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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93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93화

093 또 다른 세상(2)

 

 

 

 

 

조금 전 무혼이 봤을 때 분명 그는 주술의 모습에서 마법의 모습을 느꼈다.

 

그리고 어릴 때 봐왔던 마법이 중원에서는 어떻게 펼쳐지는지 초 노인이 몸소 자세히 보여주었다.

 

‘또 하나의 힘!’

 

무혼은 내력과 마나를 잠시 느껴보았다. 자신의 몸속에 있으며 자신의 것이기도 한 힘.

 

그러나 무혼은 무의식중에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그 힘을 부정하게 되면 결국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무림인들이라면 잘 알고 있는 내력에 대한 상식과도 같은 것이다.

 

무혼은 여태까지 마나는 자신의 힘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처음에 내 의지를 따르지 않는다고 내 힘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던 무혼이 다시 주술의 춤을 시작하였을 때 그의 모습은 처음과 판이하게 달라 보였다.

 

무혼이 내딛는 걸음에는 힘이 있었고 그의 움직임에는 부드러움이 감돌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초 노인은 의외라는 듯이 눈을 살짝 움직였다. 그가 살아온 시간 동안 단 두 번 만에 이렇게 발전된 동작을 구사한 사람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무림인이라면 결코 쉽지 않을 것인데……. 내력이 아니라 주위의 기운을 직접 끌어와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무림인이나 무공이 있었던가?’

 

그의 눈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기하군.”

 

초 노인이 고개를 돌리니 천 노인이 무혼이 있는 곳을 정확히 보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무엇인가가 느껴지는데 반은 내력이고 반은 내가 모르는 새로운 힘이로군.”

 

그 말을 들은 초 노인은 다시 고개를 돌려 무혼을 보았다.

 

그리고 세심하게 주위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감각에 느껴지는 이질적인 힘이 있었다.

 

‘주술과 비슷하나 또 다른 힘. 천가의 말이 맞았군. 이 아이는 지금 두 개의 힘을 동시에 끌어내고 있어.’

 

초 노인과 천 노인이 자신을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무혼은 자신이 행하고 있는 주술의 춤에 몰입되어 갔다.

 

무혼의 동작에 맞춰 아랫배의 단전에서 나오는 내력도 심장을 둘러싸고 있던 마나도 무혼의 의지에 이끌려 무혼의 주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문득 무혼은 그동안 그토록 움직이지 않던 마나가 무혼의 동작에 맞춰 같이 움직이는 것을 깨달았다.

 

무혼의 손짓에 붉은색의 마나가 주위를 감싸고 있었고 무혼의 발자국에 마나가 묻어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초 노인의 눈은 커졌다.

 

‘이건 어떻게 하면 쌓을 수 있는 힘이지?’

 

어느새 무혼의 주위를 붉은 두 개의 기운이 무혼을 축으로 쏜살같이 회전하고 있었고 공기도 흙도 무혼의 의지에 맞춰 무혼의 지배하에 놓인 공간을 형성하였다.

 

“주술이라는 게 이렇게 쉽게 익히는 것인가?”

 

“그럴 리가 없잖아! 이 노망난 무공광아!”

 

“그럼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사실에 대해서 설명해보게. 이놈의 잡기 영감탱이야!”

 

초 노인은 천 노인을 한번 노려보고서는 다시 무혼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로서도 이 광경에서 눈길을 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주술의 춤의 마지막 동작을 구사하던 무혼은 단전 위에 두 손을 얹으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단 두 번 만에 이 주술을 성공시키는 놈이 있었다니…….”

 

초 노인은 신기한 동물을 보듯 무혼을 들여다보았고 천 노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명계에 있는 동안 새로운 무공이라도 나왔나?”

 

“그랬다면 우가의 손자 아이가 왔을 때 알 수 있었겠지. 그놈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나?”

 

“그런가 보더군. 우가가 두들겨 잡느라 고생을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이미 천 노인도 무혼의 모습이 잘 보이고 있었다. 주술이 완성되면서 무혼의 모습이 드러났던 것이다.

 

천 노인은 무혼의 주위를 돌면서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어볼 말이 많은 듯 눈에 호기심을 가득 띄우고 입을 열었다.

 

“이 녀석이 지닌 무공을 자세히 알고 싶군.”

