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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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7화
7화 심리장악(2) & 함정(1)
그녀는 도저히 성태를 자신의 또래소년으로 볼 수 없었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외견을 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훨씬 더 노쇠하고 거대한 거인이 잠재해 있다고 그녀는 느꼈다. 그녀가 만난 그 어떤 이도 눈앞의 이 남자에 비하면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사실 실제로도 그러했다. 본래 오만한데다 존재의 정점에 닿았기 때문에 성태의 기도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것을 마나로 보강하기까지 했다. 희연이 압도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의 기도는 거의 세뇌에 가까운 힘이 있다.
“그래.”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말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나를 돕는다면 차차 이해하게 될 거야.”
“너무...”
‘크다’ 고 희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성태가 단 몇 마디 말을 꺼내는 사이 다른 세상으로 접어들어 버린 것만 같았다. 그런 희연의 당혹감을 달래듯이 성태는 자상하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희연은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퍼뜩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성태는, 아니 성태인지 모를 이 눈앞의 남자는 그녀에게 결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그런 거짓말을 하기에는 너무 큰 사람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제가... 왜 당신을 도울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성태와 눈을 마주치지 못해 시선을 회피하면서 희연은 물었다.
“지금 비연 길드 내 네 입지가 어렵지? 후처의 공작으로 길드 내에서 너를 지지하던 이들은 모두 후처의 자식들에게로 등을 돌렸으니까.”
“그걸 어떻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희연은 성태를 바라봤다.
그가 지금 이야기 한 것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희연조차 비연 길드 내에서 자신의 아군이 소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으니까.
물론 성태가 그 사실을 아는 것은 그가 과거를 알기 때문이다.
영규에게 당한 이후 그녀는 후계 싸움에서 완전히 탈락해 그저 길드의 골칫덩이 싸움꾼 비슷하게 취급된다. 사실 후처의 자식들에게는 행운이었다. 피 흘리지 않고 길드를 먹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성태는 이 아이를 가지기로 했고, 그는 자신의 여자에게 그리 박하게 굴지 않으니까.
“어떻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네가 어렵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지. 너는 지금 후처의 자식들에게 눈엣가시 취급을 받고 있고, 그로 인해 자칫 목숨이 위험한 처지이니까. 길드 내에는 사실 네가 사고로 죽어버리면 춤을 추며 기뻐할 이들이 아주 많다. 그렇지 않나.”
“......”
희연은 입술을 물었다.
마음이 쓰라렸다.
단순히 권력을, 힘을 빼앗긴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희연은 길드 내에서 어린 시절부터 알던 사람이 많았다. 그들을 오빠나 삼촌처럼 따랐다.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가 그녀에게 등을 돌렸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힘을 잃고 뒷방 늙은이 꼴이 됐다.
세상은 잔인해져서 200년 전이라면 미성년이었을 소녀에게도 세상의 냉혹함을 알려주고 있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의 모든 온기를 조롱받는 지금의 현실이 달가울 수는 없는 일이다.
천천히 성태의 손이 희연의 얼굴로 갔다.
이어 그의 손이 희연의 턱을 살짝 들어올렸다.
눈과 눈이 마주했다.
“지금 상태라면 너는 기껏해야 정략을 위해 팔리는 물건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를 길드의 주인으로 올려줄 수 있다.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지. 겨우 부산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을 뿐인 이 길드를 한국 최고의 길드 중 하나로 끌어올리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 대신 당신을 도우라는 건가요?”
희연은 당신에게 그런 힘이 있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런 건 물을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성태는, 이 남자는 그런 것은 아득히 초월해 있는 힘을 갖추고 있었다.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다만, 약간 마음이 변했다.”
“내가 도울 가치가 없다고?”
“아니. 너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총명한 아이다. 생각 이상으로 너는 매력적이었기에 처음의 계획을 약간 수정하게 됐다고 봐야겠지.”
이어 성태는 빙긋 웃었다.
“그러면...”
성태가 말했다.
“희연, 너를 지배해 주지.”
희연의 숨이 막혔다.
그녀의 머릿속이 헝클어졌고, 잠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가 겨우 약간의 냉정함을 되찾아서 조심스레 되물었다.
