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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108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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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남녀 108화

108 은휘성녀(銀暉聖女)(1)

 

 

 

 

 

화창한 어느 날, 신강에 있는 마교의 총단이 오늘은 몹시도 시끄러웠다.

 

총단의 중심에 있는 마존궁, 마교의 교주가 머무르고 있으며 10만이 넘는 마교도들의 성지이기도 한 그곳은 오늘 모든 문이 활짝 열려 있었으며 마존궁의 성벽 위에는 모든 흑도 문파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그리고 마존궁 앞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마존궁을 향하고 있을 때, 마교의 교주인 천혈마존 동방천무가 마존궁의 정문 위에 나타났다.

 

“천마신교 만세, 만세, 만만세.”

 

교주의 모습을 보자 마존궁 앞에 도열해 있던 모든 마교의 무사들이 일제히 부복하며 외치는 소리가 총단의 높은 성벽을 넘어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오랜 시간 신강의 좁은 테두리 안에서 때를 기다리느라 수고했다. 우리 천마신교가 신강을 나가 중원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할 날이 드디어 왔다. 모두들 비열한 백도의 무리를 단죄하고 중원에 흑도의 길을 여는 데 모든 힘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교 교주로부터 드디어 기다리던 출정의 명이 떨어지자 모든 흑도의 무사들, 특히 1차 정사대전에서 복수의 맹세를 하며 정파의 칼날을 피해 신강으로 몸을 피했던 늙은 무인들은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나가자!”

 

“비열한 수작을 부려 중원의 패권을 쥔 백도의 놈들에게 우리의 권리를 되찾자.”

 

“모든 정파의 놈들을 없애버려라!”

 

환호성과 함께 마존궁 앞에 있던 10여만 명으로 된 중원 정벌대가 총단의 입구를 나가기 시작했다.

 

진격로를 세 개로 나누어 이만 오천의 일로대는 감숙과 섬서를 거쳐 무림맹이 있는 항주로 방향을 잡았으며 5만의 이로대는 청해와 사천을 거쳐 호북과 하남을 통과하여 무림맹이 있는 항주로 향한다.

 

3만의 삼로대는 이로대와 함께 청해와 사천으로 진격을 하고 사천에서 이로대와 헤어져 호남과 강서를 지나 항주로 진격할 예정이다.

 

아이네스는 이로대와 함께 움직였다. 이로대가 마교의 중원 진출의 주력이자 이로대의 길인 청해와 사천 그리고 호북과 하남에 구파일방의 대부분의 세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네스는 나라 안에서 사적으로 움직이는 무리의 수가 10만이 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물론 중원에서는 무림인과 관부가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무림인들이 왕권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에 굳이 탄압을 하지 않는 것이겠지.’

 

총단에서 썰물처럼 밀려 나간 마교의 10만 대군은 신강의 중앙에서 일로대가 감숙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항주에 먼저 가 있을 테니, 술이 동나기 전에 오라고.”

 

“얼씨구, 우리가 먼저 가 있을 테니 자네들이나 마실 술을 들고 오게.”

 

마교의 무사들은 헤어지면 환호를 질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과 멀어지자 다시 앞을 보며 힘차게 걸어갔다.

 

 

 

 

 

“청해다. 덕령합 요새가 보인다.”

 

이로대와 삼로대가 진군을 한 지 5일이 지났을 때 신강에서 중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청해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무림맹에서 마교를 견제하기 위해 설치한 청해지부 덕령합(德令哈) 분타가 있다.

 

일반적으로 분타라 하면 적당한 장원을 분타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마교의 중원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지은 덕령합 분타는 그 자체가 전쟁을 위한 성이었다.

 

멀리서 보아도 확인이 가능한 거대한 성 위에는 많은 백도 문파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으며 성벽 위에는 무인들이 활과 암기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저곳이 중원을 향하는 첫 관문입니다. 중원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필히 거쳐야 할 곳입니다. 덕령합 분타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중원을 향하는 흑도의 행보가 멈춰지게 됩니다.”

 

아이네스는 잠시 눈을 감고 예소소가 그녀에게 말해준 내용을 떠올렸다.

 

무림은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곳. 우선 흑도에 중원을 휩쓸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흑백공존은 영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선은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한다고 했지.’

 

아이네스는 무림맹의 분타를 살펴보았다. 그저 성벽이 높을 뿐 수성전을 위한 도구는 보이지 않았다.

