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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104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98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104화

신룡전설 5권 - 4화

 

 

 

 

 

퍼엉!

 

“크아악!”

 

제법 커다란 비명과 함께 뒤로 나자빠진 장추진.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옷은 이리저리 뜯겨져 있었고, 머리는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으며, 내상까지 입었는지 얼굴 안색은 창백한 편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이런 일이…….’

 

꿈이라고 해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적어도 장추진에게 있어서는 그러했다. 꿈에서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믿을 수 없는, 아니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자신이 쓰레기라 부르던, 더군다나 자신의 발 아래 처참하게 쓰러져 온몸을 얻어맞다가 겨우 목숨을 부지한 왕무적에게 이런 꼴을 당하다니…….

 

“으아아아-!!”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대며 장추진은 몸을 일으켜 왕무적에게로 달려들었다. 여전히 그의 손에 들린 천하이십육병의 하나인 철혈신도는 사납게 팔연환비도공을 펼쳐내고 있었지만, 그 정교함과 위력은 처음보다 훨씬 떨어져 있었다.

 

그때, 왕무적은 보는 사람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담대하고 사납게 펼쳐지는 팔연환비도공 속으로 신형을 움직여 들어갔다.

 

‘끝을 내자!’

 

제아무리 정교하게 팔연환비도공을 펼친다 하더라도 왕무적에게 있어서는 얼마든지 그 빈틈을 찾을 수 있었다. 하물며 지금처럼 내상까지 입고, 이성까지 잃은 상태라면 더 이상 논할 가치가 없다.

 

우웅!

 

주먹 끝에 살짝 어린 희뿌연 기류.

 

왕무적은 상자에 담긴 물건이라도 꺼내듯 가볍게 손을 뻗어 장추진의 오른쪽 가슴을 정확하게 때렸다.

 

퍼- 억!

 

“커허억! 쿨럭! 쿨럭!”

 

미친 듯이 팔연환비도공을 펼치던 장추진은 커다란 비명과 함께 입 밖으로 피를 토해냈다. 그러는 사이에도 왕무적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퍼퍼퍼퍼퍽!

 

연속적으로 5차례나 이뤄진 빠른 공격!

 

장추진의 신형이 실 끊긴 연처럼 뒤로 날아가 혈천대 위에 나동그라졌다. 흐릿해진 두 눈과 입가에서 연신 게워져 나오는 핏물은 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단번에 보여주고 있었다.

 

탁!

 

왕무적은 가볍게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라 허공에서 양 주먹을 빠르게 내질렀다.

 

파파파팟-!

 

주먹 끝에서 실과 같은 기류가 풀어지더니 각각 장추진의 양팔과 양 다리로 쏘아져나갔다.

 

투두두둑!

 

“크아아아아아아아-!!”

 

“추진아!”

 

듣기에도 소름이 끼칠 정도의 엄청난 비명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특단석에 있던 장대성이 신형을 날려 장추진의 곁에 내려섰다.

 

“……!”

 

장추진의 상태를 확인한 장대성은 대노한 얼굴로 왕무적을 노려봤다.

 

“이게 무슨 짓이냐! 이미 승패가 갈렸거늘, 무슨 악감정으로 단전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사지근맥(四肢筋脈)까지 잘라버렸단 말이냐!”

 

“헉!”

 

“저, 저런!!”

 

“사, 사지근맥을 자르다니!!”

 

장대성의 대노한 음성에 그제야 주변에서도 장추진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어차피 혈천대전에 참가한 이들은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장추진처럼 단전이 파괴되고, 사지근맥이 잘릴 바에야 깨끗하게 죽는 것이 훨씬 나았다.

 

“단전을 폐하고, 사지근맥을 자르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던 것 아니지 않습니까?”

 

당당한 왕무적의 말에 장대성의 장포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놈! 감히!”

 

당장이라도 왕무적을 향해 손을 쓸 것만 같은 장대성의 모습에 모든 이들이 숨죽여 그 모습을 지켜봤다. 혈천대전 역사상 이와 같은 제3자의 개입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물론 왕무적처럼 상대의 단전을 부숴놓은 것도 모자라서 사지근맥을 잘라버린 일도 없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칠 장로는 물러나게!”

 

용당운의 음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대장로님!”

 

장대성의 외침에 용당운은 오히려 두 눈을 사납게 빛내며 말했다.

 

“감히 혈천대전을 방해하려 하는 건가? 혈천대전은 오로지 승자만을 위할 뿐이네! 패자는 죽음이 되었던, 폐인이 되었던 그 자신의 능력을 자만한 꼴이니 더 이상 논할 가치가 없네!”

 

냉정한 용당운의 말에 장대성은 부릅뜬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신음을 흘리는 장추진의 신형을 안아들었다.

 

장추진의 신형을 안아든 장대성은 여전히 살기 어린 시선으로 왕무적을 노려봤다. 그러나 팽팽한 장대성의 살기에도 왕무적은 태연하기만 했다.

