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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101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101화

101 소환마법 메이즈(2)

 

 

 

 

 

한동안 걸어서 두 사람이 도착한 곳에는 널찍한 공터가 하나 있었다.

 

주위의 황량한 풍경에 아이네스는 ‘빛의 연합국에도 이런 풍경을 가진 곳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곳이에요.”

 

엘라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이네스는 그와 함께 미리 설명을 들은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간혹 눈물이 눈앞을 가렸으나 바닥에 살짝 떨어뜨리고 마법진을 그리는 데 전념했다. 그리고 드디어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아이네스 공주님이 잠들지 않은 상태에서 무혼 경과 연결이 되는 것입니다.”

 

“잠이 들지 않고 어떻게 무혼 경에게 찾아갈 수 있죠?”

 

엘라드는 살짝 웃더니 그의 하프를 꺼내 보였다.

 

그러자 아이네스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설마…….”

 

이제까지 들은 이야기로나 직접 보면서 그녀는 엘라드가 하프를 무기 이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 생각이 든 아이네스는 엘라드의 하프를 경계하면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것으로 저를 때리겠다는 말은 아니겠죠?”

 

그의 하프가 악기가 아닌 무기로 보이는 이상 자연스럽게 경계를 할 수밖에 없는 아이네스였다.

 

그런 아이네스의 모습을 황당한 얼굴로 보던 엘라드는 머리를 한 손으로 꼬며 변명을 하듯이 말했다.

 

“저, 저기 공주님, 이건 하프입니다. 곡을 연주하는데 사용하는…….”

 

“그런가요?”

 

그러나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하프와 엘라드의 얼굴을 번갈아 보자 엘라드는 문득 그의 하프를 보았다.

 

‘혹시 진짜 무기인가?’

 

순간 그조차 아이네스의 눈빛에 헷갈렸으나 머리를 흔들어 엉뚱한 상상을 지우고서 다시 그녀를 보았다.

 

“그러니까… 제가 이것으로 연주를 할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정신은 있으신 상태에서 몸이 잠이 드는 상황이 될 거고요.”

 

“예에…….”

 

다시 고개를 든 아이네스는 엘라드를 똑바로 보았다.

 

“그때 백마나탄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죠?”

 

“켁켁.”

 

순간 엘라드는 이제까지 걸린 적이 없는 사래가 걸리자 급하게 기침을 했다.

 

“하, 하. 저, 절대로 백마나탄이 안 나와요. 안전하니 안심하셔도 돼요.”

 

그제야 아이네스가 경계의 눈초리를 풀자 엘라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그렇게 한다면 공주님은 깨어 있는 상태로 무혼 경과 만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마법진이 발동하기 위해서는 두 신의 신성력과 7클래스 급의 마나가 필요합니다.”

 

“두 신의 신성력과 7클래스의 마나…….”

 

“무혼 경을 만나고 있는 중에는 7클래스의 마나를 이용할 수 있지 않나요?”

 

아이네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라드는 설명을 계속했다.

 

“다행히 공주님께서는 그중 두 가지를 만족하십니다. 무혼 경과 합심을 하실 경우 7클래스 급의 마나를 끌어내실 수 있고 눈의 신 스노샤니의 신성력은 가이오스트 대륙의 누구보다도 많이 가지고 계시죠.”

 

아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엘라드를 보았다.

 

“그런데 엘라드가 어떠한 신을 믿는다는 말은 처음 듣네요. 어느 신의 신성력을 품고 계신 건가요?”

 

“전 어떠한 신의 신자도 아니에요.”

 

아이네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엘라드를 바라보자 그는 어색한 듯 웃었다.

 

쫘악!

 

엘라드가 입고 있는 옷의 등 부분이 찢어지더니 두 장의 날개가 길게 뻗어 나왔다.

 

흰색을 바탕으로 군데군데 검은색과 회색으로 물들어 있었으며 깃털은 풍성하게 있었다. 날개는 날갯짓을 가볍게 서너 번 한 후 서서히 접혔다.

 

“신족?”

 

“아니에요. 저는 관조자의 한 명이죠. 아직은 미성숙한 관조자라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제약이 있지만요.”

 

관조자. 세상에 알려진 두 계열의 신 외 이 세상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다른 계열의 신이다.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고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모르는 자들도 많지만, 왕족과 고위 사제들은 그들의 존재를 문헌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세상을 보며 세상의 뒤편에서 음과 양을 조절하는 자들이다. 흑도 백도 아닌 이 세상의 유지를 위해서만 나타난다는 존재였고 회색의 신이라 불리는 그들이었다.

 

“관조자라면 이렇게 저를 도와주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요?”

