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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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01화
신룡전설 5권 - 1화
第一章. 왕무적 대 장추진! (1)
“올라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도전자를 박대하는 겁니까?”
웃음 속에 돋아나 있는 날카로운 가시!
“하!”
장추진은 기가 막혀서 마땅히 할 말도 없다는 듯 그저 헛웃음만 터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왕무적의 웃음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속에서 뜨거운 분노가 치솟았다.
“그렇지 않아도 네놈을 반드시 죽이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알아서 찾아와주니 그 정성이 기특해서라도 편안한 죽음을 선사해줘야겠군!”
싸늘하게 웃은 장추진은 그대로 신형을 움직였다.
팟-!
빠르다!
애초부터 왕무적에게 어떠한 기대도 품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이 기회에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알리고 싶어서인지 장추진은 전력으로 신형을 움직이고 있었다.
“허!”
“저, 저런!”
“어쩌자고 저런 멍청한 짓을 저지른 것인지…….”
그나마 왕무적을 알고 있는 천외당 무인들은 저마다 측은한 마음으로 혈천대를 바라봤다. 기도 차지 않을 왕무적의 무모한 행동에 비웃음만이 나왔지만, 정작 장추진이 눈부신 속도로 신형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저 측은한 마음뿐이었다.
[…은공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아시겠습니까?]
진평남의 눈동자엔 왕무적에 대한 그 어떠한 걱정도 없었다. 단지 존재를 숨겨야만 하는 그가 어째서 저렇게 대놓고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저 역시 어째서…….]
백서린 역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왕무적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다 어떠한 생각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백서린은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머릿속을 지나간 생각은 너무나도 엉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위험스런 생각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말로 왕 소협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백서린은 가정 하에 왕무적이 혈천신교의 교주가 되려고 한다는 생각을 해봤다.
‘절대로 안 돼!’
당장 왕무적의 신변에 위험한 일만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들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혈천대전은 혈천신교의 교인이라는 것만 증명이 되면 누구든 참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왕무적은 혈천신교의 교인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시작부터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규칙을 어긴 셈이다.
규칙을 어긴 왕무적을 혈천신교 내에서 가만히 두겠는가?
절대 그럴 리 없다!
혈천신교의 교인도 아니면서 내부에 잠입을 했다는 것과, 그들의 가장 커다란 행사인 혈천대전을 망쳤다는 것만으로도 왕무적은 목숨이 경각에 달릴 만큼 위험한 상황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 생각이 이어지자 백서린의 심장이 격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왕 소협! 도대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
진평남은 자신의 곁에 있는 백서린의 기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는 의문스런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
[백 소저?]
진평남의 물음에도 백서린은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혈천대 위에 올라 있는 왕무적의 모습만을 두 눈 가득 담고 있을 뿐이었다.
왕무적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장추진의 모습을 여전히 가만히 바라만 봤다. 그러다가 그의 신형이 코앞까지 다가와 가슴을 노리고 주먹을 뻗어냈을 때에야 몸을 움직였다.
후앙!
바람소리와 함께 장추진의 주먹이 아슬아슬하게 왕무적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모습에 왕무적의 진실한 정체를 알고 있는 이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헉!”
“으잉?”
“저럴 수가!”
고작 천외당 무인이 삼 가문인 장가의 후계자 장추진의 주먹을 피했다는 것은 놀라 자빠져도 모자랄 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장추진이 날린 주먹은 전력을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는가!
아무리 그들이 놀랐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인 장추진만 한 사람이 있을까?
“……!”
장추진은 두 눈을 부릅뜨고 왕무적을 바라봤다.
“꽤 놀란 것 같습니다?”
슬며시 웃으며 말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장추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누가 보더라도 자신은 전력으로 왕무적을 향해 달려들었으며, 그대로 주먹까지 내질렀다. 그런데 그러한 행동들이 한순간에 자신을 부끄럽고 초라하게 만들었다.
먼저 공격할 기회를 주어 여유롭게 왕무적의 공격을 받아낼 것인가? 아니면 단 한 번으로 압도적인 공격을 펼쳐 자신의 능력을 뽐낼 것인가를 두고 아주 잠시 고민했던 장추진. 후자를 선택했던 그에게 있어서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초라해서 화가 날 뿐이었다.
“이, 이……!”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던 장추진은 곧바로 왕무적을 향해 다시 달려들려고 했다. 적어도 장대성 장로의 전음이 없었다면 분명히 그러했을 것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거라!]
장대성의 전음은 이성을 잃어가던 장추진을 바로 돌리기에 충분했다.
‘큰아버님.’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장대성이 굳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근심 걱정 이전에 자신의 성급한 행동들을 책망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제야 장추진도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전력으로 행한 자신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나마 피한 왕무적은 결코 간단하게 봐줄 상대가 아니었다. 비록 도를 들었을 때는 또 다르다고 하더라도 장추진은 왕무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우같은 놈이로군.”
장추진의 말에 왕무적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대꾸했다.
