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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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29화
129화 디에프 상륙작전 (3)
연합군이 디에프에 상륙했다는 소식은 곧장 독일군 사령부에게도 전해졌다.
이제까지 아무런 징조도 없다가 갑자기 침공이 가해진 터라 독일군 사령부는 혼란에 빠졌다.
"연합군이 디에프에 상륙했다고?"
"놈들의 전면적인 침공이 시작된 건가?"
"아직 확실하진 않습니다. 현재 보고된 적의 규모를 보면 전면적인 침공으로 간주하기엔 무리라는 예측입니다."
전면적인 침공이냐 기습이냐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동안에도, 독일군은 노련하게 매뉴얼 대로 움직였다.
적들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간에 일단은 막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었다.
"12중대로 탄약 요청입니다!"
"예, 3대대 인원들은 방금 출발했습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서둘러라! 곧 토미들이 온다!"
"견인포 방열 끝났습니다!"
연합군에겐 불행이지만, 독일군에겐 다행히도 공습으로 인한 피해가 미미했던 탓에 지휘체계 및 병력이 온전하게 남아 있었다.
연합군의 침공 소식이 전파되자 즉시 전 부대는 각자 지정된 구역으로 이동을 개시, 교전 중인 아군을 지원했다.
"어라? 여기가 아닌가?"
"이상하다. 분명 이곳은 해변이라고 들었는데......."
"사다리도, 밧줄도 없는데 어떻게 이 절벽을 오르라고?"
"제리들이잖아? 이곳엔 놈들이 없다고 들었는데?!"
반면, 연합군은 독일군과 달리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서쪽 해안포대에 상륙한 영국군 제4코만도 부대와 미 육군 레인저는 비록 다소 피해가 있었지만 독일군의 방어선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그대로 전진하여 목표인 독일군 고사포 진지를 점령하고, 폭약을 이용해 모든 포대를 파괴했다.
임무를 완수하자마자 부대는 즉시 철수했고, 상륙정에 탑승하여 안전하게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부대들은 이들처럼 운이 좋지 못했다.
동쪽 해안포대에 상륙한 영국군 제3코만도 부대와 미 육군 레인저는 독일군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그대로 좌절.
설상가상으로 독일군 포병대의 150mm 견인포가 그들을 향해 불을 뿜었다.
"포격이다!"
"모두 피해!"
육중한 150mm 포탄 한 발이 착탄 하자 십수 명의 병사들이 섬광에 삼켜져 재가 되었다.
팔이나 다리가 날아간 병사들도 부지기수였다.
결국, 포격을 견딜 수 없었던 연합군은 작전을 중단하고 도주했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포탄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최후까지 살아남아 상륙주정에 오른 인원은 소수에 불과했다.
***
퓌스 해변에 상륙한 캐나다군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높이 3.5m의 안벽과 그 위에 자리 잡은 독일군의 기관총좌였다.
상륙정 도크가 열리기 무섭게 독일군의 MG34가 즉시 불을 뿜었다.
"토미들이다! 사격 개시!"
정면에서 가해지는 무자비한 총격에 캐나다 병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많은 병사가 유럽 땅에 발을 딛기도 전에 총탄을 맞고 쓰러져 물속에 가라앉았다.
겨우 총탄을 피해 해변에 상륙한 이들은 자갈밭을 뛰어 안벽에 다다랐지만, 안벽을 오를 방법이 없었다.
독일군은 안벽 아래서 아우성치는 캐나다군의 머리 위로 수류탄을 떨어뜨렸다.
"이거 완전 학살이잖아? 토끼 사냥하는 것보다 더 쉬운 것 같은데?"
"잔말 말고 총이나 쏴. 저기, 한 놈 도망친다!"
기관총좌뿐만 아니라 포대도 포격을 감행하여 상륙정들을 격침했다.
푸르빌에 상륙한 병력의 경우, 퓌스 해변에 상륙한 이들보단 사정이 나았지만. 이들도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잘못 잡는 바람에 목표 지점보다 훨씬 서쪽에 대다수 병력이 상륙했고, 이마저도 독일군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진격이 지지부진했다.
"단 한 놈도 이 다리를 건너선 안 된다! 여기가 뚫리면 이 근방의 아군은 끝장이야!"
"쏴라, 쏴!"
작전목표인 오우빌 다리는 이미 독일군에 의해 철통같이 방어되고 있었다.
이 다리를 점령해야지만 작전을 지속할 수 있기에 캐나다군은 필사적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매번 독일군의 격한 공격에 밀려 실패를 반복했다.
"장전 끝!"
"사격!"
이제는 퇴물이 된 PaK 36도 보병들을 상대론 충분히 위력을 발휘했다.
