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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83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83화

083 흑과 백(1)

 

 

 

 

 

“혈랑성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중원으로 돌아온 무혼은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이미 햇빛에 가려 보이지 않는 혈랑성을 떠올렸다. 잘못된 천기가 두 사람을 통해 가이오스트 대륙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리라.

 

“아이네스 소저에게 해로운 일이 생기기 전에 해결이 되어야 할 텐데.”

 

그녀 주위에 생기는 위험이 자신의 탓인 듯하자 무혼은 아이네스에게 미안해졌다. 다시 검 자루를 쥐어본 무혼은 신강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사천성에 있는 평무(平武)의 근처의 작은 마을을 지나던 무혼의 귀에 흐느끼는 여인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찌할까?’

 

그러나 무혼의 발걸음은 이미 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세 명의 여인을 둘러싸고 있는 자들을 보게 되었다.

 

‘이곳은 정파의 문파들이 밀집한 사천인데, 어찌 저런 자들이 있을 수 있나?’

 

물론 정파라고 해도 사악한 자들이 많다는 것은 이번 여정 동안 여러 번 겪었던 일이다.

 

무인이었으나 무인의 기본 소양도 갖추지 않은 자들이 여러 마을에서 많이 보였고 마구 행패를 부리다 이름 모를 산속에서 무혼의 검에 고혼이 되어버린 정파의 무사들도 많았다.

 

“흑도와 백도가 양립할 때에는 이러지 않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때는 서로가 견제하던 시대였다고 했다. 또한, 주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수록 문파에 들어오는 돈이 많았기에 각 문파는 주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했었다고 들었다.

 

백도의 세상이 된 지금 그 지역의 백도가 행패를 부려도 이제 그것을 막아주는 사람들이 없다. 일부 흑도들이 있다고 하나 이미 흑도라 부를 수 없는 무림맹의 주구들은 그들의 살을 찌우는 데 급급할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파가 변질되었다고 하나 사천 땅은 정파의 대문파들인 사천당문과 아미파 그리고 청성파가 지키고 있기에 흑도들에게는 가장 위험한 땅이기도 했다.

 

게다가 눈앞의 사내들의 출신은 흑도의 무리인지 백도의 무리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은근히 마기가 흘러나오는 자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무공을 펼치는 것을 보면 알게 되겠지.’

 

마을 안이긴 하였으나 작은 마을의 끝이라 다른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자 무혼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곳은 정파의 자랑인 사천인데 그대들은 백주대낮에 무슨 짓을 하는 것이오?”

 

그러자 여인들을 둘러싸고 사내들은 무혼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 녀석은 또 뭐야?”

 

“우리가 누군지 알고 끼어드는 것이냐?”

 

“얼씨구, 꼴에 검을 지니고 있다고 협객행세를 하려나 보군. 하하하!”

 

그들은 무혼을 보고서 비웃으며 으르렁거렸다. 그러더니 모두들 검을 뽑는다.

 

몇 마디 나누어보지도 않고 검을 뽑는 자들을 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 무혼도 혈랑검을 뽑았다.

 

‘애초에 대화가 필요 없는 자들이었군.’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검이 무혼의 다리를 노리자 무혼은 몸을 뒤로 젖히며 혈랑검으로 튕겨내며 왼발로 상대의 무릎을 차 냈다.

 

“으악!”

 

짧은 비명과 함께 뒤로 물러선 사내 옆을 스치며 판관필을 든 자가 무혼에게 바짝 붙었다. 그러나 무혼이 윗몸을 뒤로 젖히고 왼손으로 판관필을 탄지의 수법으로 튕겨 올리니 그의 오른발이 무혼의 허리를 노리고 날아든다.

 

몸을 살짝 띄우며 뒤로 물러선 무혼이 검으로 상대의 목을 노리며 질러가자 판관필이 무혼의 팔꿈치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무혼은 기다렸다는 듯 검로를 바꾸며 판관필을 깨트리고 그 기세를 몰아 팔꿈치고 상대의 코를 납작하게 내려 앉혔다.

 

“으아악!”

 

코가 깨지며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무사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바닥을 굴렀다.