“자고로 사내라면 참아야 할 때는 참아야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가르치는 듯한 왕무적의 어투에 장추진의 눈빛이 사납게 빛났다. 두 번 볼 가치도 없다 여기는, 쓰레기 같은 천외당 무인이 자신을 가르치려 한다고 생각하니, 잠시 누그러트렸던 분노가 다시금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감히 너 같은 쓰레기가 날 가르치려 드느냐?”
장추진의 사나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왕무적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눈웃음을 내보이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세 살 먹은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장 공자.”
“장 공자? 방금 네놈의 입에서 나온 말이 ‘장 공자’였더냐?”
“장 공자를 장 공자라 부르지 않는다면 뭐라 부른단 말이오?”
이미 혈천대 위에 올라왔던 순간, ‘장 공자’라 불렀던 왕무적이지만, 그 순간에는 장추진이 너무나도 놀라 제대로 듣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명백히 짧아진 왕무적의 말투는 그의 몸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장이라도 도를 뽑아들고 왕무적을 처참히 도륙하고 싶은 장추진이지만, 고작 천외당 무인을 상대로 도까지 뽑아든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치욕이나 마찬가지!
잠시간 화를 삭인 장추진은 왼손은 뒷짐을 지고, 오른손은 앞으로 내밀어 말했다.
“이 정도면 쓰레기치고는 화려한 삶을 살았다 할 수 있겠지. 내 그 화려한 삶에 보탬이 되어줄 테니 마음껏 덤벼봐라. 어떠한 일이 있어도 왼손은 풀지 않으마!”
마지막에 가서는 내공까지 사용해 커다랗게 외치는 장추진. 그는 이번을 기회 삼아 부끄럽고 초라하기만 했던 첫 번째 공격을 무마시킬 생각이었다.
장추진의 말에 왕무적은 놀랍다는 듯 과장스럽게 말했다.
“정말로 왼손을 풀지 않을 것이오?”
“물론이다! 너 따위 쓰레기를 상대함에 있어서 내가 왼손까지 사용한다는 것은 치욕이자, 내 스스로 나 자신을 모욕하는 것이다!”
자신만만한 장추진의 말에 많은 이들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왕무적이 처음 장추진의 공격을 피하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더군다나 너무나도 정직한 일직선상에서 이뤄진 주먹질이 아니었던가? 많은 이들은 그것을 우연이라고 치부하고 있었다.
“대단하오! 장 공자! 그렇다면 장 공자의 뜻에 따라서 내 열심히 공격을 해보겠소!”
왕무적은 그런 장추진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대단하다는 듯 그를 추켜세워 주고는 사양하지 않고 그를 향해서 신형을 날렸다.
그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보통의 평범한 몸놀림.
그 모습을 보고 장추진과 많은 이들은 첫 번째 공격을 피했던 왕무적의 실력은 확실히 우연이었을 뿐이라고 더욱더 확신할 수 있었다.
“차하핫-!”
기합성과 함께 왕무적은 장추진이 했던 것처럼 정면으로 달려들어 그의 가슴에 주먹을 내질렀다. 천외당 무인이 제아무리 무시를 당해도 엄연히 일류 무인이다. 그러니 자연히 주먹도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절정의 경지를 훌쩍 넘어서 있는 장추진에게는 어떠한 위협도 될 수 없는 왕무적의 주먹. 그는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한 대 맞아주겠다는 듯 가슴을 더욱 내밀었다.
만용(蠻勇)이라 할지라도 천외당 무인을 상대하는 장추진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싶었다.
퍽.
가벼운 타격음이 울렸다. 그리고…….
“컥!”
비명과 함께 장추진의 신형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이유는 어느새 가슴을 후려친 왕무적의 주먹이 활짝 펴지며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퍽!
“커헉!”
보다 큰 타격음이 울렸다. 그리고 여지없이 장추진의 비명이 울렸다.
“크하학!”
방금 전보다 조금 더 커진 비명!
그리고 또다시 뒤로 날아가려는 장추진의 신형은 왕무적의 손에 붙잡혔다.
그 후, 세 번의 타격음과 세 번의 비명이 터지고 난 후에야 장추진은 꼴사나운 모습으로 혈천대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왕무적에게서 멀어질 수 있었다.
“……!”
“……!”
“……!”
정적!
고요한 정적만이 혈천대 주위에 흘렀다.
어느 누구도,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방금 벌어졌던 놀라운 광경에 멍하니 혈천대 위를 바라볼 뿐이었다. 혈천신교 삼 가문인 장가의 후계자 장추진이 가장 하급 무인인 천외당 무인의 손에 놀아났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을 해봤겠는가?
“크으윽!”
신음을 흘리며 장추진이 주섬주섬 일어났다. 꽤나 커다란 타격음과 비명성에 비해 그의 혈색은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즉, 그렇게 맞았음에도 어떠한 내상도 입지 않았다는 소리!
장추진 역시도 내상을 입지 않은 자신의 몸 상태에 의아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크게 안도했다. 그리고는 왕무적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내상은 입지 않았지만 그 고통은…….’
아직까지도 주먹에 맞아 느꼈던 통증이 가슴에 남아 있는 듯했다. 어째서 내상은 입지 않고, 그런 독한 통증만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지만,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만큼 장추진은 여유롭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