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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90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5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90화

090 망인곡(亡人谷)(2)

 

 

 

 

 

금천을 떠난 지 3일 후 무혼은 앞을 막고 있는 일단의 무사들을 보며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동안 말없이 앞을 바라보던 무혼은 의외라는 듯한 목소리로 별호를 불렀다.

 

“창궁쾌검, 또 만나게 되는군요.”

 

별호가 불린 남궁장천도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혈랑환검, 우리가 만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는데 생각보다 인연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잘 지냈습니까?”

 

남궁장천을 노려보던 고명우는 무혼이 상대를 아는 듯하자 옆에서 물어보았다.

 

“공야 아우, 저자는 누군가?”

 

“남궁세가의 창궁쾌검 남궁 소협입니다. 정파의 후기지수 중에서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갖추었다고 하더군요.”

 

“과찬입니다. 저는 그저 조그마한 깨달음을 얻었을 뿐입니다.”

 

그 말을 들은 고명우는 얼굴을 찡그렸다.

 

“어째 대답하는 게 공야 아우와 똑같군. 쩝. 공야 아우의 모습을 보아하니 아우와 거의 비슷한 실력의 무공실력을 지녔을 듯하고. 대체 그 실력을 지니고 조그마한 깨달음이라는 말을 하면 나는 뭐가 되는 거지?”

 

투덜거리는 듯한 고명우의 말에 얼굴을 굳힌 채 서로를 노려보던 흑도의 무사들과 남궁장천이 이끌고 온 신룡대의 무사들의 입가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그러는 사이에 무혼의 귀에 화룡마편의 전음이 들려왔다.

 

[남궁 소협과 같이 있는 자들 모두 대단한 기도를 지니고 있소. 아무래도 이번에 각성을 한 백도의 신성들인 모양이오. 숫자도 비슷하니 저들과 부딪치게 된다면 무사히 신강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장담하기 힘드오.]

 

무혼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슬쩍 뒤에 있는 흑도의 무사들을 훑어보았다.

 

비응문의 제자들과 충돌을 하였지만, 실력이 월등히 우세해 가벼운 찰과상 외에는 부상이 없었다.

 

‘이들도 이번에 각성한 신성들인 것 같다고 하였지?’

 

이곳까지 오면서 고명우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마교에 있던 친우들 몇 명과 많은 마교의 후기지수들도 함께 각성을 했다고 했다.

 

‘그들의 기세가 어떻게 변했을지 몹시 궁금하구나.’

 

잠깐 동안의 생각에서 깨어난 무혼은 눈앞에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자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만일 전력으로 부딪치게 된다면 서로 느껴지는 무위에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혼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

 

정사대전이 시작된다면 서로 목숨을 걸고 대결을 펼쳐야겠지만 이곳에서 싸우는 것은 어찌 보면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지금 꼭 싸워야 할 필요는 없지 않소?”

 

무혼이 말하자 남궁장천은 무혼의 뒤에서 경계를 하고 있는 흑도의 무사들을 보았다.

 

그가 이끌고 온 신룡대의 대원들과 비슷해 보이는 기세에 이번에 각성을 한 흑도의 신성들이라는 것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좋지 않아. 내가 받은 명령은 비응문의 제자들을 습격한 흑도의 무리를 척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신룡대의 대원들에게 실전의 경험을 갖게 해준다는 것인데, 이들과 정면으로 맞부딪칠 경우 경험을 갖기도 전에 많은 신룡대의 대원들이 죽거나 크게 다칠 터인데…….’

 

그가 맡은 임무의 문제점을 깨달은 남궁장천은 고민에 빠졌다.

 

데려온 신룡대의 대원들의 실전경험 상대로 보기에 상대의 전력이 너무 강했다.

 

질 것이라 생각되진 않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피해로 이길 수 있는 상대로 결코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런 산속에서 흑도와 백도가 부딪치게 된다면 서로 전멸을 각오해야 할 것인데 이긴다 해도 대부분의 신룡들이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 일을 어쩐다?’

 

장천은 자신이 고민하는 동안 고명우의 입이 살짝 움직여 흑도의 무사들에게 전음을 보냈고 전음을 들은 무혼의 일행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고명우의 손에서 여러 개의 작은 주머니가 신룡대를 향해 날아들었다.

 

“피해라!”

