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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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6화
6화 심리장악(1)
성태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모든 헌터 후보생은 기본적으로 기숙사에 머문다.
길드라는 체제에 점차로 익숙해질 필요가 있고, 이 길드라는 체제는 사실상 군대와 흡사하기 때문에 기숙사제를 채택하게 된 것이다.
그게 아니라 해도 몬스터로 인해 성태는 어릴 적 부모님을 잃었다. 그에게는 기숙사제 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방은 혼자였다.
원래는 이인 일실이지만 같이 방을 쓰던 학생이 지금은 없다. 지금부터 자유시간이다. 졸업시험이 머지않았으니 트레이닝을 위해 아마 훈련장에 가지 않았을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성태에게는 고마운 기회였다.
“그러면 시작해 볼까.”
그는 바닥에 비닐을 한 장 깔고, 그 위에 나신이 되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마나를 운동시키기 시작했다.
150의 마나가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성태의 몸속에서 율동하기 시작했다. 성태는 그 율동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우주를 자신의 의식에 집중시켰고, 집중이 극치에 이른 시점에서 그 에너지의 율동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지워버렸다.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결국 남는 것은 의식조차 사라진 순수한 운동 자체뿐이었다.
이때 이 운동은 우주와 공명하면서 특정한 점을 향해 치달렸다.
빛과 같은 속도로!
그리고 그 점을 찔렀다. 강철로 막힌 것 같은 점이었지만 성태의 의식 가운데 우주와 공명하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가속된 에너지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쾅!
엄청난 폭발이 성태의 내부에서 일어났다.
성태의 전신이 떨렸다.
하지만 그 흔들림은 이내 진정됐고, 막혀 있던 구멍이 뚫림으로써 좁았던 성태의 세계는 넓어졌다. 이어 그의 전신으로 왈칵 오물이 쏟아지더니 썩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전신에서 우득, 우드득하고 뼈가 새로 맞춰지는 소리가 났다.
환골탈태였다.
성태는 지극한 충만감과 함께 눈떴다.
“후우...”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몸이 무척이나 가벼웠고, 세상이 다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상태확인을 위해 그는 스텟을 꺼냈다.
힘 : 30
민첩 : 30
인지 : 30
체력 : 30
마나 : 0/2000
어마어마한 성장이었다.
물론 여전히 과거의 그의 역량에 비한다면 쓰레기 같은 능력이지만 지금까지 사용해 온 육신에 비하자면 고물차가 로켓으로 진화한 것이나 다름없는 진보였다. 물론 마나가 제로가 됐으니 이건 다시 채워야 하겠지만, 던전을 꾸준히 돌아다니면 이걸 채우는 거야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나가 채워지면 다시금 환골탈태를 시도해 육체를 개량하도록 시도할 수 있다. 이 시도는 실패할 리가 없다. 성태가 이미 와본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태에게는 마나중석이 제 아무리 대단한 보물이라 해도 필요가 없다.
그에게는 사실상 마나량의 제한이 없으니까.
그의 성장은 무한이다!
물론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고, 매 단계의 환골탈태를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조건을 맞춰야 하지만 성태의 지식과 경험을 생각하면 당분간은 그리 큰 장애거린 아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성태가 근본적으로 어마어마한 높이의 깨달음을 보유하고 있는 ‘각자’이기 때문이다. 이 지식을 통해 그는 일반적인 게임의 룰을 완전히 벗어난, 일종의 치팅이 가능해졌고, 그 치팅이야 말로 성태가 이 끔찍한 게임의 룰러와 싸워 승리할 수 있게 된 근본적인 기반이 됐다.
하지만 이 깨달음은 타인에게 전달할 수 없다.
본래 지극한 깨달음은 언어를 초월한 것이다.