“...내게 당신의 부하가 되라는 말인가요.”
“그렇게 받아들여도 좋다.”
희연의 턱에서 손을 떼어내고,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돌연한 제안이라... 당장은 뭐라 답하기 어렵군요.”
“아쉽군. 하지만 시간은 충분히 줄 테니 생각해 봐.”
성태는 여유롭게 히죽 웃으면서 말했고, 희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성태의 방을 나섰다. 성태의 방을 나선 희연은 곧장 등을 벽에 대고 천장을 바라봤다. 온 몸이 묘하게 뜨거웠다.
‘...지배해 주지...’
그 말이 묘하게 등골을 저릿하게 자극하는 느낌이다.
마치 처음부터 그에게서 그렇게 되기를 바라왔던 것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결코 나쁜 기분이 아니라는 것이 묘한 일이었다. 희연은 머릿속에 새겨진 그 말을 화인처럼 되새기면서 그 방을 떠나갔다.
한편, 방에 홀로 남은 성태는 히죽 웃으면서 희연이 떠나간 문을 바라봤다.
‘거의 다 됐군.’
본래 고민이 많던 소녀였다.
당당한 학생회장으로의 모습은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한 가면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외면의 모습은 오히려 그녀를 속으로 썩어 들어가게 했으리라.
그러니까 그녀는 기댈 곳을 찾고 있었을 것이다.
성태는 그걸 제공해 봤고, 반응을 보자니 성공적이었다.
‘이제 한 발자국인가.’
야심과 탐욕에 그의 눈이 번뜩였다.
******
함정
과거 해운대라 불렸던 곳에 세워져 있는 한 높은 건물이었다.
그 건물은 철권 길드의 본부 건물이었다. 철권 길드는 비연 길드와 함께 부산을 양분한다고 평가되는 곳이다.
철권 길드의 마스터는 성만길이라는 이름의 중년 남자다.
이름이 그런 것처럼 주먹을 주로 사용하는 권사 타입의 헌터다. 집안 자체가 그것을 위한 마나의 독문 운용법을 개발하는 데 꾸준히 노력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마나를 힘과 체력으로 변화하는 효율이 육 할에 달한다고 한다.
게다가 성만길은 베테랑답게 전신을 마법 아이템으로 둘러싸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역시 가장 유명하고 강력한 것은 그가 사용하는 장갑이다. 가죽 장갑을 철편으로 덮은 것처럼 보이는 그것은 악마의 껍질을 말려 붙인 다음 마력을 부여한 물건이다. 이름은 핀드 스케일 글러브. 힘을 20% 부가시키는 한편 타격 시마다 독과 열 데미지가 연이어 들어간다고 한다.
게다가 성만길의 마나량은 6000에 달한다.
그의 풍부한 전투 경험에 강력한 마나 운용법, 그리고 아티팩트의 힘까지 더해지면, 그의 주먹은 사실 철권이라는 이름조차 우습다.
전력을 다한 그의 펀치는 구시대 탱크의 장갑조차 우그러뜨릴 수 있을 정도!
그 성만길이 지금 자신의 집무실 의자에 앉아 이글거리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의 양 옆으로 길드의 주요 간부들이 두려운 표정을 짓고서 쩔쩔매는 모습이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이를 갈면서 성만길은 간부들에게 으르렁댔다.
“그, 그렇지만...”
“그, 그것이 조사관측에서의 보고내용입니다.”
“저희도 믿기지 않지만...”
“으하하하하, 이거 어처구니가 없군. 아들을 잃은 것도 억울한 판에, 그 아들놈이 강간범에 강도새끼이기까지 했단 말이지.”
분노가 지나쳐서 도리어 웃음이 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임을 보여준다는 듯이 자기 무릎을 탕탕 치면서 성만길이 외쳤다.
그가 지금 이렇게 분노하는 것은 자신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다.
성영규말이다.
남자답고 듬직해서 항상 자랑스럽게 여기던 아이였다. 그런데 이번에 연수를 가던 중 던전에 휘말려 거기서 죽고 말았다는 것만 해도 분한 노릇인데, 그 녀석이 또래 여학생을 범하려다가 실패하고 몬스터에 의해 죽었다지 않은가?