 

“아서게. 그 아이는 지금 이곳에 적응할 능력을 갖추는 게 우선일세.”

 

그 말을 들은 천 노인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면 다시 한번 무혼을 쳐다보았다.

 

그러는 사이에 무혼의 눈이 점점 떠지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변함없는 풍경이었지만 이제 바닥도 주위의 힘들도 그리고 온몸에 느껴지는 여러 가지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주술을 능숙하게 구사하는군. 혹시 자네 주술에 관해서 공부한 적이 있는가?”

 

“약간의 필요에 따라 익힌 것이 있습니다.”

 

그 말에 초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쉽게 펼치지.’

 

무혼은 어릴 때부터 아이네스의 마법을 계속 보아왔기에 술법을 일으키는 것이 상당히 수월했다.

 

“그런데 복장이 중원의 무복인 것 같은데 어디의 무사인가?”

 

무혼은 잠시 망설이다 솔직히 대답을 했다.

 

“저는 천마신교의 무사입니다. 중원을 떠돌던 중 묘한 계곡에 들어섰다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오호!”

 

천 노인은 눈을 반짝이며 얼굴에 웃음을 가득히 띤 채 무혼에게 다가섰고 술법을 알려준 초 노인은 혀를 차며 웃어주었다.

 

“천가 네놈의 후예로군. 어쩌다가 이런 놈의 후예가 되는 불행을 겪게 되었나?”

 

“예?”

 

그러나 천 노인은 초 노인의 말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얼굴에 웃음을 가득히 띠며 큰소리로 자랑스레 말했다.

 

“으하하하하하, 바로 내가 천마(天魔)다. 네가 말하는 천마신교는 내가 두 주먹으로 세운 것이니라.”

 

무혼은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뜨고 눈앞의 노인을 보았다. 지금 무혼은 최강의 무사라고 일컬어지는 마교의 전설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두 주먹으로 중원을 진동시킨 천마가 눈앞에 있는 평범해 보이는 노인이라고 말한다면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자네가 왜 그렇게 그 친구를 보고 있는지는 알고 있네. 그 친구가 중원의 천마신교를 세운 천마가 맞네.”

 

초 노인에게서 확인을 받은 무혼은 즉시 땅에 엎드려 큰절을 올리며 외쳤다.

 

“천마신교, 만세, 만세, 만만세. 무림말학 공야무혼이 천마 사조님을 뵙습니다.”

 

“하하하하하, 예를 아주 잘 배웠구나. 그래 두 번째 정사대전은 일어났느냐?”

 

무혼은 천마가 어떻게 2차 정사대전을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지고한 마교 사조의 물음에 대답을 안 할 수 없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차 정사대전이 일어날 시간이 머지않았습니다.”

 

“으음. 일어나게. 아, 이 친구는 아직 누군지 못 들었지? 내가 천마신교를 세우기 전 무림을 휩쓸고 다녔다는 것을 들었느냐?”

 

몸을 일으킨 무혼은 즉시 대답을 하였다.

 

“천마신교에 몸담고 있는 자가 어찌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하하하. 이놈은 당시 나의 앞길을 막았던 자중의 하나이지. 클클, 환영문(幻影門)의 초세절(焦洗絶)이 바로 이 친구라네.”

 

환영문이라 하면 무혼도 잘 알고 있는 오래된 문파다. 현재는 존재하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당시 천마의 행보를 막아선 자들 중의 하나였으며 백도의 무공이 허상이 아님을 보여준 영웅 중 하나였다.

 

고개를 끄덕인 무혼은 초 노인을 향해 정중히 포권지례를 하고서 고개를 들었다.

 

“네 이름이 공야무혼이라면 호북 공야세가의 후손이더냐?”

 

“그렇습니다.”

 

“공야의 후손이라……. 후후후.”

 

천마는 오래된 일을 떠올리는 듯 잠시 잠겨 있더니 빙그레 웃으며 대답을 했다.

 

“그 친구도 마을에 있다네. 빨리 가보세.”

 

무혼으로서는 선택의 여지도 없었고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두 노인을 따라 길을 걷기 시작한 무혼은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지나가는 동안 먼 하늘에 용이 날아다니는 것이 어슴푸레 보였고 붉은 모래바람이 간간이 불어오고 있었다.

 

“이곳은 오관대왕(五官大王)이 다스리는 검수지옥(劍樹地獄)에서 멀지 않은 곳이네.”

