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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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06화
신룡전설 5권 - 6화
예도준의 말은 순식간에 잠시 안도의 숨이 머물던 방 안의 분위기를 다시금 경직시켰다.
막연한 우려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만에 하나라도 예도준의 말대로 혁련신이 아닌 오월상을 교주로 추대한다면 그때는 어쩌란 말인가?
혈천신교 최하급의 무인인 천외당 무인이 교주가 된다?
물론 그런 일이 없으리란 법은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삼 가문의 후계자들이 교주가 되었다. 누구든 혈천신교의 교인이라면 교주가 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장로들은 물론이고, 혈천신교의 수뇌부들은 그래도 제대로 된 혈통의 삼 가문 후계자가 교주가 되어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천외당 무인인 오월상이 교주가 되느니 차라리 혁련신이 교주가 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강경파였다.
“이 일은 확실하게 알아봐야겠군.”
현인정의 말에 풍소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온건파 쪽에서 누구를 교주로 추대하는지에 대한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일 뿐.
혈천대전이 시작된 지 하루가 되었을 뿐인데 왕무적은 장추진을 시작으로 하루에 도전 받을 수 있는 3명의 도전자를 모두 어렵지 않게 물리친 이후였다. 날이 밝으면 다시 시작될 것이고, 날이 저물면 크게 이변이 없는 이상 왕무적이 6명의 도전자를 모두 물리친 상황이 될 것이다.
결국은 그 다음 날 마지막 한 사람만이 남게 되는 셈이다.
“마지막 일곱 번째 도전자는 그 누구도 섣부르게 혈천대로 오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시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혈천도수대와 혈천마형대(血天魔形隊)로 하여금 혈천대 주변을 감싸고, 누구든 섣부르게 움직일 수 없도록 단단히 대비를 해놓았습니다.”
풍소동의 말에 현인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연화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무엇이오?”
모연화는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온건파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인물을 혈천대에 올렸듯이, 우리도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을 혈천대에 올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라면 오월상의 좋은 상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연화의 말에 현인정은 그녀가 누구를 지칭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그녀가 말하는, 온건파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삼 장로님, 십일 장로의 생각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도준은 곧바로 모연화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자 민소희 역시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
하지만 현인정은 무언가 마땅치 않다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이 다소 의아스러웠기에 예도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현인정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예도준이 아닌 풍소동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찌 되었소?”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은 다른 장로들과 다르게 풍소동은 현인정이 물어오는 말이 무슨 뜻을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지시하신 대로 일을 처리했습니다.”
“음…….”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현인정.
그 모습에 예도준이 궁금한 걸 참지 못하고 물었다.
“삼 장로님과 사 장로님의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예도준의 물음에 현인정이 대답을 해주었다.
“그의 여동생을 볼모로 잡아두었소.”
“……!”
“……!”
현인정의 대답에 풍소동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북궁연을 인질로 잡았단 말씀입니까?”
“그렇소.”
“이유가 무엇입니까? 제가 알기로 북궁휘는 지금까지 우리의 뜻을 아주 잘 따랐던 것 같습니다만… 혹 그가 저희가 모르는 무슨 일이라도 저질렀단 말입니까?”
강경파에게 있어서 북궁휘는 아주 유용한 존재였다. 굳이 그뿐만이 아니라 무림에선 사라졌다 알려진 몇 안 되는 북궁가의 인물들까지도 이미 혈천신교의 일원이자 강경파의 일원으로서 커다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장 무림 세가가 족족 무너지는 이유만 보더라도 모두 북궁휘와 그의 식솔들 때문이 아니던가.
물론 강경파 쪽에서 어느 정도의 도움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이 정도로까지 큰일을 해내고 있었으니 그들로서는 북궁가의 인물들을 중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예도준과 민소희, 모연화는 북궁휘가 끔찍하게도 아끼는 북궁연을 볼모로 잡았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호랑이 새끼가 다 크면 호랑이가 되는 법이오.”
현인정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호랑이 새끼가 다 크면 호랑이가 된다? 혹 삼 장로님은 북궁휘를 두려워하는 것인가? 아니지, 두려워한다기보다는…….’
생각을 잇자 예도준은 어렴풋이 현인정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모연화와 민소희 역시도 눈치를 챘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이 더욱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모연화의 말에 풍소동이 대꾸했다.
“어차피 북궁연을 잡고 있으니 북궁휘로 하여금 오월상을 상대하게끔 만들고, 결국에는 백이를 올려 보내 일부러 지게끔 만들자는 뜻이오?”
“그렇습니다.”
간단하게 대답을 하는 모연화.
충분히 가능성 있는 방법이었다.
북궁휘라면 오월상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고, 북궁연을 사로잡고 있으니 얼마든지 그가 딴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인정은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것을 눈치 챈 민소희가 입을 열었다.
“삼 장로님은 북궁휘가 혈천대에 오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십니다?”
민소희의 말에 현인정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가 혈천대에 오르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소.”