특히 성태가 보유한 깨달음은 단순한 마나의 운용이 아니다. 그것은 마나의 운용의 껍질을 쓰고 있으나 실은 우주의 섭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조작하는 방식에까지 닿아 있다. 우리 우주를 일종의 가상머신을 통해 시행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친다면 성태의 지식은 바로 그 가상 머신의 틀을 넘어서서 중앙 시스템에 직접 접속해 조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성태의 지식은 보편화가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는 훈련을 지도해서 다른 이들을 더 강하게 하는 정도는 할 수 있겠으나 그의 지식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와 힘에는 도저히 접근시킬 수가 없다.
‘그렇기에 결국 세력이 필요하지.’
홀로 살아남고자 하는 것이라면 사실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
이미 모든 것이 그에겐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그럴 거라면 우주의 섭리조차 조작하며 이런 비루한 몸으로 돌아올 이유가 없었다.
그는 이 세상을, 되도록 많은 이들을 구하려는 것이다.
그래야만 지배하고 ‘즐길’ 수가 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성태는 깨달은 자이지만 그저 인간일 뿐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욕심 많고 쓸쓸한.
“......”
작업을 마친 성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환골탈태를 하면 아무래도 전신에서 심한 냄새가 난다. 뒤처리는 꼼꼼히 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노폐물이 진득하니 떨어져 있는 비닐을 모아 한 덩어리로 만들어 봉하고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미리 준비해온 방향제를 여러 차례 분사한 다음 옷을 입고 비닐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기숙사 뒤편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샤워장에 들러 몸을 씻었다.
“무슨 이런 더러운 냄새가...”
“씨발 어떤 새끼 똥통에 빠졌냐!”
성태가 몸을 씻는 동안 같이 샤워장을 사용하던 후보생들 중 몇몇이 불평했다. 별 수 없는 일이었다. 더 이상 냄새가 나지 않도록 꼼꼼히 몸을 씻은 다음 성태가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돌아오는데 자신의 방 앞에 의외의 인물이 서성거리는 것이 보였다.
아니, 의외는 아니었다.
“찾아왔군.”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던 인물은 김희연이었다.
서성이던 그녀는 방으로 들어오던 성태를 보고는 놀란 표정이 되어 말했다.
“네가 찾아오라고 했잖아.”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하지.”
고개를 끄덕이고 희연은 성태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갔다.
성태를 따르면서 그녀는 며칠 보지 못한 사이에 성태가 또 다시 달라졌다 느끼고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던전에서의 성태도 무언가 또래와는 완전히 한 차원 다른 존재 같았는데 지금은 거기서 한 단계 더 성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감상은 희연을 한층 당혹스럽게 했다.
환기와 방향제 덕분에 방금 환골탈태를 했지만 방안에는 다행히 별반 냄새가 나지 않아서 손님을 접대하기 별 무리가 없었다.
방안으로 들어간 희연은 신기한 듯이 성태의 방안을 바라보다가 먼저 품에서 뭔가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자.”
중석이었다.
“고맙군.”
“원래 네 거니까.”
약간 심통 맞게 답하면서 근처의 의자 하나에 다소곳하게 희연은 앉았다. 성태 역시 의자 하나를 끌고 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성태는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내게 묻고 싶은 것이 많을 테지.”
“솔직히 말하면 그래. 물으면 답해 줄 거야?”
“답할 수 있는 것은.”
희연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너무 오만한 말인데. 비밀 운운하기엔 이미 나는 네 비밀을 꽤 많이 알고 있지 않아? 이건 협박의 재료일 수도 있다곤 생각하지 않아?”
“첫째로, 너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거야. 둘째로, 너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거야.”
손을 내밀어 손가락을 하나씩 펼쳐 보이면서 성태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전자의 바보가 아니라는 말은 네가 나를 적으로 만드는 짓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을 뜻하고, 후자의 바보가 아니라는 말은 그 주장을 세상에 납득시키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모를 리 없다는 뜻이었다.
“뻔뻔하군.”
희연은 한층 불쾌한, 동시에 눈앞의 또래 소년에게 압도되는 느낌을 받으면서 불평했다. 성태는 달래듯이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 말을 네가 들을 수 있는 것도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지.”
그 말이 마음에 들었던지 희연은 흠칫 표정이 풀렸다가 헛기침을 하고 원래의 불평하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제한된 조건에서나마 정보를 캐내기 위해 우선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중석은 시험이었지?”
