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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41화

무료소설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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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41화

 141화 몰락의 서막 (2)

 본격적인 상륙에 앞서 연합군 함대는 시칠리아 남동부 해안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육중한 전함과 그들을 호위하는 구축함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자, 해안가는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명중! 그대로 계속 발사!"

 "쏘아!"

 15인치 함포가 불을 토할 때마다 바다가 갈라지고, 지상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거렸다.

 단순 삽으로 만들어진 유개호는 물론이고,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토치카조차 전함의 주포에 맞으면 그대로 가루가 되었다. 안에 있던 병사들과 함께.

 함포탄에 맞아 증발해버린 병사들은 그래도 운이 조금은 따라주는 편이었다.

 재수가 없는 병사들은 포탄에 맞아 무너진 대피호 안에 갇혀 꼼짝없이 생매장당하거나 온몸의 뼈가 부러져 최악의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세상을 완전히 끝내버릴 것만 같았던 포격이 끝난 후, 병사들을 태운 상륙정들이 해안가를 향해 움직였다.

 연합군이 상륙 지점으로 지정한 곳은 겔라와 포잘로 두 곳으로, 겔라에는 미군이, 포잘로에는 영국군이 상륙했다.

 이미 몰타에는 영국군과 캐나다군이 상륙하여 몰타 주둔 독일-이탈리아군과 교전을 치르는 중이었다.

 해안가에 도착한 상륙정들의 램프가 열리자 중무장한 병사들이 벌떼처럼 튀어나와 해안가를 질주했다.

 "뛰어! 뛰어!"

 "뭉그적거리지 마라! 발에 불나도록 뛰어!"

 이탈리아군의 참호와 벙커는 함포 사격에 의해 거의 박살이 난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생존한 병사들이 있었다.

 이탈리아군 생존병들은 해변가에 발을 딛인 적군을 향해 총탄을 퍼부었다.

 "쏴라, 쏴! 놈들을 그냥 보내선 안 돼!"

 "사격 개시!"

 대다수의 진지들이 함포 사격으로 날아가버렸지만, 운 좋게 살아남은 진지들은 본래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사격을 개시했다.

 이탈리아군의 공격이 시작되자 해변에 상륙한 병사들 사이에서 전사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전우가 총탄을 맞고 쓰러져도 병사들은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죽는다.

 살고 싶다면 더욱 힘차게 뛰어야 한다.

 적의 참호를 점령하는 것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사실을 알기에 병사들은 질주를 멈출 수 없었다.

 이탈리아군의 참호에 근접한 병사들이 일제히 수류탄을 까넣자, 참호 곳곳에서 폭발이 일었다. 사람의 팔다리가 조각나고 살점과 내장이 사방에 튀었다.

 이윽고 참호에 돌입한 병사들은 아직 숨이 붙어있는 적군의 목에 총검을 박아넣거나 머리를 개머리판으로 후려쳐 곤죽으로 만들었다.

 피비린내 나는 학살극이 끝난 후에도 병사들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전진, 전진!"

 "새끼들아, 멈추지 마라! 앞으로!"

 아직 그들이 점령해야 할 곳은 많았다.

 전투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

 "처참하구만."

 해안가에는 총에 맞아 죽은 아군 병사들의 시체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전투가 한창인지라 시체 수습을 할 여유가 아직은 아군에게 없었다.

 해안가에 위치한 적군의 첫 번째 방어선은 거의 다 정리된 상황이지만, 그 뒤로 아직 3개의 방어선이 더 남아있다.

 당연하게도 보병들의 힘만으로 모든 방어선을 뚫는 것은 무리이기에 우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다는 말씀.

 "다들 어때? 유럽 땅을 밟아본 기분이?"

 가볍게 농담을 하는데 닉 녀석이 훼방을 놓았다.

 "전차에 타고 있어서 직접 밟은 것은 아닙니다만."

 "새끼, 감성 없기는. 그럼 질문을 바꿔보지. 전장에 기분이 어때? 떨리냐?"

 "지릴 것 같습니다."

 이제야 좀 솔직한 대답이 나오는군.

 지금까지 훈련만 오지게 하다가 난생처음 전장에 왔으니 지금쯤 장난 아니게 떨릴 것이다. 예전에 나도 그랬으니까.

 평소 말이 많던 보리스도 처음 보는 전장의 분위기에 완전히 압도되었는지 말이 없다.

 거기다 화약의 탄내와 시체에서 풍기는 비릿한 피 냄새까지 더해지자 안 그래도 울상인 얼굴이 더욱 썩어들어갔다.

