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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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11화
신룡전설 5권 - 11화
학천우가 이렇게 신왕대 무인들을 도발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바로 심심했기 때문이다. 육소빈이 왕무적을 만나기 이전까지는 신왕대 무인들과 함께 하겠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억지로 함께 생활하게 되었지만, 솔직히 그에게 있어서 이런 생활은 지루하고, 짜증스러울 뿐이었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오로지 무공 수련에만 매달리는 신왕대 무인들과 자처해서 살림을 도맡아 하는 육소빈. 그러다 보니 학천우는 언제나 항상 홀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처음에는 학천우도 무공을 수련했지만 이미 경지에 오른 그가 더 나은 경지로 오르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 결국 그는 며칠 만에 포기를 해버렸고,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신왕대 무인들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의도대로 학천우의 악담에 흥분한 신왕대 무인들이 참지 않고 대꾸를 해왔다. 그런 것을 기다린 학천우는 그들을 상대를 하며 그간의 지루함을 깡그리 날려버렸지만, 그것도 끝이었다. 한 번 호되게 당한 신왕대 무인들은 그날 이후로 더 이상 학천우와는 시선조차 마주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너무 손을 과하게 썼던 것이 이렇게 탈이 날 줄이야!’
후회를 해봤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저 얼굴만 찌푸릴 뿐이었다.
“흥! 저런 식으로 수련을 해봐야 한계라는 것이 있는 법이거늘!”
신왕대 무인들을 자극하기 위함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실질적으로 신왕대 무인들은 그저 수백, 수천 번 도를 휘두르는 것에 불과했다. 물론 그것이 개개인이 익힌 도법을 보다 완벽하게 익히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학천우가 보기에는 다 부질없는 짓들이었다.
“이가 빠진 검을 제아무리 잘 휘둘러봐야 그건 어차피 이 빠진 검에 불과할 뿐이지.”
학천우가 보기에 신왕대 무인들이 익힌 도법은 어느 하나 제대로 된 도법이 없었다. 그런 도법을 제아무리 극성으로 익혀봐야 어차피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법.
“형편없어! 형편없어!”
학천우의 말에 진중악의 도가 우뚝 멈춰 섰다.
“…….”
진중악은 도를 늘어트리고 가만히 서서 주변의 신왕대 무인들을 바라봤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던 그가 학천우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옳거니!’
진중악이 다가오자 학천우는 만면 가득 웃음을 그려냈다. 의도적인 도발이 아니었는데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자 더욱더 신이 난 것이다.
“하루 종일 그 빌어먹을 도만 휘두를 것이지, 왜 내게로 오는 것이냐?”
퉁명스런 학천우의 말에 진중악이 정중하게 말했다.
“학 선배님께 드릴 부탁이 있습니다.”
진중악의 행동에 어느새 신왕대 무인들도 각자 도를 거두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놈! 감히 나보고 다른 곳으로 가라느니 하는 그따위 건방진 말을 하면 그 주둥아리부터 뭉개주마!’
마음을 그렇게 먹은 학천우는 여전히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부탁? 그래 그게 뭐냐?”
진중악은 말보다 도를 들었다.
“호?”
지금껏 무림에서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도를 들어 보인 자가 몇이나 되던가? 아니, 많았을지 몰라도 살아서 다시 도를 들었던 자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학천우의 두 눈에 노기가 어리자 진중악이 재빨리 말했다.
“학 선배님께서 제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가르침?”
“학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는 바가 있었습니다. 어차피 제가 익힌 도법으로는 학 선배님의 말씀처럼 백 년, 천 년을 휘둘러봐야 그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학 선배님과 실전을 치르면서 저만의 도법을 만들어가겠습니다. 학 선배님께서는 제 사정 봐주시지 마시고, 제게 가르침을 내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중악의 말에 학천우가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돌연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하!!”
한참을 웃던 학천우가 두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내 손이 매서워 네놈의 뼈가 부러져도 날 탓하지 않을 셈이냐?”
살기마저 느껴지는 학천우의 물음에도 진중악은 굳건하게 대답했다.
“가르침만 내려주신다면, 제 뼈가 모두 부러져도 학 선배님을 탓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진중악의 대답에 학천우가 히쭉 웃었다.
“좋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지금 당장 시작하도록 하자!”
학천우는 외침과 함께 손가락을 까닥거렸고, 진중악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하악, 하악…….”
갈비뼈가 부러진 진중악은 처참하게 구타를 당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는 학천우가 간만에 즐거운 놀이라도 했다는 듯 개운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에잉! 젊은 놈이 그렇게 허약해서야 어디에 써먹을지!”
학천우가 어떤 말을 하건 상관없다는 듯 진중악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도를 집어 들고는 포권과 함께 입을 열었다.
“내, 내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악, 하악!”
“잉? 내일도 하겠단 말이지?”
“부탁드리겠습니다.”
진중악의 말에 학천우는 이게 웬 떡이냐는 듯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이 그리 사정을 하니, 내 무림의 선배로서 후배의 부탁을 거절할 순 없지! 험험!”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진중악은 힘겨운 발걸음으로 몸을 돌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신왕대 무인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한꺼번에 학천우에게로 다가갔다.