“......”
분노한 성만길 앞에서 간부들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성만길은 이를 갈면서 그들을 둘러보고 다시 물었다.
“그런 개소릴 믿나?”
“도련님이 다소 거친 면은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런 짓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도련님을 따르던 학생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당했다고 하는 계집아이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죠.”
다들 성만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떠들었다.
그들 가운데는 사실 성영규가 마음에 드는 여자애를 상대로 무작정 일을 저지르고 난 다음 그 뒤처리를 위해 수고했어야 했던 이도 있었지만 굳이 지적하진 않았다. 성만길에게 말대답해서 좋을 일은 없다.
“틀림없이 그 희연이라고 하는 계집년의 간계에 말려든 것이다!”
간부들의 동조에 힘입어 성만길의 분노와 확신은 더욱 깊어졌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럴 겁니다. 두 사람은 학년 대표 같은 입장이라 서로 많이 싸웠다고 들었으니까요.”
“게다가 그 던전에 어울리지 않게 대단한 보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보물?”
“마나중석입니다.”
“저희와 끈이 닿는 조사관 측의 말에 따르면 족히 2000은 넘길 것 같은 크기라던데요.”
“그랬군!”
부하의 말에 성만길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성만길의 체격은 거대해서 마치 곰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의 기세와 위압감은 그 체격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간부들은 어지간한 몬스터나 악마보다 더한 위압감을 그에게서 느끼면서 고개를 숙였다.
“더럽고 추악한 계집이다! 그걸 처먹기 위해...”
성만길의 마음속에서 희연은 자신의 아들을 기습해 마나중석을 뺏은 다음 죽인 사악한 계집년으로 확실히 낙인찍혔다.
2000포인트 이상 되는 마나중석!
확실히 그쯤 되면 그런 더러운 짓을 벌인다 해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강력한 헌터가 된다는 것은 현대인에게 있어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역시 그렇겠죠.”
간부들은 분분히 동의했다.
자식 잃은 아비의 분노 앞에 굳이 논리적으로 잘잘못을 따져봐야 소용없다.
“이 계집년을 어떻게 해야...”
마나를 끌어올려 전신에 이글거리는 흰 기운이 돌도록 하면서 성만길은 이를 갈았다. 희연이란 계집년이 너무나 증오스럽긴 하나 비연 길드라 하면 부산 지역에서 철권 길드를 넘어서는 위세를 보유한 곳이다. 쉽게 칠 수가 없다.
그런데 한 간부가 슬쩍 앞으로 나섰다.
“실은 비연 길드에서 이 일로 연락이 있었습니다.”
“무슨 낯짝으로 연락을 한다는 거지?”
두 눈을 부릅뜨며 성만길이 되물었다.
조롱을 위해 연락을 보냈다면 아무리 비연 길드라도 직접 쳐들어갈 생각도 하면서. 사실 비연 길드가 세력이 강하다곤 해도 강한 헌터만 두고 생각한다면 부산 최강은 성만길이다.
“저희도 아직...”
“일단은 보시죠. 길드마스터께서 꼭 직접 보셔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며 간부가 받았던 엽서를 꺼내 성만길에게 넘겼다.
“흠.”
성만길은 그것을 받아 살폈다.
“호오.”
이내 그의 표정에 웃음이 피었다.
잔인한 웃음이었다.
“무슨 내용입니까?”
“이건 아주 재밌군.”
그는 간부들을 둘러보며 흉흉하게 말했다.
“그 계집년을 우리가 쳐죽여도 비연 길드에서는 아무 말도 않겠다는데?”
“네?”
“그 계집애가 비연 길드의 후계자일 텐데...”
모두들 의아하게 웅성거렸다.
희연에 대해서 지금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그들도 희연이 어떤 재목인지는 알고 있다. 부산 지역의 가장 촉망받고 있는 헌터 후보생 중 하나가 바로 그녀다.
그런데 비연 길드에서 도리어 그녀를 버렸다?
“아! 그러고 보니 거기도 후계자 문제로 시끄럽다고 하던데...”
“아아, 그 후처의 자식들이...”
알파메일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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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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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