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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80화

무료소설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80화

 180화 협상 (2)

 "진심이십니까, 서기장 동지?"

 흐루쇼프는 마치 들어선 안 될 말이라도 들은 듯한 얼굴이었다.

 "그래. 안 될 게 뭐 있나."

 처음 스탈린에게 독일의 협상 제안을 전달했던 몰로토프조차 스탈린의 결정이 의외인지 놀란 표정이었다. 스탈린의 절친인 보로실로프조차도.

 오직 베리야만이 스탈린이 이런 결론을 내리리라고 어느 정도 예상한 듯 덤덤한 표정이었다.

 "생각해보게. 지금 독일 놈들이 어떤 처지인지를."

 지금 독일의 상황은 정확히 1918년의 그것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미 연합군은 사방에서 독일을 압박해오는 중이고, 독일은 그저 협상만을 갈구하는 상태.

 "독일 놈들이 우리에게 협상을 제의해왔다는 건, 그만큼 놈들이 절박하다는 증거일세."

 "하지만 서기장 동지, 그렇다면 굳이 놈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모두가 품고 있는 의문이지만, 스탈린의 위세 때문에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보로실로프가 말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오직 그가 스탈린의 절친이기 때문이었다.

 "맞는 말일세. 우리가 놈들의 제안을 거부한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겠지.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관점을 바꿔보라는 거야.

 우리는 여전히 드네프르강도 못 넘었는데, 미군과 영국군은 독일 국경까지 진군했지. 그들이 베를린을 점령하거나, 독일이 먼저 항복을 해버린다면, 그땐 어떻게 되겠나? 저 영국과 미국의 반공주의자들이, 우리에게 땅을 그대로 돌려줄 것 같나?"

 스탈린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독일이 먼저 항복해 연합군이 독일이 점령한 소련 영토까지 차지하는 것이었다.

 "당장 처칠만 해도 대놓고 우리를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지. 그 노친네는 틀림없이 우리의 멸망을 바라고 있네. 히틀러처럼 말이지.

 독일이 항복해서, 처칠이 독일 놈들을 앞세워 전쟁을 걸어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어디에도 없지 않나.

 하지만, 그 반대가 된다면? 그땐 어떻겠나?"

 이이제이.

 증오하는 제국주의자들끼리 서로 싸우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스탈린이 원하는 결과물이었다.

 "아직 확정난 것은 아니니 속단은 금물이지만, 그래도 어디 얘기 한 번 들어봐서 나쁠 건 없겠지. 우리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니까. 안 그런가?"

 "서기장 동지의 말씀이 참으로 옳습니다."

 "뛰어난 혜안이십니다."

 4명 모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부하며 비굴한 표정을 짓자, 스탈린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몰로토프 동무."

 "예, 서기장 동지."

 "독일인들에게 전하시오. 만나는 장소와 시간은 이쪽에서 정하겠다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결코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회담이 성사되었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몰로토프 장관."

 "저 역시 반습니다. 앉으시지요, 총리."

 스탈린의 의중에 따라, 2차 독소회담은 스몰렌스크에서 열렸다.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어디 불편한 점은 없으셨는지요?"

 "귀측의 배려 덕분에 불편함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몰로토프의 영업용 멘트에 괴르델러는 영업용 미소로 답했다.

 현 독일 총리 카를 괴르델러와 국방차관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외교부 차관 한스 위르겐 폰 블루멘탈 백작까지, 회담 참석자들의 신분을 볼 때 독일이 이번 회담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자그마치 총리가 직접 적진으로 날아오다니. 사정이 많이 급하신 모양이군. 몰로토프는 여유로운 기분으로 회담에 임했다.

 "우선, 독일국 정부는 히틀러와 나치가 소련에서 저지른 만행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며 이를 애도하는 바입니다."