 

“저는 미성숙한 관조자이기에 가능해요.”

 

“그런데 왜 세상을 떠도는 것이죠?”

 

“수업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신의 능력을 지닌 것이 아니기에 신의 능력을 지니기 위해서 반신의 경지에 올라야 합니다. 저는 평등의 관조자의 후계자로서 빛과 어둠을 공평하게 대해야 하지만 아직 그러한 눈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아버지께서는 저를 세상으로 내보내셨고 저는 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여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네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라드는 그의 회색빛 날개를 활짝 펼치고서 은은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제 공주님께서 무혼 경과 만나시고 동일한 마법진을 동일한 시간에 발동을 시키시면 돼요.”

 

“하지만 무혼 경이 있는 명계에는 신성력도 마나도 부족할 텐데요?”

 

“이 마법진은 한쪽에서 발동을 시키면 대응 마법진 쪽은 아무것도 필요 없이 시동어만으로도 발동이 돼요. 다만 동시에 발동을 해야 하죠. 공주님께서는 그게 가능하시니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손에 하프를 들고서 음을 타기 시작했다.

 

처음 듣는 엘라드의 하프 소리를 들으며 아이네스는 마법진의 중앙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의 하프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니 정신은 말짱한데 온몸이 나른해지는 기묘한 느낌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네요.”

 

“이 음이 들리는 곳의 사람들은 모두 몸만 잠이 드는 상태가 된답니다.”

 

그러기를 몇 시간 후 아이네스의 간절한 소망 덕분일까? 아이네스는 눈을 뜬 상태로 두 개의 세상이 동시에 보이는 현상을 겪고 있었다.

 

- 무혼 경?

 

- 예, 아이네스 소저.

 

무혼은 아이네스의 목소리가 들리자 홀로 하던 수련을 멈추고 대답을 했다.

 

무혼의 모습을 지켜보던 세 노인은 갑자기 수련을 멈춘 그를 보며 묻는다.

 

“그 소저가 왔느냐?”

 

“그렇습니다.”

 

그러자 천마는 무혼을 보며 인자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벌써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명계에 머물러 있으면서 항상 같이 다니며 붙어 지냈다.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되어 후손을 보지 않았기에 무혼이 자식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배운 것들을 모두 기억하느냐?”

 

“예.”

 

“그리고 다른 자들이 알려준 것도 모두 기억을 하고?”

 

“예.”

 

천마가 무혼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노인들이 모였다.

 

“자네의 말썽쟁이 손자 놈은 어떻게 했나?”

 

“혼아가 떠난다는 말에 발광을 하기에 좀 때려주고 묶어놓았습니다.”

 

도제의 조부 말에 모두들 껄껄 웃었다.

 

“지금 그 소저도 함께 있느냐?”

 

“그렇습니다.”

 

“소녀, 아이네스라고 하옵니다. 여러 영웅분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갑자기 무혼의 입에서 여성스러운 어투의 말이 흘러나오자 모두들 잠시 놀란 듯하였으나 곧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무혼의 얼굴로 시선을 던졌다.

 

“거참 신기하구나.”

 

“소저, 중원을 잘 부탁하오.”

 

“허허. 음양인도 아니고 그 참 뭐라 딱히 부를 말이 없군.”

 

그렇게 인사를 마치자 아이네스는 무혼의 몸을 움직여 혈랑검을 꺼낸 후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는 방법은 간단했다. 아이네스가 머리에 떠올리는 마법진을 무혼이 아이네스의 의지를 이어받아 검기가 담긴 혈랑검으로 그렸다.

 

초 노인은 바닥에 그려지는 마법진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심히 보았다.

 

“확실히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술법이군. 한데 이 그림은 단지 그려지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기를 흔드니 대단하군.”

 

“그게 대단한 것인가?”

 

“중원의 모든 주술들은 기본이 내력이라네. 그렇기에 무엇을 만들어도 그 주술이 발동하기 위해서는 내력을 밀어 넣고 의지를 부여해야 발동하는 것이지. 그것에 비해 저 매직이라 부르는 주술은 그저 그림만으로도 주위의 기를 흔드는 것을 보아 중원의 주술이 지형지물을 이용한 진식이라면 매직은 일종의 조건이 되면 작동되는 기관진식과 비슷하다고 할까?”

 

고개를 끄덕이며 무혼이 마법진을 그리는 것을 구경하던 노인들은 그가 마법진을 완성하고 가운데 서자 마법진 밖을 둘러싸 무혼을 보고 있었다.

 

“잘 가거라.”

 

모여든 노인들에게 정중히 포권지례를 취하던 무혼이 허리를 펴자 그의 입에서 시동어가 흘러나왔다.