 

짧은 시간에 두 사람이 무혼에게 손해를 보자 옆에서 무혼을 노리던 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수수한 옷차림에 대단해 보이지 않는 무혼의 분위기와 다르게 펼치는 무공의 실력이 위협적이었다.

 

“네놈은 누구냐?”

 

그러나 무혼은 대답을 하지 않고 피식하고 웃어주고서 다시 검을 휘둘러 갔다.

 

‘혈향구회!’

 

유연하게 펼쳐지는 곡선이 다섯 사람을 죄어가자 사내들은 모두 흩어졌으며 무혼은 혈운난풍의 보법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공격을 막아냈다.

 

‘그런데 이들은 뭐지?’

 

흑도 특유의 마기를 지닌 자가 두 명에, 백도의 무공으로 추측되는 자가 세 명이다. 그러나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그의 등을 질러오는 검을 튕겨낸 무혼은 가까이 다가가 무릎으로 허벅지를 쳤으며 비틀거리는 그자의 뒤로 돌아가 아래로 길게 그었다.

 

“커허헉!”

 

무혼에게 등을 베인 자는 땅바닥으로 튕겼고 잔 경련을 떨었으나 곧 잠잠해졌다.

 

그러자 무혼을 공격하고 있던 자들이 무혼에게 벗어나며 숨을 고른다.

 

“너, 너, 흑도 놈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나?”

 

끄덕.

 

그들의 질문에 개의치 않고 다시 성큼성큼 다가서는 무혼을 보며 서로 눈짓을 한다.

 

‘합공을 하려는 것인가?’

 

하지만 합공을 하려면 처음부터 해야 했다. 그리고 백도의 무공과 흑도의 무공은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그들이 펼치기에 적당한 진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진식이 있다고 해도 상관은 없지.’

 

내력을 끌어올리며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무혼의 눈빛을 보던 중앙의 사내가 무혼에게 쾌검을 날렸다.

 

무혼이 막기 위해 혈랑검을 휘두르자 그 사내는 검을 빼며 뒤로 물러난다. 그러나 무혼이 계속 따라붙자 양쪽에서 검과 도가 무혼을 가를 듯 파고들었다.

 

다시 검을 밀듯이 혈랑검을 이끈 무혼이 방위를 잡고 몸을 기울이자 검을 든 자가 뒤로 물러섰다.

 

‘수비만 하는 것인가?’

 

무혼은 싸울 의지가 보이지 않는 세 사람을 보았다. 무혼을 보며 살기를 뿌려대는 이들이 이를 갈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만 무혼과 검을 나누지 않고 피한다.

 

‘하지만 내가 사라지면 또다시 사람들을 핍박할 자들.’

 

손속에 사정을 둘 생각이 없는 무혼이 세 사람을 훑어보며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멈춰라!”

 

무혼이 고개를 돌려보니 무혼에게 코가 깨진 사내가 여인의 목에 새로운 판관필을 대고 있었다.

 

“무슨 짓이냐?”

 

“협객 놀이를 하는 네놈이라면 이 여인의 목숨을 간과하지 못할 것이다. 네놈이 검을 버리고 순순히 우리들의 말에 따르지 않는다면 여기 있는 계집들의 목을 하나씩 날려주겠다.”

 

무혼의 얼굴이 굳어졌다. 눈앞에서 무공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저들이 원하는 대로 검을 버릴 수는 없지.’

 

무인이 검을 놓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죽어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이 검인데 지금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검을 놓으라고 하다니.

 

“무인의 검은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놓으라니 그 말에 따를 것 같은가?”

 

“흐흐흐, 그렇다면 후회하지 마라. 이 여인은 너 때문에 죽는 것이니까.”

 

역시 기분이 안 좋다. 자신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자들을 노려보며 무혼이 입을 연다.

 

“그러고도 네놈들이 무공을 익힌 무사들인가? 너희들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하하하, 우리가 뿔뿔이 흩어져 몸을 피한다면 네가 어찌할 것이냐? 하하하!”

 

“하하하, 네놈 때문에 죽는 사람들을 잘 봐라.”

 

입술을 문 무혼은 검을 휘두르며 달려갔으나 앞을 막아서는 자들에 의해 길이 막혔다.

