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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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34화
34화 인턴헌터 활동(1)
던전 안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내부에 감돌고 있었다. 어둡지는 않았고 숨을 들이킬 때마다 폐가 얼 것 같은 냉기가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주변에는 얼음과 눈이 가득했다.
북극의 어딘가를 잘라 동굴 속으로 옮겨 놓은 것 같은 풍경이었다.
그런 던전 가운데 한 무리의 남자들이 무장한 채 서 있었다.
이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들어온 헌터들이었다.
한데 두터운 옷을 입고 차가운 숨을 반복적으로 내뱉고 있는 그 헌터들은 앞으로 전진할 생각을 좀체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곳에 몰려 있는 헌터들과는 달리 다른 곳을 정리하고 있던 헌터 무리가 이곳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지휘하던 걸로 보이는 이가 화난 표정으로 중앙의 남자에게 접근했다.
“대장!”
“왜?”
대장이라 불린 남자는 무뚝뚝하게 답했다.
“팀이 왜 안으로 전진하지 않습니까? 저희가 분명히 외곽 지역 탐색을 다 끝내서 이제 괜찮다고 연락을 보냈지 않습니까?”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
부장의 불만어린 외침에 대장은 표정에 변화를 보이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부장의 얼굴이 확 찌푸려졌다.
“또 그 녀석 때문입니까?”
“맞아.”
“아니 언제까지 이럴 겁니까?”
발을 구르면서 부장은 과격하게 반응했다. 일주일전 그 녀석이 오고나서 팀이 이상해 졌다.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거기 휘둘리기만 했다.
하지만 대장이 고개를 돌려 부장을 보면서 반문했다.
“문제 있나?”
“그야 있지요!”
“무슨 문제가 있지? 던전 공략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팀에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리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대장의 말대로였다.
단순히 ‘전과’라는 면에서 보면 나빠진 게 전혀 없었다.
오히려 더 좋아졌다고 봐야 할 정도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그 성과만으로 단순하게 평가되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여긴 우리 구역 아닙니까? 갑자기 웬 어린 것이 끼어들어서 설치는데 그걸 보고만 있다니, 프로 헌터로서 그 꼴에 휘둘려야 하는 게 부끄러운 노릇 아닙니까? 게다가 그 녀석 수호대 입학생이라지 않습니까? 들어가서 우리에 대해 뭐라 말하겠습니까?”
부장이 지적하는 건 그런 것이었다.
자기 영역에서 헌터들이 자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조로 들어온 학생에게 휘둘리는 모습만 보여준 채 돌려보낸다? 그것도 수호대에? 이후 퍼지게 될 악평과 조롱은 감당하기 어렵다. 향후 신규 헌터 영입은 물론이고 길드간의 연합 같은 것도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부끄럽지 않아.”
“부끄럽지 않다니요?”
“부끄럽지 않아.”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는 듯이 반문하는 부장에게 대장은 담담하고 확고하게 다시금 답을 돌렸다. 부장은 그 대답에 꼭지가 돌아서 외쳤다.
“일개 학생입니다!”
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일개 학생이다.
“일개 학생이지. 그러나 열흘 만에... 그 놈은 괴물이 됐다. 아무리 수호대라고 해도 그런 녀석이 흔할 거라고 생각하나?”
일개 학생이지만, 일개 학생 이상이다.
아무리 수호대라 해도 그런 괴물이 흔할 리 없다.
듣기로는 차석입학생이라고 하던데, 벌써 보여준 역량은 차석 입학이 문제가 아니라 차석 졸업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러니까 부끄러울 이유가 없었다.
“그건...”
부장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지금 팀을 흔들고 있는 그 놈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거의 모든 면에서 규격 외라는 것은 그도 강하게 느끼고 있던 바였다.
기실 그 역량에 위기감을 느끼고 더 강력한 대응과 지도력을 원하고 있던 측면도 있었다.
“뭐라고든 하라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그리고 아무도 우릴 비웃지 않을 거다. 더 정확히는 못할 거라고 봐야겠지.”
코웃음 치며 대장이 태연하게 말하는데 부장은 아무 말도 못했다.
“뭐 그런 성품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일주일.
별로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그 기간만으로도 대장이 그 학생의 성품을 어느 정도 파악해 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
한 청년이 홀로 던전을 걷고 있었다.