 괴르델러는 몰로토프에게, 자신들은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반대하며 국적만 같을 뿐 아무 관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대소전쟁에 대해서 반대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몰로토프는 속으로 코웃음 쳤지만, 굳이 반응하진 않았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형식적인 사과와 변명에 물린 몰로토프는 곧장 본론에 들어갔다. 어차피 이 자리는 변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받아낼지 결정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독일이 현재 점령하고 있는 소비에트 연방의 영토들을 조건 없이 즉시 반환하고 침략에 대한 보상으로 독일의 기술력을 제공하겠다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스탈린 동지께서도 귀국의 제안에 감동하셨지만, 한편으로는 이것들만으로는 전쟁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왔군. 어차피 예상했던 말이다. 당장 신정부도 겨우 이런 것으로 소련의 마음을 돌릴 수 있으리라곤 확신하지 않았다.

 슈타우펜베르크가 나섰다.

 "허면, 귀국이 우리에게 원하는 조건들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우선 즉각적인 영토 반환은 애시당초 우리 소련의 영토였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이번 전쟁으로 수많은 소련 인민들이 죽었습니다. 전후 재건사업에 큰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를 도울 독일인 노동자 200만 명의 파견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200만 명. 20만도 아니고 200만이나 되는 노동자들을 소련에 보내라니.

 하지만 그들은 곧바로 항의하는 대신,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이는 겨우 시작에 불과할 뿐, 애초에 저들의 요구가 그것 하나만은 아닐 테니까.

 "그리고 독일은 침략 전쟁에 대한 배상으로 현재 독일이 점령 중인 폴란드와 이탈리아,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노르웨이를 소련에 인계하며 소련의 핀란드 합병을 인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킬과 단치히, 쾨니히스베르크, 빌헬름스하펜을 소련이 이용할 수 있도록 50년간 무료로 조차하고 독일이 다시 소련에 대한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인이 필요한 바, 독일 영토에 소련군이 주둔하는 것을 요구합니다."

 "......."

 소련의 요구가 어마무시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제안에 협상단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당황한 것을 넘어 얼굴이 하얗게 질린 협상단을 바라보며 몰로토프는 안심하라는 듯이 덧붙였다.

 "물론 그 대가로 소련은 귀국과의 적대행위를 즉시 정지하고, 전쟁포로들 중 전범 행위가 있는 자들을 제외한 모든 포로들을 석방하며 오스트리아와 주데텐란트 합병 묵인 및 소련과 독일의 국경선이 1914년의 국경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허용하겠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살려는 드릴게. 대신, 가진 건 다 내놓고'나 다름없었다.

 협상단 전원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블루멘탈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 정녕 그것이 귀국의 요구입니까?"

 "예. 안심하시지요. 이게 우리의 요구의 전부이니까.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도 결코 그 어떤 조건도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탈린 동지께서 직접 하신 말씀입니다."

 몰로토프는 뭣하면 스탈린의 서명이 들어간 문서까지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괴르델러가 사양했다.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하던 괴르델러는 억지로 짜내듯이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우선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군요.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간 마음고생도 제법 심하셨을 텐데, 잠시 쉬었다 하시죠."

 ***

 "반응이 어떻던가?"

 "얼마나 급한지 화조차 내지 못하더군요. 서기장 동지께서 그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스탈린과의 직통전화에서 몰로토프는 기쁜 마음으로 현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저들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스탈린은 독일의 현 처지를 생각해 일부러 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들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협상이 파토나더라도 소련 입장에선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는 반면, 독일은 그렇지 않다.

 썩은 동아줄조차 절실한 독일 정부는, 분명 이번 협상에 목숨을 걸고 있을 터였다.

 "모두는 아니지만, 적어도 일부는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렇군. 독일인들이 흥정을 시도하면 이렇게 말하게."

 몰로토프가 스탈린이 말해주는 구체적인 협상안을 암기하는 동안, 독일 협상단은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너무 무리한 조건들입니다, 각하!"

 "그렇습니다, 각하! 저들의 조건을 모두 받아들였다간 독일은 영원히 괴뢰국으로 전락하고 말 겁니다!"