 

비록 무혼보다 하수들이라고 하나 승부를 겨루지 않고 막기만 하니 무혼으로서도 쉽게 떨치지는 못했다.

 

써겅.

 

목이 베이는 소리가 들려오자 거칠게 고개를 돌린 무혼의 눈에 여인이 아니라 판관필로 위협하던 사내의 목이 떨어졌다.

 

“응?”

 

쓰러지는 사내의 뒤에 검을 들고 있는 남궁장천이 보였다. 다른 자들은 그들의 동료를 벤 남궁장천을 노려보았으나 한 사내의 목소리에 얼굴을 굳히며 뒤로 물러섰다.

 

“창궁쾌검 남궁장천!”

 

‘그런 이름이었던가?’

 

무혼은 남궁장천의 이름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마승과의 격전 때 남궁세가의 창궁무애검법을 펼치는 것을 보고 남궁세가의 자손인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래서 들어본 적이 없던 거였군.’

 

남궁세가의 소가주인 남궁장천은 아주 유명했기에 감히 검을 겨눌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던 사내들이 떨리는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남궁 소협, 왜 그러시오? 저자가 우리를 핍박하고 있는 중이오.”

 

그러나 남궁장천은 말을 꺼낸 사내와 그의 동료들을 차가운 눈으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돌려 무혼에게 말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자들은 내가 직접 손쓰기가 곤란하군요.”

 

무혼은 남궁장천이 가리킨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그가 가리킨 두 사내는 모두 백도의 제자들이었고 남궁장천과 일면식이 있는 듯했다.

 

“아시는 자들이오?”

 

“저자들은 그저 얼굴을 본 적이 있을 뿐이요. 저들이 몸담고 있는 문파를 알지요. 그래서 손을 쓸 수가 없다오. 하지만 그대의 실력이라면 저 두 사람을 놓치지 않을 것이오.”

 

무혼은 고개를 끄덕이고 2명의 백도 무사들을 향해 검끝을 돌렸다.

 

“남궁 소협, 이 흑도의 무사와 한패요?”

 

살기에 가득 찬 무혼의 눈빛을 받으며 얼굴색이 변해 가던 백도의 무사가 남궁장천에게 항의하듯 말을 했다.

 

“아니오. 내가 어찌 혈랑환검과 손을 잡았겠소. 조금 전의 상황을 보아하니 그대가 시정잡배와 손을 잡지 않았는지 의심스럽군요.”

 

남궁장천의 말에 두 사내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한 사내가 떨리는 손으로 무혼을 가리키자 남궁장천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당신들을 노리고 있는 그 소협이 당신들이 알고 있는 혈랑환검이 맞소.”

 

남궁장천의 확고한 대답에 두 사내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손속을 나누며 고수인 것은 알았지만 중원을 진동시킨 혈랑환검이리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제, 제길…….”

 

그들이 슬며시 남궁장천을 보았으나 이미 그는 등을 돌리고 있었고 무혼의 검이 그들에게 쇄도해 오고 있다.

 

절정의 고수에게서 도망친다는 것은 그들의 실력으로 어림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두 사람은 양쪽으로 흩어지며 무혼을 향해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미 기가 죽은 검과 살기를 가득 머금은 검의 기세를 틀렸다. 무혼이 검로를 바꾸어 왼쪽에서 돌진하는 자의 검을 후려치자 그자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검을 떨어뜨렸다.

 

“아, 안 돼!”

 

심장을 가르며 사내의 가슴으로 파고든 혈랑검이 그자의 등을 뚫고 나오자 더 이상 목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검을 뽑은 무혼은 앞의 사내를 밟으며 공중으로 몸을 띄워 제비돌기를 했다.

 

무혼의 등을 노리고 달려들던 사내는 황급히 몸을 틀었으나 처음 무혼에게 맞은 무릎이 자유롭지 못해 비틀거렸다.

 

커헉!

 

옆구리에서 섬뜩한 느낌이 들면서 손을 댄 사내는 곧 눈을 뒤집으며 뒤로 넘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남궁장천은 남은 흑도의 사내에게 다가갔다.

 

“각오는 되어 있소?”

 

그들과 어울리던 흑도의 사내는 이를 갈며 그의 도를 들었다.