 

“이만 자리를 비켜주십시오. 도전자가 올라오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왕무적의 말에 장대성은 ‘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갈아붙이고는 싸늘하게 몸을 돌렸다.

 

[두고 보지!]

 

마치 죽지 않고 살아나서 최후까지 가지 못하면 그 이후는 알아서 각오하라는 의미. 그런 살벌한 말에도 왕무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빙긋 웃고는 혈천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철혈신도를 집어 들었다.

 

“이런 귀한 것을 두고 가시면 어쩌십니까.”

 

왕무적은 말과 함께 철혈신도를 장대성에게로 내던졌다.

 

패애애앵!

 

“……!”

 

장대성은 자신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철혈신도의 모습에 두 눈을 잔뜩 일그러트리고는 곧바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턱!

 

“읍!”

 

철혈신도를 쥐자 손을 타고 흘러들어온 엄청난 내공이 장대성의 온몸을 휩쓸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그의 몸이 부르르르 떨릴 정도였다.

 

급히 내공을 끌어올려 대항하기 시작했지만, 그건 거대한 해일에 맞서는 시냇물의 일렁임과도 같았다.

 

순식간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쿨럭!”

 

기침과 함께 붉은 핏물을 뱉어낸 장대성.

 

“……!”

 

“허!”

 

“저런!”

 

그 모습에 모든 이들이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혈천신교 7장로인 장대성이 왕무적이 날려 보낸 철혈신도를 잡다가 내상을 입었다는 것은 정말로 커다란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장대성은 핏물을 닦아내지도 못하고 놀란 얼굴로 왕무적을 바라보다가 이내 바람과 같이 신형을 날려 사라져버렸다. 그것이 그의 내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었지만, 그의 자존심이 한 시도 지체해선 안 된다고 소리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대성이 사라지자 왕무적은 혈천대 중심에 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전자는 지금 올라오시길 바랍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음성이었지만 그 소리를 듣는 장내 인물들은 저마다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혈천신교 삼 가문인 장가의 후계자 장추진을 폐인으로 만들어버린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7장로인 장대성을 한 수만으로 내상을 입혀버린 왕무적의 무위가 두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더라도 혹시 자신의 단전이 파괴되고, 사지근맥이 잘려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혈천대 위로 오르기가 무서웠다.

 

그렇게 일각의 시간이 느리면서도 빠르게 흘러갔다.

 

[왕 소협!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왕무적은 갑작스럽게 날아든 백서린의 전음에, 급히 소리가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많은 인파들 속에 열흘 동안 보지 못했던 백서린과 진평남이 나란히 서 있었는데, 그들의 좌우와 뒤쪽으로 심상치 않은 이들이 두 사람을 교묘하게 감싸고 있었다.

 

일견해서는 백서린이나 진평남처럼 그저 혈천대전을 관전하는 것 같았지만, 왕무적은 그들이 두 사람을 은근히 감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왕무적은 두 눈을 번뜩이고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은밀히 전음을 날렸다.

 

[백 소저, 괜찮으십니까?]

 

왕무적의 걱정 가득한 전음에 백서린은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와 진 소협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왕 소협이 혈천대전에 참가하는 겁니까? 그러다 정체가 발각되기라도 하면…….]

 

[그들이 시켜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진평남에게도 전음이 동시에 전해졌다.

 

[혈천신교의 온건파에서는 제가 혈천대전에서 강경파의 인물들을 물리친 후에 혁련신 공자에게 져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시에는 백 소저와 진 소협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왕무적의 말에 진평남과 백서린이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런…….]

 

백서린은 그제야 어째서 자신과 진평남이 갑자기 이들에게 감시를 받아야 하는지와 왕무적이 혈천대전에 왜 참가하게 되었는지 모두 알 수 있었다.

 

[은공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은공, 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은공이 아니었다면 벌써 죽었을 목숨입니다.]

 

진평남은 자신이 왕무적에게 걸림돌이 되었다는 사실에 죽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어 올랐다. 생각 같아서는 자신을 감시하는 이들과 한 바탕 싸움을 벌인 후에 깨끗하게 죽어버리고 싶었다.

 

[백 소저, 진 소협.]

 

왕무적의 전음에 백서린과 진평남이 동시에 전음으로 대답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십시오. 두 분께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왕무적은 이어서 전음으로 이야기를 계속했고,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백서린과 진평남은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왕 소협! 그, 그건…….]

 

[그 길이 우리 모두가 무사히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힘들더라도 두 분께서는 잘 참아주시리라 믿겠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 두 분을 지키겠습니다.]

 

왕무적의 굳건한 전음에 백서린과 진평남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방법은 그것이 유일합니다.’

 

왕무적은 그렇게 생각하며 특단석에 앉아 있는 혈천신교의 교주와 장로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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