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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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42화
42화 트레이서(1)
두 사람이 대치했다.
하지만 누구도 섣불리 공격에 나서지 못했다.
지켜보는 이들은 모두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 대치를 바라봤다. 굳이 장진호가 이런 대련을 제안한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대치 자체는 신기한 일이 아니어서다.
생각해 보라!
장진호다!
한국에서 제일 센 헌터는 누구인가 물으면 백 명 안에는 반드시 낀다. 장래 10명 안에도 들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하는, 이미 그 나이 대에서는 비교할 실력을 가진 이가 드물 정도다.
그가 학생 따위와 대련을 하면서 대치 상태를 보인다면 그건 그냥 일부러 공격에 나서지 않는 것뿐이다.
상대 학생 측에서는 장진호의 위압감 때문에 섣불리 공격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러니 이 대치 상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실은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
학생들 가운데서는 그것을 알아챈 이가 아무도 없다시피 했지만 유일하게 이혜선만큼은 표정이 다소 변했다.
지금 대치 상황이 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압도적인 강자와 약자의 대결, 그리고 그 강자의 아량이 만들고 있는 대치가 아니라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불쾌하게 씰룩이는 장진호의 입술 끝이었다.
‘……이 자식.’
원을 그리며 자신의 주변을 도는 성태를 보면서 장진호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성태라고 하는 이놈이 전형적인 약자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겁먹은 기색도 아니고, 압도된 기색도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장진호를 짜증 나게 만든 것은 다른 것이었다.
‘가늠되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었다.
강자는 강자다.
강자는 모든 면에서 강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자가 강자가 되기에 반드시 따르게 되는 한 가지를 꼽는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안목’이 꼽힐 것이다.
짐승과 마찬가지다.
상대를 보고 정확히 파악해서 누가 누가 더 센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강자이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다른 것이 모두 갖춰졌다 해도 이것이 안 된다면 오래갈 수 없다.
천에 하나 강자가 안목이 없다면 금세 갖출 수밖에 없고, 그러지 못한다면 아무리 강자라 해도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늠할 수 없다니?
강자일수록 안목 역시 뛰어나기 마련이란 걸 생각하면 이건 정말 이상하다.
‘이 새끼…… 진짜 뭐지.’
장진호는 정형구가 성태에 대해 했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걸로는 가늠할 수 없는 놈이었다.
방금 모르는 척 사용했던 그 검격도 그렇고.
지경의 구슬을 먹었다는데, 어떤 걸 처먹은 건지 정말 궁금해졌다. 평이한 것을 먹어선 저런 이상한 것이 탄생할 리가 없는데.
그리고 그런 걸 처먹은 놈의 정신이 평범한 인간이란 것도 실은 믿기 힘든 일이기도 했다.
‘흐음.’
어쨌든 이런 서로에게 뻔한 연극은 그만두는 게 좋았다.
직접 충돌하게 되면 저놈도 가면을 벗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장진호의 취향이기도 했다.
그는 성태에게 살기와 전의를 동시에 보냈다.
평범한 헌터라면 그의 기백을 받아들이는 순간 번개에 맞은 개구리처럼 팔딱 뛰면서 식은땀을 흘려야 할 것이다.
장진호가 쏘아낸 것은 그런 종류의 기백이다.
‘호?’
그러나 성태는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그를 향해 빙긋 웃어왔다.
‘이놈 보게.’
장진호의 마음속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런 어린놈이 한 수가 있는 듯하다만, 자기를 놀리는 꼴이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의 주먹이 강하게 쥐어졌다.
장진호가 성태를 노려봤고, 성태는 정말로 저릿함을 느꼈다.
성태에서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이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거나 주먹을 꽉 쥐었다.
장진호의 진심 어린 기백이 꽤 거리를 두고 관전하고 있던 학생들에게까지 미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가 됐다.
팍!
성태가 장진호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본격적으로 대련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흥미진진하게 그 대련에 집중했다.
숭!
쉬익!
파악!
성태가 연속적으로 장진호를 공격했고, 장진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를 피해냈다. 학생의 대련으로 보이지 않는 현란한 대결이었다.
물론 성태의 공격은 어느 것 하나 장진호에게 닿은 게 없었지만 장진호에게 저런 움직임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실제로 학생들은 술렁이면서 성태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진짜 대단한데.”
