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미스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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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카르미스 15화
제5장 누워서 돈 벌기 (3)
지브와 총관의 인사를 뒤로한 채 저택을 나온 나는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크하하하~! 이제 난 부자다아아아!”
사실 비싸봤자 20론 정도로 생각했는데, 판월에서 고작 2론에 샀던 늑대 가죽이 이곳에서는 3골드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판매되었으니, 그야말로 누워서 돈 버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차마 지브와 총관이 있는 자리에서 웃을 수 없었던 나는 저택을 나오고 나서야 그동안 참았던 웃음을 내지른 것이고, 이런 내 행동은 따라 나온 페이가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인벤토리의 돈을 다시 확인한 나는 연신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마을을 돌아다녔고, 저녁때가 돼서야 페이에게 5론이라는 거금(?)을 수고비로 쥐어주며 돌려보냈다.
* * *
“룰루~ 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마을에서 떨어진 오크 출몰지역이었다.
이런 숲 속은 몬스터가 많아 사람들이 올 일이 없었기에 굳이 돈까지 쓰며 여관방을 잡지 않아도 언제든지 로그아웃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또 다른 목적도 있었으니…….
“취익~! 인간이다!”
“맛있는 인간! 취익!”
“취익! 취이익~!”
갑자기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세 마리의 오크를 발견했음에도 내 미소는 여전했다.
마을에서 3골드라는 거금을 벌었다면, 이곳에서는 폭렙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크하하~! 오늘 광렙 한 번 하는 거야!”
“취익~! 저 인간. 이상하다. 취익~!”
“미친 인간이다! 먹으면 탈난다. 취익!”
내 광소에 오크들마저 뒷걸음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경험치 덩어리를 놓칠 내가 아니었다.
“크하하! 연속 베기~! 연속 찌르기!”
파바바밧~!
“꾸에엑~!”
“취익! 오크 살려~!”
단번에 연속 베기와 찌르기를 이용해 오크들을 죽인 나는 이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취익! 인간이다!”
“취익~! 죽여…….”
“연속 베기!”
쉬쉬쉭~!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출몰하는 오크들의 숫자가 많아졌고, 그들을 발견하자마자 스킬사용을 병행하며 순식간에 목을 날려버렸다.
“취익…….”
털썩!
[레벨 업 하였습니다. 상태 창과 스킬 창에서 보너스 포인트를 확인하세요.]
이미 레벨 업을 알리는 메시지만 여러 번 들려왔지만 보너스 스탯이나 스킬을 올린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시간조차 아까웠던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오랜 시간 사냥했을까?
계속해서 오크들을 베어 넘기며 숲 안쪽으로 들어서던 나는 이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며 전신을 긴장으로 물들여야 했다.
수천 마리의 오크들. 바로 오크 부락이었다.
‘저것들을 전부 다 죽이면 도대체 경험치가 얼마야?’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차마 덤벼들 자신은 없었다.
실제 자신의 몸이 아니기에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는 것은 알지만, 그에 따른 고통은 실제와 흡사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오크들을 헤쳐 오면서 생긴 자잘한 상처들이 아직까지 욱신거릴 정도였으니, 광렙을 목표로 하지 않았더라면 힘들어서라도 로그아웃해서 판월에 갔다 왔을 것이다.
판월에서는 심각한 상처도 시간이 지나거나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었기에 그곳에서 완벽히 회복한 뒤 돌아오면 그만이었다.
이번 일로 이계에서는 작은 상처라도 현실처럼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죽음에 대한 걱정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일부 게임 시스템이 적용돼서일까? 아무튼 수천 마리의 오크들을 앞에 두고서도 두려운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죽을 때 찾아올 고통이 인상을 찌푸리게 할 뿐.
‘안 되겠군. 일단 근처에서 몸을 숨기고 로그아웃해야지.’
다행히 내가 있는 곳이 오크 부락보다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했기에 풍성한 수풀 뒤에 숨은 이상 발견될 염려는 없었다.
또한 몬스터 리젠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으니, 내가 죽인 오크들이 되살아나 뒤치기 당할 걱정도 없었다.
‘이쯤이 좋겠군.’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 나는 그대로 로그아웃을 시도하려 했다. 익숙한 소리만 들려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취익~! 인간 냄새가 난다!”