“...맞아.”
성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심 감탄했다. 중석을 맡긴 것이 시험이라는 것을 이렇게 쉽게 간파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쉬웠다. 원래 역사에서 그녀는 영규에게 몹쓸 짓을 당하고 난 뒤 여러모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 제대로 된 성장을 하지 못한 채 히스테릭한 중견헌터에서 그치고 만다. 아니, 헌터로서는 사실상 끝장이었고, 그냥 얼굴이 좀 쓸 만하고 지위가 있었기 때문에 정략적으로 팔려 역사에 묻히는 신세로 끝난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운명에서 벗어났으니 아쉬워 할 필요도 없으리라.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나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지. 너는 거기 적합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온전히 신뢰할 대상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단계가 필요했어.”
“그게 저거였다는 거군.”
“그래.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하지. 하지만 내가 너를 정말로 믿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었어. 이해해줬으면 하는군.”
사과에 더해 진솔하게 성태가 설명하자 불쾌해하던 희연의 표정이 풀렸다. 시험을 당했다는 건 물론 좋은 기분이 아니지만 시험을 할 정도로 주목하고 있던 특별한 대상이라는 것은 꽤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
“뭘 하고 싶어서 나를 믿을 수 있는지 시험했어야 한다는 거야?”
“너를 이용하고 싶었지.”
“나를 이용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희연은 성태를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을 이용하고 싶어 했다는 성태의 말 자체에는 놀라지 않았다. 이런 시대다. 누구든 살아가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걸 당연시 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시대기도 하다.
하지만 희연이 보기에 성태의 실력은 희연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왜 그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군.”
“그야... 나는 네 실력을 봤어. 네가 본 실력을 드러내기만 하면 수호대에 들어가 그곳 엘리트들의 눈에 드는 것 정도는...”
희연은 솔직하게 말했다.
허풍을 떤다고 먹힐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녀가 제공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성태가 스스로를 드러내서 곧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성태는 희연의 솔직함이 마음에 든다 생각하면서 조용히 웃었다.
부정의 웃음이었다.
그 웃음을 보고 희연은 단순히 성태가 어떤 단체에 들어가 거기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생각이 아님을 알았다.
그는 더 큰 것을 보고 있다.
오싹했다.
“...아니군. 너는 그런 걸 바라는 게 아냐. 설마 자기 길드를 세울...”
하지만 현재 세계의 길드 구조는 거의 완성되어 있다. 길드라는 이름의 봉건영주 시스템이다. 길드구조에 변동이 생기는 것은 중위나 하위 정도뿐이다. 진정한 지배자들은 백 년 전에 이미 체계 잡힌 시스템을 완성했고 그걸 유지하고 있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그걸 넘어설 수 있을까?
기껏해야 하청 길드 정도나-
하지만 희연의 그 말에 대해서도 성태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 뭘...?”
이것도 아니라면 대체 그가 노리는 건 뭘까? 희연은 성태의 속을 알 수가 없어 얼굴을 찌푸렸다.
“좀 더 큰 것이지.”
“그것보다 더 큰 것이라니?”
자기의 길드를, 최상위에 있는 패권 길드 바로 아래에 있는 자기 길드를 세우는 것 이상으로 개인이 꿈을 꿀 수 있단 말인가.
성태는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나는 세계의 정점에 서서-”
말과 동시에 성태는 마나를 조작해서 그것을 모조리 자신의 기백으로 바꾸었다. 사람을 압도하는 기운이랄까, 아우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극도로 자유로운 마나 운용이 가능한 성태는 단순히 스텟을 마나로 보조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어떤 분위기나 존재감 자체를 조작하는 것도 가능했다.
“세계를 구할 생각이다.”
오만하게 성태는 말을 끝냈다. 그는 이미 고등학생을 위장하는 말투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감추고 있던 자신의 기도를 개방한 것이다.
“세계의 정점에 서서, 세계를... 구한다고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희연은 성태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알파메일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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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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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