 바알의 어깨와 머리통을 마구 짓밟았다.
몸통이 짓이겨지면서 구겨지듯 마계와 이어진 게이트로 들어가는 바알.
“휘유!”
검붉은 피가 묻은 창을 손에 쥔 채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잘했다, 윌슨! 헉, 헉…….”
바알이 마계로 밀려들어가면서 게이트가 닫히자, 세인트가 그제야 치켜들었던 오른손을 내리면서 숨을 몰아쉬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던 어둠의 기운이 게이트가 사라지는 바람에 갈곳을 잃고 서서히 흩어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해낸 거냐?”
어쩐지 싱거운 느낌에 세인트에게 물었다.
녀석의 확답을 듣지 않고서는 일이 끝났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 끝났다. 그리고 바알 그 자식, 여자다.”
“…그 얼굴이?”
“심지어 마계 최고의 미녀다.”
세인트가 토 나온다는 얼굴로 중얼거린다.
어째서 녀석이 마계를 박차고 인간계로 튀어나왔는지 알 것도 같다.
불쌍한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