“취익! 근처에 있다. 취익~!”
‘정찰병인가?’
이곳의 오크들은 최소 3~5마리씩 무리를 지어 주변 숲을 정찰하고 다녔다.
그 모습이 상당히 신기했지만, 덕분에 위험부담을 줄인 채 사냥할 수 있었으니 나에겐 오히려 상대하기 좋은 숫자였다.
아니, 이제는 레벨도 상당히 올랐기 때문에 오크 열 마리가 달려들어도 가뿐히 이길 힘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대로 로그아웃했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을, 조금이라도 더 경험치를 얻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 실수였다.
“어이, 날 찾는 거냐?”
척!
“취익~! 저기 있다!”
“인간 발견! 취익! 전사들을 불러라!”
“취이이익~!”
“엥?”
이번 오크들은 그동안 상대했던 오크들과 반응이 달랐다.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이 아닌, 주변 동료들을 부른 것이다. 그것도 바로 옆의 오크 부락을 향해.
두두두두!
“마, 맙소사…….”
이윽고 오크 부락에 있던 오크들이 동료들의 부름에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왔고, 땅이 울릴 정도로 엄청난 숫자에 기겁한 나는 서둘러 로그아웃을 시도하였다.
[전투 중에는 로그아웃을 할 수 없습니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신 후 다시 시도해 주십시오.]
“컥!”
설마 이곳에서도 이런 시스템이 적용될 줄 몰랐던 나는 얼굴을 창백하게 굳힌 채 다가서는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수백? 아니, 수천 마리의 오크들은 숲을 빽빽이 둘러싼 채 날 포위하고 있었다.
쿵!
“취익~! 그대가 우리 오크들을 사냥한다는 인간인가!”
“헉…….”
오크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한 오크가 앞으로 나서며 내게 말했지만, 나는 숨을 들이켠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크라고 보기에는 너무 거대했던 것이다.
판월에서도 여러 종류의 오크가 있었지만, 저렇게 거대하지는 않았다.
마치 오우거와 비견될 정도의 거대한 덩치에 내 팔뚝만 한 송곳니에서 흘러내리는 침이 디테일하게 내 공포심을 자극하였다.
“취익~! 위대한 우리 전사들을 죽인 인간! 그 뼈다귀 하나 남기지 않고 씹어 먹어 주마!”
역시 대장이라 그런지 다른 오크들에 비해 ‘취익’거리는 숨소리가 적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감탄할 상황이 아니었다.
“전사들이여! 눈앞에 우리들의 원수가 있다! 취익~!”
“취이이익~!”
“취익! 전사들의 원을 풀어주자!”
“취이익~!”
대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천 마리의 오크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내가 할 일? 그런 거 없다. 그저 전 방위에서 날아오는 오크들의 도끼에 무참히 찍히는 수밖에…….
콰직!
퍽!
서걱~!
[HP가 부족해 전사하였습니다. 사망에 의한 페널티로 인벤토리에 소지하고 있는 아이템이 30% 확률로 떨어지며, 경험치가 20% 하락합니다. 이후 24시간 동안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10초 뒤 자동 로그아웃 됩니다. 10, 9, 8, 7…….]
푸슝~!
“컥! 하악~ 하악~!”
캡슐에서 나온 나는 죽기 직전에 느꼈던 끔찍한 고통을 생각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미 전신은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고, 머리가 찍혀 터져나가던 고통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았는지 두 손은 부들부들 떨려왔고, 속까지 메스꺼워 자연스레 욕지거리가 흘러나왔다.
“씨팔! 후우… 후우…….”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푼 나는 그제야 안정이 되는 것을 느끼며 욕실로 향하였다.
어차피 24시간동안 접속이 불가능했기에 샤워나 하고 잘 생각이었다.
“젠장! 날 새면서 광렙이나 하려고 했더니…….”
그때 서둘러 로그아웃했다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 테지만, 너무 힘에 고취되어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후우… 다음부터는 조심해야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지만, 그래도 벌써 세 번째 죽음이었다. 그것도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는 이계에서.
절대 적응되지 않는 그 고통을 생각해서일까? 온몸을 부르르 떤 나는 앞으로 다시는 죽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