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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미스 21화

무료소설 카르미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카르미스 21화

 제8장 패치 (1)

 

에테르 계(界).

내가 이계(異界)라고 부르는 이곳은 천계, 마계, 환수계, 정령계, 물질계라는 총 다섯 개의 차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모든 차원의 중심에 위치한 물질계는 혼돈의 중심인 환수계를 제외한 모든 계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간섭하는 곳이었다.

덕분에 그 어떤 차원보다 다양한 종족이 존재했고, 그만큼 균형이 깨질 우려가 많았기에 가장 많은 신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조화를 이뤄나가고 있었다.

물질계에 존재하는 대륙들 중 가장 거대한 크로노스 대륙.

그 동남쪽에 위치한 세르본 왕국은 420년 전의 지각변동으로 인해 수많은 몬스터 산맥이 주변을 둘러싼 천연요새의 지형을 갖춘 나라였다.

덕분에 타국의 침입은 걱정 없었지만, 사방에서 몰려오는 몬스터들로 인해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고, 지금에 와서는 용병들의 비율과 평균 전력이 가장 높은 나라로 유명했다.

하지만 세르본 왕국의 용병들도 꺼려하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최남단에 위치한 히얀 산맥이었다.

히얀 산맥은 다른 곳의 세 배에 달하는 몬스터 분포도를 자랑했고, 그 종류도 다양해 군대를 파견하지 않는 이상 토벌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아니, 지난 420년간 토벌을 위해 수많은 군사들을 파견했지만, 이상하게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 엄청난 숫자로 불어났기 때문에 결국 마을 성벽을 강화하여 침입하는 몬스터들만 처리하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마을로 다가오는 몬스터들의 숫자는 다른 곳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영주도 굳이 토벌한답시고 병사를 내보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 히얀 산맥 깊숙한 곳에서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비전술! 찌르기!”

피피피핏!

“크어어~!”

쿵!

히얀 산맥 안의 이름 모를 숲 속을 걷던 나는 눈앞에 쓰러진 트롤을 바라보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후우~!”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정확히 일주일이었다.

꼬박꼬박 회사를 나가며 저녁에만 몇 시간 동안 접속하던 난 헬렙이 예상보다 깨기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는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새벽까지 몬스터를 사냥하였다.

난 이곳이 히얀 산맥이라 불리는 것도, 계속 걸어가면 세르본 왕국이 나온다는 것도 몰랐기에 끝없이 펼쳐진 산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이러다가 미아 되는 거 아냐?”

처음 무턱대고 숲으로 들어갈 때만 해도 한쪽 방향으로만 걸어가면 분명 마을이나 사람이 다니는 길가가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일주일째 빽빽한 숲과 산이 이어졌기에 이젠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99%라는 경이적인 경험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 마리만 잡으면 되겠군.”

이곳에 출몰하는 몬스터들은 거의 마리당 1~2%의 경험치를 주었다.

하지만 49레벨까지 잡았던 오크와 오우거들의 경험치를 생각해 보면 계산이 맞지 않았다.

“도대체 두 배라고 말한 녀석이 누구야?”

오우거 두 마리에 어마어마한 폭렙이 가능한 이곳에서 겨우 2%의 경험치를 얻었다는 것은 적어도 열 배의 경험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50레벨을 찍으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은 사냥해야 했다. 과연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사냥만 할 유저가 있을까? 페인들이라면 몰라도, 평범한 유저들은 1년도 무리였다.

“설마. 일부러 막아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2차 전직을 가진 유저가 탄생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듯싶었다.

가끔 초보와 고렙들 간의 밸런스 유지를 위해 일정 레벨부터 극악의 경험치를 책정하거나 만렙의 기준을 낮게 잡아두는 게임이 많았던 것이다.

“이거 괜히 전직했다가 버그 사용자로 고소당하는 거 아냐?”

순간 망설이던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해지기로 결심한 이상 멈출 순 없지.”