 

“그럼 제가 조금 전에 본 그 거인은 무엇입니까?”

 

그 말에 초 노인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자네, 인간 세상에서도 그놈의 그림을 많이 봤을 터인데? 잘 생각을 해보게.”

 

그제야 무혼은 거인의 특징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음을 알았다.

 

“툭 튀어나온 눈, 큰 입, 거대한 배……. 거대한 배! 아귀였습니까?”

 

“클클, 잘 맞췄네. 네가 본 것은 무재아귀(無財餓鬼)라 불리는 아귀라네. 입은 크고 무엇이든 먹어 치우려 하지만 입안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불덩어리로 변하기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아귀지.”

 

“그리고 저기 날아가는 것은 처음 보지?”

 

“주작… 입니까?”

 

닭과 비슷한 머리를 가졌으나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려하고 길고 오색찬란한 꼬리를 가진 새가 온몸에 빛을 띤 채 멀리서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새가 날아간 궤적에는 은은한 빛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주작과 착각하는 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달라. 저 새가 바로 봉황이라네. 이곳의 봉황들은 동이족의 나라인 고려와 발해에서 왔다고 하더군.”

 

그 말에 무혼은 다시 한번 날아가고 있는 봉황을 보았다.

 

중원의 상징인 황룡과 대등한 능력을 지녔다는 동이족의 봉황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게 되자 왠지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저곳에 마을이 있네.”

 

무혼이 두 노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갔을 때 천 노인이 눈앞에 보이는 산의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무혼이 눈에 내력을 운용하며 자세히 보니 산 가운데 갈라진 곳에 위로 올라갈수록 거리가 가까워지는 두 개의 절벽이 마주 보고 있고 그 절벽들 사이에 보이는 것은 분명 집이었다.

 

점점 마을로 다가가며 알게 된 것은 마을 주위에 펼쳐진 수많은 진식이었다.

 

처음에는 무혼도 알 수 있는 진이 간간이 있었지만 마을에 다가갈수록 알아볼 수 있는 진식은 없었다.

 

마을을 들어서자 많은 노인들이 그곳에서 유유자적해 보이는 모습으로 거닐고 있었고 정자처럼 꾸며놓은 곳에 앉아 있던 노인들도 여기저기 보였다.

 

그들은 무혼의 모습을 발견하자 호기심에 어린 눈빛으로 눈길을 돌렸다.

 

“저 아이는 아직 명계에 올 아이가 아닌 듯한데?”

 

“그렇군. 생기가 느껴져.”

 

마을의 여기저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퍼져가기 시작했고 점점 많은 노인들이 나타나 무혼을 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천마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입구에 가까이 있던 정자로 걸어가 그 정자에 앉아 있는 노인 중 한 명에게 말을 건넸다.

 

“이보게, 자네 후손이 왔네. 클클.”

 

“제 후손이라고요?”

 

천마의 이야기를 들은 노인은 벌떡 일어서더니 무혼에게 다가왔다.

 

“너는 누구냐?”

 

천마와 노인의 말이 들렸기에 천마의 얼굴에 잠시 눈길을 돌린 무혼은 정중히 포권지례를 취했다.

 

“저는 호북 공야세가의 11대 후손인 공야무혼이라 합니다.”

 

“오오.”

 

노인은 감회어린 눈빛으로 무혼을 보더니 입을 실룩거리고 있었다.

 

“나는 호북에 공야세가를 세운 공야제현(公冶齊賢)이다.”

 

그 말에 무혼은 화들짝 놀라며 부복을 하였다.

 

“소손이 사조님을 뵙습니다.”

 

“허허. 여기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단다. 그런데 너는 아직 여기에 올 때가 아닌 듯한데 어찌 이곳에 있느냐?”

 

공야제현의 물음에 무혼은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러자 많은 노인들이 그 말을 들으며 서로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중 한 노인이 입을 열었다.

 

“그럼 중원에서는 백도와 흑도가 한쪽을 멸망시키기 위한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흐음.”

 

노인들은 난색을 표하며 서로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무혼에게 질문을 던진 노인이 탄식을 했다.

 

“백도와 흑도는 서로 다른 길이지만 또한 하나의 길이기도 하다. 흑도가 없이 백도가 있을 수 없으며 백도가 없이 흑도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어찌하고자 그런 일이 생겼더란 말이냐?”