“4위, 아니 2위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냥 단순히 운은 아니야.”
“그건 파괴 테스트 기록만 봐도 알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쯤 되면 공주님에 비길만한 거 아냐?”
“그건 좀 아니지.”
“하긴 뭐…….”
술렁이는 대화는 그런 것이었다.
이혜선에 비길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농담이라곤 해도 나올 정도로, 지금 성태의 움직임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그 움직임을 정작 상대하고 있는 장진호는 달랐다.
‘이 새끼!’
그는 기분이 나빴다.
자신의 주변을 원을 그리며 벌레새끼처럼 허점을 노리고 공격해 오는 성태의 움직임은 물론 인정해줄 구석이 있긴 하지만, 자신이 기대하던 것이 아니었다.
이런 대련을 굳이 하려 들었던 이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걸 볼 줄 알았다면, 애당초 이런 대련을 할 이유가 없었다!
‘어른을 놀리려는 거냐!’
장진호는 이런 순간까지 와서 가면을 쓰려는 성태가 짜증 났다. 그는 성태에게 본때를 보여주기로 했다.
그의 분노와 함께 흐트러진 기색과 들끓는 마나의 흐름이 민감하게 성태의 기감에 잡혔다. 그 순간 성태는 속으로 웃었다.
이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이 수업 시간에 장진호와 눈치게임을 했던 것이다!
장진호가 움직였다.
이제까지 피하기만 하던 장진호가 한 차례 움직이니 그 기세는 호랑이와 같았다.
성태의 운동 궤적을 순식간에 파악하는 것은 물론, 그의 바로 앞에 갑자기 들이닥쳐서는 주먹을 내질렀다.
성태는 다급하게 검을 내려 그 공격을 막았다.
성태가 방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진호는 속으로 ‘역시!’라고 외쳤다.
자신의 지금 공격에 반응할 수 있는 새끼라면 지금까지 보여준 건 전부 거짓 춤질에 지나지 않는다!
텅!
검면으로 주먹을 받아낸 순간, 장진호의 주먹이 만들어낸 막대한 에너지가 파장처럼 퍼져 방어를 뚫고 성태의 몸으로 전달됐다.
격산타우의 수법이었다.
대부분의 방어를 무효화하고, 경지에 이르면 심지어 마법적인 방어까지 근거리라면 무효화할 수 있다는 초고등 기술!
강력한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라면 헌터가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기술이기도 했다.
그것이 일개 학생을 상대로 시전됐다.
“커억!”
성태는 입으로 비명을 토하면서 뒤로 날아갔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이어 그는 꿈틀대면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걸 보면서 장진호의 표정이 다시금 변했다. 이것 역시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인 것이다.
물론 그는 성태에게 본때를 보여주려 했지만 그건 가벼운 체벌 정도였다.
그러나 손안의 감촉은 이혜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였다.
“젠장!”
장진호는 짜증나는 표정으로 발을 굴렀다.
그의 분노를 받은 운동장이 폭발하듯 박살 났다.
첫 수업부터 도무지 되는 일이 없었다.
******
성태가 눈을 떴다.
눈뜬 성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의자에 앉아 그를 향해 여러 가지 감정을 담은 눈길을 보내고 있는 장진호였다.
장진호 옆에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희연이 있었다.
아무래도 보아하니 이곳은 보건실인 모양이었다.
장진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확인하듯 물었다.
“깼냐.”
“네.”
성태는 몸을 일으키면서 답했다.
장진호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숙였다.
“뭐, 큰 문제는 없다더군. 미안하다.”
“아닙니다. 대련 중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고니까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의 하나로 여기고 있습니다.”
성태는 빙긋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장진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장진호의 입지가 괜찮다고 해도 수호대의 학생을, 그것도 공식 4위 입학생을 수업 중 부상을 입히고서 무사히 넘어갈 수는 없다.
물론 성태가 불만을 제기한다면의 이야기다.
성태의 입장에서도 장진호는 앞으로 얼굴을 자주 맞대야 할 사람이니 이걸 기회 삼아서 빚을 지워두는 게 좋은 일이라서 우호적으로 답해뒀다.
“일단 너는 좀 나가 봐라.”
