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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98화

무료소설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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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198화

 198화 전후처리 (3)

 두 정상의 냉담한 반응에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진골 무인 드골조차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외의 반응에 당황한 그는 자신의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이라 착각했다. 그는 헛기침을 한 뒤 다시 발언을 이어갔다.

 "흠흠. 물론 프랑스 국민들은 전쟁 기간 내내 미국과 영국이 보내준 지원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두 나라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프랑스는 아직도 나치의 손아귀에 있었겠지요."

 그거야 당연한 말씀. 드골이 나름 선심 쓰듯이 한 말도 두 정상에겐 아무런 감흥을 불러오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여전히 차가운 시선에 드골의 목소리는 애처로울 정도로 작아졌다.

 "자르는 독일과 분리하여 프랑스의 보호를 받으며 5년이나 7년 뒤에 주민투표를 통해 독일에 다시 귀속될지, 프랑스에 그대로 합병될지 여부를 묻겠습니다.

 그리고 프랑스군은 미국과 영국이 제한한 구역 내에서만 주둔하며......."

 "그만, 그만."

 처칠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장군, 내 이런 얘기까진 하지 않을 생각이었소만 프랑스가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니 한마디 해야겠소. 우리 영국군이 북아프리카에 상륙했을 때, 북아프리카의 프랑스군은 대영제국의 아들들을 향해 총구를 겨눴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고요.

 북아프리카 전역이 평정될 때까지, 프랑스군은 독일군과 협력하여 영국군과 싸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포로가 된 영국 병사들에겐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혹행위들을 저질렀고요. 이 일에 대해서 장군은 할 말이 없소이까?"

 "그, 그건 비시 프랑스군의 문제입니다. 제가 이끄는 자유 프랑스군은 영국을 위해 함께 싸웠-"

 "네, 그건 압니다. 그러면 비시 프랑스군은 프랑스군이 아니라 다른 나라 병사들이란 말입니까?"

 처칠이 언성을 높이자, 드골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처칠은 프랑스령 북아프리카를 침공할 때 프랑스군이 격렬하게 저항했던 일을 결코 잊지 않았다.

 프랑스 본토 상륙 때도, 비시군 일부는 독일군 편에 서서 연합군과 싸웠다. 그뿐인가? 영국 폭격기들이 독일 본토를 폭격하고 돌아오는 길에 프랑스에 불시착하면, 프랑스인들은 그들을 숨겨주거나 보호하기는커녕 독일군에게 팔아먹기 바빴다.

 이 때문에 영국군 내부에선 프랑스를 제대로 혼내줘야 한다고 벼르는 이들이 상당했다. 일각에선 아예 프랑스를 승전국으로 대우해주면 안 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비시 프랑스도 프랑스입니다. 같은 프랑스인이라면, 그리고 프랑스의 수장이라면 마땅히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소?"

 "자, 자.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총리. 조금 진정하시지요."

 적절한 시기에 끼어든 루스벨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처칠을 진정시킨 뒤, 반쯤 정신이 나간 얼굴로 서 있던 드골에게 타협책을 제시했다.

 "허나 프랑스도 전쟁에서 나름의 역할을 한 부분이 있으니, 어느 정도 지분을 나눠드릴 생각입니다."

 독일 똘마니 노릇이나 하면서 승전에는 쥐뿔도 기여한 게 없는 프랑스였지만 루스벨트에겐 그래도 프랑스가 필요했다.

 당장 대일전을 위해 병력을 아시아 방면으로 돌려야 하는데, 독일에 그 많은 병력을 주둔시킬 수 없는 노릇.

 미군이 빠진 빈자리를 프랑스군으로 메우면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프랑스가 설치고 다니는 모습 또한 꼴 보기 싫으니, 어느 정도 권리를 보장해주는 척하면서 실질적인 제한으로 발을 묶을 생각이었다.

 "자르 분리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알자스-로렌과 달리, 자르의 거주민들은 90% 이상이 독일인들이오. 그런 곳을 프랑스가 무슨 권리로 떼어갑니까? 대신 자르에 프랑스군이 주둔하는 것은 허용하겠습니다."

 루스벨트는 선심 쓰듯 프랑스군이 자르와 바이에른 일부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킬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대신, 프랑스군이 독일 민간인들과 포로들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저지르는 일을 막기 위해 미국과 영국, 캐나다군으로 구성된 감시단도 동시에 주둔시키기로 했다.

