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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의 폐급장교 85화

무료소설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85화

85화 찰리의 레스토랑 (2)

 

 

암만 생각해도 나는 일을 더 만드는 것 같다니까, 젠장.

 

왜 하지 않아도 될 괜한 소리를 해 가지고.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내가 직접 내 입으로 한다고 했으니, 이제 와서 귀찮아질 것 같아서 전 그냥 빠질게요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리고, 사실 조금 귀찮은 것뿐이지 그렇게 어려운 일까지는 아니다.

 

겨우 요리 몇 개 알려주는 게 뭐 큰일이라고.

 

요리에 조예가 그리 깊지 않은 나지만, 이래 봬도 일식집과 분식집에서 알바를 뛰어본 적은 있다.

 

덕분에 재료도 구하기 쉽고, 만드는 방법도 비교적 간단한 요리들도 많이 알고 있다는 말씀.

 

다만, 지금은 전시이기 때문에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내가 기존에 썼던 것과는 재료가 다르니까.'

 

그뿐만 아니라, 이곳은 20세기 영국이다.

 

인터넷 배송을 시키거나 그냥 집 앞 마트에 가더라도 세계 각국의 재료들을 구할 수 있는 21세기 한국과는 천지 차이라는 것.

 

예를 들어 간장이나 고추장 같은 재료들은 21세기에선 구하는 데 아무 문제도 없지만, 영국에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입맛도 지극히 보수적인 시대라, 이 시기 영국인들 입맛에 맞을 만한 음식들만 만들어야 하므로 범위는 더욱 좁아진다.

 

그렇다면.......

 

"무엇을 만드실 건데요?"

 

눈을 반짝거리며 나를 응시하는 레이첼에게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선 재료들부터 보고요. 주방에 있는 재료들 좀 봐도 될까요?"

"그럼, 물론이지! 따라오시우."

 

찰리 씨는 흔쾌히 나를 주방으로 데려가 안에 있던 재료들을 보여줬다.

 

내가 직접 새로운 요리법을 알려준다고 하니까 엄청 들뜬 모습이다.

 

과도할 정도로 들뜬 저 둘을 보니, 괜히 뒤통수가 근질근질해졌다.

 

아씨, 저렇게 허들 높여 놓고 나중에 요리가 별로면 하면 어떡하지? 나만 민망해지는데.

 

다행히 재료들은 종류는 다양하지 않아도, 숫자는 많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어차피 내가 할 요리들엔 재료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이거, 이거, 이거랑 그리고...... 저것들만 있으면 됩니다."

"아니, 겨우 이런 것들만으로도 되겠수?"

"진심이에요?"

 

내가 고른 재료들은 튀기지 않은 상태의 콘도그와 옥수수 통조림, 감자, 마요네즈, 치즈, 버터, 양파, 설탕과 소금이 끝이다.

 

둘은 겨우 요런 것들로 무슨 특별한 요리를 만들겠냐는 눈치였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알감자가 없고 치즈도 모차렐라 대신 체더치즈밖에 없는 게 조금 아쉽군.

 

"자, 이제 이것들로 총 3가지 요리를 만들어드릴 겁니다."

"3가지나요?"

"대체 어떻게?"

"두고 보시면 알 겁니다. 직접 보세요. 조리법 자체는 아주 간단한 편이니."

 

재료들을 보고 짐작했겠지만, 내가 만들 요리들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요리들이다.

 

참고로 전부 다 한식이라는 특징이 있지.

겉으로 보기엔 전혀 한식처럼 보이지 않는데 말이야.

 

가장 먼저, 양파를 옥수수 알갱이 크기로 썰어서 버터를 녹인 팬에 볶다가 물기를 짜낸 통조림 옥수수와 마요네즈를 넣고 약한 불에서 볶아준다.

 

정확히는 볶는다는 것보단 버무려준다는 느낌으로 섞어줄 것.

 

그런 다음, 이것들을 그릇에 담고 위에 치즈를 얹어준 뒤 오븐에 넣고 5분 정도 구워주면 '콘치즈'가 완성된다.

 

군 입대 전, 용돈벌이나 할 생각으로 시작한 일식집에서 배운 요리법이다.

