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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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41화
41화 염화열권 장진호(3)
쾅!
굉음이 터지며 검막이 파괴됐다.
하지만 이혜선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을 뿐, 자세는 안정되었고 표정에 전의는 살아있었다. 장진호는 ‘재밌는데’라 생각하며 히죽 웃었다. 그가 운용하는 마나의 양이 7할까지로 증가했다. 그가 다음 발을 강하게 내딛으며 몸을 튕겼다.
화살처럼 장진호가 이혜선과의 거리를 좁혔다.
이혜선이 강하게 땅을 박차면서 검을 휘둘렀다.
검과 주먹이 충돌했다.
‘상선上善의 리!’
그 순간 굉음이 일며 한쪽이 튕겨나가야 할 테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원을 그리며 두 사람의 위치가 교환됐다.
장진호가 몸을 빙글 돌려 이혜선을 바라보며 감탄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그건 상선의 린가.”
수호무비의 기초무리 중 하나다.
도덕경의 상선약수에서 나온 것으로 최고의 선이 물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여 아래에 거하는 것처럼 상대의 힘을 받아들여 부드럽게 흘려보내는 무리 전체를 일컫는 것이다. 무협에서 흔히 사용되는 이화접목이나 태극혜검 같은 종류의 무술과 같은 것이다. 그런 만큼 기초라고는 하지만 핵심의 뼈대가 되는 기초라는 것으로 쉽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더구나 장진호쯤 되는 강자의 주먹을 그렇게 받아낸다는 것은 수호무비에 대한 이혜선의 이해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의미한다.
“아주 마음에 드는군. 그러면 이게 마지막이다!”
장진호는 껄껄 웃으면서 한 손을 들었다.
콰앙!
그 손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강한 빛과 충격파, 그리고 열이 뿜어져 나왔다. 빛이 다소 사그라든 다음 학생들이 장진호를 바라보자 그의 주먹은 새빨간 열 덩어리가 되어 타오르고 있었다.
열화염권!
그 이름의 진정한 모습이 이 자리에 드러난 것이다.
“막아봐라! 쉽진 않을 거다!”
장진호가 외치면서 이혜선을 향해 몸을 날렸다. 사냥감을 노리는 호랑이 같은 모습이었다. 이혜선의 모습이 한층 굳었다. 그녀의 의식 가운데 시간이 느려졌다. 그녀의 회백색 뇌세포가 치열하게 운동하며 날아드는 장진호를 막기 위한 방법을 검토했다.
‘안 돼!’
짧은 시간 동안 그녀가 알고 있는 모든 수법이 동원 되었지만 이렇다 할 만한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피하거나 흘려내기에 지금 장진호는 너무 빠르고 강했다!
결국 이혜선이 택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뿐이었다.
그녀는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강强대 강强!
온갖 몬스터를 단숨에 분쇄하는 장진호의 염화열권 앞에서 최강의 검을 충돌시켜 차라리 그 충격을 상쇄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저것은 너무 강했기에 어설픈 회피는 도리어 재앙이었다.
결심하자 행동은 빨랐다.
이미 이혜선은 양 손으로 검을 잡고 그녀가 시전 가능한 최강의 검식을 장진호를 향해 펼치고 있었다.
봄버!
천둥떨구기!
검격과 주먹이 충돌했다.
마나가 만들어낸 강대 강의 충돌이었다.
꽈르릉! 콰앙!
천둥이 떨어지는 듯한 굉음과 폭탄의 폭음 같은 굉음이 겹쳤다. 그 충돌의 중심에서 일어난 강한 빛에 학생들은 눈부셔 모두 시선을 돌렸다. 예외는 있었다. 성태였다. 그는 빛의 중심을 보면서 웃었다.
빛이 사그라들었다.
눈을 깜빡 거리며 학생들은 방금 충돌의 중심을 바라봤다.
이혜선은 검을 땅에 꽂고 무릎 꿇은 상태였으며, 장진호는 우뚝 서 있었다. 그들을 중심으로 땅이 고폭탄을 터뜨린 것처럼 파여 있고, 열에 타올라 색이 시커멓게 되어 있었다. 강대 강의 대결은 명백한 장진호의 승리였다.
모두 침을 꼴깍 삼키면서 둘을 바라봤다.
어차피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설마 이혜선이 제아무리 강하다 해도 장진호를 이길리야 없으니까.
중요한 것은 이걸로 그녀가 어떤 평가를 받느냐 하는 것이었다.
휘청이며 이혜선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장진호에게 고개를 숙였다.
“한 수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흐트러짐이 없는 이혜선의 태도는 보는 이의 경탄을 자아내기 충분한 것이었다.
“젠장.”
그런데 묘하게도 그런 이혜선을 바라보는 장진호의 태도는 불만스러운 것이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한숨을 쉬고는 이혜선에게 말했다.
