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남녀 1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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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남녀 104화
104 새로운 만남(2)
고명우의 일행과 헤어진 남궁장천은 합작 분타로 향하며 신룡대를 향해 말했다.
“내가 허락하기 전까지는 이번 여정에 있었던 모든 내용을 비밀로 한다. 알겠나?”
“예.”
합작 분타로 향하는 남궁장천의 마음은 복잡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제갈두휘가 흉계로 자신을 해치려고 했다는 점이 그의 마음이 더욱 어지러워졌다.
“남궁 공자, 그동안 어디로 갔었소. 걱정을 많이 했소.”
오랜만에 보는 합작 분타주는 반색을 하였으나 남궁장천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질문을 했다.
“제갈두휘 소협이 혹시 여기 온 적이 있습니까?”
“아니오. 팽 공자는 지금 안쪽에서 쉬고 있지만 제갈 공자는 합작 분타에서 본 적이 없다오.”
남궁장천은 그 말에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당시 제갈두휘는 합작 분타를 통해서 장천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분타주님, 제가 돌아온 것을 비밀로 해주시겠습니까?”
장천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잠시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신룡대를 이끌고 분타주가 마련해 준 숙소로 가며 상황을 정리하려고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남궁 형님, 그동안 어디를 가셨습니까?”
“아, 팽 아우. 그럴 일이 좀 있었네.”
그러면서 속으로 팽조덕에게 전음을 보냈다.
[혹시 요즘에 제갈 아우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아니요? 요즘 도통 보이지 않던데요? 무슨 일이 있나요?]
남궁장천은 잠시 팽조덕을 보았다. 하지만 그까지 한 패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나와 잠시 이야기 좀 나누세.”
팽조덕은 보통 때와 다르게 얼굴이 굳어 있는 장천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요?”
남궁장천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팽조덕은 탁자를 내려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선 앉아보게.”
“아니 어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내 이놈을 당장!”
“흥분해서 될 일이 아니네. 비밀리에 하나하나 확인을 해봐야 하니 침착해야 해.”
그 말을 들은 팽조덕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남궁 형님,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우선 모르고 실수로 나를 그곳으로 보낸 것인지, 아니면 고의로 밀어 넣은 것인지 확인을 해야 하네.”
“나도 함께 가겠소.”
“안 그래도 자네의 도움이 필요했다네. 날 좀 도와주게.”
팽조덕은 장천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만 하시오. 무엇이라도 하겠소.”
“우선 그 일을 제갈 아우 혼자서 했다고 생각하기엔 어렵네. 그렇다면 분명 동조자가 있을 거야. 그런데 나에게 제갈 아우의 서신을 전달한 자들이 있어.”
“그자들이 누굽니까?”
“공동파의 제자들이었네.”
그러자 팽조덕은 신음을 하듯 말을 내뱉었다.
“추청령! 이 사갈 같은 놈이…….”
“추청령이 관여되었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지. 점창파의 문종후.”
“그놈들이…….”
“맞아, 그래서 자세히 조사하자는 거라네. 그자들의 성정을 보아 제갈 아우가 이용을 당한 것일 수도 있네.”
남궁장천과 팽조덕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같은 명문대파의 후기지수이기에 서로에 대해서 잘 아는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성품도 잘 알고 있었고 각자의 친우도 잘 안다.
“우선 공동파를 찾아가야겠군요.”
“아니네. 상대는 공동파야. 우선 할아버지들께 전서구를 보내야 해.”
남궁장천은 빠르게 움직였다. 안휘에서는 그의 서신을 받고 한동안 실종된 손자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검황 남궁태령이 세가의 문을 나섰다.
그리고 하북에서는 팽조덕이 보낸 편지를 읽은 도황 팽하림이 얼굴을 분노로 붉게 물들이며 그의 도를 쥐고 일어섰다.
다음 날, 남궁장천은 팽조덕과 함께 신룡대를 이끌고 합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보정(保亭)이라는 마을로 갔다.
보정은 공동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로 공동파에 물건을 공급하는 일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자들이 많다. 그리고 공동파의 속가제자들이 자주 내려오는 곳이기도 했다.
멀리서 그 마을을 바라보던 남궁장천은 팽조덕을 보았다.
“나에게 서신을 보낸 자들을 찾아내면 되네. 얼굴은 이들이 알고 있으니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걸세.”
“맡겨주십시오.”
팽조덕은 공동파 제자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신룡대 열 명과 함께 보정으로 향했다.
평복을 입은 신룡대원들은 공동파의 무복을 입은 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객잔에 머물러 정보를 모았다.
[저자입니다.]
팽조덕이 2층의 구석에서 1층을 슬쩍 보니 5명의 공동파 제자들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노란 영웅건을 머리에 쓰고 있는 자와 왼쪽 팔을 걷은 자가 당시 남궁 소협에게 서신을 전한 자입니다.]
신룡대 세 명의 말이 일치했다. 팽조덕은 그들의 얼굴을 잊지 않도록 머리에 각인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행동하는 자들도 조사를 시작했다.
[그들은 자칭 공동십걸이라 칭하며 추청령을 따라다닌다고 합니다.]
[또한, 그들은 저희가 흑도의 무리를 쫓고 있을 때 마을에 없었던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망인곡에 수십 일 동안 갇혀 지내던 신룡대원들은 그들을 치밀하게 추적을 해갔다.
3일간 최대한의 정보를 모은 그들은 다시 마을을 빠져나와 남궁장천이 머물고 있는 산으로 돌아왔다.
“남궁 형님, 맞습니다. 그자들은 추가 놈의 사형제들로 추가 놈의 말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자들이랍니다.”