 "하지만 방도가 없지 않나!"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괴르델러도 마찬가지였다. 소련의 요구는 그냥 괴뢰국이 되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요구를 받았다면 당장 협상을 중지하고 귀국했을 터였지만, 독일의 사정을 생각하면 그럴 수조차 없었다.

 "영국과 미국은 우리에게 무조건 항복만을 요구하고 있네! 항복한다고 해도, 저들이 독일은 온전히 놔둘 거라고 생각하나?"

 어차피 현 상황에서 독일에게 남은 선택지는 3개뿐이었다. 영국과 미국의 요구대로 무조건 항복하고 그들의 자비만을 바랄 것인가, 이대로 전쟁을 계속할 것인가, 소련과 협상하고 남은 전력을 모두 서유럽으로 돌리느냐.

 첫 번째와 두 번째 선택지는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결과는 뻔했다.

 결국, 독일에게 남은 선택지는 세 번째뿐이었다. 소련과의 협상.

 말이 협상이지 이 정도 요구 조건이면 사실상 항복이나 다름없었다. 허나 영미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무조건 항복보다 그나마 낫다는 점에서 달랐다. 적어도 소련은 독일이 오스트리아와 1914년의 국경을 유지하는 것을 인정하겠다고 말했으니까.

 "이미 베크 각하께서도 독일의 패망만 피할 수 있다면 어떤 희생도 치를 각오가 있다고 말씀하셨네. 이게 다 독일을 위해서일세.

 비록 내 이름은 매국노로 낙인찍히게 되겠지만, 나 하나를 희생해서 독일이 구원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

 1시간 뒤, 협상이 재개되었다.

 ***

 "결정하셨습니까?"

 몰로토프의 물음에 괴르델러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만, 제시하신 조건 중에 일부는 수정할 것을 요청합니다."

 "먼저 말씀하시죠. 어떤 사항이 문제입니까?"

 "우선 전후 독일에 주둔할 소련군 말입니다. 이는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따라서 독일에 주둔하는 대신, 3년마다 군사감시단을 보내는 것을 요청합니다."

 "3년? 3년은 무척 긴 시간입니다. 그 조건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럼 매년마다 감시단을 보내는 것은 어떻습니까?"

 "흐음......."

 몰로토프는 턱을 괴고 생각에 빠진 척 연기를 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스탈린조차 무리라고 판단했기에 독일이 거부하면 그냥 넘어가 줄 생각이었다. 어차피 다른 조건들도 많으니.

 "......알겠습니다. 그럼, 그 부분에 관해선 이쪽에서 양보하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장관. 그리고 200만 명의 노동자들을 소련에 파견하는 사안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독일도 전쟁으로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우리 소련도 귀국이 일으킨 전쟁 덕분에 남자란 남자는 씨가 마를 지경이지요."

 "크흠, 그래서 말입니다. 200만 명은 현실적으로 무리고, 아무리 쥐어짜도 현실적으로 150만 명이 최대입니다. 그리고 장차 소련에서 일하게 될 우리 노동자들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게끔 독일과 소련 양국이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게끔 허용해주시지요."

 애초에 200만이란 수치도 흥정에 대비하여 높게 부른 수치였다. 몰로토프는 순순히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이외에도 독일과 소련 양측은 여러 사항들의 수정을 두고 오랫동안 논의했지만, 대부분 소련의 승리로 끝났다. 소련은 다른 건 몰라도 영토 문제에 관해선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독일은 이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길고 긴 협상이 마무리되자 몰로토프와 괴르델러는 문서에 서명했다.

 "자, 이로써 소련과 독일은 다시 우방이 되었습니다. 양국의 위대한 평화를 위해 노력합시다!"

 해맑은 얼굴로 악수하는 몰로토프와 달리, 괴르델러는 웃지 않았다.

 서약서는 즉시 크렘린으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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