최초의 2차 전직이 탄생하면 운영진 측에서도 알아차릴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기록된 내용을 토대로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겠지만, 딱히 제재를 가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판월 자체가 불법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컴퓨터가 아닌 캡슐이라는 특수한 기계로 접속하는 것이기에 그런 프로그램 자체가 적용되지 않았고, 결국 내가 이상한 방법으로 레벨을 올렸다는 것을 알아도 그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상 내 캐릭터에 간섭하지 못했다.

“좋아!”

마음을 정한 나는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다시 돌아가기에도 너무 먼 거리였기에 계속 전진할 작정이었다.

그렇게 걷기 시작한 지 10여 분 후, 드디어 기다리던 마지막 재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워어어~!”

“호오~? 대박인데?”

이번에 나타난 몬스터는 오우거였다.

판월과는 덩치부터 다를 정도로 거대하고 흉악하게 생겼지만, 실제 전투를 치러 보면 오히려 판월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이 훨씬 강력했다.

내가 판월에서 사냥해 본 몬스터라고는 1차 전직 이전의 초보용 몬스터들이 전부였지만, 49레벨의 고렙 유저들조차 오우거 한 마리 상대하려면 파티를 해야 할 정도였으니, 이곳의 몬스터들은 생긴 것만 무서울 뿐 오히려 상대하기 쉬웠다.

그렇다고 모든 몬스터들이 판월보다 약한 것은 아니었다.

오크 같은 경우 판월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인간처럼 머리를 사용할 줄 알았기에 약간이나마 전략전술을 사용해 오기도 했다.

또한 고블린은 판월보다 작은 몸짓임에도 오크에 비견될 정도의 괴력과, 항상 수십 마리가 몰려다니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광역기가 별로 없는 내게는 가장 까다로운 상대 중 하나였다.

때문에 오우거나 트롤같이 무리 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대형 몬스터가 오히려 상대하기 편했고, 경험치도 훨씬 많이 줬기에 그 흉포한 모습을 보면 오히려 반길 정도였다.

“우어어어~!”

괴성을 지른 오우거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지만, 그 단순무식한 그 공격에 당할 내가 아니었다.

부웅~!

내 몸통만 한 팔뚝으로 거대한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살짝 몸을 낮추어 피한 나는 그대로 스킬을 발동하였다.

“연속 찌르기!”

푸푸푸푸푹!

“우어어~!”

순식간에 총 열 번의 찌르기를 마친 나는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상처를 입은 오우거가 하는 행동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웅~! 부웅~!

“우워어어어~!”

콰직!

콰지직~!

고통과 분노로 사방을 향해 팔을 휘두르던 오우거는 이내 다섯 그루의 나무를 꺾어버린 후에야 무릎을 꿇었다.

쿵!

“훗! 확실히 트롤보다는 상대하기 편하네.”

트롤은 그 경이적인 회복속도로 인해 머리를 날리지 않으면 죽지 않았다.

하지만 오우거는 맷집만 좋을 뿐, 상처를 입히면 고스란히 그 고통을 느꼈기에 막무가내로 팔을 휘두를 때만 제외하면 그리 어려울 것 없었다.

혼자 광분하다 지친 오우거에게 다가간 나는 손에 들린 검으로 가볍게 목을 베었다.

서걱!

툭!

오우거의 목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연속 찌르기로 치명상을 입혀두었기에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고생한 모든 것을 보답해 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벨 업 하였습니다. 상태 창과 스킬 창에서 보너스 포인트를 확인하세요.]

[2차 전직이 가능합니다. 전사 길드장 ‘보모스’를 만나보세요.]

 

“아자~!”

드디어 헬렙을 돌파한 나는 환호성을 내지르며 상태 창을 확인하였다.

“상태 창 오픈!”

 

[카르미스] - 호칭 없음

 

[레벨] 50 [직업] 검사

[명성] 1 [성향] 무

 

[HP] 292/292 [MP] 52/52

 

[ 힘 ] 3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물리공격력이 증가합니다.

[방어] 9 - 이 수치가 높을수록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체력]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최대 HP와 회복속도가 증가합니다.

[민첩]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원거리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재주]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제련할 수 있는 물품의 종류가 증가합니다.

[감각]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제련의 성공률이 증가합니다.

