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의 폐급장교 81화 | 판타지 소설 | 무료소설.com

성인소설, 음성야설, 무협소설, 판타지소설등 최신소설 업데이트 확인
무료소설 검색

무료소설 고정주소 안내 👉 무료소설.com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81화

무료소설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81화

81화 불의 잔치 (6)

 

 

폐급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딸꾹질이 나면서 취기로 흐릿했던 시야가 탁 트였다.

 

"하, 하하하. 아, 알고 계셨습니까?"

 

나는 조용히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

 

처칠은 별생각 없이 던진 말인 모양이지만, 그 말을 듣는 당사자 입장에선 도저히 흘려넘길 수가 없었다.

 

예전의 '끔찍한' 기억이 떠올라서 말이지.

 

"그럼. 내가 누군가? 이 나라의 총리 아닌가? 저어기 뒷골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는데, 자네 과거 하나조차 모르겠나?"

"허허허허......."

 

어째 불안불안한데.

 

"호기심이 생겨서 보고서를 좀 읽어봤지. 읽고 나선 혀를 내둘렀다네. 내가 자네 지휘관이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장 군대에서 날려버렸을 텐데."

 

쿨럭.

 

얻어맞지도 않았는데 갈비뼈 2개가 금이 간 듯한 느낌이다.

 

이 아저씨, 너무 팩트만 말하시네.

 

"그런 문제아가 갑자기 전장에서 화려하게 날뛸 영웅이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자네를 보면, 꼭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단 말이야."

"하하하...... 너무 과분한 칭찬 같습니─."

"물론 나는 자네 정도로 사고를 치고 다니진 않았지."

 

차라리 한 대 맞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처칠의 팩폭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는 이어 자신의 젊었을 적에 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겸사겸사 아이스크림도 떠먹고-빨리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새로운 질문이 날아왔다.

 

"지금은 버마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면서? 자네가 보기에 어떤 것 같나?"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러니까 그, 전체적인 분위기 말일세."

"다른 부대에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속한 부대는 사기가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야 그렇겠지. 자네가 있으니까, 당연히 높을 수밖에."

 

아 좀. 제발 너무 치켜세우지 말라니까요. 괜히 사람 민망하게시리.

 

"요즘 들리는 보고에 따르면 아군 병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라는군. 국민 사이에서도 우리가 전쟁에서 질지도 모른다는 말이 자꾸만 나오고 있고."

"저희가 전쟁에서 질 리 없다는 거 각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물론이지. 대영제국이 저 야만인들에게 지다니, 어림없는 소리! 비록 다소간의 희생이 있겠지만, 틀림없이 우린 전쟁에서 이길 걸세!"

 

처칠은 콧방귀를 뀌며 아이스크림을 한 움큼 퍼서 입에 넣더니, 볼을 오물거리며 맛을 음미했다.

 

"달군. 정말 달아. 혀가 아릴 정도로 달구만."

 

그리고 또 한 큰술. 그것도 꿀에 졸인 배와 함께.

 

"전장에는 이런 거 없겠지?"

 

그야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라고 말할 뻔하다가 비꼬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 황급히 머릿속에서 단어를 수정했다.

 

"찾아봤는데 없더군요."

 

처칠은 내가 즉석에서 떠올린 위트가 마음에 들었는지 피식 웃었다.

 

"그렇군. 그럼 전장의 병사들 몫까지 열심히 먹어야겠어."

 

어째서 결론이 그런 방향으로 나오는 걸까.

 

하지만 나 역시 오랜만에 맛보는 아이스크림을 구경만 할 생각 따윈 없었으므로, 열심히 퍼먹었다.

 

나보다 먼저 접시를 비운 처칠은 식당에서 국밥을 시키는 아저씨처럼 한 접시 더를 외쳤다.

 

"자네도 더 들겠나?"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들었지? 두 접시 가져오게."

 

이윽고 도착한 아이스크림에는 딸기시럽과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산딸기가 올려져 있었다.

 

요리사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뭘 좀 아는 사람임이 틀림없다.

 

"요즘 전시라 물자가 귀해져서 식생활도 예전 같지 않네."

 

아이스크림을 앞에 두고, 처칠은 문득 민망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국민들이 빵과 고기를 배급받기 위해 줄을 서는 현실이 생각나서일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돈만 내면 어떤 음식이든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게 참 많단 말이야. 지금 우리가 먹는 이 아이스크림도, 누군가에겐 사치나 다름없겠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입으로 아이스크림이 들어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

 

말과 행동이 조금 차이가 있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스크림인데.

솔직히 아이스크림은 못 참지.

