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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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36화
36화 입학식(2)
성태는 그래도 구현식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도 소수지만 이미 있는 모양이라 생각하면서 이미 결정된 거 별 수 없는 일이지 라고 답했다. 성남경은 걱정스런 기색이었지만 성태의 말처럼 이미 결정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성태 본인이 잘 대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는 아마 잘 할 것 같고...’
성남경은 여기까지 생각하고 조금 안도했다. 구현식이 비열하고 치사하기로 악명이 있지만 그의 수법이란 게 성태까지 곤란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곤 여겨지지 않았다.
성태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믿음이 들었다. 이제까지 그를 도와온 감각이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제 211회 수호대 입학식을 시작합니다.
스피커가 고했다.
웅성거리던 강당이 조용해졌다.
“아, 시작한다.”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성남경이 중얼거렸다.
입학식 따위 대단할 것도 없고 지루하기만 한 행사인데 성남경이 기대한다는 것은 묘한 일이었다. 사실 성남경이 기대하는 것도 이 행사 자체가 아니었다. 그가 기대하는 것은 이 입학식에 얼굴을 드러낼 한 사람이다.
아마 다른 학생들 역시 비슷한 심경일 터였다.
강당 무대 옆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오.’
성태는 그가 들어오는 순간 감탄했다.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단번에 이 곳을, 강당 전체를 장악했다. 아무것도 의식하고 있지 않음에도 저런 기도를 자연스레 내뿜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그가 단상 위의 마이크 앞에 섰을 때는 그 기도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제서야 압도당한 듯 질린 표정이던 학생들 사이에서 안도한 듯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세의 수발이 완전히 자유롭다는 뜻이었다.
‘적어도... 정형구보다 한두 수 위!’
성태는 단숨에 그의 역량을 파악했다.
절대예도로 칭송받는 정형구보다도 두 단계 이상 높은 강자.
사실상 세계의 정점을 논할 만한 높이의 헌터란 소리였다.
단상 위에 오른 남자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군들, 내가 수호대의 총장, 이석훈이다.”
성태의 관측은 옳았다.
그는 이석훈.
현 이씨 가문의 가주였다.
틀림없는 현 한국 최강의 헌터. 세계를 통틀어도 열손가락 안에 꼽힐 강자 중의 강자였다. 어지간한 아크데몬 정도는 단신으로 죽일 수 있고, 데몬 프린스라 해도 100합 정도는 일대일로 버틸 수 있을 거라고 하는 초인. 별칭은 천패룡. 동북아시아의 패룡이라 불리며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였다.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알고 나니 더 아깝군.’
성태는 혀를 찼다.
저렇게 강한 이석훈이지만 성태가 본격적으로 활약할 때는 이미 고인이 되고 만다. 좋지 않은 일이 겹친 때문이다. 이씨 가문의 사적인 일로 얽힌 비극이 터진다. 이 일은 그렇지 않아도 꼬여 있던 이혜선의 심성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뭐 지금 생각해 봐야 별 수 없는 일이지.’
혀를 끌끌 차며 성태는 생각을 거기서 끊었다.
“앞으로 여러분이 최고의 헌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석훈의 말은 무뚝뚝했다.
“그러나 명심해라. 최고의 헌터란 최고의 인재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뒤떨어진 자들에게 주어질 자비나 관용은 없다. 우리 시대는 그런 것을 용납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 적은 잔인하고 강하다. 그들을 이기기 위해 우리는 더욱 강하고 잔인해져야만 한다! 이제 세상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도록 변해버렸다!”
무뚝뚝할뿐더러 과격했다.
그러나 입학생들은 모두 빨려들 듯이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야기 내용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발언하고 있는 것은 수호대의 총장인 이석훈이란 점이다.
아이돌이 무얼 말하든 그 팬들이 열광하며 듣는 것처럼 이곳에 모인 학생들은 이석훈의 말을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한국 최고의 영웅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한국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영향력은 세계적이니까.
“이상이다.”
무뚝뚝한 어조에 어울리게 이석훈의 이야기가 끝났다.
사회가 이어 말했다.
-입학생 대표의 대창對唱이 있겠습니다.
입학생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올라섰다.
그림처럼 아름답고, 또한 기품 넘치는 소녀였다.