 난생처음으로 공포영화를 본 잼민이들 같구만.

 "아, 마침 잘됐군. 저기 좀 봐라."

 이탈리아군 포로들이 뒤통수에 깍지를 낀 채 아군 병사들의 인솔을 받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포로들 중에 장교도 몇 명 섞여 있었는데, 하나같이 꼴이 말이 아니었다.

 틀림없이 함포 사격에 적잖이 고생했으리라.

 "쟤네들, 우리보다 약하고 사기도 별로 높지 않으니까 너무 쫄지 마라. 사자가 겨우 고양이 따위에 겁먹어야 하겠냐?"

 원래 인간은 자기보다 나약한 인간 앞에선 한없이 강해지는 법.

 대충 내가 이탈리아군이 얼마나 약체인지, 내가 상대한 이탈리아군들의 별의별 대환장 똥꼬쇼들에 대해 알려주자 돌처럼 굳어있던 얼굴들이 조금씩 환해지는 게 눈에 빤히 보였다.

 "이야, 이런 놈들이 여태까지 제리들 엉덩이만 믿고 설쳤다는 겁니까?"

 "그럼. 저 새끼들, 그냥 병신이라니까? 그러니 쫄지 마라. 가오 떨어지게."

 "그것도 모르게 괜히 쫄았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발언이 조금은 경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뜻밖에도 뒤에 상대하게 된 적들은 내가 알던 그 이탈리아군이 아니었거든.

 ***

 보병들이 개척한 길을 따라 전진하는데, 적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별 볼 일 없었다.

 기껏해야 총알 몇 발이 날아왔을 뿐이었으니까.

 전차 좌우에서 걷던 보병들은 황급히 바닥에 엎드렸지만, 든든한 강철판의 보호를 받는 우리 전차병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대위님, 어디서 날아오는지 찾으셨습니까?"

 "잠깐만요, 지금 찾는 중이라."

 쌍안경으로 주변을 훑던 중에 2시 방향 언저리에서 반짝이는 물체가 잡혔다. 빙고.

 "2시 방향에 적 보병. 탄종은 유탄으로!"

 "장전!"

 게이츠 원사도 조준경으로 적 보병들을 찾았는지 여유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쏠까요?"

 "쏘세요."

 덜컹.

 탄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적 보병들이 화염에 휩싸여 산산 조각 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제대로 명중이다.

 방해꾼도 처리했겠다 다시 전진하려는 그때, 이번에는 좌측에서 공격이 가해졌다.

 고막을 찢는 쾅 소리와 함께 보병들이 지르는 고함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기는 얼룩말 3, 피격당했다! 전차에 화재 발생!

 "뭐, 뭐야?"

 난데없는 굉음에 놀란 보리스가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질문을 남발하는 동안, 나는 서둘러 포탄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적이 위장을 기가 막히게 해놨는지 좀처럼 찾아낼 수가 없었다.

 "젠장, 어디에 숨은 거야?"

 측면에 포탄을 맞은 얼룩말 3의 승무원들은 화재 진압을 포기하고 전차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마지막 승무원이 전차에서 나오자마자 해치 밖으로 불길이 솟구쳤다.

 "보리스, 차체 돌려!"

 "예, 옙? 잘 못 들었습니다?"

 "차체 돌리라고! 좌측으로!"

 방어력이 약한 측면을 그대로 놔두는 것은 나 죽여줍쇼 하고 비는 꼴이다.

 방어력이 강한 전면으로 차체를 틀어 적의 공격에 대비하는 한편, 휘하 전차장들에게 명령을 내려 조금 전 포탄을 쏜 놈을 찾게 했다.

 -찾았다. 9시와 10시 방향 사이다!

 얼룩말 4로부터 보고. 적은 9시와 10시 방향 사이에 있음. 그리로 시선을 돌리자 수풀로 위장한 물체가 시야에 잡혔다.

 워낙 위장을 잘해놔서 포구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찾아낼 수 없었을 정도다.

 "닉, 철갑탄 장전해!"

 "알겠습니다!"

 게이츠 원사도 내 지시 없이 즉시 포탑을 돌려 적을 조준했다. 그 사이, 적 전차가 먼저 발포했다.

 포탄은 크롬웰의 전면장갑 끄트머리를 맞추곤 그대로 도탄 되어 땅에 처박혔다. 이제 이쪽에서 쏠 차례다.

 "발사!"

