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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의 폐급장교 8화

무료소설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8화

8화 아라스 전차전 (1)

 

 

"모두들 수고했다. 첫 전투치곤, 다들 잘해줬어."

 

해리슨 대위도 전투가 승리로 끝난 게 무척 기쁜 모양인지 평소 그답지 않고 활짝 웃으며 부하들을 격려했다.

평소 모습과 갭이 너무 커서 사람이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사한 병사들에겐 미안한 일이었지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기뻐했다.

전투에서 이긴 것을, 전투에서 살아남을 것을.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아직 우리가 상대해야 할 독일군은 우리가 전투에서 사살한 수의 몇만 배나 더 남아있었다.

 

심지어 전체 전황도 여전히 독일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첫 전투를 뒤로하고 우리는 휴식을 취했다.

전차 옆에 간이텐트를 치고, 취사병이 요리해준 맛없는 짬밥을 먹곤 그대로 잠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처음에는 잠결에 잘못 들은 줄 알았지만, 소리는 점점 커졌고 나중에는 바로 앞에서 들렸다.

불행하게도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소대장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또 뭔데?"

"중대장님께서 중사 이상은 모두 집합하라고 하십니다."

 

아, 이건 못 참지.

 

중대장이 부른다는 말에 나는 잠이 확 달아나는 걸 느끼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곱 떼는 것도 잊고 서둘러 군화를 신고 중대장용 텐트로 뛰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나 빼고 모두가 모여 있었다.

하하, 빌어먹을.

 

"지각이군, 아서 그레이 소위."

 

부모의 원수라도 되는 것마냥 나를 노려보는 해리슨 대위의 눈에선 당장이라도 레이저가 나올 기세였다.

 

내가 잘못한 일이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느, 늦어서 죄송합니다, 중대장님!"

"자, 그럼 지금부터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설명하겠네. 누구처럼 딴짓하지 말고, 주의해서 듣도록."

 

해리슨 대위는 내 사과를 무시한 채 작전 계획에 관해 설명했다.

 

그런데 해리슨 대위의 설명은 분명 오늘 처음 듣는 것임에도 많이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게 아니라 그가 설명하고 있는 건 아라스 전차전에 관한 내용이었으니까.

 

아라스 전차전은 프랑스 북부 아라스에서 일어난 영국-프랑스 연합군과 독일군 사이의 전투로, 영국해협으로 돌진하는 독일군의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한 연합군의 반격이었다.

 

이 반격으로 영국 원정군이 됭케르크 해안으로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공격에 나선 기갑부대들은 독일군이 자랑하는 그 유명한 88mm 대공포와 슈투카의 연계 플레이에 처절하게 관광 당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짓을,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개오버인데?

아무래도 신이 날 죽이기로 아주 작정한 모양이다.

 

"......해서 우리의 임무는 독일군의 측면을 찔러 놈들의 진격을 막는 거다. 이상, 질문 있나?"

 

해리슨 대위는 설명을 끝낸 부하들을 둘러보며 자신이 한 말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그 와중에 절망한 채로 겨우 서 있는 내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레이 소위, 내 말 듣고 있나?"

"예, 중대장님. 듣고 있습니다."

"그런가. 난 또, 얼굴이 죽상이길래 안 듣고 딴생각이라도 하는 줄 알았지. 여자나 술 같은, 자네가 좋아하는 것들 말이야."

 

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그다지 신경 쓰이진 않았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주위 놀림 따위야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

 

내 반응이 생각과 달라서인지 해리슨 대위는 흥이 식었다는 듯 이내 시선을 돌렸다.

 

"아군 정찰기의 보고에 따르면, 놈들은 우리의 계획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경계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전차의 성능 자체도 우리가 저 훈족(2차대전 당시 독일군을 비하해서 불렀다) 녀석들의 것보다 훨씬 더 우월하지. 그러니 안심하도록, 알겠나!"

"예, 중대장님!"

