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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미스 23화

무료소설 카르미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카르미스 23화

 제8장 패치 (3)

 

“후우~!”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난 가장 먼저 샤워를 한 뒤 TV를 시청하였다.

머리가 젖은 상태로 캡슐에 누우면 기분이 상당히 불쾌했기에 시간도 때울 겸 저녁식사를 하며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쩝쩝. 볼 만한 게 없네.”

평소 TV를 즐겨보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적당히 채널을 돌리다가 끄려던 나는 이윽고 눈에 익은 화면이 나오자 리모컨을 내려놓으며 주시하였다.

“엥? 저건 판타지 월드잖아? 언제 저런 방송이 생겼지?”

TV에서는 실제로 판타지 월드에 접속했을 때 보이는 시점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헤에~? 저게 레이드 퀘스트인가?”

던전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여덟 명 정도로 보이는 파티가 수많은 몬스터들을 무찌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실제 화면의 주인공이 상황에 맞춰 해설까지 하고 있었기에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윽고 던전 마지막 방에 도착했는지 문 앞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보였고, 정비를 마치고 문을 열자 처음 보는 거대한 몬스터가 일행들을 맞이하였다.

“오! 저게 보스인가?”

몬스터의 이름은 ‘킹카우’라는, 이름 그대로 거대한 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크기는 이계의 오우거와도 견줄 정도로 거대했는데, 여덟 명의 맹렬한 공격에도 끄떡 않는 모습이 질리기까지 하였다.

“워… 저런 걸 어떻게 잡으라고. 완전 전멸할 분위기네.”

역시나 내 예상대로 파티는 킹카우를 처치하지 못한 채 전멸이라는 쓴맛을 맛봐야 했고, 이내 스튜디오로 화면이 바뀌며 해설자의 말이 들려왔다.

[아~ 정말 아쉽군요. 49레벨의 헬렙 유저들이 모였음에도 결국 킹카우를 잡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플레이 영상을 공개해 주신 ‘두루미’님과 나머지 유저 분들께는 감사의 의미로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어서 판타지월드 패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응? 패치?”

판월 홈페이지는 거의 확인하지 않았기에 패치에 대한 걸 몰랐던 나는 이내 밥 먹는 것도 중단한 채 방송을 주시하였다.

[가장 먼저 아이템 가격의 하락입니다. 대체적으로 물약과 기타 비싸서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아이템들의 가격이 소폭 하향하며, 대신에 물약의 경우 인벤토리 한 칸 당 최대 20개까지만 묶을 수 있게 수정됩니다. 여기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말하자면…….]

설명을 듣던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캡슐로 들어갔다.

캡슐의 다른 기능이라면, 바로 컴퓨터 기능까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방구석에 놓인 내 노트북은 점점 먼지가 쌓여갔지만, 어차피 5년 전에 산 거라 고철이나 다름없었기에 거의 버리다시피 방치하였다.

서둘러 인터넷 모드로 바꾼 나는 판월 홈페이지로 접속하였다.

방송에서 말했던 물약 외에 다른 아이템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이건가?”

이윽고 홈페이지를 둘러본 나는 패치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공지를 클릭하였다.

 

[판타지 월드 1.5 패치사항]

 

안녕하십니까. (주)프리즈입니다.

 

11월 3일(금) 서버 점검을 통해 진행될 패치 예정사항을 안내해 드립니다.

게임 이용에 참고하셔서 더욱 즐거운 판타지 월드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 11월 3일(금) 패치 내역 상세 안내.

 

1. 일부 아이템 가격 하향.

- 상점에서 파는 물약의 가격이 하향 됩니다.

물약은 20개당 인벤토리 한 칸을 차지합니다.

- 마법주머니의 가격이 소폭 하향됩니다.

가격이 20% 하향 조정되며, ‘세리안과의 내기’ 퀘스트로 입수 가능한 마법주머니의 기능이 20칸 → 10칸으로 줄어듭니다.