“네놈들은 또 뭐냐?”
“저희에게도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들의 외침에 학천우는 속으로 크게 외쳤다.
‘이게 웬 횡재란 말이냐!’
학천우는 몰랐다. 가까운 미래에 자신이 얼마나 귀찮은 짓을 저질렀는지와 먼 미래엔 얼마나 대단한 일을 만들었는지를.
第七章.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
“누가 교주님 앞에서 검을 드는가?”
혈천우사가 이어 말했다.
“죽고 싶은 자, 검을 들어라.”
고오오오오……!!
“……!”
“……!”
혈천좌․우사의 전신에서 엄청난… 너무나도 엄청난 기세가 폭풍처럼 일자, 그들을 감싸고 있던 혈천살혼대 무인들은 저마다 숨이 턱! 막히는 압박감에 괴로운 표정을 내비쳤다.
혈천좌․우사의 행동에 가장 놀란 사람은 왕무적이 아닌 석당진이었다.
“저, 저게… 교, 교주님! 저자는 본교의 인물이 아닙니다! 무림에서 유명한 신도황 왕무적입니다! 본교를 철저하게 농락한……!”
“석 장로님! 장로님은 어찌 저자에 대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그리도 쉽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입니까? 듣자니 석 장로님은 저자와 꽤 가까이 지내셨다고 하던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현인정의 다그침에 그렇지 않아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석당진의 얼굴은 더욱더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기회를 놓칠 현인정이 아니었다.
“말씀을 해보십시오! 석 장로님은 이미 그가 천외당 무인 오월상이 아닌, 신도황 왕무적임을 알고 계신 듯한데, 도대체 어떻게 된 사실입니까?”
“그, 그건…….”
“혹 석 장로님은 반란이라도 꾀한 것이 아닙니까?”
“……!”
현인정의 말에 석당진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왕무적의 행동에 너무 놀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섰던 것이 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석당진의 표정에 현인정의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석 장로! 정녕 반란을 꾀했단 말인가!”
말투마저 바뀐 현인정의 외침에 석당진은 급히 정신을 차리곤 반박했다.
“반란이라니! 당치도 않소!”
“그렇다면 어찌 된 일인지 자세히 설명을 해보도록 하시오!”
자신을 반란자 취급을 하는 현인정의 모습에 석당진은 살의가 들끓었지만, 섣부르게 손을 쓸 순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현인정이 진정으로 원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현인정은 석당진에게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다시 다그쳤다.
“어찌된 일인지 당장 설명을 해보도록 하시오!”
변명을 하려고 해도 현인정이 대답을 재촉하니 마땅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생각할 시간이라도 있어야 변명이라도 할 것 아닌가!
“하하하하하하!!”
돌연 커다란 웃음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통쾌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석당진의 뒤에 시립해 있던 요문락이었다.
[제가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
요문락의 전음에 석당진은 두 눈을 부릅뜨고 그를 바라봤다. 일이 틀어졌으니 모든 것을 자신에게 덮어씌우라는 뜻이었다.
[어, 어찌…….]
[저 하나의 목숨으로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겠지만, 절 이용하여 그 틈을 만드십시오.]
[…….]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요문락의 전음에 석당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천하의 혈천신교가 내 손에 놀아날 줄이야! 하하하하!!”
요문락의 통쾌한 외침에 석당진은 잔뜩 분노한 얼굴로 손을 썼다.
“감히… 감히 네놈이!”
“잠시 멈추…….”
퍼억-!
현인정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요문락의 머리가 터져버렸다. 한눈에 봐도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이었다. 요문락은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몸을 뒤틀었지만, 이미 그 경지의 차이가 워낙에 컸기에 부질없는 몸부림에 그치고 말았다.
“석당진!”
현인정은 이미 요문락이 겉으로는 크게 웃으면서 석당진과 전음을 주고받는 어렴풋이 눈치를 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요문락을 사로잡아 진실을 토해내게 만들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석당진이 손을 써버렸으니 그로서는 화가 나지 않을 리 없었다.
“교주님! 모든 것이 수하에게 속아 넘어간 제 잘못입니다! 속하를 죽여주십시오!”
쿵쿵쿵!
석당진은 현인정이 무슨 말을 하건 말건, 교주의 앞에 엎드려 머리를 땅에 찧으며 외쳤다.
교주는 쉬지 않고 머리를 땅에 찧는 석당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혈천대 위에 서 있는 왕무적을 향해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왕무적입니다.”
왕무적은 석당진의 손에 머리가 터져 즉사해버린 요문락(왕정)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다 교주의 물음에 정신을 차리곤 간단하게 대답했다.
“본교의 교인인가?”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서 그 대답은 다를 것입니다.”
애매모호한 대답이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정식으로 혈천신교의 교인이 되진 않았지만, 천외당 무인으로 몇 개월간 살았으니, 혈천신교에서 인정을 하면 교인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니겠지요.”
왕무적의 대답에 교주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본교에서 인정을 하면 교인이 되겠다는 말이로군.”
“…….”
왕무적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