 

이 예비 고인들은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전혀 모른 채 기세 좋게 답했다.

아무것도 모르니 저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는 거겠지만.

 

뭐,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해리슨 대위의 말도 아주 틀린 건 아니다.

 

적어도 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독일군이 보유한 전차들은 영국, 프랑스의 전차들보다 성능이 뒤떨어졌다.

 

기존의 전차와 대전차포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질 않아서 마지막 수단으로 이제까지 대공용으로만 쓰이던 88mm 대공포를 끌어와 겨우 격파했을 정도니까.

 

아무튼 뭐...... 될 대로 되라지.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부디 내가 탄 전차만큼은 적의 포탄에 맞지 않길 해달라고 비는 수밖에.

 

다시 텐트로 돌아와 잠을 마저 자려고 누웠지만, 한 번 깨서 그런지 잠이 오질 않았다.

 

반면, 애덤은 아주 깊게 잠들었는지 코를 신나게 골면서 헤엄을 치듯 팔다리를 흐느적거렸다.

무슨 내용인지는 몰라도 아주 좋은 꿈을 꾸고 있는가 보다.

 

몇 번의 뒤척임 끝에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온 나는 주전자에 물을 끓여 차를 만들어 마셨다.

 

이놈의 나라는 차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피 튀기는 전장에서도 꼭 차를 끓여 마셨다고 하는데, 내가 실제로 같은 짓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차를 마시자 몸이 따뜻해지면서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차를 마시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다독거리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왔다.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해가 오늘따라 유난히 크고 붉게 느껴졌다.

 

***

 

"중대, 전진!"

 

해리슨 대위의 명령과 함께 중대의 전차들은 앞으로 전진을 시작했다.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하게.

 

보병들도 전차의 좌우에서 함께 움직였다.

 

몇몇은 걷는 게 귀찮은지 아예 전차에 올라탄 채로 움직였는데, 내 전차에도 그런 한 명이 올라탔다.

 

나이가 제법 있어 보이는 빌헬름 2세를 연상케 하는 콧수염이 특징인 중사였다.

 

"워후, 엄청 느리군요, 소위님! 이래서야 해가 질 때까지 목적지에 도착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군요!"

"이래 보여도 최고속력입니다."

"그렇군요. 우리 기술자들이 조금 더 분발해야겠군요. 전차가 이렇게 느려서야 원! 독일놈들의 전차는 아주 쌩쌩 날아다닌다고 하던데 말이죠.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

 

이 중사 아저씨, 사람 자체는 나쁘지 않아 보이는 데, 문제는 말이 너무 많다.

 

앞으로의 일들 때문에 심란해진 난 대충 맞장구를 치며 흘려 넘겼지만, 이 사람은 입을 다물 생각이 1도 없는 듯했다.

 

"소위님, 얼굴 좀 펴십쇼! 꼴이 그게 뭡니까? 누가 보면 죽으러 가는 줄 알겠습니다!"

 

죽으러 가는 거 맞아, 이 아저씨야.

 

어이가 없어진 나는 걱정이라곤 1도 느껴지지 않는 우리의 중사님께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조금 귀뜸해줄까 생각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괜히 상대방에게 겁을 줄 필요도 없었고, 애초에 내가 하는 말을 믿을 리가 없을 테니까.

 

새파랗게 젊은 소위가 갑자기 자기가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

 

"음? 자네는 어쩌다 전차병이 됐지?"

 

내게 별다른 반응이 없어 흥미가 떨어진 건지, 콧수염 중사는 이젠 애덤에게도 말을 걸었다. 엄청 활기찬 아저씨네, 이거.

 

"아버지께서 전차병이셨는데, 저도 전차병이 되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그런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니! 부전자전이구만, 하하핫!"

 

음, 부전자전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

괜히 지적했다간 귀찮아질 것 같으니 일단 넘어가자.