대전차포가 불을 뿜으면 캐나다군 병사 서너 명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37mm 포탄은 차고 넘쳤기에 포수는 탄약 걱정 없이 사격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동쪽에 위치한 독일군의 레이더 기지도 캐나다군의 공격을 받았지만, 독일군은 이를 격퇴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원되는 독일군의 수는 점차 많아졌고, 급기야 캐나다군이 역으로 공격받는 처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주공이 있는 디에프 정면에서는 비슷한 재앙이 진행되고 있었다.
***
"쏘아!"
6파운더가 불을 토하고, 창문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며 적의 사격이 멎었다.
옷가게였던 건물이 불길에 휩싸이자, 구석 모퉁이에서 쪼그리고 있던 캐나다 병사들이 황급히 건너편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독일군은 옷가게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펑!!
"아아악!"
"내 다리!"
건너편으로 뛰어가던 병사들이 난데없는 폭발에 휘말려 쓰러졌다.
3명은 즉사했고, 2명은 중상을 입곤 바닥을 뒹굴었다.
"젠장, 이번엔 또 뭐야?"
수류탄 공격인가?
부상병들을 구출하기 위해 병사 두 명이 접근하다 총을 맞고 즉사했다.
전차를 움직여 방패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길이 좁아서 잘못하다간 부상병들이 전차에 깔릴 위험이 있었다.
"우회, 모두 우회해라!"
보병 중대 지휘관인 중위가 병사들을 이끌고 담장을 넘어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담장을 향해 뛰어가는 병사들을 향해서도 어김없이 공격이 가해졌다.
담장을 넘던 병사 셋이 폭발과 함께 튕겨 나갔다.
"찾았다. 대전차포로군."
이제까지 가해진 공격은 수류탄이 아니라 대전차포였다.
상대는 도어노커라 불리는 PaK 36.
"잭슨, 10시 방향에 대전차포다. 울타리 사이에 있는 놈이야."
"알겠습니다."
녀석은 울타리 사이에 교묘하게 모습을 숨긴 채 주포만 내밀고 있었다.
6파운더의 포구가 대전차포를 조준하자, 나는 안으로 들어와 발포 명령을 내렸다.
"쏴!"
덜커덩 소리를 내며 약실이 후퇴하고, 울타리 사이에 몸을 숨긴 대전차포가 폭발에 휘말렸다.
화염이 꺼진 뒤, 박살 난 울타리 주변에 처참하게 뒤틀린 잔해가 놓여 있었다.
대전차포병으로 추정되는 독일군 한 명이 절단된 팔을 붙잡고 울부짖다가 픽 쓰러졌다.
"맛이 어떠냐, 이 더러운 소시지 새끼야."
잭슨이 독일군을 욕하는 동안, 토마스는 바닥에 떨어진 탄피를 주워 밖에 버렸다.
탄피가 포탑 내부에 쌓이면 전투에 지장을 줄 수 있기에 기회가 되는대로 밖에 버려야 했다.
"전차 2대만 더 있었어도 상황이 훨씬 여유로웠을 텐데."
전차 한 대로 보병들을 지원하며 싸우자니 적이 너무 많았다.
전차 2대, 아니 한 대만 더 있었어도 훨씬 나았을 텐데.
푸념을 늘어놓기가 무섭게 보병들로부터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이봐, 전차병! 저어기 보이는 하얀 건물 옥상에 적 기관총 진지가 있어! 박살 내 버리라고!"
턱수염을 기른 중사가 가리킨 방향에는 정말로 독일군의 기관총 진지가 있었다. 많은 보병이 도로를 지나다가 기관총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현 위치에서 부각이 나오질 않는다.
"애덤, 내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후진해. 천천히."
"알겠습니다."
약 30m 정도 후진한 뒤에야 부각이 나왔다.
독일군이 우리가 자신들을 겨냥하자 기관총도 내버려 두고 그대로 도망쳤다.
비록 표적은 놓쳤지만, 기관총 진지라도 박살 낼 생각으로 사격을 명령했다.
기관총 진지가 제거되자, 그제야 병사들은 전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그들은 독일군의 반격에 밀려 도로 되돌아왔다.
그들 중 한 명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뛰어오며 팔을 휘둘렀다.
"제기랄, 전차다! 전차가 나타났어!"
병사의 얼굴은 완전히 공포에 질려 있었다.
아무튼 전차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나는 토마스에게 철갑탄 장전을 명한 뒤 해치로 나왔다.
곧 무한궤도 구르는 소리가 귀에 닿았다.
병사가 말한 전차는 호치키스 H39 경전차였다.
본래 프랑스군이 사용하다가 독일군에 의해 노획된 녀석이 분명했다.
"쉽구만, 쉬워. 잭슨, 저 배신자 새끼한테 한 방 먹여줘라."
"알겠습니다아~."
