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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61화

무료소설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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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61화

 161화 동상이몽 (1)

 제3제국 총통 아돌프 히틀러 사망.

 공군 제국원수 헤르만 괴링 사망.

 SS 제국지도자 하인리히 힘러 사망.

 한순간에 독일 내 서열 1, 2, 3위가 나란히 저승으로 갔다.

 이외에도 카이텔, 요들, 호이징어 등 수많은 장성들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하이드리히의 성공 소식을 들은 검은 오케스트라는 즉시 행동을 개시하였다.

 "괴벨스, 보어만 이 두 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 살려뒀다간 화근이 된다!"

 "헤스와 리벤트로프, 토트, 슈페어는 체포 후 가택에 구금시키도록."

 신정부 구성에 방해가 될 게 뻔한 나치당의 거물급 인사들은 불시에 들이닥친 쿠데타군에게 체포되어 감금당했고, 무사히 권력을 손에 넣은 음모자들은 우선 진실을 숨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총통께서 당 내부의 불온세력에 의해 서거하셨습니다. 총통 암살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은 현재 체포하여 수사 중에 있으며,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동요하거나 유언비어에 속지 마시고 생업에 종사하시길 바랍니다."

 비록 전황이 나빠지면서 지지도가 조금 떨어졌다곤 하나, 여전히 히틀러의 위상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 총통을 자기들이 죽였다고 이실직고한다? 그랬다간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지금까지의 노력들이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때문에 음모자들은 자신들이 히틀러를 죽였다는 사실을 철저히 은폐한 채, 되려 히틀러의 유지를 받드는 충신들처럼 행동했다.

 하루아침에 신이나 다름없던 총통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독일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으레 이런 류의 초대형 사건이 터지면, 발원지를 알 수 없는 각종 소문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법.

 히틀러의 죽음이 발표되고 이틀이 채 되지 않아 생겨난 온갖 소문들은 독일 각지로 빠르게 흩어졌다.

 "총통은 사실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데?"

 "반란분자들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죽었다고 발표한 것이라는데."

 "자네, 그 소식 들었나? 총통을 죽인 것은 반란분자들이 아니라 연합군 특수부대라는 거?"

 "국방군이 SS와 짜고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사실이야?"

 검은 오케스트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소문들을 부정하는 보도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발표하는 한편, 신속하게 집안 정리에 들어갔다.

 "이, 이게 무슨 짓인가! 내가 누구인지 모를-"

 "잘 압니다. 저희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장군께서 총통 암살과 관련되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같이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내가?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협조를 거부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던 장성들은 쿠데타군에 의해 체포되어 자택이나 지하실에 처박혔다. '총통 암살에 관여했다'는 날조된 혐의 하나로.

 ***

 "괴벨스는 자살했습니다. 보어만은 도주하다가 벌집이 됐고요."

 쿠데타군이 자택을 습격하자, 괴벨스는 서재 문을 잠갔다. 병사들이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괴벨스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그 난쟁이 놈, 청산가리 캡슐을 깨물고 죽었더군요. 놈이 그걸 들고 다니는지 몰랐습니다."

 "아무튼 죽었으니 됐네. 그래도 보어만, 그 돼지 새끼가 벌집이 됐다니 마음에 드는군."

 "블라스코비츠, 프롬, 클루게, 만슈타인은 우리에게 전적으로 협조한다고 밝혔습니다."

 "눈치 빠른 친구들이군. 구데리안은? 어떻게 되었나?"

 베크의 질문에 오스터는 머리를 긁적였다. 기갑총감이자 지금의 독일 전차부대를 있게 한 장본인이며 대중에게도 인기가 높은 구데리안이 함께한다면 천군만마나 다름없을 터였다.

 "절친인 펠기벨 장군께서 설득 중이시지만, 요지부동입니다. 롬멜과 케셀링, 슈투덴트, 파울루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부전선의 모델 장군도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만슈타인과 프롬처럼 진작에 눈치를 까고 음모자들이 내민 손을 잡은 이들이 있는 반면, 구데리안과 롬멜처럼 히틀러의 신임을 받았던 이들은 아직까지도 협조를 거부하고 있었다.

