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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77화

무료소설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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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77화

 177화 충격과 공포 (6)

 "돌아버리겠구만."

 한창 잘 달리던 와중에, 뜻밖의 난관이 나타나고 말았다.

 "빌어먹을 불가리아 놈들. 도움이 안 되는 걸 넘어 발목까지 붙잡다니."

 게이츠 원사의 말은 독일군과 싸우다 죽은 동맹군에겐 그다지 예의가 아니었지만, 지금 상황이 딱 그랬다.

 불가리아군 소속 전차들과 차량들의 잔해가 길을 막고 있는 게 아닌가.

 잔해들이 일직선으로 늘어선 채 불타오르는 걸 봐선, 이동 중에 기습을 당해 손 한 번 못써보고 전멸당한 듯싶었다.

 길을 벗어나자니 잡목림이 앞을 가로막았다. 물론 식물인 잡목 따위보다 무쇠 덩어리인 전차가 더 강한 법이지만, 뿌리가 깊고 서로 얽혀있는 잡목림에 잘못 걸렸다간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기에 신중해야 했다.

 "나 원. 한시가 급한데 여기서 발이 묶이다니."

 무어 소령도 뾰족한 수가 없는지 머리를 쥐어뜯었다. 길을 가로막은 잔해들을 치우려면 공병대를 불러야 하는데, 공병들이 이곳까지 오려면 족히 1시간은 넘게 걸린다.

 "중대장님, 잔해들을 와이어로 연결해서 구석으로 치우는 게 어떻겠습니까?"

 "할 수 없지.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군."

 전차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만 생기면 되니, 잔해들을 처리하는 일은 후발대에 맡겨도 될 터였다. 무어 소령이 신호하자, M3 하프트랙에 타고 있던 병사들이 욕을 내뱉으며 밖으로 뛰어내렸다.

 보병들의 도움을 받아 와이어를 잔해에 연결한 뒤, 전차의 힘을 이용해 옆으로 끌었다. 다행히 잔해들은 코멧보다 가벼운 프랑스제 전차들이라 끄는 게 어렵지 않았다.

 "좋아, 좋아. 후딱 마무리 짓고 제리들 대갈통 따러 가자!"

 ***

 "그리스군과 불가리아군은 예상대로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27기갑연대와 133보병사단도 연승 중입니다."

 "병사들의 사기도 무척 높습니다."

 속속 올라오는 보고들을 들으며 회프너는 간만에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암, 그래야지. 우릴 우습게 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줘야지."

 그의 최종 목적은 적군을 포위, 섬멸하여 연합군에게 타격을 입히고 루마니아 일대의 방비를 더욱 탄탄히 하는 것이었다.

 비록 영국군의 저항이 만만치 않지만, 측면이 무너진 이상 놈들도 별수 없을 것이다. 회프너는 고립된 영국군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후속 부대의 투입도 준비해둘 것을 지시했다.

 "각하,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음, 무슨 일인가?"

 헐레벌떡 뛰어온 부관을 심드렁한 눈길로 바라보던 회프너는 이내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라고? 영국군이 후방에?"

 "예. 규모는 정확하지 않습니다만, 최소 중대에서 대대급 규모의 전차들이 아군의 후방으로 향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회프너는 영국군이 나타났다는 지점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상이 맞다면, 놈들의 다음 목표는 물자보급소다. 이곳에 있는 부대들은 죄다 정비중대나 보급부대뿐으로, 전투력을 기대할 수 없는 병력들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대가 뭐지?"

 "다행히 500예비전차대대가 근처에 있습니다."

 "즉시 투입하도록."

 ***

 잔해들을 치우자 전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공간이 생겼다.

 "늦겠다. 서둘러 가자!"

 "예!"

 무어 소령을 필두로 한 전차들이 일렬로 움직여 다시 길을 내달렸다.

 적이 길에 지뢰를 매설하거나, 주변에 대전차포를 배치했을지 모르므로 다들 주의를 기울였다. 하지만 진격하기 바쁜 적들이 길에다 지뢰를 묻거나 대전차포를 배치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한참을 달린 끝에, 중대는 독일군의 보급소에 도달할 수 있었다.

 무어 소령의 예상과 달리, 적들은 한창 철수를 진행 중이었다. 마치 우리가 이곳으로 오리라고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다만 철수 작업이 끝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나타났고, 중대의 전차들은 즉시 공격을 개시했다.

 -공격 개시!