 "전쟁 배상금으로 루르 공업지대 일부를 프랑스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독일인들의 처벌 또한 프랑스에게 맡기지요. 처칠 총리, 동의하십니까?"

 "뭐어, 동의하겠습니다."

 "그럼 됐지요? 장군, 더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처칠과 루스벨트의 기가 막힌 콤비 플레이에 드골은 KO 패를 당했다.

 프랑스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이다음은 벨기에와 네덜란드, 덴마크 등 소국들 문제였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역시 독일의 점령으로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은 바, 이에 대한 보상과 권리를 보장해줄 예정이었다. 벨기에 정부는 루르 공업지대의 40%를 벨기에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도 딱히 한 일이 있습니까?"

 "그렇다고 아주 한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니, 독일 국경 일부를 떼어주죠."

 덴마크는 독일 침공 전의 국경선으로 돌아가고, 독일군이 덴마크 해변가에 매설한 지뢰들의 제거를 위해 독일군 전쟁포로들을 동원하는 것으로 처리했다. 노르웨이도 덴마크와 다르지 않았다.

 자질구레한 문제들이 모두 정리되었으니, 이제 본게임으로 넘어갈 차례였다.

 "우선, 대통령 각하께서도 동의하시겠지만 독일은 이대로 놔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요."

 "통일된 독일은 금방 국력을 회복해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것이고, 나아가 다시 유럽을 위협할 것입니다."

 "물론이죠. 독일이 전쟁을 일으키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어야 합니다."

 처칠과 루스벨트 둘 다 통일된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 각하께서 먼저 생각해두신 방안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흐음, 제가 생각한 구상은 대충 이렇습니다만......."

 루스벨트가 손뼉을 치자 보좌군 두 명이 커다란 지도를 가져와 펼쳤다.

 지도에는 독일이, 정확히는 한때 '독일이었던 것'이 있었다.

 "동부 지역은 폴란드에게 영구히 넘겨주고, 하노버와 헤센, 바이에른, 작센, 프로이센으로 분할 하는 겁니다. 오스트리아는 당연히 분리되어 1938년 전으로 돌아갈 것이고요.

 루르 공업지대 또한 해체하여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나라들에게 나눠줍시다. 독일인 기술자들은 지원자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미국과 영국으로 영구히 이주시키고요.

 그렇게 하면 독일은 영원히 유럽의 농업국가로 남을 수 있을 겁니다. 세계는 더 이상 독일 때문에 전쟁의 공포에 시달릴 일도 없고요. 어떻습니까?"

 아, 이건 좀.

 천하의 처칠조차 루스벨트의 제안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그냥 나라를 지도에서 지워버리는 수준이 아닌가. 정말로 이랬다간 전 독일인들이 들고 일어나 게릴라전을 벌일 판이었다.

 "반대합니다, 대통령 각하. 너무 가혹해요. 역으로 독일인들을 모두 복수귀로 만들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런가요?"

 자신의 제안이 환영받지 못하자 루스벨트는 실망한 듯 작게 한숨 쉬었다. 처칠도 독일이 곱게 보이지 않았지만, 전쟁이 끝난 지금은 미래를 봐야 했다.

 독일은 망했고, 일본도 곧 망하기 직전이다.

 그렇다면 세계에 남은 적은, 빨갱이들의 수장 소련뿐.

 소련이 전 유럽에 야욕을 뻗치는 일을 막기 위해선, 독일을 어느 정도 살려서 고기방패로 써먹어야 한다-이것이 처칠의 계획이었다.

 "우리에게 어디까지나 필요 없는 것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상태의 독일'이지, 독일 그 자체가 아닙니다. 독일이 비록 유럽의 골칫덩이였지만, 동시에 러시아의 서진으로부터 서유럽을 지킬 수 있는 방파제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그 말씀은?"

 "독일이 전쟁을 일으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들되, 전쟁은 할 수 있는 상태로는 남겨놔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총리? 전쟁을 일으킬 수 없는데, 전쟁은 할 수 있다니요?"

 처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루스벨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 그대로입니다. 독일이 자기들 마음대로 날뛸 수 없게 목줄을 채우는 대신, 입마개는 빼주자는 겁니다. 독일인들의 송곳니가 러시아인들을 겨냥하게끔요."

