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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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39화
39화 염화열권 장진호(1)
마치 거대한 성의 복도 같은 구조의 던전이었다.
약간 싸늘한 공기가 감돌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고전적인 던전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던전의 끝머리라 짐작되는 거대한 문 앞에 이 던전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헌터 팀이 모여 있었다. 여러 차례의 전투를 거쳤을 텐데 이들의 지금 차림새는 무척 깨끗한 것이 아마 대단한 실력자들이 아닌가 싶었다.
곧 그들은 보스 스테이지 앞에 있는 거대한 석판의 해독을 끝냈고 문을 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몇몇 헌터가 석판 앞에 서서는 장비한 무기로 석판을 각자의 조건에 맞춰 후려쳤다.
터덩!
그그그긍.
석판을 후려친 소리가 던전을 여러 차례 난반사 하고 잠시 침묵이 있었다. 곧 이어 무거운 소리를 내며 거대한 문이 열렸다.
안개 낀 어둡고 넓은 공간이 헌터들을 맞았다.
전자적인 장비가 통하지 않기에 마법적인 등을 들고 그 파티는 보스 스테이지 안쪽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이 스테이지 중간까지 간 이후로도 아무런 변화는 없었다.
그냥 한층 분위기가 음산해졌고, 안개가 짙어진 것이 변화의 전부였다.
심지어 그 안개는 마법으로 만든 등의 빛조차 잡아먹고 말아서 헌터들은 자기 앞에 있는 한 두 사람을 겨우 알아보는 게 전부였다.
“뭐지...?”
“이건...”
“이상한데요?”
그 짙어진 안개에 불안함을 느끼며 헌터들이 주변을 살폈다.
보이는 것은 없었다.
“일단 물러서는 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몇몇 헌터들이 팀장에게 건의했다.
팀장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 제대로 처리 못하면 던전 터진다. 웃기는 소리 말고 각자 자리 지켜. 이걸로 먹고 사는 놈들이 중급밖에 안 되는 걸로 엄살은.”
보스 스테이지에서 헌터들이 공략에 실패하면 던전은 나타난 곳에 해방된다. 이 던전은 민간지역에 나타나 있는 상태기 때문에 이대로 보스 스테이지에서 물러나게 되면 민간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길드에서 내야 하는 피해보상금이나 벌금, 심지어 활동 벌점 같은 것까지 피해가 막심해 진다.
그러나 불안함을 느낀 헌터들은 계속 설득했다.
“그렇지만...”
“던전 자체가 너무 이상합니다.”
“이거 마기 측정이 제대로 된 건지도 모르겠고...”
“여기까지 오면서 싸움도 한 번도 없었잖습니까.”
“......”
계속된 팀원들의 호소에 대장도 조금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하긴 그도 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문이 열리기까지 한 번도 몬스터를 만난 적이 없었다. 싸움을 적게 하고 보스 스테이지까지 도달하는 건 원래 좋은 일이지만 한 번도 싸우지 않는다는 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다. 팀장의 기억으로도 하급 던전에서나 가끔 있던 건데 중급에서...?
그러나 이런 경우를 당해본 적 자체가 없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갈피가 서지 않았다.
고민하던 팀장은 한숨을 내쉬면서 일단 팀원들을 달랬다.
“일단 지원신청 했으니까 기다려 봐. 시간제한 같은 거 안 떴잖아. 그리고 여기까지 와 놓고서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 좀 이상한 곳이다 싶어서 외부에 지원팀 신청은 이미 보내 둔 상태다. 통신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마법 아이템을 사용해야 해서 별로 선호되진 않지만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다.
“그래도 말이지요...”
“그러면 기다려 보고 본격적으로 대응하죠.”
팀원들은 불안하던 수군거림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지원팀이 온다는 이야기가 그들의 불안을 던 것이다.
일단 아주 긴장을 풀지는 않고 그들은 한 곳에 모여 주변을 경계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이거 분명히 싸우는 내용이었는데 전혀 기척이 없는 것도 특이하네요.”
“수수께끼풀기 같기도 했잖아?”
“그래봐야 결국 내용은 싸우는 거였잖아.”
석판에는 추상적인 시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빛과 부를 구하는 형체 없는 자들.
욕망처럼 만물의 눈을 속이고 스며든다.
그 무형에 대처해라.
성공한다면 무형의 욕심이 쌓아온 부를 맛볼 것이니.
다소 특이하지만 석판에 쓰인 내용은 대체로 이런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특이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결국은 적이 올 것이니 싸우라는 내용이 가장 그럴듯한 해석으로 보였다. 그런데 정작 여기까지 와서 적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이들이 긴장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가 팀원중 하나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헉?!”
“뭔가 있다!”