 11대의 전차들이 일제히 불을 뿜자,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아군이 공격을 개시하자마자 독일군은 그대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원사, 포탑 2시 방향으로 돌려요!"

 엔진을 들어낸 상태로 방치된 판터가 눈에 들어왔기에 나는 지체 없이 명령을 내렸다. 노획해서 가져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이 안되므로 독일군이 사용할 수 없게 파괴해둘 생각이었다.

 "장전 끝!"

 "쏩니다!"

 천하의 판터조차 정비 중에는 답이 없었다. 차량 내부에 탄약이 없는지 유폭은 일어나지 않았다. 적들이 수리조차 시도할 수 없게끔 한 발을 더 발사해 완전히 파괴했다.

 "좋아, 다음-!"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때려 부수고 있는 와중에, 무전망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주의! 전방에 적 전차!

 3시 방향에 나타난 전차들이 포를 쏘며 돌격해왔다. 규모는 우리와 비슷한 중대급이었다.

 -씨발, 타이거다, 타이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적 전차들 중에는 티거도 있었다. 네모난 상자 형태의 티거는 멀리서도 한눈에 보일 정도로 눈에 띄는 존재였다.

 티거와 교전해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 몇 번의 경험만으로도 티거의 무서움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티거가 나타났다는 말이 들리기가 무섭게 무전망에서 탄식 섞인 한숨이 터져 나왔다.

 -타이거는 단 한 대다! 나머지는 모두 4호 전차뿐이니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패닉에 빠진 중대원들에게 무어 소령이 일침을 가했다. 그 말대로, 나타난 전차들 중 한 대만 빼고 모두 4호 전차였다.

 4호의 75mm 주포라도 맞으면 골로 간다는 건 같지만, 그래도 티거보단 만만한 상대였다. 중대장의 일갈을 들은 전차장들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전투에 돌입했다.

 -여기는 까마귀 1, 까마귀 2와 3은 나를 따라 측면으로 돈다!

 -여기는 물새, 공격하겠다! 엄호를 부탁한다!

 "수신 완료!"

 탄약이 부족한 우리 소대는 현 위치에서 아군 전차들을 엄호하기로 했다. 까마귀와 물새로 불리는 1소대와 2소대 전차들이 맹렬한 속도로 적들을 향해 돌격했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고, 아군 전차와 독일군의 4호 전차가 거의 동시에 폭발했다. 매캐한 회색 연기가 시야를 가리는 와중에 노란 불빛들이 꼬리를 물고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장전 완료!"

 이제 철갑탄이 겨우 6발밖에 남지 않았기에 단 한 발조차 허투루 낭비할 수 없었다.

 내가 지목한 표적은 티거였다. 마침 놈은 측면에서 달려드는 전차들을 상대하기 위해 포탑을 반쯤 돌린 상태였다.

 "쏴!"

 포탄이 우렁찬 굉음을 내뿜으며 날아갔지만, 포탄은 튕겨 나갔다. 틀림없이 관통을 예상하던 게이츠 원사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이게 뭐야? 분명 측면에 맞았을 텐데......."

 "각도 때문에 그래요. 빌어먹을, 그놈의 떡장갑 때문에......."

 게이츠 원사가 엄한 곳을 때린 게 아니었다. 그저 운이 좋지 않았을 뿐.

 측면조차 4호 전차의 전면장갑과 동일한 80mm 장갑판을 두른 탓에 티거의 방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놈이 불을 뿜어 코앞의 아군 전차를 격파하는 광경을 본 나는 입술을 잘근 물어뜯었다.

 저 괴물 놈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면 개죽음당하는 아군이 많아진다. 휘하 전차들에게 4호는 놔두고 티거를 우선적으로 겨냥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보리스에게도 따로 지시를 내렸다.

 "보리스! 왼쪽으로 10m 이동해!"

 "알겠습니다!"

 보리스는 정확히 10m를 이동한 다음 정지했다. 티거가 차체를 틀어 경사를 줬기에 포탄이 맞는 족족 튕겨 나가기 일쑤였지만, 이 각도에서는 완벽한 수직이 된다.

 "발사!"

 장전된 철갑탄이 탄피를 남기곤 적장에게로 날아갔다. 포탄은 적의 포방패와 차체 사이에 명중했다.

 "좋아! 저놈 이제 목 안 돌아가!"