 철저히 서유럽을 러시아로부터 보호하며, 오직 러시아를 향해서만 무력을 행사하는 독일.

 그것이 바로 처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독일의 모습이었다.

 "일단 눈으로 직접 보시는 편이 빠르겠군요."

 처칠이 손뼉을 치자, 이번에는 처칠의 보좌관 두 명이 지도를 가지고 나타났다.

 "어떻습니까, 제 계획이?"

 처칠의 계획안에 따르면, 루르 공업지대는 독일로부터 분리하되 그 기능은 남겨놓아 서유럽 공용의 병기창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었다.

 바이에른과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한데 묶어 탄생한 '남독일'은 소련의 발칸반도 진출을 차단하고, 북독일은 소련군의 공격을 정면에서 방어하는 역할을 맡는다.

 3개로 나뉜 독일이 서로 뭉치지 못하게 적당히 관리만 해주면, 이 '사냥개'들은 서유럽을 공산주의의 마수로부터 사수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습니까, 대통령 각하. 완벽한 계획이지 않습니까?"

 "흐음...."

 여전히 자신의 계획이 독일을 보다 효과적으로 거세할 수 있다고 믿는 루스벨트였지만, 그가 보기엔 처칠의 제안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무튼 독일이 전쟁만 일으키지 않으면 되니까.

 "그런데 헝가리는 왜 포함된 겁니까? 오스트리아야 원래 독일 민족이니 상관없지만, 헝가리는 민족도, 언어도 다르지 않습니까?"

 "그야 헝가리까지 묶어버리면 관리하기 편하지 않겠습니까? 동시에 헝가리만 공산화될 일도 없고, 발칸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이 신생 남독일의 정부는 이전 합스부르크 왕가로 할 예정인데, 대통령 각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처칠이 남독일의 지배자로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오헝제국의 합스부르크 왕가를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이들 남독일인들의 옛 지배자인데다, 자신들에게 왕위를 돌려준 미국과 영국에게 충성할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루스벨트는 드골을 상대할 때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처칠을 설득한 끝에 처칠이 구상한 남독일에서 헝가리와 합스부르크 왕가를 빼낼 수 있었다.

 그렇게 독일 분할안은 일단락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관문이 남아있었다.

 ***

 베를린에서의 회담이 끝나고 나흘 뒤,

 이번에는 포츠담에서 새로 회담이 열렸다.

 프랑스가 빠지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소련으로 인해 회담장의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스탈린이오."

 "저 역시 반갑습니다, 서기장."

 "......어서 오시오, 스탈린 서기장."

 그나마 웃으며 인사하는 루스벨트와 달리, 아직도 소련에 분이 풀리지 않은 처칠은 돌처럼 굳은 얼굴로 스탈린과 악수를 나눴다.

 전쟁 전에도, 소련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처칠은 케임브리지 사건을 계기로 소련을 완전히 적대하는 편으로 돌아섰다.

 친소파였던 루스벨트도 케임브리지 사건에 이은 미국 내부의 간첩들과 2차 독소불가침조약으로 소련에 대한 환상이 깨진 상태.

 스탈린 또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기에 그들은 덕담이나 농담을 주고받는 일 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 소비에트 연방은 간악한 나치의 침공으로 1700만 명이나 되는 인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집과 고향, 가족을 잃고 배회하는 사람들은 그 몇 배에 달하고요.

 따라서 우리는 결코 이 전쟁을 일으킨 독일을 용서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처칠은 터져 나오려는 비웃음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런 처칠의 자제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탈린의 말은 계속되었다.

 "듣자 하니 독일 전역을 미국과 영국, 이 두 나라가 통치한다고 하더군요. 우리 소련 인민들의 몫은 왜 없는 것입니까?"

 "소련의 몫이 없다니,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군요. 붉은 군대가 점령한 독일 영토는 독일의 소유가 아니었다는 말씀이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처칠이 즉시 반박했다.

 "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소련 인민들이 겪은 고통에 비하면 지금의 영역으론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뭐 이런 말이외다."

 "허, 우리 영국인들도 독일인들에 의해 많은 고통을 받았소이다. 그리고 영국이 소련보다 2년 먼저 독일과 싸워왔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군요."

 처칠은 스탈린을 상대로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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