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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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35화
35화 인턴헌터 활동(2) & 입학식(1)
보스를 쓰러뜨렸으니 보물상자가 해방되었을 것이다. 기대했던 대로 방 끝 쪽에 안치되어 있던 보물상자가 해방되어 마법적인 빛을 뿌리고 있었다.
성태는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한층 강한 빛이 확 뿜어진 다음 무언가 둥실 허공에 떠올랐다.
“오. 검인가.”
한 자루의 검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롱소드의 형태였다. 검집에 날이 봉인된 상태였다. 성태는 그것을 쥐어 든 다음 살짝 그 날을 검집에서 빼내 봤다.
검기가 번쩍이며 스며나온 것과 동시에 주변을 차갑게 얼리는 냉기가 주변으로 흘러나왔다. 아이스 고렘이 죽고 나서 이 보스 스테이지의 공기가 많이 올라가긴 했지만 그래도 던전의 전체적인 온도는 영하 40도에 가까웠다. 그 이상으로 차가운 기운을 주변으로 뿌린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것은 평상시 상태에 그렇다는 것이다.
아마 전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마력을 주입하면 한층 냉기가 강화될 텐데... 그러면 고렘이 공격하며 뿜어내던 냉기 이상의 차가움을 이 검으로 구현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쓸 만한 아이스 소드군.”
성태는 싱긋 웃고는 그 검을 허리춤에 맸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검은 슬슬 불만스러웠는데. 잘 됐어.”
성태는 마력이 2000을 넘어가면서 지금 사용하고 있던 검에 부족함을 느끼게 됐다. 그의 기술은 무기의 차이를 크게 따지지 않을 정도가 됐지만 그렇다 해도 자신의 힘을 버텨주질 못해서 검이 그 힘을 버티도록 하는 데만도 따로 기교와 마나를 소비해야 한다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아니, 귀찮은 것을 넘어서 어느 정도는 전력낭비라 할 수 있다.
“이 정도로 일단 만족하지.”
사실 성태에게 어울리는 진정한 검은 데몬 프린스인 크라운의 손뿐이다. 그 검을 손에 넣기까지는 특별히 한 가지 검을 고집하지 않고 이리저리 자유로이 바꿔 가며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마법검은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성태는 허리춤을 툭툭 친 다음 다른 헌터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성태가 돌아오자 기다리고 있던 대장이 그를 맞아 말했다.
“끝났나.”
“네. 끝났습니다.”
“수고했네. 그럼 돌아가지.”
“네.”
대장은 무덤덤하게 성태의 보고를 들었고 이제 돌아가려 했다. 다른 헌터들도 이제 끝났구나 하고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부장의 눈에 성태의 허리춤이 띄었다.
그는 불쾌하게 미간을 좁히며 성태에게 말했다.
“잠깐.”
“왜 그러시는지?”
“그건 뭐지?”
부장은 성태의 허리춤에 매인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어떻게 봐도 기본 무장품으로 제공되는 무기에 속하지 않았다.
성태가 아이스 고렘을 쓰러뜨리고 얻은 보상이니 당연했다.
그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아, 이거 말입니까? 안에 보스를 쓰러뜨리니 나오더군요.”
“아무리 어린놈이라도 규칙을 모르나! 모든 전리품은 균등 분할이다!”
부장이 버럭 외쳤다.
그렇지 않아도 한 번 손봐줄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이런 좋은 명분을 얻게 되다니! 고급 마법 아이템의 가치는 대단히 높기 때문에 헌터가 혼자 독식할 수 없다. 아니, 사실 마나를 제외한 모든 전리품이 그렇다.
성태는 난처하게 부탁했다.
“이제까지 배분받지 않았으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이번 던전의 보스도 제가 혼자 쓰러뜨렸습니다만...”
전리품은 공에 따라 더 많이 배분 받을 수 있다. 일주일 간 성태는 확실히 보상이랄 걸 받지 않았으니 이거 하나로 퉁 치겠다는 제안은 그리 비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걸 기회 삼아 본때를 보여주기로 결심했던 부장으로서는 그런 말에 넘어갈 이유가 없었다. 그는 더 크게 분노하며 성태를 윽박질렀다.
“멋대로 일을 저지른 주제에 함부로...”
아, 하고 성태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퍼뜩 움직였다.
섬전이 움직이는 것 같은 빠르기였다. 주변 헌터들이 흠칫하는 순간 성태는 부장의 바로 앞에 있었다. 심지어 부장 본인조차 대응을 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
성태는 빙그레 온화하게 웃으면서 굳어있는 부장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 새끼야.’
