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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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43화
43화 트레이서(2)
“그런 걱정이 아주 없진 않지만…… 여긴 길드가 아니다. 적어도 교육기관에서 그런 일은 없어. 오히려 여기서 충분히 교육 받아서 길드에서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없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버려두기에 그건 너무 아까운 능력이기도 하고.”
신분이 확실한 트레이서는 현재 어디서라도 환영 받는다.
그들은 길드의 핵심 마나 운용법을 정밀하게 체크해서 쓸모없는 부분을 버리고, 필요한 부분을 더하는 식으로 더 낫게 개량해 줄 수 있다.
문제는 헌터란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라 신분이 확실하고 길드에 장기 소속될 트레이서 같은 건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전에 트레이서 자체가 희귀해졌지만.
“그러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정말 눈이 좋은 모양이군. 전혀 알 수가 없다니.”
장진호가 놀라워하며 말했다.
자신의 역량을 숨기는 것도 트레이서 특유의 능력 중 하나다. 마나를 잘 이해하는 그들은 역으로 마나를 잘 숨기기도 한다.
남들이 어떤 마나의 흐름을 읽어서 강약을 판단하는지 아주 잘 알기 때문에 그 리듬을 흩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장진호쯤 되는 헌터에게 통할 정도라면 대단한 ‘눈’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자랑스럽게 성태는 빙긋 웃었다.
“눈만큼은 정형구 선생님보다 제가 더 높을 겁니다. 스킬화 된 기술까지 트레이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스킬까지 트레이스 한다면 그건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하겠지. 그것만 해도 대단한 기술이군. 듣기로는 천둥떨구기를 역산하기까지 했다는데.”
트레이서는 마나를 사용해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트레이스 할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은 스킬까지도 이론적으로 트레이스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그 정도의 트레이서는 이제는 짧다고 할 수 없는 지구의 헌터 역사에서도 손꼽을 정도밖에 나타난 적이 없다. 게다가 성공한 스킬도 사소한 것들뿐이다.
“하하하.”
성태는 얼버무리듯 멋쩍게 웃었다.
그제야 장진호는 피식 웃으며 의문이 해소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다. 그럼 나는 가 보지. 앞으로 그 눈이 좋다는 걸 기초로 해서 네놈을 가르치도록 하마.”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쉬었다 가라. 오늘 수업은 끝이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성태는 깍듯하게 장진호에게 인사했다.
장진호는 마나의 장벽을 거두었고 손을 흔들며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문을 완전히 나서기 바로 앞에서 우뚝 멈춰 서고는 성태를 향해 물었다.
“아 참, 이 녀석에게 너에 대해 이야기해 줘도 되겠냐? 너도 얻은 게 있는 만큼 이 정도는 되돌려 줘도 괜찮지 않겠나 싶은데…….”
이 녀석이라고 했다.
칸막이로 가려진 성태의 옆자리를 가리키면서.
누구인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장진호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 칸으로 갔다.
거기에는 이혜선이 성태와 마찬가지로 몸을 반만 일으켜 세운 채 앉아 있었다. 장진호는 그녀의 앞에 앉더니 충고했다.
“너무 기대하진 마라. 하지만 저 녀석의 ‘눈’은 아마 실마리가 될 거다. 저놈, 그 정도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건 너도 알겠지.”
“…….”
이헤선의 눈이 놀라움에 살짝 떠졌다.
그녀는 지금 장진호의 말에서 성태가 트레이서라는 것을 알아챘고, 트레이서 중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의 안목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 않다면 ‘천둥떨구기’를 트레이싱, 아니 개량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장진호는 보건실을 나섰다.
밖에서 성태를 기다리고 있던 희연이 그에게 급히 인사했다. 장진호는 그 인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복도로 걸어갔다.
그의 머릿속은 지금 성태에 대한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천둥떨구기를 개량하는 트레이서라. 이거 엄청난 물건인데. 이거 어쩌면 유럽 쪽에…….’