 

그러나 미처 피하지 못한 몇몇 신룡대 대원들은 각자가 들고 있던 병장기로 후려쳤고 신룡대의 앞쪽에서 터진 주머니도 있었다.

 

“우욱, 이게 무슨 냄새냐?”

 

“우웩!”

 

삽시간에 형언할 수 없는 독한 냄새가 주위에 가득 찼다. 뒤로 물러난 장천이 앞을 보니 이미 흑도의 무사들이 숲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미안하오. 하지만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라 생각하오. 훗날 또다시 만나게 될 듯하니 우리가 정말로 싸워야 할 그때 다시 겨뤄보도록 합시다.”

 

숲속에서 무혼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그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남궁장천이 신경을 집중하니 흑도의 무사들도 무혼을 따라가고 있는 듯 기척이 사라지고 있었다.

 

“주머니 속에 든 것은 취유(臭풴 : 냄새나는 족제비, 스컹크)의 변입니다. 게다가 앞쪽에 몇 개 더 뿌린 모양입니다.”

 

“흠…….”

 

지독한 냄새 외에는 특별한 위험은 없는 암기였지만 여파는 심했다.

 

특히 정면으로 맞은 자들은 거의 기절할 듯한 얼굴로 있었기에 재빨리 냄새를 없앨 방도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작은 폭포가 하나 있었지? 모두 그쪽으로 이동한다.”

 

대원들은 취유의 냄새를 피해 뒤로 물러나서 폭포가 있는 산으로 향했다. 남궁장천은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잘 되었군. 이도 저도 결정하기 힘든 상황을 혈랑환검이 해결해 준 셈이로군. 그도 내가 굳이 싸우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그러더니 곧 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그렇다고 해도 취유의 변을 암기로 가지고 다니다니, 상당히 이상한 취향을 가진 자로군.”

 

 

 

 

 

“하하하, 그저 혹시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들고 온 것인데 이런 곳에 사용할 줄은 몰랐군. 하하하.”

 

광소를 터뜨리는 고명우를 보는 무사들의 표정이 기묘했다. 취유의 변에 대해서 들은 적은 있어도 그 정도로 지독한 냄새를 가진 것이리라고 생각지도 못했었다.

 

“아주 조금 맡았을 뿐인데도 머리가 다 어지러워지더군.”

 

한 무사의 말에 다른 무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 놈들 꽤나 고생을 하겠던데? 그것은 아무리 빨아도 없어지지 않는다 하던데.”

 

뒤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들던 무혼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명우를 보았다.

 

“형님, 대체 그건 왜 가지고 계신 것입니까?”

 

“아 그게 말일세. 자네와 함께 강호에 처음 나왔을 때 보기 싫은 놈들이 꽤 많더군. 그렇다고 도를 뽑아 응징하기는 어렵고 해서 혹시 그런 놈들이 보이면 사용하기 위해서 가지고 왔지.”

 

“그래도 행여 품속에서 터지기라도 한다면 어찌하시려고 그러십니까?”

 

“하하, 그러면 날 위협할 자들이 없어지지 않겠나? 이 냄새는 나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니 말일세. 이것을 처음 구했을 때 직접 냄새를 맡다가 이틀간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다네. 어찌나 독하던지 음식을 볼 때마다 생각이 나더군.”

 

코를 쥐며 말하는 고명우를 보며 못 말린다는 듯 무혼도 같이 웃었다.

 

옆에서 화룡마편도 슬쩍 웃더니 한마디를 던졌다.

 

“혹시 저기 보이는 자에게도 던질 수 있소?”

 

화룡마편의 말에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는 말을 타고 깃발을 들고 있는 자가 그들을 보고 있었다.

 

“저건…….”

 

“공야 아우, 내가 중원에 나올 때마다 쫓기는 신세가 되는 이유가 뭘까?”

 

“글쎄요.”

 

저자가 만일 정찰을 맡은 자이거나 아니면 감시를 맡은 자라면 남궁장천이 이끌고 온 신룡대와 비슷한 전력이 뒤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아무래도 계속 감시를 받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를 쫓고 있는 무림맹의 무리가 하나가 아니라는 말인가?”

 

“저곳에도 나타난 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백도의 무사들을 보며 좋지 못한 예감에 들었다.