“으?!”
온화한 표정과 어조.
그러나 공격적인 말이었다.
거기 담긴 감정 역시도.
부장 역시 이 바닥에서 오래 굴러먹은 노련한 헌터다. 이런 감각은 잘 발달해 있다. 그걸 감지했기에 본능적인 공포가 척추를 타고 쩌릿쩌릿하게 올라왔다.
성태는 눈을 좁히면서 속삭임을 이어갔다.
‘개새끼야. 깝치면 죽여 버린다.’
“너, 너...”
입안이 바싹 마르는 것을 느끼면서 부장은 성태에게 무어라 말하려 했다.
그를 질책해야 했다.
감히 이런 짓을 해선 안 된다고. 누구에게 감히 협박을 하느냐고. 주제를 알라고 외치고 두들겨 패서 현실을 깨닫게 해 줘야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부장의 본능은, 지금 가만히 벌벌 떨며 처분을 기다리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처해 있는 현실이라고 강력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성태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씨발 가만히 사람이 따라주니 호구로 보이나. 이게 어디서 같잖은 직위 가지고 지랄이야. 한번만 더 깝치면 너 여기서 뒈지는 건 물론이고 네놈 가족들도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린다.’
“아, 아으으...”
성태의 말이 끝났을 때 부장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전신이 공포에 후들거렸다. 수의근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오줌이 새는 것을 겨우 막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제서야 성태는 부장에게서 멀어져 대장에게 다가섰다.
결국 검의 소유에 대해서는 대장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부장을 보며 말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글쎄요.”
성태 역시 어깨를 으쓱이며 그에 장단을 맞췄다.
“검은 가져도 좋네.”
대장과는 말이 잘 통했다.
하긴 그는 어리숙한 부장과 달리 성태에 대해 좀 더 잘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흔히 말하는 연륜에서 비롯되는 안목이다.
성태도 가볍게 인사해 사의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돌아가지.”
그렇게 한 자루 검을 획득하는 것을 마지막 수확으로 성태는 일주일간의 재활을 끝냈다.
******
입학식
수호대의 대강당이었다.
잘 만들어진 곳이지만 그리 크진 않았다. 수호대 자체가 가장 학생이 많았던 때도 전교생을 합쳐 500명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시설이 그리 클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초빙을 하거나 대학원과의 연계행사를 고려했기 때문에 좀 넉넉하게 만든 편이었다.
오늘은 그 대강당 좌석의 20% 정도가 들어차 있었다.
입학식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식은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다.
성태는 희연의 옆자리에 앉아 그녀와 담소를 나누었다.
“이야기 들었어. 대단한 활약이었다면서?”
“약간 도와준 정도지.”
“어울리지 않게 겸손한 태도긴.”
희연은 피식 웃었다.
비연 길드가 주선해 지난 일주일간 성태를 서울에 있는 한 중견 길드에서 견습으로 일하도록 했다. 자연히 그 일주일간의 업무에 대한 평가도 비연 길드에 들어갔다.
매우 곤혹스런 내용이었지만 성태의 헌터로서의 능력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기술되어 있었다.
보통 저런 길드에 견습이 들어가면 기죽이기부터 시작하기 마련인 걸 생각하면 저런 평가를 받은 건 대단한 일이다.
성태는 화제를 바꿨다.
“너는 어때?”
“아, 그거 말인데...”
희연의 표정이 굳었다.
성태가 지난 일주일간 재활에 여념이 없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성태에게 얻었던 운용식을 익히는 데 최선을 다 했고 약간이지만 성과를 봤다.
그리고 그 성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이거 어디서 구한 거야?”
“마음에 안 들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싱긋 웃으며 묻는 성태를 보면서 희연은 한숨을 쉬었다. 놀리려고 이러는 건 뻔하지만 이건 농담처럼 넘어갈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거 ‘비연’이잖아!”
희연이 긴장하며 이 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성태가 넘긴 운용식은 비연 스킬을 스텟만으로 실현한다는 비연 길드의 이념을 거의 완벽하게 성취시키고 있던 것이다.
물론 현재 희연의 마나 수준과 운용숙련도로는 비연을 재현한다는 것은 멀고 먼 이야기다. 그러나 비연의 후계자인 그녀는 그 성과가 되는 비연 길드의 마나 운용법을 익혔고 때문에 추측할 수가 있다.
