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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미스 24화

무료소설 카르미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6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카르미스 24화

 제9장 2차 전직 (1)

 

“크아아아~!”

“카르미스님! 부탁합니다!”

“네…….”

판월의 한 고렙 사냥터.

트롤과 오우거가 자주 출몰하여 최소 45렙 이상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이곳에서 나와 라딘 일행은 꽤 수월하게 사냥하고 있었다.

날 제외한 모두가 헬렙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장비 또한 빵빵했기에 거칠 게 없었다.

단, 약간의 문제점이 있었으니 바로 늙은성직자와 어린마법사. 이들 부녀의 환상(?) 콤비플레이 때문이었다.

“저주받을지어다!”

파아앗~!

“에잇! 불공~!”

콰앙~!

“…….”

판월에서는 자신의 스킬 이름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데, 늙은성직자의 ‘저주받을지어다.’는 다름 아닌 ‘힐(Heal)’이었고, 어린마법사의 ‘불공’은 ‘파이어 볼(Fire Ball)’을 그대로 한글화한 것이다.

라딘은 이미 익숙해졌는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사냥에 몰두했지만, 난 아니었다.

힐을 받으면서도 왠지 기분이 꺼림칙했고, 유치한 마법 이름을 들을 때마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리도 또 한 가지 껄끄러운 점이 있었으니, 바로 내 레벨이었다.

50레벨이라는 것을 알릴 수 없기 때문에 비공개로 한 것이 오히려 49레벨이 아닌 걸로 의심을 사게 된 것이다.

쿵~!

간단하게 트롤을 처리하자 어느새 다가온 라딘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카르미스님 실력은 저희가 충분히 인정하고 있으니까 그냥 레벨을 공개하시죠. 어차피 49레벨에 근접하신 듯한데…….”

“그게… 나름 사정이 있어서요.”

“쩝. 그러시다면 할 수 없지만… 왠지 자꾸 숨기려 하시니까 더욱 궁금해지네요.”

“하하…….”

가장 평범할 거라 생각했던 라딘은 의외로 끈질긴 면이 있었다.

늙은성직자와 어린마법사는 내가 레벨을 비공개로 했음에도 거기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이유를 물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라딘은 처음 출발할 때부터 이유를 물어보더니, 내가 실력을 보일 때마다 레벨을 넘겨짚으며 물어온 것이다.

다들 전투에는 전문가 수준이었기에 오우거가 출몰해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사냥이 가능했지만, 나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파티한 지 30분 만에 나가기도 뭐했기에 꾹 참는 중이었다.

‘끄응~ 30분만 더 사냥하고 그만둬야지.’

이미 퀘스트 아이템인 오우거의 어금니를 획득한 상태였기 때문에 대충 시간만 때우다 갈 생각이었다.

헬렙 돌파 이후 경험치도 그럭저럭 잘 오르게 되었지만, 이계에 익숙해진 내가 판월의 오우거나 트롤이 주는 경험치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그저 시간이 아까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때우던 중.

“크어어어~!”

“헉?”

“트윈 헤드 오우거!”

“이런! 다들 후퇴하세요!”

오우거 서식지에서 너무 깊이 들어와서일까? 현재까지 아무도 잡지 못했다는 오우거의 강화판, 트윈 헤드 오우거가 출몰하였다.

트윈 헤드 오우거는 말 그대로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오우거였는데, 기존의 오우거보다 두 배나 강력한 파괴력과 속도를 자랑했기에 현존하는 최강 던전의 보스. 킹카우와 거의 동급으로 분류되는 지극히 위험한 녀석이었다.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세요!”

유저들보다 월등이 빠른 속도를 가진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때문에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도록 지시한 라딘은 곧바로 오우거의 왼쪽 머리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퓻~!

“우워어어어~!”

라딘의 화살에 맞은 트윈 헤드 오우거는 곧바로 라딘을 향해 달려들었다.

도망치던 나머지 일행들은 그 모습을 보고 놀란 눈으로 라딘을 바라보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다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저는 궁수라서 언제든지 나무 위로 후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전에 최대한 멀리 도망가세요!”

“아, 알았어요.”

“고맙네!”

라딘의 말에 안심했는지 늙은성직자와 어린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후퇴하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주변에 서서 트윈 헤드 오우거를 바라볼 뿐이었다.

“카르미스님!”

라딘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트윈 헤드 오우거의 습성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차 전직 퀘스트 때문에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오우거에 관련된 정보를 모았고, 이내 트윈 헤드 오우거에 대한 정보도 볼 수 있었는데, 그중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상대가 나무 위나 공격하기 애매한 곳으로 도망갈 경우, 주변의 바위를 집어 던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명중률 또한 엄청나게 높아 오히려 나무 위로 올라간 유저는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어 가장 먼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아는 이상 일행이 헛되이 죽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

“나무 위로 올라가는 순간 바위에 맞아 죽을 겁니다.”

“헉! 그, 그걸 어떻게…….”

놀라며 대답하는 내용을 보아 라딘도 알고 있었던 걸로 보였다. 한마디로 자신을 희생하여 나머지 일행들을 살리려 한 것이다.

그 모습에 감동해야 정상이었지만,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놈은 제가 맡죠. 라딘 씨도 도망치세요.”

“아, 아닙니다! 바위를 던질 때 옆의 나무로 옮겨간다면…….”