 

“남궁 소협, 무림맹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당신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오.”

 

“그럴 리 없죠. 무인의 긍지를 버리고 양민을 괴롭힌 자를 처단하는 것은 무림맹에서도 반길 겁니다.”

 

흑도의 사내는 도에 기세를 담아 남궁장천을 향해 휘둘러갔으나 섬광 같은 빛줄기가 그의 미간을 지나는 것이 보였다.

 

이미 그를 지나친 남궁장천은 검집에 검을 넣었고 뒤에 남은 흑도의 사내의 미간에서 피가 배어 나오더니 자세가 허물어지며 땅에 머리를 처박았다.

 

“언제 보아도 놀라운 쾌검이요.”

 

무혼의 목소리에 몸을 돌린 남궁장천은 살짝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저었다.

 

“그대에게 칭찬을 받을 만한 실력은 되지 않소. 난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오.”

 

그의 말에 무혼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많은 것이 부족하오.”

 

드디어 패악을 부리던 자들이 쓰러지자 조마조마한 얼굴로 지켜보던 여인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자 일어났으나 그들의 피부에 새로운 기류가 스며들어왔다.

 

놀란 여인들이 눈앞을 보니 서로 마주 보고 웃고 있는 무혼과 남궁장천을 중심으로 바닥의 흙먼지가 밀려나고 있고 그들의 옷자락이 살짝 펄럭이고 있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이제 이곳은 위험하니 안전한 곳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친한 듯 보였던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던 여인들은 무혼의 이야기에 예를 취하며 물러났다.

 

골목 사이로 사라진 여인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무혼은 남궁장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기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니오. 오히려 내가 부탁을 해서라도 원했던 일이니 개의치 마십시오.”

 

검 한 자루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천천히 검을 뽑은 후 바로 세웠다.

 

‘후우-.’

 

오랫동안 기다렸던 대결이었다. 산서의 끝자락에서 약속했던 대결이 이제 사천의 끝자락에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무혼은 일체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고요한 마음으로 남궁장천을 보았다.

 

‘창궁쾌검이라…….’

 

그날 라마승과의 대결이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잘 말해 주는 그의 별호였다.

 

별호에 쾌를 얻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쾌검을 구사해야 하는지 잘 모르지만 무혼이 알고 있는 누구보다도 빠를지도 모른다.

 

‘후우-.’

 

다시 한번 숨을 가다듬은 무혼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대가 쾌검술이니 그가 검을 뿌리기 시작하면 역공을 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붉은 마기가 넘실거리며 장천의 푸른 기세를 짓누르듯이 달려들자 남궁장천도 물러서지 않고 검을 이끌며 무혼의 혈랑검과 부딪쳐 갔다.

 

두 자루의 명검이 부딪치자 맑은 소리를 내었고 무혼은 몸을 뒤로 젖히며 장천의 검을 피한 후 몸을 돌려 오른팔을 길게 뻗었다.

 

남궁장천을 향해 거센 붉은 바람이 불어가자 그는 검을 수평으로 누이며 바람을 반으로 갈랐고 걸음을 내디디며 무혼의 가슴을 향해 섬광 같은 속도로 뻗어나갔다.

 

공격에 실패한 검을 회수한 무혼은 상체를 약간 틀며 혈랑벽력의 초식으로 푸른 검기를 머금은 검을 튕겨냈다.

 

다시 거리를 벌린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한동안 석상처럼 꼼짝하지 않고 서 있는 그들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고 나뭇잎 하나가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가는 순간 두 사람의 검은 나뭇잎을 꿰뚫고 지나갔다.

 

두 개의 검날이 서로를 밀어내고자 긴 쇳소리가 울려 퍼졌고 서로의 검받이에 이르자 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움직여 검을 세 번 부딪치고 물러났다.

 

무혼의 이마에서 한줄기 땀방울이 떨어질 때 남궁장천도 머리를 흔들어 땀을 털어냈다. 그들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맺혀 있었다.

 

“술 한잔하시겠소?”

 

그 말에 무혼은 남궁장천의 눈을 보았다. 맑은 그의 눈에 고개를 끄덕인 무혼은 검을 넣은 남궁장천의 뒤를 따르며 자신의 검도 검집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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