 죽은 총통에 대한 충성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들을 포섭해 국민들로부터 신임과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던 음모자들 입장에선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설득은 계속 시도해보고, 정 안되겠다 싶으면 감금시키게. 전선에 있는 경우 적당한 핑계를 대서 독일로 데려와."

 "알겠습니다."

 "그리고......"

 카나리스는 고개를 숙인 채 목소리를 낮추었다.

 "하이드리히는 어떻게 되었나?"

 "염려하지 마십시오, 각하."

 카나리스의 질문에 오스터는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답했다.

 "이미 손을 써뒀습니다."

 ***

 작전은 성공했다.

 히틀러는 죽었고, 쿠데타는 무사히 성공했으며 내부정리도 거의 다 끝나가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연합국과 협상하는 것뿐.

 하이드리히는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슈납스를 따르며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했다. 영국과 미국은 과연 어디까지 허용해줄까? 우선, 알자스-로렌은 뱉어내야겠지. 그리고 체코도. 오스트리아는 당연히 독일에 남을 것이고, 주데텐란트도 마찬가지다.

 단치히는? 전쟁이 시작된 곳인 만큼, 이곳이 어디로 넘어가게 될지도 중요하다. 베크와 카나리스도 단치히만큼은 결코 포기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영토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하이드리히 자신의 위치였다.

 일단, 저들은 SS를 해체하겠다고 공언했고 이 부분에 관해선 자신도 찬성했다. 소속이 뭐가 중요한가. 중요한 건 자리지, 자리.

 SS는 해체된 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일부는 국방군에, 일부는 경찰에, 나머지는 집으로 돌려보낼 예정이었다. 자신은 어디로 가면 좋을까? 국방군? 경찰? 히틀러를 죽인 장본인이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어디든지 골라서 갈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앞으로 이 제복을 입고 다닐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군. 디자인 하나는 마음에 드는데 말이야. 하이드리히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슈납스를 홀짝였다. 오늘따라 슈납스가 더 달게 느껴졌다.

 그가 슈납스의 취기에 취해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각하? 급한 용무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게."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문이 벌컥 열리면서 한 무리의 병사들이 방 내부로 들어왔다. 하이드리히는 병사들이 SS가 아닌 국방군 소속임을, 그리고 저들이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는 것을 알곤 얼어붙었다.

 "이게 무-"

 한바탕 총성이 울리고, 붉은 선혈이 카펫에 흩뿌려졌다.

 ***

 히틀러의 사망 소식을 듣는 순간, 머리에서 떠오른 게 하나 있다.

 작전명 발키리. 톰 크루즈 형님께서 친히 주연을 맡으신 그 영화.

 모두가 알다시피, 히틀러 암살은 실패로 끝났다.

 히틀러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고, 쿠데타 세력은 그야말로 오체분시 되어 처참하게 몰락, 그리고 독일은 9개월 뒤 패망.

 처음 히틀러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도 얼마 못 가 오보로 밝혀지리라 예상하고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히틀러가 진짜로 죽었다고?"

 "히틀러뿐만 아니라 괴링과 힘러도 죽었다는데?"

 금방 오보라고 밝혀지리란 내 예상과 달리, 뉴스는 연일 히틀러 사망을 보도하고 있었다.

 히틀러 사망 소식이 전해진지 나흘이나 지났는데도, 정정 보도가 없는 걸 보니, 히틀러는 정말로 죽은 모양이었다.

 "와...... 이건 예상 못 했는데......"

 "뭘 예상 못 했단 말인가?"

 혼잣말이었는데 무어 소령에게 들리고 말았다. 이놈의 입을 꿰매든가 해야지 진짜.

 "히틀러가 죽었다는 소식 말입니다, 중대장님."