이혜선이었다.
그녀가 수석임을 생각하면 대표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공적인 의례에서 부녀가 서로 마주 보게 된다는 것은 묘한 느낌을 준다. 그야말로 이씨 가문의 힘을 그대로 알려주는 것 같은 모습이랄까.
“이혜선입니다.”
마치 남을 대하듯 차갑게 이혜선은 말했다.
“수호대의 입학생을 대표해 최고의 헌터가 되어 작게는 한국, 크게는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는 굳건한 헌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어진 말 역시 이석훈의 연설에지지 않게 무미건조한 내용이었다. 그 무미한 대화의 교환에서 무언가 묘한 분위기를 읽은 모양인지 희연이 성태에게 속삭였다.
“부녀 사이가 안 좋은 모양이네.”
“그런 것 같군. 성격 탓도 있어 보이지만.”
상황을 다소 알고 있는 성태는 고개를 끄덕여 희연의 말에 동조했다.
사실 부녀만이 아니라 이씨 가문 자체가 지금은 화목하고는 거리가 멀다. 이혜선의 오빠 건이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태가 아는 한 이 충격은 이씨 가문의 멸망까지 회복되지 못한다.
그리고 이혜선이 몸을 돌려 무대를 내려오려 했다. 그때 이혜선 외에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이석훈은 그녀에게 작게 말했다.
“네가 할 수 있을까.”
“저는 할 수 있습니다.”
“기대하마.”
“네.”
두 부녀만의 짧은 대화가 끝났다.
그것은 입학식이 끝나는 것과 동시였다.
*******
제 6 기숙사의 부속 식당이었다.
지금 그곳은 제 6 기숙사 거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촐한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입주 신입생 환영회였다.
여러 개의 식탁을 붙여 놓은 가장 상석에 기숙사장인 서남주가 있었다.
그는 평소의 사람 좋은 표정과 함께 들고 있던 술잔을 높이 들며 외쳤다.
“그러면 환영식을 시작하지!”
와, 하고 기숙사생 일동이 거기 호응했다.
이어 서남주가 성태 쪽을 부르면서 손짓했다.
“이번년도 신입생 대표로는 거기, 강성태 군이 나와 줬으면 하는데.”
“제가요?”
다소 의무적으로 이 환영식에 참여하고 있던 성태는 살짝 귀찮게 자리에서 답했다. 서남주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성적 최우수자가 아니면 누가 대표가 될까.”
“그건 그렇군요.”
뭐 이런 건 별 수 없는 일이다.
성적 4위가 이런 곳에 찾아오는 건 눈에 띄는 일이니까 이 정도도 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가 앞으로 나갔다.
“자. 한잔 마셔.”
서남주가 성태를 향해 한 잔 술을 권했다. 이때 서남주는 한 순간 긴장된 표정을 했지만 그걸 알아챈 이는 없었다.
“음, 그러지요.”
쓴웃음과 함께 성태가 그가 내민 잔을 받았다. 보통 잔이 아니었다. 커다란 고무장화에 소주가 찰랑이며 가득 담겨 있었다.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신고식 겸해서 말술을 먹이는 전통은 대학이라면 흔한 편이고, 헌터를 대상으로 한 곳이라면 일상이지만 그걸 고려해도 이건 좀 많았다.
“어, 이건 좀 많은데.”
“헌터 될 사람이 이게 많다고 해서 쓰나.”
“그래도 말이죠...”
곤란한 얼굴로 성태는 거절하려 했지만 마셔라, 마셔라 하면서 주변이 강권하는 데는 어쩔 수가 없어서 그걸 받아들었다.
“자, 원샷!”
“알겠습니다.”
각오를 다지고 성태는 족히 2l는 될 듯한 소주를 그대로 들이키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저걸 원샷하는 순간 병원으로 실려 가겠지만 여기 있는 이들은 다들 헌터다. 2l 정도 소주를 단번에 마신다고 해서 병원에 가진 않는다. 그렇다 해서 숙취에까지 자유롭기는 힘든 일이지만.
성태가 물을 마시듯 소주를 마시자 주변에서는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쭉쭉 들어간다!”
“오오, 잘 마시는데!”
“얼마 안 남았다!”