트레이서는 이제 서류나 역사 속의 존재 비슷하게 취급되지만 아주 그런 건 아니다. 그들의 가능성과 힘을 생각하면 지경의 구슬이 가지고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추구하는 이가 있어 당연하다.
그리고 장진호는 그 정점에 있는 자를 본 적이 있다.
그건 그야말로 괴물이다.
성태는 그 괴물에 비할 수는 없다 해도 아직 어리다. 그 어린 재능이 이 정도라면?
‘어쩌면 이혜선 이상……!’
장진호는 내심 흥분해 침을 삼켰다.
‘저 녀석, 폭풍이 될지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직은 역시 쪼그마한 학생에 불과했다. 이제 저 녀석의 정체를 알아냈으니 제대로 굴려서 쓸 만한 물건으로 만들어 봐야 할 차례다.
거기까지 생각하고서 장진호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
무언가 좀 이상해서다.
성태에 대한 의문점은 모두 해소가 됐을 텐데 어딘가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어디일까?
장진호는 곧 깨달았다.
‘너무 여유롭다.’
바로 이 점이었다.
성태는 너무 여유롭다.
숙련된 헌터처럼.
심지어 장진호는 성태에게서 자신이 순간순간 후배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정도다.
트레이서라고 하면 성태가 보여준 여러 특이한 점이 거의 모두 설명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특유의 분위기는 그것만으론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경의 구슬이 사람의 인격 자체를 바꾸어 버리기도 하는 힘을 가진 것이긴 하지만 아예 다른 인격이 있어서 그 인격이 흡수한 이의 몸을 차지해 버리는 것은 아니다.
“…….”
장진호는 그 의문에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걸었다.
성태의 분위기가 의문이긴 하지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결국 그것은 별 의미 없는 것이니까. 진정한 강함과는 무관한 것이다.
한편, 장진호가 나서고 난 다음 성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보건실을 나서기 전 혜선이 있는 칸 쪽을 보면서 그녀에게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쪽도 편히 쉬었다 가.”
“…….”
혜선은 성태를 향해 잠깐 눈길을 보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태가 밖으로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희연이 다가와 궁금하게 물었다.
“선생님하고 무슨 이야기 한 거야?”
“별거 아냐.”
“별거 아니긴!”
잔뜩 걱정하고 기다린 자신에게 비밀로 하려고 드니 희연은 화난 표정을 했다. 성태는 빙긋 웃으면서 그녀를 달랬다.
“나중에 이야기 해 줄게.”
입술을 삐죽였지만 희연은 별수 없다고 생각했던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희연과 함께 기숙사로 돌아가면서 성태는 보건실을 빠져나올 때 혜선의 모습을 되새겨 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성태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서는 초조함이 읽혔다.
‘흠, 이건 기대치 않던 수확인가. 시간을 좀 더 단축할 수 있을지도?’
성태는 빙그레 웃었다.
*******
기숙사로 돌아온 성태는 식사를 끝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가벼운 기분으로 침대에 몸을 누이면서 중얼거렸다.
“자, 겨우 어느 정도 정리는 된 셈이군.”
오늘 장진호와 했던 수업을 떠올리며 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애들 사이에서 활동하면서 적절한 파워 밸런스를 맞추기란 게 역시 힘들단 말야.”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형구와의 대련을 이끌었고, 이걸 통해서 자신이 트레이서라고 고백했다. 장진호는 그 설명을 통해 성태에 대한 의혹을 모두 정리한 것으로 보였다.
당연히 성태는 트레이서가 아니다.
물론 성태는 트레이서로서의 능력을 보인 적이 있다. 바로 비연 스킬을 구현해서 희연에게 전달해 준 것이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트레이서였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실력과 능력은 트레이서의 완전한 상위호환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성태가 굳이 이런 사건을 만들어서 자신을 ‘트레이서’라고 설명한 것은 앞으로 활동에 적절한 신분과 위치를 얻기 위해서다. 지나치게 드러내면 견제가 피곤해지고, 지나치게 숨기면 행동이 어려워진다.
사실 숨기는 건 그러고 싶어도 어려울 가능성이 높았다.