“우리가 망인곡에 빠진 날, 추가와 함께 행동했던 자가 둘뿐인가?”
“아닐 겁니다. 자기들 스스로 공동십걸이라 자칭하는 놈들이 있다고 합니다. 당시 그들 모두가 마을에서 사라졌었다고 합니다.”
“이젠 점창파로 가서 조사를 해야겠군.”
팽조덕과 신룡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장천과 팽조덕은 전서구를 보낸 지 10여 일 만에 필요한 조사를 마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문종후와 그의 사제 6명도 비슷한 시기에 사라졌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게다가 공동파에서는 오래전부터 망인곡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 이 녀석들을 다 잡아넣기만 하면 되겠군요.”
“제갈 아우가 당시 조사한 것은 혈랑환검의 행로라 합니다.”
“혈랑환검의 행로?”
“예. 제갈상휘 아우에게 확인했는데 그때 제갈두휘 아우가 혈랑환검의 행적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갔다고 합니다.”
남궁장천은 제갈두휘가 혈랑환검에게 얼마나 집착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났다.
“그래. 제갈 아우는 지금 어디에 있나?”
“그게… 제갈두휘 소협의 행방이 묘합니다. 알고 있는 사람이 없어요.”
그때였다. 문밖을 지키던 신룡대원이 남궁세가의 사람이 왔음을 알렸다.
그러자 남궁장천의 눈에 웃음이 가득했다.
“드디어 할아버지들께서 오셨군.”
남궁장천은 팽조덕과 신룡대를 이끌고 남궁세가의 무사가 인도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천아야, 무사했구나.”
검황은 손자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더니 얼굴에 웃음을 가득히 띠었다. 그 옆에는 팽조덕이 그의 할아버지를 향해 허리를 깊게 숙였다.
“할아버지,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의형의 억울한 사정을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도황은 팽조덕이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도와야지. 생판 처음 보는 자의 억울함을 보아도 도와야 함이 당연하거늘. 의형제의 억울함을 보고도 외면하는 것은 하북팽가의 성을 받은 자가 할 짓이 아니니라.
도황도 오랜만에 만나는 손자가 반가운지 연신 웃음을 띠며 다가왔다.
“그들의 뒤로 약간은 냉랭하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궁 소협은 지금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습니까?”
그곳에는 무림맹의 집법부를 맡고 있는 오행지극검(五行至極劍) 시혁승(柴奕陞)과 그가 이끄는 집행무사들이 있었다.
“물론입니다.”
남궁장천은 대답하며 그동안 조사하면서 정리해 적어둔 것을 그에게 넘겼다.
글을 다 읽은 시혁승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남궁 소협, 남궁 소협이 말한 내용은 남궁세가의 명예와 위신의 문제도 걸려있습니다. 물론 알고 계시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만일 제 말이 거짓이라면 어떠한 처벌이라도 받겠습니다.”
남궁장천의 말을 들은 오행지극검 시혁승과 마흔 명의 집법무사들이 공동파로 들어갔다. 그 뒤를 검황과 도황이 같이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오.”
공동파의 장문인인 천뢰검호(天雷劍豪) 여무루(茹無淚)는 시혁승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냉랭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였으나 그를 따라 공동파로 들어서는 검황과 도황을 보고 눈을 동그래졌다.
“이황!”
정파무림의 최고봉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황칠제다. 그중에서 현 무림 최고의 고수를 꼽으면 검황과 도황이 남게 된다.
‘이황이 동시에 찾아오다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지?’
“무림맹의 집법장로께서 머나먼 이곳에는 어쩐 일이오.”
공동파의 장문인은 목소리가 훨씬 부드러워지며 물었다. 하지만 시혁승은 상관없다는 듯 특유의 냉랭한 목소리로 딱딱하게 말했다.
“공동파의 제자인 추청령 공자외 공동파 제자 열 명이 고발되었소.”
“뭣이? 그 이유가 무엇이오?”
잘잘못을 떠나 무림맹 집법장로의 처벌을 받게 된다면 문파의 이미지에 좋지 않다.
하지만 검황의 말에 공동파의 장문인은 입을 벌린 채 다물 수가 없었다.
“내 손자를 죽이려고 했다는군.”
‘추청령 이놈이 미친……!’
며칠 뒤 점창파에서도 조사를 당한 문종후와 그의 사제 6명이 혈을 제압당하고 포박이 된 채 무림맹으로 끌려갔다.
“네놈들의 죄는 낱낱이 밝혀졌다. 이래도 부정하겠느냐?”
그러나 문종후와 추청령은 억울하다는 듯 완강히 부인했다.
“억울합니다.”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시혁승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추청령, 네놈의 사제 중 한 명이 재미있는 취미가 있더군.”
“무슨 말이오.”
“자네와 함께 일을 저지를 때마다 그것을 자랑스럽게 적어두는 취미를 가졌던데?”
그 말을 들은 추청령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공동파에서 오래전부터 망인곡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도 안다. 네놈들이 계속 부인할수록 공동파와 점창파에 누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지.”
한 집법무사가 찾아낸 작은 책자에는 그들이 이제까지 해온 일들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토대로 집법부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이다.
즉시 내용의 진실 여부를 확인했고 끝내 알아낼 수 없는 일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실로 판명이 되었다.
두 공자의 악행이 낱낱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다.
행방불명이 된 것으로 알려진 사람 중 그들의 흉계에 걸린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다.
“허어, 이렇게 많은 협객들을…….”
“대체 공동파와 점창파는 제자들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오.”
두 파에서 나온 장로들은 얼굴을 붉힌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른 문파의 항의를 고스란히 듣고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