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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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21화
21화 진짜 시험!(2)
성태는 희연에게 부탁했다.
“너는 애들 데리고 접근 못하게 좀 막아줘.”
“그렇게 할게. 그러면 너는?”
“나는 물론 저걸 좀 살펴야겠지.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그리고 성태는 파이어 자이언트를 향해 달렸다. 거인에게 가까워질수록 대기가 달아오르고 상승기류가 발생해 강한 바람이 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적을 향해 돌진하는 성태의 표정에서는 긴장감보다는 악동의 것 같은 기대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자, 잘난 아가씨가 과연 이 시험을 통과해 낼지 구경해 보도록 할까.’
성태는 키득 웃었다.
******
화염이 주변을 불태우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주변을 잡아먹었다.
그 열기가 폭풍이 되어 사물을 쓸어 올리고 있었다.
그 열의 가운데서 흥분해 날뛰는 거대한 인간, 아니 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한 거인이 있었다. 그 거인은 거대한 화염의 팔과 다리를 휘두르며 주변을 파괴했다. 폐허로 겨우 형상을 유지하고 있던 주변 건물들이 그 팔다리에 휩쓸릴 때마다 형편없이 박살나며 불티가 주변을 덮었다.
그리고 그 뜨거운 열과 화염의 가운데서 거인과 싸우는 인간들이 있었다.
먼저 남자 둘이었다.
최연우와 성남경!
그들은 거인의 주의를 끌면서 기회가 올 때마다 틈틈이 거인의 발을 공격해 중심을 흩트리고 있었다.
쿠어어어!
그들의 공격에 발아래가 불안해질 때마다 파이어 자이언트는 짜증나는 듯이 주먹을 휘두르고 짓밟기 위해 발을 쿵쾅거렸지만 최연우와 성남경은 요리조리 잘도 피하며 파이어 자이언트를 농락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기본적으로 침으로 고양이를 찌르는 꼴이다. 상대를 화나게는 해도 결정적인 피해를 주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이 히트 앤 런 전법은 너무 힘들었다.
쾅!
여섯 번째 쯤 최연우와 성남경이 파이어 자이언트의 발목을 공격하고 그 몬스터의 신경질적인 공격을 피하는 데 성공했을 때 즈음이었다.
“크으... 헉, 헉.”
최연우가 땀에 흠뻑 젖어서 숨을 헐떡였다.
마나만큼은 이혜선에 버금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는 최연우였지만 한 방 한 방에 너무 큰 힘을 담았다.
지치는 것도 당연했다.
“벌써 우는 소리냐!”
옆에서 놀리듯이 성남경이 외쳤다.
여유를 가장하는 웃는 표정이었지만 지친 것은 실은 성남경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전신이 벌써 땀에 절어 있고 숨은 턱에까지 올라왔다. 기술적으로 최연우보다 뛰어나서 마나를 더 잘 사용하는 덕분에 버티긴 한다만 솔직히 최연우보다 먼저 뻗는 건 그일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태연을 가장하는 수밖에!
“닥쳐! 내가 너 같은 샌님인줄 아냐!”
최연우는 으르렁 대며 외쳤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마나고 체력이고 소용없다.
깡으로 버티는 수밖에.
“그래야지! 최연우, 우리 둘이서 여자애 하나 돕는 것도 못해서 발목이나 잡았다는 소리 안 들으려면 말이야!”
성남경은 최연우의 독 오른 외침이 마음에 든 듯 웃으면서 시선을 돌렸다.
그가 보는 쪽에는 두 사람과는 또 달리 저 괴물과 싸우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혜선이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진짜 싸우고 있는 것은 이혜선뿐이었다.
그녀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3차원적으로 활용하면서 마치 나는 듯이 적을 농락하며 두 사람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현란한 검기를 쏟아냈다. 동시에 적의 공격을 모조리 흘려보내면서 자기 공격을 적중시키고 있었다.
지금도 이혜선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를 따라 몬스터의 화염이 뿜어졌고, 그 피가 튀었다.
두 사람의 싸움은 그녀의 싸움을 돕는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제기랄!”
“와, 진짜 어이가 없는 괴물일세.”
최연우는 그걸 분하게, 성남경은 어처구니없이 바라봤다.
이씨 세가가 세다 세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기는 했다.
이혜선이 어떤 천재인지, 퍼펙트 지니어스라는 별명이 왜 생겼는지도 물론 들었다.
그래도 둘은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봤자!’
그래봤자 자기 또래!
그래봤자 마나수치 5000남짓!
그래봤자 여자애!
그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 이혜선이 싸움으로 철저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힘은 단순히 마나가 많다고, 센스가 좋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런 걸 기본으로 깐 위에서 자신이 다루는 무기와 초식을 철저히 하고 주변 지형에다 적에 대한 이해까지 갖추고서 가능하다.
“미친년...”
“크큭, 그러니까 이씨 세가 아니겠어? 저것들은 유전자 차원에서 타고난 게 다르다고.”
“씨발...”
최연우는 한숨을 쉬었다.
저런 년에게 시비를 걸었었으니 당시 얼마나 가소롭게 보였을지...
성남경이 풀죽은 최연우에게 외쳤다.
“뭐 나도 너처럼 좌절하고 있는 중이지만, 일단은 악을 써서 남자 체면 세우라고!”
“닥쳐, 니가 대장이냐!”
최연우는 악을 썼지만 성남경이 말하는 것에 반발하지 않고 따랐다.
지금은 그것밖에 수가 없다는 것을 그도 잘 알기 때문이다.
*******
섬전이 파이어 자이언트의 목을 스쳤다.