성태가 전해준 운용법에 중급자 이상으로 숙련되고 마나량이 15000이상이 된다면 비연 길드의 염원은 완벽하게 성취될 것이다!
“맞아.”
“이걸 어떻게...”
당황 가득한 눈으로 성태를 바라보며 희연은 물었다.
비연 길드에서 오래도록 개발해 온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길드에서 외부로 흘러나간 것일 가능성도 없었다.
“후후, 그건 비밀이지.”
그러나 역시 성태의 답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아쉽게 희연이 입술을 삐죽이는데 한 사람이 손을 들며 그들에게 알은체를 해 왔다.
“여. 성태.”
“오, 남경.”
성남경이었다.
그는 성태의 옆 빈자리에 넉살 좋게 앉으며 그간의 안부를 물었다.
“그 동안 어땠어?”
“나야 뭐.”
“흠... 그냥저냥 지낸 것 같진 않은데.”
어깨를 으쓱이며 답하는 성태를 보면서 성남경은 곤혹스런 표정이 됐다. 겨우 열흘정도 보지 않았다. 열흘 전에도 성태에게 이상할 정도의 위압감과 노련미 같은 것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게 한층 더해졌다.
삼일을 안 보면 눈을 비비고 상대를 다시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있는데 이 정도까지 그 말이 들어맞는 경우도 얼마 없지 않을까.
“너야 말로 어때?”
“나는 창을 손에 익힌다고 그것만 하면서 보냈어.”
성태의 물음에 성남경은 씨익 웃으면서 양 손을 그에게 펼쳐 보였다. 새로 생긴 굳은살과 상처가 그의 손에 가득했다.
열흘간 그가 얼마나 다시금 창을 다루는 데 열중했는가를 보여주는 표시였다.
“좋은 창이지?”
“아, 정말 좋던데. 그런데 이게 진짜 깊이가 있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창술로는 창의 성능을 반이나 제대로 끌어낼 수 있을지 걱정일 지경이야.”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성남경이 한 말에 성태는 동의했다.
“그렇겠지. 그 창은 길이도 조절할 수 있는데다가 유연하게 휘어지니까 일반적인 창보다 훨씬 활용도가 넓어. 그 부분은 네가 독자적으로 채워 넣는 수밖에.”
일반적인 창술은 창의 길이가 변하지 않고 그 유연성 역시 일정한 한도 내라는 것을 전제로 해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마법 아이템, 아티팩트의 영역에 오게 되면 이 전제가 붕괴한다. 창의 길이도 변화무쌍하고 창 자체도 일반적인 금속이나 나무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유연성을 보이면서도 단단한 내구성을 유지한다.
자연히 창술 역시 기존의 것과는 괴를 달리하는 깊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응. 그럴 생각이야. 또 여기 너무 의존하는 수법에 익숙해지면 안 되겠지만.”
성남경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곤란하게 뒷말을 이었다.
좋은 창이 있다 해도 이 창 때문에 창술을 새로이 구축한다는 것은 비용도 크다. 창을 다시 바꿀 수도 있는 일인데 그때 이제까지 익혔던 창술이 전부 쓸모없어지게 된다.
이런 면에서 무기를 바꾼다는 건 단순히 무기를 바꾸는데서 끝나지 않게 되는 복잡한 면모를 띠게 된다. 그래서 많은 길드에서도 기본적인 무기술 이상의 것을 헌터에게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 그런데 너 학교에서 전혀 안 보이던데 오늘 기숙사 들어오는 거야?”
“외부활동을 하긴 했지만 그렇진 않아. 기숙사에 들어갔지.”
“어디로? 못 들었는데. 3번이야?”
“아니 나는 6번.”
성태가 6번 기숙사라고 하자 역시 성남경은 의아한 표정이 됐다.
“6번? 아니 거길 왜...”
“뭐, 권력보다는 자유를 찾아서라고 할까.”
“내가 보기엔 자유도 못 찾을 것 같은데...”
성남경은 잘생긴 얼굴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왜?”
“3번 기숙사장에게 권유왔을 거 아냐?”
“맞아. 왔었지.”
성남경은 혀를 찼다.
구현식에 대해 그다지 인상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사람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뒷소문이 안 좋아. 자기 제안 거절한 애들 가만 안 놔둔다고... 그놈하고 척지고 안전하려면 최소한 1번 해야지.”
“그럼 너도 1번이겠군.”
“그렇지. 그 새끼 싫어서라도 1번 밖에 길이 없다고 할까.”
알파메일 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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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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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