기존에 20칸을 다 채워둔 경우 자동적으로 인벤토리로 이동되며, 인벤토리 역시 공간이 부족할 경우 우편함을 통해 수령이 가능합니다.

- 일부 재료 아이템을 상점에 판매 시, 가격이 소폭 상향 됩니다.

 

2. 마법사 엑티브 스킬 ‘메모라이즈(Memorize)’ 추가.

- 전투 전 미리 마법을 기억해두는 것으로, 메모라이즈한 마법의 경우 주문과 MP소모 없이 곧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같은 종류의 마법을 중복해서 메모라이즈 할 수 없으며, 24시간 쿨타임이 존재합니다.

-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메모라이즈 할 수 있는 마법의 개수가 늘어납니다.

 

언제나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는 판타지 월드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오!”

패치사항을 읽어본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다른 것은 아무런 상관없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바로 마법주머니의 가격조정이었다.

“흐흐… 이게 웬 떡이냐.”

적어도 몇 달은 기다리든가,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한 좌절 퀘스트가 단 며칠 만에 완료가 가능해졌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3일이라면… 이틀 후잖아? 좋아!”

이로써 두 가지 고민거리 중 하나가 해결된 셈이었다.

남은 한 가지는 2차 전직이었다.

회사에서도 그 일로 많은 생각을 하였지만, 결론은 그냥 돈이나 벌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마을을 찾아야 했다.

“에휴~ 그것도 문제네.”

이미 일주일 넘게 한쪽 방향으로만 걸어왔기에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계속 전진하자니 과연 마을이 나올지도 의문이었던 것이다.

“별 수 있나. 쩝.”

이왕 이렇게 된 것. 지금처럼 계속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전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정한 나는 이내 다시 거실로 나가 남긴 식사를 마저 하였고, 설거지까지 마친 후에야 판월로 접속할 수 있었다.

 

[판타지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카르미스님.]

 

“후우~”

이계로 가지 않고, 판월로 접속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2차 전직 퀘스트인 보모스의 시험을 두 번째까지 완료하기 위해서였다.

언제 또 헬렙 패치가 이루어질지 모르는 일이었기에 최대한 가능한 것은 해두어야 했다.

“퀘스트 창 오픈!”

 

[2차 전직 퀘스트 - 보모스의 시험]

2차 전직을 위한 전사 길드장 보모스의 세 가지 시험.

첫 번째 시험 : ‘오우거의 어금니’를 획득하라.《자세히 보기》

두 번째 시험 : ‘오우거의 어금니’를 반지 형태로 세공하라.《자세히 보기》

세 번째 시험 : 세공한 반지에 마법적 능력을 부여하라.《자세히 보기》

 

퀘스트 보상 : 2차 전직(선택)

 

퀘스트 창을 열어 다시 한 번 내용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경매 게시판으로 향하였다.

예전에 옵션 좋은 무기를 등록해 두고 일주일이 넘도록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다 그 랍스터인지 라스터인지 하는 귀족 때문이야.”

그때의 사건 이후 한동안 레벨 업에만 신경을 집중했기에 아이템을 등록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 보자…….”

경매 게시판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내가 등록한 물품들을 살펴보았다.

예전에 신카이라는 유저에게 팔았던 장비가 개당 50실버였다. 경매장에 등록한 것들은 좀 더 좋은 장비였기에 적어도 70실버는 나갈 거라 예상했다.

“헉?”

총 일곱 개의 장비를 올렸기 때문에 하나하나 팔린 가격을 살펴보던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최소 낙찰 가격이 2골드. 그리고 가장 옵션이 좋았던 검은 무려 4골드라는 가격에 팔린 것이다.

“이, 이게 전부 얼마야?”

계산해 본 결과 총 19골드 65실버라는 생각지도 못한 가격이 나온 것이다.

“이, 일단 찾아야지.”