 

집에서도 손쉽게 해 먹을 수 있는 데다 맛도 뛰어난 아주 혜자 같은 요리다.

 

존나게 높은 칼로리만 빼면 말이다.

 

뭐, 아직 이 시기에는 칼로리 표기냐 뭐냐 하는 걸 신경 쓰지 않을 테니 생각할 필요도 없는 거니까.

팔 수 있게 맛만 있으면 되는 거지.

 

콘치즈를 만드는 동안, 나는 찰리 씨와 레이첼에게 감자 두 개를 작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썰어달라고 요청했다.

 

"감자도 거기에 추가하시게요?"

"아뇨, 여기에 쓸 겁니다."

 

나는 대답하면서 콘도그를 들어 보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여기에 넣어도 나름 괜찮을지도?

 

......아닌가?

 

아무튼 이다음 요리는 '감자 핫도그'다.

 

엄밀히 말하자면 감자 핫도그가 아니라 감자 콘도그라고 불러야 하지만, 중요한 건 사실 이름이 아니라 맛이지, 맛.

 

이름이 김병식이어도 외모가 강동원이면 상관없듯이 말이다.

 

콘도그에다 잘게 썬 감자를 덕지덕지 바른 다음 기름에 튀겨내기만 하면 되는 요리라 무척 간단하다.

군 제대 후 분식집에서 알바할 때 배운 요리다.

 

이제 마지막, 휴게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요리인 알감자버터구이를 만들 차례군.

 

이 역시 알감자 대신 그냥 감자를 사용하는 관계로 '감자버터구이'라 불러야 하지만.

 

비교적 씨알이 작은놈들만 골랐으니, 이 정도면 그래도 원본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껍질을 벗긴 감자를 15분간 삶은 다음, 체에 밭쳐 물기를 빼내고 팬에 버터를 녹인다.

 

버터가 녹이면 감자들을 넣고 은은한 갈색빛이 돌 때까지 구워주다가 설탕 두 큰술과 소금 약간을 뿌려준다.

 

녹아서 캐러맬화 된 설탕이 감자 표면에 달라붙으면 완성이다.

 

어때요, 참 쉽죠?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구만."

 

완성된 요리들을 본 찰리 씨의 평.

 

뭔가 거창한 걸 만들 줄 알았더니, 나온 결과물이 평범해 보여서 약간 실망한 눈치다.

 

"어, 음...... 그래도 냄새는 좋네요."

 

레이첼도 비슷한 반응.

 

기껏 미래의 요리를 알려줬더니 반응이 너무 성의없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한 번 드셔보시죠. 입맛에 맞으실진 모르겠지만."

"뭐...... 맛이 없어 보이진 않구만."

"그럼 어디."

 

부녀는 먼저 알감자버터구이부터 맛을 봤다.

두근두근두근.

 

"괘, 괜찮은데요?"

"나쁘지 않군."

 

첫 작품은 합격이다.

 

그냥 버터에 구운 감자에 설탕을 뿌린 것뿐인데, 이상하게도 엄청 중독성이 있단 말이지.

 

그런데 휴게소에선 왜 그렇게 비싸게 파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재료들이 비싼 것도 아닌데.

 

그런데 또 맛은 있어서 욕하면서 사 먹게 된다. 참 괘씸하게도 말이지.

 

감자 핫도그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원래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이 가장 무서운 맛이거든.

 

마지막 대미는 콘치즈가 장식했다.

 

"이, 이 맛은......!"

"아니, 어떻게 이런 맛이!"

 

이세계물에서나 나올 법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자니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마지막 요리인 콘치즈도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었다.

 

"겨우 옥수수에 마요네즈를 버무리고 치즈를 올렸을 뿐인데 이런 맛이 날 줄이야."

"우린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옥수수와 치즈를 처먹고 살았는데, 왜 여태껏 그 둘을 합칠 생각을 못했을까."

"뭘, 그럴수도 있죠. 이제부터라도 알아가면 되지."

 

요리 자체가 조금 귀찮긴 했지만, 그래도 간만에 고향의 맛을 볼 수 있어서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나는 부녀에게 이것들을 팔면 제법 호응이 좋을 거라고 얘기했다.