 

"어쩌다 이 나라가 여기까지 추락했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이게 다 히틀러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말 잘했네. 이게 다 그 히틀러 놈 때문이지. 그놈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 고생을 할 일이 없었을 텐데. 참."

 

저기, 아저씨. 미래를 모르셔서 그런 말하시는 것 같은데, 히틀러가 아니었으면 욕이란 욕은 아저씨가 다 처먹었을걸요?

 

냉정하게 말해서 처칠의 위상을 높여준 이는 처칠 본인이 아니라 히틀러다.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오늘날 처칠의 평가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중평.

 

히틀러에 맞서 끝까지 항전을 주장한 것 자체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문제는 그거 하나 빼고 잘한 게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처칠에 대한 재평가가 슬슬 이루어진 탓에 위상도 예전 같지 않지만, 정말로 2차대전이 없었다면 처칠은 당당하게 영국 최악의 인물 중 하나로 역사에 남게 되었을 것이다.

 

파시즘에 맞서 영국과 자유세계를 지켜낸 수호자가 아닌, 남 탓 잘하는 무능하고 권력욕만 넘치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당장 갈리폴리 하나만으로도 게임 끝인데,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애초에 총리조차 될 수도 없었겠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물론입니다, 각하."

 

추가된 아이스크림 접시를 깨끗하게 비운 후에도 처칠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 앉아서 차를 마셨다.

 

처칠은 이번에도 홍차에 크림과 우유를 잔뜩 부어서 마셨고, 나는 약간의 설탕과 우유만 넣어서 마셨다.

 

설탕과 우유가 홍차의 떫은맛을 잡아주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하단 말이지.

 

"그레이 대위, 자네가 생각하기엔 일본군이 이다음에는 어디를 공격할 것 같나?"

"대위 나부랭이인 제가 감히 왈가왈부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신경 쓸 필요 없네. 그냥 내가 궁금해서 묻는 거니까."

 

음, 어디 보자. 우선 일본이 현재 버마와 말레이를 집어삼키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까지 처먹고 있는 중이니까.......

 

"뉴기니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처칠은 내 대답이 의외인 듯 찻잔을 도로 내려놓았다.

 

"뉴기니? 의외로군. 나는 자네가 인도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물론 인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제가 일본 놈들이라면 인도는 나중으로 미룰 겁니다."

"왜지? 인도는 버마 바로 옆이라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데?"

"인도가 거리상으론 가깝긴 합니다만, 크기가 너무 큽니다. 게다가 일본군은 아직 서태평양과 동남아 전역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일단은 뉴기니를 점령해 남부 방어선의 안전을 확보하려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 뉴기니 다음에는......."

"뉴기니 다음에는? 호주인가?"

"아뇨, 인도보다 큰 호주를 일본군이 노리려고 할 것 같진 않습니다. 제 생각으론, 뉴기니를 장악한 후 남태평양에 있는 피지, 사모아 같은 섬들을 점령한 다음, 그것들을 발판 삼아 하와이를 노릴 것 같습니다. 태평양 중앙에 있는 하와이를 장악하면, 태평양 전체의 재해권을 장악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일본은 인도나 호주 점령보단 하와이 공략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현실은 하와이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미드웨이와 과달카날에서 컷 당했지만.

 

물론 일본이 인도를 노린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1944년의 임팔 작전 이전인 1942년에 일본은 인도 공략에 앞서 실론(현 스리랑카) 점령을 고려했지만, 중국과 싸우기 바쁜 육군이 반대한데다가 워 게임에서도 결과가 그다지 신통치 않아 포기한 바 있다.

 

다만, 역사가 내가 아는 것과 많이 달라졌으므로 이 세계에선 오히려 일본이 인도 공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일개 대위니까, 설사 일본이 인도 공략에 나선다고 해도 처칠이 나한테 왜 헛다리를 짚었냐고 뭐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자네 얘기를 듣고 있자면 도저히 평범한 대위가 할 법한 소리가 아닌 것 같네만. 마치 그보다 훨씬 높은 계급과 말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네."

"어디까지나 제 망상이 뒤섞인 추측일 뿐입니다, 각하."

"그런가? 추측치곤 너무 현실성이 넘치는데."

 

그야 원래 역사에서 일어났던 일이니까요.

 

***

 

둘째 날도 나는 총리 곁에 붙어서 시간을 보냈다.

 

크리켓 경기장에서 가서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어제 했던 것과 단어 몇 개만 바꾼 연설을 하고, 총리와 함께 크리켓 경기를 구경하고, 경기가 끝난 다음에는 밥을 먹고.

 

"당신이 아서 그레이 대위로군. 어디 손 한 번 잡아봅시다."