“야, 어서 보건실에 가.”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괜찮긴! 빌어먹을. 상선의 리를 그럭저럭 사용하길래 조금 제대로 힘을 썼더니...”
담담하게 이혜선이 말하는데 장진호는 버럭 화냈다.
방금 충돌에서 그는 손맛을 느끼고 말았다. 손맛을 느껴선 안 되는 순간이었는데. 제대로 이혜선을 치고 만 것이다. 이혜선이 멀쩡한 얼굴로 저러고 있지만 그것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고통을 참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뼈와 내장이 심하게 상했을 것이다. 기초가 탄탄하고 마나량도 많은 강자이기 때문에 위험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결코 작은 부상으로 치부될 순 없다.
그러나 이혜선의 뜻은 완고했다.
“괜찮습니다.”
“아, 젠장. 정 선배 말 듣는 건데...”
장진호는 자기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짜증을 부렸다. 성태는 지금 그가 말하는 정 선배가 아마 정형구이리라 생각했다. 그 생각은 옳았다. 장진호는 정형구에게 이혜선에 대한 충고를 들었다. 퍼펙트 지니어스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계집아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단단하진 않으니까 조심해서 다루라고 했는데...
최종 시험도 합격하고 기대 이상으로 여러 수법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데 반해서 조금 진심으로 공격하고 말았다.
한번 흥이 오르면 주체가 안 되는 자신의 더러운 성격도 참 문제는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혜선에게 말했다.
“네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손을 과하게 쓴 대신 충고하마.”
혜선은 고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얼굴로 장진호를 바라봤다.
“참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나 같은 새끼는 평생 빌빌대다가 뒤져야 되지 않겠냐? 멍청한 계집아.”
성태는 그 말에 역시 장진호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두 손 두 발 다 사용해서 박수 쳐 주고 싶은 말이었다. 이혜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입술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지금 그가 한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장진호의 충고가 이어졌다.
“나는 수호무비에 대해 잘 모른다만... 그거 결국에는 배우는 새끼마다 각자 싸우는 방식이 다 달라진다면서?”
“네.”
이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무비는 굳이 따진다면 무武라는 세계를 재조립해 만든 레고다. 아주 다루기 어려운 레고지만 결국 자유롭게 만들다 보면 각자 다른 결과를 도출해 낸다. 그것이 수호무비가 이백년이 넘도록 개량과 개선을 거듭함에도 최고의 무론에 꼽히는 이유 중 하나다.
장진호는 이혜선을 질책했다.
“그럼 알 거 아니냐! 너는 너를 찾아 너의 방법을 알아야 한다. 네 방법이 아닌 것을 네 방법으로 삼지 말고!”
그는 이혜선과 한 수 진심으로 충돌하면서 알았다.
이혜선이라는 완벽한 천재가 지금 지니고 있는 커다란 결점을.
그것은 이혜선이 자신의 방법을 택하지 못하고 어떤 그림자에 얽매여 그 그림자를 따라하려고만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천재라 해도 따라하기로 ‘진짜’가 될 수 있을 리 없다. 이 때문에 이혜선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그 탁월한 천재성 덕분에 아무 문제 없이 헌터로서의 역량을 발휘하지만 자신의 진짜 역량을 드러내야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면 불완전 연소하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버거워 하게 된다.
당연하다!
그녀의 방법은 그녀에게 맞는 옷이 아니었다!
“하지만!”
갑자기 표독한 목소리로 이혜선이 외쳤다.
학생들은 물론 장진호 역시 놀랐다.
이혜선은 드물게 강한 감정이 드러나는 표정으로 장진호를 노려봤다. 온갖 몬스터들과 전장을 굴러온 장진호조차 잠깐 압도됐을 정도로 귀기가 서린 눈빛이었다.
그러나 그 귀기는 잠시였다.
이혜선은 풀죽은 표정으로 탄식처럼 말했다.
“하지만 저는... 그 방법 이상으로 더 나은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이런...!’
장진호는 혀를 찼다.
상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재능이 족쇄가 된 건가...’
같은 영역의 무를 추구하는 무인들 사이에서 때로 생기는 일이다. 롤 모델이 되는 헌터의 그림자가 너무 강해서 그것만 추구하다가,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둥대다 나락으로 빠져버리는 것. 무얼 하려고 해도 그 롤 모델을 따라하기에만 급급하게 되는 것이다. 이혜선의 경우에는 그 심마가 현실에서는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정말 그대로 할 수 있다면 대단한 결과를 내보여 준다. 그리고 이혜선은 그걸 할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더욱 거기 집착하게 된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옷이 될 때까지 그 그림자를 껴안고 지내오게 된 것이다.
한 마디로 심마다.
이런 걸 깨려면 그 심마를 깨뜨릴 충격적인 롤 모델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스스로 여기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둘 다 쉽지 않다.