 

무림인들은 중병(重兵)을 가질 수 없기에 공성전과 수성전의 주된 무기는 활과 암기라고 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무기가 없는 이상 성벽 위에 다른 장치를 찾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아이네스는 혈랑검을 쥐고 앞으로 나섰다. 지금 가이오스트 대륙에서는 무혼이 자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여 마인을 싸우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도 가만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흑백공존을 위한 길.’

 

예소소는 아이네스가 앞으로 나서자 옆을 보며 그녀의 호위를 명했다.

 

이로대의 군사 중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한 그녀의 명령에 움직인 자들은 아이네스와 함께 망인곡을 빠져나온 흑도의 신성들이었다.

 

고명우와 화룡마편이 양쪽을 지키고 스무 명의 무사들이 원진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에서 아이네스는 혈랑검을 들었다.

 

말로만 들은 새로운 술법인 매직을 보는 예소소와 주위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을 느끼지 못하는 듯 아이네스는 혈랑검을 들고서 눈을 감고 있었다.

 

곧 혈랑검을 들고 있는 아이네스의 왼팔이 공중으로 향했고 그와 함께 아이네스의 전신에서 흰색의 기류가 맴돌기 시작한다.

 

쏴아아아.

 

서늘한 공기가 주위에서 몰려들자 아이네스의 주문을 외우는 소리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었다.

 

이미 예소소의 명령에 의해 공격대기 상태인 마교의 전사들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이네스의 모습을 멍하게 보고 있다.

 

외당의 당주인 잔결음살 청오문 장로는 멀찍이 떨어져서 아이네스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보았다.

 

외당 최고의 기대주인 무혼을 대신하여 나타난 그녀가 당주의 눈에 만족스러울 리가 없는 것이다.

 

“대체 저 계집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성을 공격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저 성을?”

 

당주와 그의 주위에 있던 다른 무사들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렸다.

 

강력한 성벽으로 보호받고 있는 자들을 아무것도 없이 어찌 공격한다는 것인가? 검기를 쏘아 보낸다 해도 지금의 거리는 너무도 멀었다.

 

그 순간, 주문이 끝나고 아이네스의 눈이 떠졌을 때 그녀의 눈길은 성문을 향해 있었다.

 

“아이스 큐빅(Ice Cubic)!”

 

아이네스의 시동어가 떨어지자 그녀의 머리 위에서는 흰색의 마나가 급격히 모여들며 둥글게 뭉치기 시작했고 곧 거대한 얼음의 구를 만들어냈다.

 

빙계의 5클래스 급의 대인 공격마법인 아이스 큐빅. 약 9척의 지름을 가진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가녀린 그녀의 머리 위에 나타나자 모두의 눈이 커지고 있었다.

 

“세상에……!”

 

“당주님, 저것이 대체 뭡니까?”

 

“나에게 묻지 말게. 나도 처음 보는 것이네.”

 

아이네스를 못마땅한 눈으로 보던 외당 당주의 눈마저 크게 만든 아이스 큐빅은 아이네스의 손짓에 따라 덕령합 분타의 성문으로 맹렬하게 돌진해 갔다.

 

콰아아앙!

 

덕령합 분타의 나무로 된 성문은 아이스 큐빅과 부딪치며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곧이어 폭발한 마나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굉음과 함께 터져나갔다.

 

“이게 무엇이냐?”

 

분타를 지휘하는 열석십권(裂石十拳) 욱단백(郁蛋白)은 눈앞의 모습을 믿을 수 없었다.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이렇게 멀리 날아오는 것도 처음 보거니와 벽력탄이 수십 개가 동시에 터진 듯한 폭음에 귀가 얼얼했던 것이다.

 

“벽력탄인가? 아니면 화포인가?”

 

“벽력탄도 화포도 아닙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제갈경휘 역시 얼이 빠진 모습으로 보고 있었다.

 

“중원 천지 어디에도 화기가 아닌 냉기로 공격하는 포와 벽력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 성문을 부순 게 무엇이란 말이오?”

 

그러나 제갈경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우선은 적들을 막아야 합니다. 성문을 급히 보수시키고 보수하는 동안 성문을 중심으로 무사들을 두텁게 배치해야 합니다.”