 비록 격파에는 실패했지만 대신 포탑링을 망가뜨려 포탑이 아예 돌아가지 않게끔 만들었다. 한순간에 목고자로 전락한 티거는 급히 연막탄을 뿌리며 아군 진영으로 후퇴했다.

 "놈이 도망칩니다!"

 "놓칠까 보냐. 우리도 앞으로 전진해!"

 연막탄은 당장의 시야는 차단시켜줘도, 물리력은 막지 못했다. 연막을 뚫고 들어가자, 힘겹게 낑낑거리면서 무거운 차체를 이끌고 퇴각 중인 티거와 마주칠 수 있었다.

 "발사!"

 100mm 전면장갑도 근거리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철갑탄이 뚫고 지나간 자리에는 시뻘건 불길밖에 남지 않았다.

 "명중입니다!"

 "좋았어-!"

 전면이 관통되어 불꽃을 토해내는 티거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곧이어 우릴 향해 포탄이 빗발쳤다. 티거 하나를 잡자고 적진에 너무 깊숙하게 파고든 것이었다.

 보리스가 서둘러 전차를 후진시켰지만, 4호 한 대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놈의 포구에서 불꽃이 터져 나오자, 전차에 심한 충격이 전해졌다.

 "괜찮아! 튕겨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처지가 못 되었다. 조금 전의 공격으로 전사자는 없었지만, 포탑이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

 "포탑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포탑링이 망가진 것 같습니다!"

 게이츠 원사의 보고. 방금 전 티거를 목고자로 만들어서 겨우 격파했는데, 지금은 우리가 역으로 목고자가 되고 말았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이 다 있냐 싶지만, 놀랍게도 현실이었다.

 "보리스, 후진! 전속력으로!"

 차체를 돌려 조준할 수 있겠지만 그보단 적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게 더 급했다. 우릴 목고자로 만든 녀석은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집요하게 우릴 쫓아왔다.

 위기의 순간에, 소대 전차들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추격해오던 4호 전차는 아군 전차가 쏜 포탄을 맞고 그대로 격파되었다.

 그러나 적은 그놈 한 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곧바로 다음 전차가 나타나 이쪽으로 철갑탄을 발사했다.

 콰직!

 "우, 우측 궤도 파손! 기동 불가!"

 목고자가 된 것으로 모자라, 이제는 다리까지 잘려버리고 말았다. 궤도까지 파괴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나는 지체 없이 결단을 내렸다.

 "전원 탈출한다! 파기절차 다 생략하고 우선 모두 밖으로 나가!"

 본래 전차를 버리고 탈출할 땐 적군이 노획해서 쓸 수 없도록 전차를 파괴하는 게 원칙이지만, 지금처럼 전차들이 서로 뒤엉켜 싸움을 벌이는 중에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소대원들도 내 지시를 이해하고 전차에서 뛰어내렸다. 포탑 안쪽에 고이 모셔둔 스텐을 챙겨 밖으로 나오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총탄이 빗발쳤다.

 "빌어먹을 제리 새끼들이 진짜!"

 적 보병들이 우릴 향해 총탄을 쏘아대고 있었다. 나는 총탄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대충 스텐을 갈긴 뒤, 수류탄을 꺼냈다. 게이츠 원사도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뽑았다.

 "하나, 둘, 셋!"

 셋까지만 세고 수류탄을 던지자, 폭음 뒤로 총알이 날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수류탄이 날아들었다.

 우리가 던진 것과 비슷한 계란형 수류탄이 땅바닥에 떨어져 뒹굴거리는 것을 본 나는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모두 엎드려! 수류탄이다!"

 소대원들도 재빨리 바닥에 엎드려 귀를 틀어막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폭음이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

 원래대로라면 터지고도 남았을 시간에 아무 일도 없자, 의아해진 나는 감았던 눈을 조심스레 떴다. 그러자 안전핀이 그대로 달린 수류탄이 눈에 들어왔다.

 "나 참. 얼마나 폐급이면 핀도 안 뽑고 그냥 던지냐?"

 수류탄을 던진 독일군은 분명 입대한 지 얼마 안 된 신병이거나, 심각하게 폐급인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류탄을 핀도 뽑지 않고 그냥 던질 리가 없다.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가 나오려는 그때, 뒤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도 수류탄이었다.

 하지만, 핀은 뽑혀 있었다.

 "......!!!"

 다시 바닥으로 몸을 던지는 순간, 섬광이 사방으로 쏟아지며 수류탄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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