충격적인 롤 모델은 단순히 강하고 뛰어난 검식을 본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녀에게 적합하면서 뛰어나야 한다. 그러나 이혜선에게 그런 충격을 줄 수 있을 만한 검을 지닌 이들은 모두 자기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들의 검은 경외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이미 이혜선에게는 다른 세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씨 가문의 중진들조차 그럴 것이다.
후자는 더욱 난망하다.
장진호도 어느 정도는 안다.
지금 이혜선을 옭아매고 있는 틀은 매우 뛰어나지만 단순히 뛰어나기만 한 게 아니다. 어떤 개인적인 유대나 책임감 같은 것들이 같이 엮여 있다.
이걸 떨치고 자기 검을 찾는다라...
게다가 저 무뚝뚝하고 깐깐한 성품으로!
“일단 자리로 돌아가 있어. 수업 끝내고 나랑 같이 가자.”
장진호는 참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이혜선에게 고했다.
이혜선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는 혀를 찼다.
최고의 재목인데 지금 껴안고 있는 문제도 처리하기 제일 골치 아프다.
짜증을 담아 장진호는 외쳤다.
“자, 한 놈 남았지? 얼른 나와라.”
“예.”
성큼 나온 것은 한 시건방져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를 보고 장진호가 또 흥미롭다는 표정이 됐다.
“네가 강성태지?”
“그렇습니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한테 이야기는 들었다. 특이한 놈이라고.”
“아하하, 뭐 그리 특이하진 않습니다.”
“그건 두고 볼 일이지.”
코웃음 치면서 장진호는 정형구에게 들은 성태에 대한 이야기를 되새겼다. 한 마디로 파악하기 힘든 놈이라는 것이었다. 상당한 실력이 있는 건 확실한데 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형구가 그런 소리를 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특히 요상한 것은 저 놈이 파이어 자이언트 막타를 때려넣은 당사자란 건데 그것이 마치 수호무비의 검리와 비슷하다고 하던가.
지경의 구슬을 먹었다고 하던데 거기서 뭔가 얻은 걸까?
장진호는 일단 생각을 끝내고 철괴를 던졌다.
“자, 해 봐라.”
“으샤!”
날아드는 철괴를 향해 성태는 칼질했다.
아이스 소드가 차가운 냉기를 뿌리면서 철괴를 쳤다.
‘흠?’
장진호의 표정이 변했다.
그러는 사이 성태는 튕겨나간 철괴를 쫒아가며 칼질을 계속했다. 검날이 철괴를 칠 때마다 퍽퍽 패이면서 리듬감 있게 중간부분이 패였다.
‘......’
이혜선 역시 장진호와 마찬가지로 성태를 주목하고 있었다.
성태 역시 그들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성태가 바닥에 떨어진 철괴를 발로 고정하고 중간을 계속 내찔러 철괴를 계속 후려쳐 2/3이상을 절단했을 때였다.
‘자아, 여기서...’
그는 여기서 미끼를 던져야겠다 생각하고 철괴에서 한 발짝 물러난 다음 한 발로 그 철괴를 걸어 하늘로 띄웠다.
그 다음 순간이었다.
“흡!”
가벼운 기합성과 함께 섬전 같은 검격이 철괴를 스쳤다.
쾅!
서걱!
거의 저항 없이 철괴가 두 동강으로 절단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아무도 놀라는 이는 없었다. 저 정도로 미리 중간 부분을 얇게 만들어 놓는다면 단번에 잘라내는 정도는 어렵지 않은 법이다.
그러나 이혜선과 장진호는 그걸 보는 순간 살짝 표정이 변했다.
그들만이 아니라 성남경 역시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묘한 이질감 같은 것을 느꼈다.
“53초.”
장진호가 말했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다. 다만 다른 평가는 붙지 않았다.
도발하듯이 성태는 물었다.
“평가는 없습니까?”
‘이 새끼...’
장진호가 성태를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좁혔다.
방금 전 그 검격도 그렇고, 지금 하고 있는 걸 보니 이쪽을 놀리고 있는 것 같았다. 장진호는 그런 데 어울려주는 성품이 아니다.
“무난하군.”
“감사합니다.”
성태는 실망하며 고개를 숙였다.
미끼가 약했나. 아니면 혜선 문제 때문에 당장은 두고 보기로 한 걸까?
그런데 물러가려는 성태에게 장진호가 갑자기 제안했다.
“하지만 너무 무난해서 앞으로 교육에 쓸 만한 지침을 내리기도 어려운데, 어떠냐. 한 번 상대해 줄까?”
원래는 저런 장난질에 어울리지 않지만 이 놈은 좀 달랐다. 장난질 이전에 좀 묘한 냄새가 난다. 방금 봤던 것이 뭐였는지도 확인을 해 두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상대해 봐야 할 것 같았다.
‘걸렸다!’
성태는 만족스럽게 빙그레 웃으면서 몸을 돌렸고, 장진호에게 검을 내밀며 답했다.
“영광입니다.”
알파메일 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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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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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