[지능]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마법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지혜] 5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최대 MP와 회복속도가 증가합니다.

[ 운 ] 1 - 이 수치가 높을수록 크리티컬 확률이 증가합니다.

 

[쾌검] 20 - 이 수치가 높을수록 검의 공격속도가 증가합니다.

[끈기] 9 - 이 수치가 높을수록 지구력이 증가합니다.

 

[Bonus Status] 1 - 레벨 업 시 1포인트씩 주어집니다.

 

레벨 업에 따른 변화는 별로 없었지만, 능력치를 한 개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사냥을 하면서 능력치 1이라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걸 느꼈기에 초반 방어에 올린 포인트 4개가 너무 아까울 정도였다.

“일단 끈기는 10에 맞춰야겠군.”

끈기가 높을수록 지구력이 증가해 쉽게 지치지 않는다.

하지만 판월에서는 끈기를 올리는 유저가 없었다. 잠깐 앉아서 쉬면 HP, MP보다 스태미나가 먼저 회복되는데, 하등 찍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심각한 상처를 입어도 잠시 앉아서 쉬면 자연 치유력으로 회복되는 판월과는 달리, 이곳 이계에서는 상처회복은 둘째치고 실제와 같은 고통마저 고스란히 남았던 것이다.

또한 스태미나 역시 현실처럼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회복되었기에 살아남으려면 끈기를 올려 쉽게 지치지 않아야했다.

“좋아. 그럼 스킬 창 오픈!”

 

[액티브 스킬]

연속 베기 Lv.20M - 빠른 속도로 검을 열 번 휘두른다. MP5소모

연속 찌르기 Lv.20M - 빠른 속도로 검을 열 번 찌른다. MP5소모

비전술(베기) Lv.6 - 빠른 움직임으로 전 방위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MP20소모

비전술(찌르기) Lv.6 - 빠른 움직임으로 전 방위를 향해 검을 찌른다. MP20소모

혼신의 일격 Lv.1 - 강력한 베기로 공격력의 150% 데미지를 준다. MP5소모

급소 찌르기 Lv.1 - 적의 급소를 가격해 20% 확률로 치명타를 가한다. MP5소모

기합 Lv.1 - 힘을 모아 10초간 공격력을 20% 상승시킨다. MP10소모/쿨 타임 1분

돌격 Lv.1 - 강력한 힘으로 적을 향해 돌진한다. MP10소모/쿨 타임 10분

 

[패시브 스킬]

명상 Lv.1 - 앉아 있는 동안 HP/MP의 회복치가 상승한다.

천 장비 Lv.1 - 천 옷 장비가 가능하며, 장비 시 HP/MP 회복속도가 상승한다.

사슬 장비 Lv.1 - 사슬 갑옷 장비가 가능하며, 장비 시 HP회복속도와 방어력이 상승한다.

 

[스킬 포인트] - 1

 

“음… 이건 남겨둬야 하려나?”

2차 전직을 하게 되면 분명 새로운 스킬이 추가될 것이다. 때문에 약간 망설이던 나는 그냥 비전술(베기)에 분배하였다.

“뭐, 새로운 스킬 중 좋은 게 있으면 나중에 올리면 되지.”

어차피 헬렙도 돌파했으니 다시 광렙이 가능한 상황이다.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디 보자…….”

능력치와 스킬의 분배를 마친 나는 이내 주변을 둘러보며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였다. 로그아웃을 하기 위함이었다.

“저기가 좋겠군.”

거대한 바위가 놓인 곳으로 다가간 나는 이내 그 밑 부분의 쏙 파인 곳으로 기어 들어갔다.

어차피 로그아웃 후 다음에 접속할 때만 다시 빠져나오면 되었으니, 다소 불편하더라도 별 상관없었다.

“끄응~!”

몸을 웅크린 채 바위 아래 몸을 숨긴 나는 그대로 로그아웃을 외쳤다.

 

[10초 뒤 로그아웃 합니다. 취소를 원하시면 ‘취소’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10, 9, 8… 삑! 로그아웃합니다. 판타지 월드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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