 

아직 많은 숫자의 적들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 보이는 자들의 뒤에 있는 자들과 싸우며 시간을 지체한다면 백도의 세력권인 이곳에서 많은 수의 무림맹 무사들이 쫓아올지 모른다.

 

“할 수 없습니다. 우선은 빠르게 몸을 피해 저들을 따돌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냥 겨뤄도 되지 않겠습니까?”

 

한 무사가 의견을 내놓자 고명우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의 목숨은 이런 곳에서 그저 머릿수뿐일 자들을 상대로 고군분투를 하다 사라질만한 싸구려가 아니라네. 자네의 검이 필요한 곳에서 목숨을 걸어도 늦지 않네.”

 

고명우의 이야기에 무사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을 탄 자를 한 번 노려보고 입을 다물었다.

 

사실 그도 죽음을 맞이한다면 정사대전에서 이름을 날리며 장렬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다.

 

고명우와 무혼이 비어 있는 듯한 곳을 향해 몸을 날리자 다른 사람들도 그 뒤를 따라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남궁장천이 이끄는 신룡대는 어디까지 와 있나?”

 

멀리서 무혼의 일행을 지켜보던 추청령은 제갈두휘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곳까지 오려면 두 시진 정도가 필요할 것입니다만 이대로라면 계곡에는 거의 비슷한 시간에 도착할 것입니다.”

 

“후후, 하여튼 자네의 머리는 알아줘야겠군. 흑도의 고수들이 단지 열 명 정도의 사람들에게 저렇게 쫓기는 꼴이라니, 혈랑환검도 자네의 머리는 당하지 못하는 모양이야.”

 

‘아마 이곳이 정파의 세력권이 아니었다면 저렇게 몰아가지 못했을 테지.’

 

무혼의 일행이 정면으로 부딪쳤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공자가 이끌고 있는 무사들이 모두 모아도 스무 명이 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쫓기고 있었으며 신강으로 빨리 돌아가고자 백도의 무사들과 충돌을 피하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이제 저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모습만 보면 되겠군. 내가 좋은 술을 준비했으니 저들이 망인곡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면 한잔하도록 하지.”

 

추청령의 말에 문종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쫓기고 있는 무혼의 일행을 보았다.

 

“그리고 그 보기 싫은 남궁가의 놈도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질 테니 축하할 일이 많군, 후후.”

 

 

 

 

 

남궁장천은 무혼의 뒤를 쫓아가고 있었지만 그들의 행로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신강으로 가기 급급하다던 그들의 행로가 왜 이렇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군.’

 

“제갈두휘는 지금 어디에 있나?”

 

“예, 혈랑환검을 잡고자 그들의 앞길을 막고 있습니다.”

 

“그들의 앞길을 막아? 그렇다면 우리 말고 다른 추격대가 있다는 것이냐?”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갈두휘의 말에 따라 추청령의 두 명의 사제들이 남궁장천을 찾아온 것은 두휘가 무혼의 일행을 계략으로 몰아가기 시작한 지 하루가 지났을 때이다.

 

“흠.”

 

남궁장천이 먼저 발견하고서도 다른 추격대가 붙잡게 된다면 많은 억측을 불러올 수 있게 된다. 그건 자신이 이끄는 신룡대에도 좋지 못하다.

 

최소한 무혼의 일행이 다른 추격대와 부딪치게 될 때 남궁장천이 이끄는 신룡대가 함께 합세를 해야만 했기에 남궁장천의 마음이 급해졌다.

 

‘다른 추격대에 그들이 잡힐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어찌 되었든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남궁장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적들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았으니 이제부터 전력을 다해 그들을 쫓아간다. 행여 앞에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면 즉시 신호를 보내고 발걸음을 멈춰라.”

 

“알겠습니다.”

 

남궁장천의 명을 받은 신룡대는 일제히 대답을 하고 몸을 날려 남궁장천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의 모습이 모두 사라지자 추청령의 사제들은 서로 마주보며 킬킬 웃어댔다.

 

“신룡대고 뭐고 이제 곧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겠군. 저들이 사라진다면 공동파가 더욱 강한 위세를 떨칠 수 있겠지?”

 

“후후, 그리고 추사형이 혈랑환검을 처치했다는 공만 가지게 된다면 우리 공동파가 무림맹에서 최고의 문파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테지.”

 

신룡대가 사라진 곳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추청령과 제갈두휘가 있는 산을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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