 우렁찬 굉음을 일으키며 날아간 포탄은 소리가 무색하게 적을 맞추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적은 전차가 아니라 차체가 낮은 돌격포였다.

 이탈리아군이 사용하는 돌격포라면 세모벤테 밖에 없다.

 "조준을 조금 더 아래로 낮춰요. 닉, 다시 철갑탄 장전해."

 "아, 빌어먹을! 저놈 움직입니다!"

 위치가 발각당할 것을 알아챈 세모벤테는 즉시 이탈을 시도했다.

 게이츠 원사가 입에서 쌍욕을 내뱉으며 포탑을 돌려 적을 쫓는 사이, 무전기에서 휘하 전차장들의 비명이 들렸다.

 -2시, 3시 방향에서도 적 전차 출현!

 -후진! 후진!

 눈에 보이는 놈도 처리 못 했는데, 적들이 추가로 나타났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녀석들도 모두 세모벤테다.

 닉이 재장전을 끝내기 무섭게 게이츠 원사는 포탄을 발사했고, 적의 무한궤도를 끊어놨다.

 하지만 이탈리아군 전차병들은 기동 불능이 된 돌격포를 버리지 않았다.

 놈들은 남아있는 한쪽 궤도만으로도 힘겹게 선회를 시도하며 이쪽과 싸우려고 했다.

 "장전 끝!"

 "제발 좀 죽어라, 파스타 새끼들아."

 포탄을 쏘기 전, 게이츠 원사가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윽고 그가 쏜 포탄은 세모벤테의 전면장갑을 관통했다.

 탄약고를 관통했는지 전투실이 차체에서 분리되어 허공으로 솟구쳤다. 적 전차병들로 추정되는 자잘한 토막들과 함께.

 "좋아, 잡았다!"

 사태를 관전하던 제레미가 본인이 격파한 것마냥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너무 이른 때가 아닌 듯 싶었다.

 적 돌격포를 격파하자마자 아군 전차 한 대가 피격당했으니까.

 -얼룩말 2, 피탄! 탈출하겠다!

 "돌겠네, 진짜!"

 세모벤테 2대가 나무와 바위 사이에 자리를 잡곤 이쪽으로 주포를 쏘아대고 있었다.

 나는 휘하 전차들에게 현 위치에서 엄호 사격을 명령한 뒤, 보리스에게 전진을 명했다.

 크롬웰의 장기인 기동성을 살려 측면으로 돌입할 생각이었다.

 적도 내 의중을 파악했는지 후진한 다음 황급히 선회를 시도했지만, 내 쪽이 더 빨랐다.

 "정지!"

 전차가 멈추는 짧은 시간 동안 게이츠 원사는 포탑을 돌려 적을 겨냥했다.

 마침 이 각도에선 적의 탐스러운 엉덩이가 떡하니 드러난 상태였다. 고놈 참 맛나게 생겼구만.

 "쏘아!"

 엉덩이에 묵직한 6파운더 철갑탄을 처맞은 세모벤테는 추잡한 교성을 지르며 불타올랐다.

 남은 녀석은 이제 한 대.

 남은 적마저 처리하기 위해 포탑을 돌리는 순간 적탄이 날아와 차체에 내리꽂혔다.

 콰자작!

 "우와악!"

 굉음과 동시에 전차가 흔들거리자, 닉이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가 나왔다.

 "오버하지 마, 인마! 안 당했어!"

 적 포수가 쏜 포탄에 차체 측면에 달려있던 공구 상자들이 모두 박살이 나고 말았지만, 다행히 전차 본체에는 별 피해가 없었다.

 게이츠 원사가 포탄을 발사하기 전에 얼룩말 4가 발포하여 적을 격파했다.

 이것으로 시칠리아에서의 첫 전투는 종료되었다.

 거둔 전과는 적 보병 서너 명 사살에 세모벤테 3대 격파, 피해는 전차 2대 격파에 전차병 2명이 전사하고 3명이 부상.

 승리는 맞는데 대가가 너무 크다.

 시칠리아에 발을 디딘 지 1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소대에 남은 전차가 단 2대뿐이라니.

 말없이 줄담배를 태우던 게이츠 원사가 나지막이 말했다.

 "대위님."

 "네."

 "아무래도 적들이 우리의 기억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그제야 나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부하들의 시선을 알아차렸다.

 이전의 존경과 경외심 가득한 눈빛은 어디 가고 마치 사기꾼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들이었다.

 더욱 슬픈 사실은, 오늘 상대했던 놈들은 겨우 맛보기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상대하게 될 적들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마주쳤던 오합지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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