장진호는 이제까지 걱정스레 성태를 돌보던 희연에게 턱짓했다. 희연은 불만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긴밀히 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임을 눈치채고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그것으로도 불안했던지 그는 손을 휘둘러 주변에 마나의 장벽을 펼쳤다.
강력한 헌터는 마나를 스텟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순수한 마나를 육체 외부로 내뿜어 방어나 공격에 사용할 수 있다.
차폐벽은 그 응용의 하나로 내부의 소리를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한다.
“그래서 말인데…… 좀 묻자.”
그러나 고맙게 여기는 건 여기는 거고, 물어야 할 것은 물어야 할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 이렇게 차폐장을 펼치기까지 했다.
성태는 번뜩이는 장진호의 눈빛 앞에서 몸가짐을 단정히 했다.
“너 뭐냐?”
이어진 물음은 짧지만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성태에 대해 진지하게 흥미를 품은 이들은 모두 같은 의문을 품기 마련인 것이기도 했다. 성태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무언가 감추고 있는 건 틀림없다.
성태는 속으로 웃었다.
이 질문을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성태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정형구 선생께 미리 들으신 바가 있지요?”
“니가 지경의 구슬을 먹었다고는 하더군.”
“그렇죠. 그걸로 제가 얻은 것이 좀 특이합니다.”
“어떻게?”
성태는 한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는 눈이 좋습니다.”
“눈이 좋다라…….”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법한 말이었는데, 지금 성태의 말에서 단번에 짐작 가는 바가 있었던지 장진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장진호의 반응에서 성태는 자신의 낚시가 성공한 데 대한 쾌감을 느끼며 되물었다.
“짐작 가는 바가 있으시지 않습니까?”
“그래. 있긴 하군.”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장진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성태가 보여준 여러 특이한 점과 눈이 좋다는 한마디. 이것이 겹치게 되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다.
게다가 지경의 구슬까지 먹었다고 하니……
거의 확실하다.
‘트레이서’다.
혀를 차며 장진호가 물었다.
“그래서 의뭉을 떨었던 거냐.”
“안 그러면 쫓겨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난처한 웃음을 보이면서 성태가 답했다.
트레이서.
추적자.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추적자란 무언가를 쫓아가는 걸 말하지 않는다. 헌터들 사이에서 트레이서란 정확히 말하면 마나 트레이서를 말한다.
그들의 능력은 간단하다. 마나의 흐름을 정묘하게 추적해 따라함으로써 그 마나의 기술적 효과를 재현해 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별칭은 흉내쟁이다.
그러나 시시한 목소리나 표정, 움직임에 대한 흉내가 아니다.
마나의 흐름에 대한 흉내다.
그들은 마나에 극히 민감해서 다른 헌터들이 어떻게 마나를 사용하는가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재현해서 자신의 기술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흉내쟁이란 별칭은 도리어 두려움과 증오의 표현이다.
그럴 만도 하다.
헌터에게 마나를 다루는 기술이란 대체로 평생을 통해 목숨을 걸고 얻어내는 심득이다. 그것을 아무 대가 없이 훔쳐간다니! 증오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들은 특히 마나를 다루는 방법이 정교하게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 크게 증오의 대상이 됐다. 단순한 만큼 단번에 복사당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마나운용법이 고도화되면서 트레이서라 해도 쉽게 따라 하긴 어려워진 덕분이다.
아니, 그 전에 트레이서 자체가 거의 사라졌다.
이 트레이서는 지경의 구슬을 섭취한 결과로 탄생하는 게 대부분이다.
트레이서가 되기 위해서는 거의 본능적이라 할 만한 마나에 대한 직관력이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안목이다.
그래서 트레이서는 ‘눈이 좋다’고 말해진다. 한데 지경의 구슬만이 그런 직관력을 만들어 준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마나에 대한 지식 자체를 마나를 통해 주입받는 과정에서 그런 직관력을 얻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가설이 유력하다.
극소수의 초월적인 천재가 트레이서가 아님에도 그들과 같은 모습을 보인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너무 예외적인 경우라서 논할 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사실상 사라진 천재이기도 했다.
지경의 구슬이 가진 위험이 이제 널리 알려져 있으니까.
알파메일 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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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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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