전차가 나타났다는 말에 긴장했던 잭슨도 여유롭게 포탑을 돌려 적을 조준했다.
H39가 발포하여 전면장갑을 맞췄지만, 포탄은 도탄.
반면 6파운더는 적의 전면을 뚫고 유폭을 일으켰다.
"좋아~!"
유폭한 H39가 내뿜는 연기를 뚫고 또 한 대의 전차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단포신 4호 전차로, 이놈 역시 어렵지 않은 상대다.
4호 전차는 차체 하부에 포탄을 맞고 정지했다.
미동이 없자 나는 녀석이 격파된 거로 간주했다.
하지만 그건 엄청난 실수였다.
"이제 다음 목─."
격파된 줄 알았던 4호 전차의 포구에서 섬광이 터지는 순간, 전차에 충격이 가해졌다.
이어 애덤이 당황한 목소리로 보고해왔다.
"좌, 좌측 궤도 피탄!"
"뭐야, 저 새끼? 뒤진 놈 아니었어?"
격파된 줄 알았던 전차가 포탄을 발사하자 잭슨이 당황하여 얼빠진 소리를 내뱉었다.
"분명 일격에 명중시켰는데, 이럴 리가 없는데─."
"야, 잭슨! 일단 빨리 쏘기나 해!"
"예, 옙!"
서둘러 2탄을 발사해 적을 완전히 침묵시켰지만, 이미 궤도는 박살이 난 상태였다. 이로써 더는 전차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격파된 두 전차로 인해 길이 막히자, 독일군은 옆길로 돌아서 공격해왔다. 하필이면 전차가 움직일 수 없는 지금 말이다.
"우측에 독일군이다!"
"도망쳐!"
허겁지겁 도망치는 캐나다군들을 향해 독일군의 총탄이 날아들었다.
유탄으로 독일군 병사들을 날려버린 찰나, 이번에는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단포신 75mm 전차포를 장착한 하노마크였다.
"토마스! 유탄, 아니 철갑탄으로! 빨리!"
토마스가 서둘러 포탄을 들어 올렸지만, 포탄이 약실에 닿기도 전에 놈이 먼저 선수를 쳤다.
고막을 찢어놓을 기세의 굉음이 울리고, 그와 동시에 전차가 흔들거렸다.
적탄에 맞은 것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장갑이 가장 얇은 측면에.
"모두 괜찮아? 다친 사람은?"
"소대장님! 포탑이 돌아가질 않습니다! 동력이 나간 것 같아요!"
엔진에 불이 붙진 않았지만 대신 동력이 나가 포탑이 고정된 채 움직이질 않았다.
전차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두 번째 충격이 전해졌다.
포탑 아래쪽에서 불기운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망치로 맞은 것처럼 머리에 통증이 일었다. 피가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서둘러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땅으로 뛰어내릴 때, 자세를 잘못 잡아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머리에 든 생각은 빨리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쪽이야, 전우! 어서 이쪽으로!"
모퉁이 뒤편에 숨은 병사가 내게 손짓했다.
무작정 그쪽으로 뛰는데, 등 뒤에서 총알이 날아왔다.
총알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몸에 소름이 돋았다.
겨우 몸을 피한 후에야 뒤늦게 부하들 생각이 났다.
애덤은? 잭슨은? 토마스, 가필드는? 모두 어디 있지?
나는 고개를 내밀어 내가 도망쳐온 전차를 살폈다. 이미 독일군은 전차 뒤에 숨어 이쪽으로 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부하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뭐 하는 겁니까? 죽고 싶어서 환장했습니까?"
내게 이쪽으로 오라고 소리친 병사가 내 뒷덜미를 낚아챘다.
총알 한 발이 벽돌에 맞아 팍 소리를 냈다.
"하, 하지만, 부, 부하들이, 전차에─!"
"이미 틀렸습니다! 도망쳐야 한다고요!"
"X발, 제리들이 온다!"
"뛰어!"
나는 아무런 반론도 못 한 채 병사들을 따라 좁은 골목길을 이동했다.
사방에서 총성과 독일어의 외침이 들렸다.
다시 상륙지점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병사가 원통한 목소리로 외쳤다.
"X발! 누가 이딴 작전을 기획한 거야? 아무것도 되는 게 없잖아!"
"닥치고 뛰기나 해!"
하지만 우리의 도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골목길을 나오는 순간, 맹렬한 기관총 사격이 가해졌다.
앞장서서 달리던 병사 3명이 벌집이 되어 쓰러지자 우리는 반사적으로 바닥에 엎드렸다.
"항복해라, 토미들! 손 들고 일어서!"
한 무리의 독일 해군 육전대 병사들이 우릴 둘러싼 채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작고 검은 총구를 보는 순간,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