정형구와 장진호 등, 지금 수준에서는 속이기 어려운 안목을 갖춘 강자들이 여기는 즐비하다. 그들의 눈을 적절히 속일 만한 가면도 필요했다.
이 사이에서 적절하게 스스로의 힘을 발휘하면서 상황을 통제하기에 적절한 껍데기는 무엇보다도 트레이서였다.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장진호여서 통한 거니 정형구였으면 어땠을지…….”
성태는 불만스럽게 미간을 좁혔다.
정형구가 직속 선생으로 교습을 했더라면 아마 트레이서라는 설명이 안 통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몇 차례 직접 만나 보고 느낀 바인데, 그는 자신이 알던 것 보다 실은 훨씬 강하고 예리한 헌터였다.
“뭐, 그 장진호가 정형구도 잘 구워삶아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군.”
장진호는 정형구의 신뢰를 얻고 있는 후배 헌터다.
그가 자신에 대해 정형구에게 잘 설명해 준다면 약간 미심쩍어 하는 면을 남기고 있던 정형구가 그것도 떨치도록 할 수 있으리라.
이어, 성태의 눈빛이 예리한 칼날처럼 번쩍였다.
오늘 장진호와의 사건을 벌인 진정한 목적으로 사고가 옮겨갔기 때문이다.
‘하여간 오늘 있을 일 때문에 내가 굳이 얻어맞으면서까지 신분세탁을 다시 했는데 말이지…… 혹시라도 시간대가 틀어지거나 하진 않았겠지?’
그랬다.
성태가 오늘 이런 일을 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단순히 의혹을 떨치고 활동하기 쉬운 신분을 얻겠다고 하는 것은 결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것만이 목적이라면 좀 더 뒤로 일을 물리는 게 좋을 수가 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반드시 오늘, 이 일을 함으로써 실은 저 녀석이 어마어마하게 강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벗어난 신분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지만 강렬했다.
‘분명 오늘이 도플갱어가 오는 날인데…….’
바로 오늘이 수호대가 도플갱어 일당의 습격의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도플갱어는 평범한 도플갱어가 아니다.
흔히 도플갱어는 단순히 사람의 모습을 훔쳐서 스며드는 중급 몬스터 정도로 여겨지지만, 오늘 수호대를 습격하는 것들은 보물수집 도플갱어다.
그것들은 일반적인 도플갱어와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초고위의 몬스터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지만 헌터들은 그 보물을 이겨 가질 수 있기보다는 살아남기를 걱정해야 한다.
아크 데몬과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말해질 정도니까.
‘노리는 건 수호대의 아티팩트였지.’
그런 것들이 차원을 넘어 수호대를 노리고 습격한다면 역시 목표는 수호대의 보물창고일 수밖에 없다.
‘본래 역사에서도 이 대문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아티팩트에 걸려 있던 여러 봉인이 약화되지. 그것이 이후 여러 비극의 씨앗이 되는 거고 말이야.’
하필이면 바로 오늘 수호대의 주요 인사들이 외부 행사로 자리를 비운 상태라 수비가 매우 헐거운 상태였다.
아마 도플갱어들이 그걸 미리 조사하고 오늘을 결행일로 삼은 것이라 봐야 하리라.
어쨌건 그 덕에 수호대의 남은 인원들이 악전고투를 거쳐 겨우 방어해 내는 데 성공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티팩트를 보호하던 마법이 적지 않게 파괴되어 이후 봉인이 결국 풀리게 되고, 서울시에 이들 아티팩트로 인한 재앙이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성태가 오늘 수호대에 있으니까.
‘후후후후…….’
대신이라 하긴 뭣하지만, 아마 사고로 인해 그 아티팩트 가운데 하나 정도는 파괴되어 어디로 간지 흔적도 발견할 수 없도록 파괴되는 정도의 사고야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미래의 재앙을 막는 값치고는 매우 싸게 먹히는 것이다.
‘그렇고말고.’
고개를 끄덕이는 성태의 눈이 욕망에 번뜩였다.
그의 전신이 곧 있을 사건에 대한 기대에 떨렸다.
알파메일 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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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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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