놀라면서 팀원들이 무기를 들며 각자 바싹 인지력을 끌어올렸다. 적을 발견해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모두 당혹스럽게 변했다. 아무도 뭔가를 발견하질 못했다. 인지력을 잔뜩 끌어올렸는데도.
대체 무슨 일인가 그들이 당황하고 있는데, 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억!”
한 사람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아악!”
또 한 명이 당했다.
공포가 전염되어 나가기 시작했다.
“씨발, 당했다!”
“죽여!”
헌터들은 당황하며 주변에 아무렇게나 무기를 휘둘렀다. 퍼걱. 퍼걱! 안개를 허망하게 베던 무기에 가끔 고기 썰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적이 아니었다.
“칵! 니, 니가 왜!”
적아를 구분할 수 없는 안개 가운데서 적이라 오인되어 아군이 맞은 것이다. 피 흘리는 아군의 원망서린 눈빛이 무기를 휘두른 이에게 향했다.
아군을 친 헌터는 당황해 무기를 떨어뜨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으으으...”
“제기랄!”
“흩어져!”
비명소리가 퍼졌다.
대처를 위해 헌터들이 흩어졌다.
그러나 그것이야 말로 이 어둠에 암약하던 적의 진짜 목표였다.
퍼벅!
퍼억!
키아악!
아악!
비명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헌터들의 목소리였다.
“흐, 흐윽...”
짙은 안개 한 쪽 구석에서 아끼던 부하들의 비명소리만을 들으면서 팀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눈알을 굴렸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의 눈앞을 가리고 있던 안개가 흩어지고 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나타났다. 그 순간 팀장은 이 곳의 진정한 정체와 적의 이름을 알아챘다.
‘보물찾이 도플갱어!’
아크 데몬 클라스의 강력하고 끔찍한 도플갱어였다.
이제야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앞으로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게 될지 걱정했다.
퍼억!
하지만 그의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도플갱어가 날린 공격이 그의 뇌를 관통한 것이다. 도플갱어는 팀장의 뇌를 관통한 자신의 신체 일부를 빼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통된 신체를 통해 팀장의 신체가 쪽쪽 빨려들면서 미라처럼 자글자글해졌다. 대신 도플갱어의 육체가 점점 팀장과 비슷해졌다.
도플갱어의 모습이 완전히 팀장과 같아졌을 때, 그의 손에 걸려 있던 팀장의 시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나서야 보스 스테이지를 메우고 있던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고 주변이 맑아졌다.
맑아진 보스 스테이지 안에는 팀장의 모습을 훔친 도플갱어 외에, 죽었다고 생각되던 팀원들이 모두 멀쩡히 서 있었다.
모두 원주인의 모습을 빼앗은 도플갱어였다.
그들을 원주인과 겉모습으로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한 헌터 팀이 그들을 향해 다가섰다.
지원을 위해 들어온 헌터 팀이었다.
“어이!”
“아, 여기네.”
팀장의 모습을 빼앗은 도플갱어가 앞으로 나서며 손을 들었다. 지원팀의 팀장은 걱정스럽게 메인 팀의 팀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나?”
“별 일 없어.”
“지원 부른 건?”
“방금 해결했어. 그냥 뱀파이어더군.”
빙긋 웃으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도플갱어는 태연하게 답했다. 그의 어조나 몸짓은 완벽하게 메인팀의 팀장과 같아서 팀장과 절친했던 사람이라고 해도 구분하기 불가능할 정도였다. 도플갱어는 상대의 모습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뇌를 먹으며 그들의 기억과 지식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지원팀의 팀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오는 길에 격렬하게 싸우는 흔적이 남아 있길래 걱정했는데 다행이군.”
메인팀은 기실 이 곳으로 들어오면서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그러니 파괴될 일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던전 곳곳에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것은 일차목적을 달성한 도플갱어들이 이질감을 없애 두 번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걱정시켜서 미안하군. 돌아가지. 팀은 별 피해 없어.”
“그건 다행이군.”
그렇게 지원팀과 함께 메인팀으로 변장한 도플갱어 팀은 던전을 함께 나섰다. 그들이 완전히 이곳을 나서고, 던전이 사라질 때까지, 이 던전 자체가 도플갱어들이 그들의 목적을 위해 펼쳐놓은 함정이었다는 것을 발견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
작지 않은 충격이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수호대 엘리트를 중심으로 한 강간 클럽이 있다고 하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 주모자가 거대 길드인 포에버의 후계자로 예정되어 있던 구현식이었기에 한층 그 충격은 더했다.
밝혀진 피해자의 숫자는 벌써 사십을 넘었고, 연루된 가해자의 숫자는 열 명을 넘었다. 오랜만에 수호대로 몬스터와 던전 외의 이유로 경찰과 군이 바쁘게 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일이 밝혀지게 된 과정도 매우 기구했다.