“어째서 그렇게까지 그를 견제하는 것입니까?”
예도준은 현인정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다 생각했다. 물론 북궁휘의 능력이 다소 위험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현인정이 저렇게까지 그를 견제한다는 것은 충분히 과민반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인정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는… 그놈은… 기회를 결코 놓칠 놈이 아니오.”
현인정은 북궁휘의 눈을 보면 왠지 모르게 경계심이 생겼다. 왜 그런지 그 자신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막연하게 그 눈빛이 싫었다. 가진 것 없는 놈이라고 하기에는 그 눈빛이 너무나도 살아 있었다.
그처럼 살아 있는 눈빛을 가진 자에게는 섣부르게 기회를 줘서는 안 되는 법이다.
第四章. 왕무적 대 풍도백! (1)
혈천대전 이틀째.
혈천대전의 시작과 함께 급부상한 오월상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이야깃거리였다. 최하급의 천외당 무인으로서 혈천신교의 최고 혈통이라 할 수 있는 삼 가문인 장가의 후계자 장추진을 폐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나, 같은 가문 출신으로 혈천신교 장로에 오른 장대성에게 내상을 입힌 일들은 그야말로 말단 무인들 사이에서는 뭔가 모를 대리 만족을 강하게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어쩌면 이번에 그가 교주가 됨으로써 혈천신교의 역사를 새롭게 쓸지도 모른다는 묘한 흥분감은 혈천대전 자체를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천외당에 오월상 같은 인물이 있을 줄이야!”
흥분감 가득한 남자의 음성에 그의 동료가 맞장구쳤다.
“대단한 일이지! 나는 말이야, 어제 오월상이 장 공자를 상대할 때… 솔직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네. 단지 장가의 혈통으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그동안 얼마나 오만했던가?”
혹시라도 누가 들을까 싶어서 조심스럽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남자가 맞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뭐, 장 공자가 폐인이 되어버린 것은 나름대로 불쌍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 역시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지. 적어도 앞으로는 그 오만한 꼴을 다시는 보지 않아도 될 테니. 하하하!”
“그게 다 오월상 덕이지! 하하하!”
“오늘은 또 어떤 놈을 우리 대신 상대해줄지 이거 기대되는 군!”
“나 역시!”
혈천대전을 구경하기 위해서 몰려든 무인들은 밤이 새도록 오월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텐데도 질리지도 않는지 쉬지 않고 그의 이야기만을 해댔다.
들뜬 흥분감과 기대감이 잔뜩 뒤섞인 무인들 사이에서 얼굴을 차갑게 굳히고 있는 한 사내. 백발에 백미가 인상적인 북궁휘는 주변의 무인들과는 마치 동떨어진 세계에 있는 사람처럼 얼굴을 싸늘하게 굳히고 있었다.
‘북궁 소저는 잠시 우리가 보살피고 있을 테니 그리 알고 있으시오.’
간단한 이 말과 함께 북궁연은 혈천검혼대(血天劍魂隊)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강압적으로 끌려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현인정…….’
혈천검혼대는 현인정의 직속 무력 단체이다. 혈천신교 십이무력대 중 대장로인 용당운의 혈천강림대(血天降臨隊)와 그 첫 번째를 다툴 정도로 혈천신교 내에서는 강력한 무력 단체이니 북궁휘로서는 끌려가는 북궁연을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형님.”
북궁휘의 곁으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다가왔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북궁가의 몇 안 되는 생존자들 중 한 사람인 북궁명운이었다. 북궁휘와는 사촌지간.
“연 누이에게는 아무런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그들도 저희의 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섣부르게 저희를 자극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북궁명운의 말에도 북궁휘는 여전했다.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연이 일만이 아니다.”
“그럼 무슨…….”
“그들은 우리를 결코 자신들의 손아귀에서 놓아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용 가치가 있으면 언제까지나 이용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을 테지.”
“음…….”
북궁휘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미 진작부터 그 정도는 충분히 생각하고 있던 북궁명운이었다. 북궁가는 더 이상 어디도 갈 수 없었다. 이대로 무림에 그 존재를 드러낼 수도 없었으며, 그 이전에 혈천신교, 정확하게는 강경파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다.
어쩌면 그것이 자신들의 힘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애초부터 그러한 목적으로 자신들에게 힘을 준 강경파의 뜻이기도 했으니 지금의 이런 상황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죽을 때까지 북궁가 전체가 강경파의 수족 노릇이나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들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에 북궁연을 데려간 것이다.
일종의 경고이다. 허튼생각 따윈 하지 말라는 경고!
북궁가의 사람들 중 북궁휘가 북궁연을 얼마나 끔찍하게 아끼는지 모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북궁명운이나 북궁중산은 사촌이지만 북궁연은 단 하나뿐인 소중한 동생이 아니던가.
‘형님은 연 누이의 일이라면 목숨까지도 기꺼이 희생하실 수 있는 분이지.’
북궁명운은 북궁휘를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