떨리는 마음으로 돈을 수령한 나는 곧바로 인벤토리를 열어보았다.

지난 일주일간 사냥하면서 죽은 몬스터에게서 얻은 무기와 장비들이 인벤토리에 가득 차 있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아이템을 집어든 나는 이내 모든 장비를 개당 1골드에 등록하였다.

단 일곱 개가 20골드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선물해 주었는데, 이번에 등록한 장비는 그 개수만도 30개가 넘었고, 4골드에 팔린 검보다 좋은 장비도 다섯 개나 있었다.

“흐흐… 마을을 찾을 필요도 없겠네.”

이런 방식이라면 굳이 가죽을 팔 필요도 없었다. 그저 사냥하며 몬스터에게 얻은 장비만 팔아도 그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굳이 마을을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나는 보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모든 장비를 등록시켰다.

“좋아. 이제 퀘스트나 하러 가볼까?”

흐뭇한 미소로 경매장을 나온 나는 곧바로 유저들이 모인 광장을 향하였다.

“오크 로드 레이드 하실 30렙 이상 모십니다!”

“언데드 던전 가실 성직자님 급구해요~!”

“템 사냥 갑니다! 헬렙 환영!”

“울프 가죽 퀘스트 같이 하실 분!”

와글와글.

광장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파티원들을 구하고 있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템 사냥 인원을 모집하던 유저에게 다가갔다.

“저기. 물어볼 게 있는데요.”

“아, 네. 말씀하세요.”

내 물음에 고개를 돌린 유저 외에도 두 명의 유저가 더 있었다. 헬렙 위주로 구하는 걸로 봐서는 보스 레이드가 유력해 보였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다.

“혹시 보스 레이드 가시는 건가요?”

“네? 아뇨. 그냥 넷 정도만 파티해서 오우거와 트롤 사냥을 할 생각입니다만…….”

오우거의 어금니를 먹어야 하는 나에게 그야말로 딱 맞는 파티였다. 현재 세 명이 모여 있으니 나까지 끼면 바로 출발이 가능하다는 뜻.

“저도 합류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실례지만 레벨과 직업이 어떻게 되시죠?”

“헬렙 검사입니다.”

“오! 잘됐네요. 저희도 지금 근접격수가 없어서 고민 중이었는데.”

“그런가요?”

자세히 보니 뒤에 서 있는 유저들은 성직자와 마법사였고, 나와 대화를 나누는 유저는 등에 활을 착용하고 있었다.

“아이디를 알려 주시겠어요? 제 아이디는 라딘입니다.”

“카르미스입니다.”

파티를 하기 위해서는 아이디를 공개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라딘’님께서 카르미스님을 ‘아이템 사냥’파티에 초대하였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초대 메시지를 승낙한 나는 이내 허공에 뜬 파티 창을 통해 나머지 파티원들의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오… 전부 49렙이잖아? 엥? 그런데 무슨 아이디가…….’

마법사와 성직자로 보였던 이들의 아이디가 꽤 황당했다.

그런 내 기분을 알아서일까? 라딘이 역시 머리를 긁적이며 동조하였다.

“하하. 조금 황당하시죠? 저도 처음에는 그랬답니다.”

“그, 그렇군요.”

둘의 아이디는 바로 ‘늙은성직자’와 ‘어린마법사’였다.

늙은성직자는 대충 봐도 40대 중반 정도로 보였고, 어린마법사는 10대 중후반 같았다. 그렇다는 것은…….

“설마 부녀지간?”

“맞네.”

“네. 맞아요.”

“쿨럭…….”

아버지와 딸이 같이 게임을 즐기다니, 그것도 저런 황당한 아이디로 말이다.

라딘은 날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럼. 슬슬 가볼까요?”

“네.”

“그러지.”

“…….”

여전히 황당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결국 라딘이 팔을 잡고 끌어줘서야 마을 밖으로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렇게 판월에서의 첫 파티사냥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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