 

그의 말에 욱단백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주위에 있는 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들이 성벽을 넘지 못한다면 무림맹에서 지원이 올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소. 군사의 이야기대로 인원을 빨리 배치하기 바라오.”

 

아직 폭발음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무림맹의 무사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무사들로 하여금 성문의 앞뒤에 장애물들을 설치하고 그 뒤를 방패로 막은 후 무사들을 집중 배치하였으며 활을 든 무인들을 성문 위로 모두 모았다.

 

“그럼…….”

 

“아직 끝나지 않았어, 동생.”

 

예소소가 마교의 무사들에게 공격의 명령을 내리려 하자 아이네스는 제지하면서 다시 마나를 이끌기 시작했다.

 

 

 

 

 

아이네스가 주문을 외우는 모습은 분타의 성벽 위에서도 보였다.

 

“저 마녀가 부리는 술법인가 봅니다.”

 

제갈경휘의 말에 욱단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갈았다.

 

“저 계집이 또 그런 얼음을 날린다면 수성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터이니 궁술에 능한 자들을 모아 저 마녀를 쏘아 맞히게 하시오.”

 

마교의 대군을 발견한 뒤 청해의 모든 문파에서 파견한 정예 무사들이 이 성을 지키기 위해 모여들었다.

 

즉, 이 성이 무너진다면 청해에는 더 이상 마교의 진격을 막을 곳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덕령합 분타를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처음 분타에 와서 지휘를 맡았을 때만 해도 견고한 성벽과 두터운 성문을 보며 욱단백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고 마교의 진격을 막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강력한 술법에 자신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막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사천의 경계까지 마교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없어.’

 

세력권 다툼이 아닌 혈채를 받아내는 싸움에서 마교의 손에 떨어진다면 청해는 피로 잠기게 될 것이다.

 

욱단백은 불길한 상상을 떨쳐버리려는 듯 머리를 흔들고는 주술을 준비하는 아이네스를 노려보았다.

 

 

 

 

 

아이네스가 주문을 외우고 있는 것을 보던 고명우는 그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시오? 공 소협?”

 

고명우를 부른 화룡마편은 손으로 성벽 위를 가리켰다. 고명우가 눈에 내력을 불어넣으며 시선을 집중해보니 활을 든 무사들이 이쪽을 노리고 있었다.

 

고명우는 주문을 외우고 있는 아이네스를 흘깃 본 후 호위를 맡고 있는 무사들에게 명했다.

 

“아이네스 소저를 노리는 저 화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막아야 한다. 자신의 병장기로 막을 자신이 없다면 몸으로라도 막아라!”

 

“예!”

 

아이네스의 앞을 막기 위해 나선 자는 호위무사 스무 명만이 아니었다.

 

주위의 다른 무사들도 그들의 애병을 뽑고서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성문 위의 궁수들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흑도의 무사 중 활을 가진 자들도 성문 위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슈웅!

 

“온다. 놓쳐서는 안 된다.”

 

고명우는 아이네스를 다시 한번 흘깃 보았다. 그가 도와주지 못했던 공야 아우의 모습과 겹쳐지며 그의 눈은 결의가 떠올랐다.

 

‘고명우, 의제를 다시 보고 싶다면 목숨을 걸고 아이네스 소저를 지켜라.’

 

입술을 굳게 다문 그의 손에 들린 한 자루의 도가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매섭게 휘둘러졌다.

 

고명우를 비롯한 흑도의 무사들이 필사적으로 화살을 막고 화살을 쏘아 응전하고 있는 와중에 아이네스의 주문은 계속되어갔다.

 

흰 기류에 휩싸여 공중에 떠오른 그녀는 다시 눈을 떠 이번에는 성문 위의 공간을 바라보며 시동어를 외쳤다.

 

“프로스트 윈드(Frost wind)!”

 

아이네스를 감싸 돌던 흰 기류가 혈랑검의 끝에 달린 수정으로 모였고 다시 수정에서 나온 새하얀 기운이 한줄기 선을 그리며 성문의 공중에 머물렀다.

 

흑도의 무사들은 얼음덩어리가 아닌 흰색의 기운이 성문 위에 머물자 의아해하면서도 기대감이 가득한 눈길로 보고 있었다.

 

“저건 뭐냐?”

 

하지만 얼음덩어리의 공격을 대비하고 있던 무림맹 청해지부의 무사들은 성문 위의 공중에서 맴돌고 있는 흰색의 기운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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