박수소리에 등을 떠밀리듯 성태는 계속 쉼 없이 소주를 마셨고, 장화의 각도는 올라갔다. 그리고 결국 90도에 가까워졌다.
“푸하.”
그제까지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성태는 머리 위로 장화를 거꾸로 올렸다. 한 방울의 소주도 흘러내리지 않았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 대단하군.”
“후, 이제 들어가... 어?”
술을 단번에 들이켜 조금 붉어진 얼굴로 이야기 하며 걸음을 옮기려던 성태는 어지러움을 느끼는 듯 발걸음이 흐트러지더니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주변에서 걱정스럽게 몰려들어 성태의 상태를 확인했다.
“저런.”
“기세 좋게 마시더니...”
“생각보다 술이 약한 모양이네.”
다들 술을 단번에 너무 먹어서 취기 때문에 정신을 잃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들 가운데 묘하게 서남주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른 이들은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했다.
술을 많이 마시다 보면 가끔 이런 일이 생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저만큼 마신 것만 해도 따지고 보면 대단한 거 아니겠어? 저기 눕혀두자고.”
다들 나서서 성태를 한쪽 구석에 치워뒀다.
하늘을 보고 눕도록 했다. 만에 하나 저런 상태로 아래로 눕게 되면 기도가 막혀 질식하는 수가 있다.
쓰러진 성태를 보고 희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이 됐다.
“성태...”
“남친 걱정해?”
선배 하나가 친근하게 희연에게 접근했다.
희연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일단 선배이고 자리도 자리이고 하니 일단은 피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거기 맞춰 응대했다.
“네. 좀...”
“걱정 마. 선배들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 이런 거 하루 이틀 하는 일도 아닌데.”
“맞아. 자, 한잔 하지.”
다들 괜찮다고 다독이면서 희연에게 술을 권했다.
희연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기색이었지만 이런 자리에서 마냥 거절하는 것도 보기 좋은 일은 아니다 싶어 어색하게 웃으면서 선배들이 권하는 잔을 받았다.
“네.”
희연이 마시기 시작하자 선배들이 성태 때 그랬던 것처럼 박수를 치면서 희연을 재촉했다.
“쭉!”
“어서어서.”
희연은 어쩔 수 없어서 자신의 잔을 단번에 비웠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희연의 볼이 요염하게 붉었다.
이때 서남주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알약이었다. 그는 아무도 몰래 술잔에 그걸 넣었다. 알약은 거품을 일으키며 금세 녹아 형체가 사라졌다.
서남주는 그 잔을 다시금 희연에게 내밀며 강권했다.
“이야 잘 마시네.”
“한 잔 더!”
“한 잔 더 해야지!”
분위기에 취한 다른 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희연을 다시금 압박했다.
희연은 성태도 쓰러진 판에 자기도 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인지 손을 내저으며 사양했다.
“아니, 이 정도로...”
“에이, 여기서 빼서 쓰나?”
“맞아. 앞으로 학교생활 하면서 이런 일 많을 건데 익숙해 져야지.”
“헌터 생활하면 남자들이랑 부대낄 거야. 이런 거 피하고 어떻게 현장에서 지내려고 그래?”
하지만 선배들이 나서서 그녀에게 계속 권했다.
아주 일리 없는 소리는 아니었다. 특히 현장에서 일할 거라면 술자리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헌터는 어쨌든 남자 중심의 세계이고, 그곳에 끼어들기 위해서는 술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술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주는 대로 술을 다 받아 마셔서 주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그, 그렇네요.”
어쨌건 분위기에 휩쓸린 듯이 희연은 그 술을 받아 마셨다.
“이야, 잘 마시네.”
“보기 좋은데.”
“후아.”
단번에 한 잔 가득한 소주를 들이키고 희연은 숨을 내뱉었다. 그렇지 않아도 살짝 달아올라 있던 희연의 얼굴이 이제는 새빨개져 있었다.
서남주가 나서서 그녀에게 물었다.
“어때? 버틸만해?”
“네, 버틸만...”
빙그레 웃으면서 희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말을 끝맺기 전에 시야가 핑 도는 느낌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다소 많이 마시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많진 않았는데...
“으응...”
희연이 뭐라고 하기 전에 그녀의 정신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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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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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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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