 

“메이즈(maze :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마법).”

 

시동어는 가이오스트 대륙의 아이네스의 입술 사이로도 함께 흘러나왔다. 그리고 두 개의 마법진은 발동되기 시작했다.

 

마법진이 뿜어내는 환한 빛 속에서 아이네스는 고개를 돌려 엘라드를 보았다.

 

“잘 지내요, 엘라드.”

 

이제는 다시 보지 못할 엘라드에게 아이네스는 한마디를 던지고 사라져갈 때 명계에 있는 무혼도 빛에 휩싸여 몸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것을 본 노인들은 무혼에게 웃음을 띠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빛이 강해지자 무혼은 눈을 감았지만, 곧 빛에 익숙해지자 다시 눈을 떴다.

 

긴 꼬리를 가진 혜성들이 많이 지나가고 있는 듯한 공간, 무혼은 몇 번 보았던 공간이었다.

 

“아이네스 소저의 공간이동(=텔레포트) 마법과 명계에 빠져들 때도 이랬었는데 이동하는 술법의 통로는 모두 비슷한가 보군.”

 

그 빛의 터널 끝에 환한 빛이 점점 크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빛 속에 있던 작은 형상도 점점 커져 갔다.

 

“설마?”

 

빛 속을 빠져나오니 명계에 빠져들기 전의 바로 그 계곡 속이었다.

 

무혼은 모습을 드러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고명우와 그의 뒤에 모여 있는 흑도와 백도의 무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지친 듯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고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고명우는 그의 앞에 어떠한 기척이 느껴지자 눈을 떴다. 그 순간 무혼과 그의 눈이 마주쳤다.

 

“고형님!”

 

“공야 아우!”

 

무혼은 그에게 감사의 의미가 담긴 눈빛을 보냈다. 자신이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앞에서 지켜준 것이리라.

 

그러나 그와 천천히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이미 무혼의 발아래에 명계에 그렸던 마법진과 같은 빛의 그림이 있었고 그 빛의 그림은 다시 강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고형님 이곳으로 색목의 여인이 도착할 것입니다. 그녀를 저라 생각해주시고 잘 부탁드립니다!”

 

“공야 아우, 그게 무슨 말인가?”

 

오랜만에 만난 의제가 엉뚱한 소리를 하자 고명우는 급하게 소리쳤지만 무혼의 발아래에 있던 마법진에서 순식간에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무혼의 모습을 가렸다.

 

“공야 아우!”

 

빛 속에서 무혼의 목소리가 작지만, 똑똑히 들려왔다.

 

“고형님! 아이네스라는 이름을 가진 색목인 소저입니다. 그녀를 통해서 고형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때 자세한 설명을 하겠습니다.”

 

무혼은 다시 한번 빛의 터널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조금 전보다 훨씬 기나긴 터널이었고 그곳에서 날아가는 시간도 길게 느껴졌다.

 

한동안 정신없이 터널 속을 날아가던 무혼은 반대쪽에서 오고 있는 인영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의 눈은 커졌다. 다가오는 사람은 바로 아이네스였었던 것이다.

 

“아, 아이네스 소저.”

 

무혼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아이네스는 감고 있는 눈을 살짝 떴다.

 

그녀의 눈앞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무혼의 얼굴이 가득 들어왔다.

 

거울이나 물에 비친 모습을 여러 번 보았으나 이렇게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다.

 

두 사람이 가까이 교차하는 그 순간이 몹시 길게도 느껴진다. 무혼은 아이네스의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무혼 경, 저의 가족과 조국을 부탁드려요.”

 

왠지 모를 눈물에 다시 눈이 흐려진 아이네스는 눈물을 보이기 싫어 눈을 감았다.

 

무혼의 놀란 듯한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녀를 보던 무혼은 말해줘야 할 것이 있었지만 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다시 멀리 떨어져 갔다.

 

“그 말을 꼭 해야 했는데…….”

 

무혼은 점점 작아지고 있는 아이네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터널의 끝에 있는 환한 빛에 도착을 하자 약간의 어지럼증과 함께 낯선 이국의 풍경이 눈에 나타났다.

 

비틀거리는 몸을 바로 잡은 무혼은 인기척이 느껴지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엘라드,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무혼 경.”

 

“반갑기는 한데, 옷과 검은 차원을 넘어오지 못한다는 것을 왜 이야기 안 했죠?”

 

“그게… 깜빡했습니다.”

 

엘라드는 어색한 듯 웃으며 머리를 꼬았고 무혼은 자신의 발아래에 떨어져 있는 아이네스의 옷과 마법 지팡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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