화염과 피가 허공에 번졌다.
크어어어!
파이어 자이언트가 자기 목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으며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곳에는 이미 아무 것도 없었다. 애꿎은 건물만이 박살나 주변에 비처럼 불타는 파편을 뿌렸다.
그리고 그 맞은편의 한 건물 깨진 유리창 안 쪽에 이혜선이 서 있었다.
“하아, 하아...”
파이어 자이언트의 목을 쭉 그어버리고 그 건물 안으로 들어선 이혜선의 호흡도 많이 거칠어져 있었다. 최연우와 성남경에게 저게 인간이기는 하냐는 투로 격외의 존재임을 인정받은 퍼펙트 지니어스라곤 하나 역시 혼자서 이런 괴물을 상대하려니 쉽지 않았다.
꾸어어어!
고통에 난동 부리던 파이어 자이언트가 겨우 이혜선의 위치를 확인했다.
무거운 걸음 소리를 내며 크게 걸음을 내딛어 불타는 주먹으로 이혜선이 있던 건물 안쪽을 찔렀다.
거대한 불덩어리의 주먹이 날아드는 간격을 재며 이혜선의 보석 같은 눈이 좁혀졌다.
쿠아아앙!
거대한 불주먹이 건물을 박살냈다. 건물은 폭발하듯 파괴됐다. 폐허라고는 하지만 족히 수천 톤은 되었을 건물이 한 방에 무너지며 불덩이로 화하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널름거리는 화염이 길게 뻗으며 하늘을 핥았다.
키이?
폐허더미 가운데서 팔을 빼내며 파이어 자이언트가 묘한 표정을 했다.
손에 감촉이 없었다.
인간의 감촉이!
당황하며 파이어 자이언트는 귀찮고 쓰라린 적의 위치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뒤늦게 야성의 감이 발동해 흠칫, 놀란 표정이 되어 파이어 자이언트가 고개를 돌렸다. 위로.
놀란 파이어 자이언트가 올려다보는 흐린 하늘 위로 작은 점처럼 한 인간이 떠올라 있었다.
이혜선이었다.
이어서 그녀는 당황하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파이어 자이언트를 보면서 양 손으로 검을 잡았다. 그녀가 잡은 검에 불길이 번지듯이 파란 빛이 번져 씌워졌다. 마나를 덧씌운 것이다. 무기에 마나를 덧씌우는 것은 몬스터와 싸우기 위한 헌터의 기본적인 전법 중 하나이지만 저 정도로 선명하게 마나를 집중시킬 수 있는 자는 프로 가운데서도 많지 않다.
“하아.”
떨어져 내리며 이혜선은 의식을 집중했고,
자신과 땅, 그리고 파이어 자이언트를 이어나가는 하나의 선을 그었다. 그 선이 완성 되었을 때, 이혜선의 내부에서 마나의 흐름 역시 완성되어 있었다.
“패검, 천둥떨구기.”
응축된 힘을 검에 모아 그 선에 따라 한 번에 휘두르며 이혜선은 낮게 중얼거렸다.
꽈르릉!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는 천둥의 선이 세상에 나타났다.
******
성태는 멀지 않은 곳에서 그 광경을 즐거운 듯이 보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새하얀 선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며 그 사이 서 있던 화염의 거인을 베었다!
“오오. 과연.”
천둥떨구기!
방금 전 섀도 자이언트를 단박에 베었던 바로 그 기술이었다.
물론 섀도 자이언트를 베었을 때와는 그 수준이 달랐다. 그때가 단순히 형태가 비슷한 데모 버전이라면 이제야 정식 버전을 보는 것 같은 위력이었다.
“하지만...”
성태는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
그 하늘과 땅을 잇는 천둥의 검은 관측실에서도 보고 있었다.
“오, 천둥떨구기의 완성식인가.”
“역시 멋지군요.”
정형구와 신문석이 감탄했다.
천둥떨구기는 크게 둘로 나뉜다.
언제든 가볍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생략한 약식이 있고, 모든 것을 다 갖춘 상태에서 강대한 적을 단번에 절단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진식이 있다. 진식과 약식의 구분은 위력에 따라 나뉠 뿐으로, 굳이 어느 것이 어느 것에 비해 우위에 있진 않다. 사실 천둥떨구기는 너무 강한 기술이라 효용 면에서는 약식이 진식을 압도한다.
그러나 역시 천둥떨구기의 진수는 그 진식의 구현에 있다.
그것을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어린애가 구현해 낸다니!
“음, 저만큼 패, 예, 속이 하나가 된 검기도 드물겠지.”
단순히 적을 쓰러뜨린다는 것이 아니라 검을 단련한다는 면의 완성도에서 극치에 도달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검식이다.
과연 대종사 이건의 유작 중 하나랄까.
한데 신문석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아쉽군요.”
“그래. 역시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어.”
정형구도 동의했다.
약식의 천둥떨구기에서도 그랬던 부족함이 여기서도 여실히 드러나 보였다. 처음에 응축되어 뿜어진 마나의 흐름이 마지막까지 유지되질 못했다. 종반에 이르러 그 힘이 흐트러지는 게 역력했다.
“그러니 대단하긴 하지만 오라비에겐...”
“네. 그러니까...”
“저 괴물도 쓰러뜨리진 못하겠지.”
정형구는 혀를 차면서 그렇게 평가했다.
파이어 자이언트는 미숙한 천둥떨구기 진식으로 죽일 수 있을 만큼 연약한 놈이 아니다. 지옥의 업화에서 다른 괴물을 집어삼키며 군림해온 그 바닥의 또 다른 깡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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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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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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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