구현식에게 평소 신입생을 공급하던 제 6 기숙사장이 그간의 대우와 악행에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남주가 구현식을 죽이고 그간의 증거와 함께 경찰에 자수한 것으로 그간 숨겨져 온 일의 전모가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
학생회와 학교 측에서는 곧장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포에버 길드 측에서는 철저하게 구현식의 잘못을 부인하고 억울한 누명이라 주장하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울 것임을 천명했다. 사람들은 명확한 증거 앞에서도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포에버를 욕했지만 망자는 말이 없었고, 죽은 이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기 때문에 포에버 측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었다.
이 일의 가해자이자 고발자인 서남주에 대해서는 평가가 크게 갈렸다. 죄는 있지만 직접 강간을 한 적은 없는 걸 보자면 정상참작이 가능한 용기 있는 고발자라는 이들도 있었고, 어차피 똑같은 놈인데 자기 사정이 급해지니 발을 빼려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대체적으로는 전자 측의 의견이 많았다.
이유는 헌터가 이미 특권계급이라서다.
포에버는 한국에서 현재 삼십대 길드 안에 들어가는 거대 길드였다. 구현식은 그런 입장에서 헌터의 시대에 법 위에 군림하다시피 하는 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귀족들에 대해 사람들은 정의와 법은 무력하다고 다들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남주는 이런 방식이나마 사실을 밝히고 구현식이 천벌을 받게 했다. 사람들이 그를 아주 결백하지 않다고는 해도 과過보다는 공이 많다고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살인은 살인. 그가 적어도 수십 년의 형량을 받게 될 것은 확정된 일이었다.
살인과 강간 클럽이라는 스캔들이 연달아 터진 어수선한 분위기 가운데 수호대는 그해의 첫 학기를 시작했다.
*******
수호대의 운동장이었다.
지루한 눈을 한 장년인이 앞으로 나가 서 있었고 그를 오십여 명 정도의 학생들이 대열을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수업에 나온 수호대의 일학년들이었다. 장년인을 바라보는 일학년들의 눈에는 기대와 긴장, 그리고 존경심이 함께 깃들어 있었다.
장년인은 장발이었고, 얼굴은 꾸미지 않았지만 준수한 편이었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몸이었다. 벌크업에 집중한 것 같진 않은데 근육이 옷 위로도 뚜렷이 느껴졌고, 거대한 짐승을, 그것도 맹수를 앞에 둔 듯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남자였다.
무장은 하고 있지 않았다.
굳이 무기라 한다면 양 손에 차고 있는 너클이었다.
그 남자가 이번 일학년을 담당하는 교수의 한 사람이었다. 수호대의 헌터 수업은 실전을 중심으로 하고 학생 숫자도 적고 수업 내용이 그리 다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교수의 숫자도 많지 않았다. 보통 학년 전담 교수 2-3명 정도에 필요할 때마다 다른 학년의 교수를 빌려오거나 외부에서 초빙해 오는 방식이다.
대신에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수준이 어마어마하다.
이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장진호다. 아는 놈도 제법 있겠지. 잘 나갈 때 별명은 열화염권이었다. 물론 지금도 열화염권이라고는 하지.”
장진호.
정형구에는 못 미치지만 반쯤 전설화된 헌터다.
드물게 특정 길드에 소속되지 않고 프리랜서로 필요한 길드에 때때로 고용되어 용병 헌터로 활동한 그는 성격과 행동력이 독특하다.
그중 유명한 것은 경남 지방의 한 길드가 도박과 인신매매 사업을 하는 것을 발견하고 단신으로 그 길드를 완전 박살내고 피해자들을 구출한 것이 있다.
이 일화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다혈질이고, 의로운 성격이다. 요즘 헌터 치고는 드문 성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자도 아주 좋아해서 애인도 여럿이고, 싸움과 도박도 즐기기 때문에 바른생활 사나이하고는 거리가 멀다.
물론 그런 일화가 흥밋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힘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열화염권이라는 별칭이 이야기 해 주듯이 그는 특정한 무기를 사용하기보다 주먹을 쓴다. 그리고 그냥 주먹을 쓰는 게 아니라 별칭처럼 뜨거운 주먹을 사용한다.
이것은 그가 어느 던전에서 보스를 쓰러뜨리고 얻은 보상으로 얻은 대박 스킬 덕분이라고 한다. 그 효과는 간단해서 사용하는 마나량에 비례해서 사용하는 무기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 자기 주먹으로 싸우는 장진호는 자연히 불타는 주먹을 얻게 된 것이다.
알파메일 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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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