라딘과 내 사이에 있는 트윈 헤드 오우거는 두 개의 머리가 각각 라딘과 나를 바라보며 어느 쪽을 먼저 죽일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약간이나마 대화할 수 있는 것이지만.

“멍청한 짓 하지 마세요. 헬렙 때 죽으면 경험치 복구하는 것도 힘들다는 걸 모르나요?”

사망 시 소지하고 있는 아이템이 30% 확률로 떨어지는 것과 20% 경험치 하락, 그리고 24시간 접속불가라는 엄청난 페널티가 존재했다.

그중 헬렙에 도달한 유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20%의 경험치 하락이었다.

아이템은 아직 레어급 아이템들이 등장하지 않았기에 아무리 비싼 장비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하루 이틀 사냥하면 복구가 가능했다.

하지만 헬렙 때 20%의 경험치 하락은 하루 이틀로 가능한 문제가 아니었다.

최소 한두 달은 사냥해야 간신히 복구되었고, 그것도 중간에 죽어버리는 경우를 대비하여 최대한 안전한 곳이 아니면 편하게 사냥하기도 힘들었다.

때문에 49레벨이 된 유저 대부분이 레벨 업은 포기한 채 아이템 사냥을 목표로 판월을 즐기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죽을 때의 경험치가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저는 헬렙이 아닙니다. 죽어봤자 금방 복구되니까 걱정 마시죠.”

“하, 하지만…….”

내 말에 약간 흔들린 듯 강한 부정을 못하던 라딘은 이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접속하시면 제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장비를 복구해 드리겠습니다.”

이미 던전 레이드가 아닌 필드 오우거를 잡으러 왔을 때부터 경험치를 목적으로 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때문에 남은 두 일행들도 몸을 사린 것이고, 라딘 역시 더 이상 거부하지 못하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크어어어~!”

이윽고 라딘까지 후퇴하자, 그동안 대상을 고르던 트윈 헤드 오우거는 커다란 포효와 함께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마 단숨에 날 제압하고 라딘을 쫓아갈 생각인 듯, 오른쪽 머리는 여전히 멀어져가는 라딘을 주시하고 있었다.

“훗! 그렇게 놔둘 수 없지.”

나 역시 트윈 헤드 오우거를 상대할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이계처럼 끔찍한 고통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두려움 따위 느껴지지 않았다.

“우어어~!”

부웅~!

“이크!”

엄청난 속도로 휘두른 몽둥이를 가까스로 피한 나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하였다.

“연속 베기!”

쉬쉬쉬쉭!

찌르기보다는 베기가 몸을 가누는데 있어 용의했기에 연속 베기가 발동하는 와중에도 트윈 헤드 오우거의 움직임을 주시한 나는 이내 한쪽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쾅~!

어느새 내가 서 있던 곳에는 거대한 트윈 헤드 오우거의 몽둥이가 내려앉았고, 그 파편이 날아와 내 얼굴을 강타했지만 내 눈은 여전히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쿵! 쿵! 쿵!

머리가 두 개인 것은 그만큼 주변을 살피기 용의하다는 뜻. 내가 피하는 것과 동시에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온 트윈 헤드 오우거는 다시 거대한 몽둥이를 휘둘렀다.

부웅~!

콰직!

“윽!”

이번에도 피한다고 몸을 날렸지만, 왼쪽 다리가 기이한 각도로 꺾이며 뭉개지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트윈 헤드 오우거의 공격속도가 상상을 초월한 것이다.

“젠장! 이건 너무 빠르잖아?”

공격방식은 이계의 몬스터들에 비하면 단조롭기 그지없었지만, 이계처럼 공기의 저항과 같은 법칙이 존재하는 게 아니었기에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지는 몽둥이도 피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우어어어~!”

내가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돼서인지 한결 여유롭게 몽둥이를 들어 올린 트윈 헤드 오우거는 그대로 쓰러져 있는 나를 향해 내리찍었다.

콰직~!

 

[HP가 부족해 전사하였습니다. 사망에 의한 페널티로 인벤토리에 소지하고 있는 아이템이 30%확률로 떨어지며, 경험치가 20% 하락합니다. 이후 24시간 동안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10초 뒤 자동 로그아웃 됩니다. 10, 9, 8, 7…….]

 

푸슝~!

“망할~!”

캡슐에서 나온 나는 가장 먼저 욕부터 날렸다.

사냥 가기 전에 대부분의 아이템들을 경매장에 등록시켰고, 이미 헬렙도 돌파해 두었기에 경험치도 아깝지 않았다.

다만 오늘 처음 만난, 그것도 30분 정도 사냥한 것이 고작인 일행들을 위해 죽어야 했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휴~ 내가 미쳤지.”

평소라면 남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나섰던 이유는 이계 때문이었다.

최근 판월과 이계가 점점 혼동되어 살인까지 할 뻔했던 이후로 되도록 인륜은 지키자는 생각에 많은 노력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판월에서도 적용되어 게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내버려둘 수 없었던 것이다.

“샤워나 하고 자자.”

캡슐에 들어가기 전 이미 샤워를 했었지만, 산만한 정신을 추스르기 위해서라도 뜨거운 물에 몸을 뉘일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계에서도 페널티가 적용되던가?”

욕실로 향하던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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