"물론이죠."

"그레이 대위님! 싸인 좀 해주세요!"

"여기! 악수 좀!"

"같이 사진 한 방 찍읍시다!"

 

들리는 행사마다 나는 무수히 많은 악수의 요청을 받았다.

 

양미복을 입은 초로의 신사부터, 손에 유니언 잭을 든 소년, 소녀, 자식들을 군대에 보낸 아주머니까지.

많은 사람이 나와 악수하거나 싸인을 받고 싶어 했다.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에 당황한 내가 얼 타는 모습을 본 처칠이 어깨를 툭 치며 하는 말.

 

"기분이 어떤가? 좋지?"

"어우, 이 정도로 제가 인기가 많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톰 크루즈가 된 기분인데요."

"전시에 사람들이 전쟁영웅에게 환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톰 크루즈가 누군가? 처음 듣는 이름인데."

 

이놈의 입!!!

 

"제, 제가 아는 지인입니다. 젊고 잘생긴 외모 덕에 파티장에서 늘 인기가 많았죠."

"그래? 그거 참 부러운 친구구만. 자네가 기억할 정도면, 인기가 꽤 많았던 친구 같은데 지금은 어디서 뭘 한다던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래?"

 

천만다행히도 처칠은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진짜 입단속 좀 잘해야지, 원.

 

오후에는 신형 무기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야외 전시장에 나란히 자리 잡은 수많은 무기 중에, 내 시선을 확 잡아끄는 녀석이 있었다.

 

"아니, 이놈은......!"

 

1941년에는 있을 리가 없는, 크롬웰 순항전차가 내 눈앞에 떡하니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역사대로라면 1943년 말에서야 시제품이 나오고,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에야 실전투입이 되었을 텐데.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놈은 크롬웰이 아니라 A24 카발리어 전차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전차 앞에 놓인 팻말에는 A24란 말 대신 A27이라고 당당하게 적혀 있었다.

 

"우리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신형 전차일세. 아직 시제품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멋지지 않나?"

"멋있습니다, 각하."

 

눈앞의 크롬웰 전차는 아직 양산형이 아닌 시제품이었다.

 

그러나 시제품이라고 해도 원 역사보다 거의 3년 일찍 나온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처칠과 함께한 개발자가 열심히 전차에 대해서 설명을 했는데, 일단 6파운더를 탑재한 것과 항공기 엔진을 개조해서 만든 미티어 엔진을 탑재한 것까진 동일했다.

 

대신 전면장갑의 두께는 실제 크롬웰 전차(63mm)보다 두꺼운 75mm라는 점이 차이점이었다. 이는 마틸다와 동급이다.

 

"속도, 화력, 방호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독일군의 3, 4호 전차를 압도하는 녀석이죠. 이놈이 대량 양산에 들어간다면, 독일군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좋아, 벌써부터 히틀러 놈의 면상이 궁금해지는구만. 우리가 이놈을 개발할 것을 알면, 틀림없이 까무러치겠지."

 

처칠은 악마처럼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을 비볐다.

 

틀림없이 그의 머릿속에는 크롬웰 전차들이 불타오르는 베를린을 향해 돌격하는 광경이 주마등처럼 흘러나오고 있을 터였다.

 

***

 

"그래, 이놈이 바로 그 신형 4호 전차로군."

"그렇습니다, 각하."

 

눈앞에 놓인 예의 신형 4호 전차를 본 히틀러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존의 4호 전차는 75mm 24구경장 단포신 주포를 장착하여, 보병지원용으론 효과적이었지만 부족한 관통력 때문에 대전차전에선 매우 불리했다.

 

허나, 새로 개발된 75mm 43구경장 장포신 주포는 1km 거리에서도 약 80mm 두께의 장갑판을 관통할 수 있다.

 

이는 50mm 60구경장 주포보다 더 뛰어난 관통력으로, 영국군의 마틸다 전차를 상대로 완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놈만 있으면, 이제 영국 놈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수 있겠어."

 

비록 구동 계통과 장갑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히틀러는 전보다 더 강력한 주포로 무장한 신형 전차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머지 개선사항들을 해결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 것 같나?"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못해도 두세 달은 더 걸릴 겁니다."

"더 노력하게. 이 전차를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찍어내서 전장으로 보내야 하네. 대독일의 아들들이 적들보다 허접한 전차를 타고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명심하겠습니다."

 

판타지 소설 목록
번호 제목 조회
698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094
697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031
696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107
695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100
694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990
693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126
692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144
691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126
690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183
689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071
688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132
열람중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128
686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040
685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964
684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090
683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094
682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225
681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131
680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062
679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