 

그 말에 무혼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노인들을 보았다.

 

어쩌면 예소소가 말하는 흑도와 백도의 공존의 실마리가 이곳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러나 길게 생각하지 못했다.

 

등 뒤로 살기가 느껴졌고 그 살기는 무혼을 향해 거세게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네 이놈!”

 

노호성과 함께 살기에 어린 예기가 가까이 다가오자 무혼은 급히 몸을 돌리며 피하고서 혈랑검을 뽑은 뒤 경계의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자신을 노린 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놀랍게도 무혼의 손에 죽었던 도제 우수안이었다.

 

“네 이놈! 철천지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그 말이 딱 이로구나.”

 

도제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도강을 줄기줄기 뽑아 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무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목숨을 앗기 직전에 보았던 도제의 무공보다 훨씬 강렬한 도강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 일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죽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을까?’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한줄기 땀방울을 느끼며 도제를 노려보고 있는데 도제의 뒤에서 유령처럼 몸을 드러내는 노인이 있었다.

 

‘응?’

 

무혼의 눈앞에서 도제의 뒤에서 나타난 노인의 손이 도제의 뒤통수를 갈겼다.

 

“이놈아, 또 사고를 치고 있냐? 그리고 어디서 함부로 날뛰느냐?”

 

노인은 가볍게 후려친 듯하였으나 노인의 손에 맞은 도제는 개구리가 논바닥에 내쳐졌을 때처럼 바닥에 꼬꾸라지더니 얼굴을 땅에 살짝 묻고서 두 팔과 두 다리만 약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황당해진 무혼이 그 노인을 멍하게 보고 있으니 정신을 차린 듯 도제가 고개를 들고 몸을 일으킨 후 뒤통수를 부여잡은 채 억울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할아버님, 저놈이 제 목을 꿰뚫었던 녀석입니다. 철천지원수를 눈앞에서 보게 되었는데 어찌 흥분하지 않겠습니까?”

 

“이놈이 그래도! 오늘 내 손에 다시 한번 죽을 만큼 맞아보겠느냐?”

 

노인의 기세에 찔끔한 도제는 불쌍한 눈으로 노인을 보았으나 노인은 코웃음을 치며 도제를 내려볼 뿐이었다.

 

작게 한숨을 내쉰 도제는 다시 무혼을 노려보더니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 지금 자리가 아니라 어찌하지 못하지만, 조만간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주겠…….”

 

도제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다시 한번 바닥에 꼬꾸라졌다.

 

게다가 이번에는 도제의 조부가 도제의 머리를 발로 밟으며 어색한 웃음을 띠고 무혼을 보았다.

 

“이놈이 아직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철이 없다네. 자네가 이해하게. 그런데 보아하니 아직 젊은 듯한데 나이가 어찌 되나?”

 

“올해로 스물여섯 살이 되었습니다.”

 

“오호. 그 나이에 나이만 헛먹은 이 녀석을 이길 수 있었더란 말이냐. 대단하구나.”

 

다른 노인들도 감탄하는 기색을 표하자 그의 할아버지 발밑에서 도제는 억울한 듯 소리를 쳤다.

 

“할아버님, 억울합니다. 저놈이 사악한 술수를 사용해서 이긴 것입니다.”

 

“헐헐. 이놈아. 어찌 되었든 죽은 놈이 진 게야.”

 

자신이 알고 있던 도제의 모습과 지금 눈앞에 보이는 도제의 모습에 잠시 혼란스럽던 무혼은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주위를 보며 물어보았다.

 

“무림의 대선배님들께 무례한 듯하나 한 가지만 여쭙고 싶습니다. 어찌하면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무혼의 질문에 모든 노인들이 서로 고개를 돌려보았으나 모두들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리고 초 노인이 옆으로 다가왔다.

 

“글쎄다. 이곳에 살아서 들어온 자가 없었으니, 그걸 알 수가 없구나. 그리고 방법은 차차 찾기로 하고 우선은 네가 이곳에서 살기 위해서 익혀야 할 것들이 있으니 그것을 익히면서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구나.”

 

내심 실망을 금치 못했던 무혼은 얼굴에 내색을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는 초 노인과 다른 노인들의 눈길에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정중히 인사를 하자 마을의 노인들이 무혼을 진심으로 환영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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