덤으로 콘치즈의 치즈는 체더치즈 대신 모차렐라 치즈를 쓰고, 알감자버터구이는 되도록이면 작은 감자들을 써야 더 맛있다는 팀도 알려줬다.

 

"고맙수다, 대위 나으리. 그런데 이렇게 요리법을 그냥 알려줘도 괜찮수?"

"상관없어요. 어차피 저희 집은 장사를 안 하니까."

 

덤으로 내가 최초로 개발한 사람도 아니거든요.

 

나는 둘과 훈훈한 작별 인사를 하며 기분 좋게 호텔로 돌아왔다.

 

여기까지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겠지만.......

 

"지금이 몇 시인가? 가볍게 산책 다녀오겠다던 사람이 3시간 뒤에나 오고. 지금 제정신인가?"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잔뜩 화가 난 중령이었다.

 

"내가 어제 말하지 않았나? 외출해도 좋은데 멀리 가지 말라고."

"그......렇습니다."

"자네는 평범하지 않아. 자네 몸에 달린 가치를 생각하라고. 너무 안일하게 구는 거 아닌가?"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 말고."

"......."

 

대위 아서 그레이.

 

간만에 폐급짓을 하다.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나는 영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왜 채권을 사야 하는지, 우리가 왜 전쟁을 계속해야 하는지 열심히 설명했다.

 

간혹, 행사 도중에 시위대가 난입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브리스톨의 체육경기장에서 평소대로 마이크 앞에서 연설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웬 한 무리의 남녀들이 손에 피켓을 들고 난입하는 게 아닌가.

 

"전쟁을 멈춰라!"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전쟁광 처칠은 자폭하라!"

 

이런 사태에 대비해 경비를 서던 경찰관들이 달려들어 그들을 밖으로 쫓아내려고 했지만, 시위대도 만만치 않았다. 아주 제대로 작정하고 온 듯했다.

 

"폭력 경찰은 물러가라!"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고!"

"이거, 성추행이야! 내 몸에서 손 떼!"

 

1941년의 영국에서 '어딜 만져'를 듣게 될 줄은 몰랐는걸?

 

시위대를 행사장 밖으로 끌어내려던 경찰관들은 상대의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 당연하지. 말만 들으면 무슨 성추행범으로 몰리기 딱 좋으니까.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시위대는 모두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갔지만, 행사 자체는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뭐, 어디까지나 이런 일도 있었다는 것이고, 중요한 건 이다음이다.

 

"복귀, 말입니까?"

"그래, 대위. 그동안 수고 많았네."

 

런던에 온 지 한 달 만에, 상부는 다시 나를 원대로 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예정되어 있던 일이라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가야 할 곳은 다 가봤고, 슬슬 대중들한테 약빨이 떨어질 때가 되었다 싶으니,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아무리 선전감으로 최고라고 하지만, 이런 인간병기(?)를 후방에서 놀리고 있기엔 아깝기도 하고?

 

떠나는 날에는 처칠과 다시 만날 예정이었지만, 회의 때문에 불발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선 곳곳에서 격전이 일어나고 있으니, 각료들과 회의하느라 눈코 뜰 새도 없이 바빠서겠지.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중령님."

"고생은 무슨. 자네야말로 고생했네. 더 고생하게 되겠지만, 힘내게."

 

그렇게 나는 다시 전장으로 가는 수송선에 올랐다.

 

수송선에는 전장으로 배치되는 신병들과 전장의 병사들이 필요로 하는 탄약 및 식량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

 

"대위 아서 그레이, 대대 복귀를 신고합니다."

"어서 오게. '휴가'는 즐거웠고?"

"예. 휴가치곤 일이 많았지만 말입니다."

"원래 영웅은 늘 피곤한 법이지. 사람들이 많이 몰리거든."

 

브랜슨 대령은 껄껄 웃으며 내 복귀를 반겼다.

 

겨우 한 달 동안 안 봤는데, 그새 사람이 많이 변해 있었다.

 

조금 더 늙었다고 해야 하나.

 

머리카락은 더 후퇴했고, 이마의 주름은 두 줄 정도 더 늘었다.

 

내가 없는 사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도, 대령 진급조차 그의 노화를 막아주진 못한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렇잖아도 자네가 영국에서 총리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동안, 부대에 제법 많은 일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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