 "나도야. 우리야 늘 평소에 히틀러 놈이 뒈져야 전쟁이 끝난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정말로 죽어버릴지 누가 알았겠나?"

 부대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다. 히틀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병사들 사이에선 여러 소문이 돌았다.

 "소대장님, 그 소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슨 소문?"

 "우리가 곧 집에 갈 거라는 소문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보리스는 소문이 사실이라도 되는 것처럼 믿는 눈치였다. 히틀러가 죽었으니, 곧 전쟁이 끝날 테고 그러면 다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문이 부대에 쫙 퍼져 있었다.

 "가능하겠냐? 독일은커녕 아직 파리도 못 땄는데."

 "하지만 히틀러가 죽었잖습니까? 그러니 독일도 얼마 못 가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글쎄다.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힘들걸?"

 내 대답이 뜻밖이었는지 보리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라. 처칠이 내일 갑자기 죽는다고, 우리가 항복하겠냐?"

 "예......? 어, 보통은 그럴 리 없겠죠?"

 "그래. 독일도 똑같아. 히틀러가 죽었다고 해도 저놈들이 갑자기 항복할 리가 없겠지? 종전이 몇 달은 빨라질 수는 있어도 말이야."

 애초에 연합국은 추축국에게 전쟁을 끝내고 싶으면 무조건 항복하라고 요구했다.

 아무리 히틀러가 죽고, 정권이 바뀐다고 한들 무조건 항복 규칙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역사에서 히틀러를 암살하고 신정부를 세우고자 했던 검은 오케스트라도 어디까지나 강화만 생각했지 항복은 꿈조차 꾸지 않았다.

 양쪽 모두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데, 전쟁이 쉽게 끝날 리가. 다만 전쟁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나조차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역사대로라면 베를린이 소련군에게 함락되기 바로 직전까지 멀쩡히 살아있던 히틀러가 갑자기 픽하고 죽어버렸으니까.

 설마, 연합군이 이전의 원칙은 잊고 저들과 협상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가능성은 낮지만, 지금까지의 일들을 비추어 볼 때 아주 불가능이라곤 생각되지 않았다.

 정말로 독일과 협상하게 된다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걸까? 뭐, 우리야 전쟁이 일찍 끝나는 것이니까 나쁜 일이 아니지만서도, 미래를 생각하면 그렇게 썩 긍정적으로 볼 수도 없었다. 독일이 연합국과 협상한다면, 독일이 전쟁 중에 저질렀던 각종 만행들-홀로코스트, 바비야르 학살 등등-이 영원히 파묻히는 셈이니까.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북한과 중국처럼, 주변국들에게 힘자랑하지 못해서 안달일지도 모른다. 당장 중국과 북한만으로도 머리 아픈데, 거기에 독일까지 더해진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3차대전이 터질지도 모른다.

 부디 이상한 전개로 가지 않으면 좋으려만.

 ***

 히틀러가 죽고 독일에 신정권이 수립된 이후에도 전쟁은 계속되었다.

 연합군 폭격기들은 전에 그랬던 것처럼 독일의 여러 도시들을 공습했고, 소련군의 야포는 독일군을 향해 불을 뿜었으며 폴란드와 체코에선 레지스탕스들이 총살당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수면 아래에선 은밀한 협상이 이뤄지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국방차관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중립국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독일과 연합국 인사들이 만나 비밀회담을 가졌다.

 그들의 목적은 저마다 달랐지만,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귀국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영국 측 인사의 질문에 슈타우펜베르크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저희는 프랑스와 베네룩스, 스칸디나비아에서의 철수를 조건으로 즉시 상호 간의 적대행위 중지와 종전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이 이상의 전쟁은 독일에게나, 미국과 영국에게나 백해무익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콧수염을 쓰다듬고 있던 미국 측 인사가 말할 차례였다.

 "우리의 입장을 전하겠습니다. 귀국의 조건에 대해 '불가'라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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