 

둘이 열심히 떠들어대는 동안,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번 공세에 나선 아군 전차의 종류는 총 3대로, 내가 타고 있는 마틸다 1과 선두에 선 마틸다 2, 앞의 둘보다 작은 MK.6 경전차다.

 

이들 중 제대로 된 전차전이 가능한 녀석은 마틸다 2뿐이고, 나머지는 철저하게 대보병용으로 만들어진 녀석들이라 전차와의 싸움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가만 생각해보니, 전차의 성능 자체로 따지자면 프랑스군이 오히려 더 나았다.

 

관통력이 형편없긴 해도, 제대로 된 포가 달려있어서 전차전이 가능하고, 유탄도 있어서 대보병전도 가능했으니 말이다.

다만, 무전기가 없는 차량이 많아서 통신이 원활하지 않다는 게 큰 단점이었지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출발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서 있어서 그런지 다리가 저렸다.

 

처음엔 열심히 떠들어대던 중사 나으리도 이제 더는 할 얘기가 없는지 아까 전부터 잠잠해졌다.

 

이대로 얼마나 더 가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작은 마을이 보였다. 그리고 인근에 자리 잡은 마차들도 함께 시야에 잡혔다.

 

작은 오두막들과 마차들 사이를 바삐 오가는 저 사람들은...... 틀림없이 독일군이었다!

 

-전방에 적 출현! 모두 전투 준비!

"드디어 때가 왔구만!"

"위험하니 전차에서 내려요!"

 

이 중사 양반은 뭔 놈의 자신감인지 전차에서 내리기는커녕 사격 자세를 취했다.

 

내가 기겁해서 말렸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내 목숨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소위님은 제 할 일을 하시면 됩니다! 어이, 전진!"

"알겠습니다!"

 

이젠 하다하다 날 대신해서 명령까지 내렸다. 거기에 맞장구치는 애덤 녀석은 덤이고.

 

"젠장, 그럼 뒤통수에 총알 맞지 않게 조심하쇼!"

 

뭐, 자기 목숨은 자기가 알아서 챙기겠지.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누굴 걱정하나 싶다.

당장 자기 목숨 하나 챙기기도 급한 상황인데.

 

아무튼 적을 발견한 우리는 그대로 전진하며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

급습을 당한 독일군은 대혼란에 빠졌다.

난데없이 적군이 나타나니 당황할 만도 하지.

 

심지어 그들은 전투부대도 아니고 보급부대였다.

 

보급부대라고 해서 무기가 없거나 훈련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장이나 사기 측면에선 확연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독일군 몇 명이 소총으로 응사했지만, 대다수는 도망치는 걸 택했다.

장교들과 하사관들이 열심히 소리를 질러댔지만, 소용없었다. 한 번 떨어진 사기는 다시는 오르지 않았다.

 

용감하게 싸우던 독일 병사들도 곧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항복! 항복한다!"

"쏘지 마! 쏘지 마!"

 

독일군은 금방 전의를 잃고 항복을 선언했다.

아군 병사들은 느긋하게 걸어가 그들의 무장을 해제하고, 한곳에 모아 감시했다.

 

전투라 할 것도 없었다.

대다수 전차가 발포하기도 전에 적들이 백기를 들었으니 말이다.

 

"이거야 원, 아직 네 발밖에 쏘지 못했는데 벌써 끝이라니. 이제 막 재미 좀 붙이려던 찰나였는데 말이지."

 

우리의 중사님께선 적들이 빠르게 항복한 것이 아쉬운지 연신 툴툴거렸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다소 어이가 없었다.

 

이봐요, 아저씨.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시는 것 같은데, 나중에는 지금이 그리워질걸요?

 

그때였다.

등 뒤에서 우렁찬 굉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강렬한 돌풍이 날아왔다.

 

포로들을 향해 소리치던 병사들도 갑작스런 굉음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까지 들판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기고 진한 회색 연기가 무럭무럭 솟구치고 있었다.

 

"적의 포격이다!"

 

진짜 전투는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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