이 던전에는 극지의 바람에 맞먹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청년은 성태였다. 찬바람과 눈 쌓인 바닥을 헤치며 한참 안으로 들어가던 그의 걸음이 멈췄다.
“후, 여기군.”
성태는 만족스럽게 앞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의 눈앞에는 거대한 문이 서 있었다.
이 던전의 보스 스테이지였다.
“어디 볼까.”
성태는 석판을 찾았다.
흔히 그러하듯 석판에는 문을 열기위한 조건이 기재되어 있었다.
힘 1000이상, 체력 500이상으로 석판을 후려치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간단한 내용이군.”
성태는 고개를 끄덕이고 쥐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대기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스핏, 소리가 한 차례 강하게 남과 동시에 석판위로 성태의 검이 작렬했다.
텅!
쿠르르르르!
성태가 석판을 후려치자 무거운 소리가 나며 문이 천천히 열렸다. 곧 문은 완전히 개방됐고 안의 공간이 훤하게 드러났다. 안쪽 공간은 이제까지 흔히 본 보스 스테이지처럼 아주 넓은 사각 형태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큰 차이가 한 가지 있었는데, 이 곳은 사방이 얼음으로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 때문인지 문을 열자마자 이제까지의 한기가 도리어 따스하게 느껴질 정도의 찬바람이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어떤 놈을 상대해야 할지 알만하군.”
그 바람을 맞이하면서 성태는 스테이지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가 스테이지 중앙까지 서자 으르르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짐승의 포효 같이 들렸다.
그리고 성태가 선 맞은편 벽이 열리고 그곳에서 냉기와 함께 거대한 것이 나타났다.
적의 정체를 파악하고 성태는 웃었다.
“아이스 자이언트 고렘이군.”
이 차가운 던전에 어울리는 보스였다.
아이스 자이언트 고렘은 말 그대로 얼음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고렘이다. 고렘 가운데서는 상당히 상위에 속하는 강력한 몬스터이며, 마법 생명체다.
냉기의 오라를 전신에 두르고 있어서 강력한 냉기 저항을 가지지 못하는 존재는 접근만으로 전 능력치가 20%이상 다운될 수 있고, 그 냉기를 뭉쳐 원거리 공격도 가능하다. 그 냉기탄은 공기를 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라 여기에 얻어맞으면 체력이 1000이하의 헌터는 즉사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근접전에서 약한 것도 아니다.
어쨌든 고렘인 것이다.
강철보다 단단한 얼음으로 온 몸이 구성되어 있는데다 키가 10m 가까이 된다. 그 엄청난 체격과 재질에서 오는 질량만으로도 이미 걸어 다니는 흉기다. 붕붕 휘두르는 주먹에 스치기만 해도 인간의 육신 따위는 종잇장처럼 찢어질 수밖에 없다.
유일한 약점이라면 고렘인 만큼 머리가 좋지 않아 복잡한 전략전술에 대항하기 어렵다는 점인데, 기실 보스 스테이지처럼 단순한 지형에서는 거의 무시해도 좋은 약점이다.
초일류 헌터가 아니라면 결코 혼자서 상대하려 들어선 안 될 몬스터!
그것이 아이스 자이언트 고렘에 대한 한 줄 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정상적이라면 성태도 일단 여기서 물러나서 같이 들어왔던 팀원들을 불러야 하겠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주 좋아.”
도리어 만족한 듯이 씨익 웃었다.
“가볼까.”
성태는 고렘을 향해 달렸다.
달리면서 그는 호흡하듯 자연스럽게 보유하고 있던 마나 가운데 20% 정도를 민첩으로 돌렸다. 그 전환이 끝났을 때 성태의 움직임은 바람이 되어 있었다.
우어어어!
고렘이 알아들을 수 없는 외침을 내지르며 성태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극한의 냉기에 휘감긴 얼음의 주먹이 성태를 향해 날았다.
피하려면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성태는 그 주먹을 보면서 스킬을 시전했다.
‘질량 증가.’
성태의 체중이 무거워졌다.
한 차례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연달아서 질량을 증가시켰다. 그 숫자가 10번에 이르렀다. 이때 그는 힘과 민첩, 체력을 함께 1500수준으로 맞추면서 달렸다. 이제까지보다 한층 빠르게 성태는 고렘을 향해 접근했다.
그리고 성태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고렘의 주먹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앙!
굉음이 터졌다.
동시에 성태를 향한 고렘의 주먹이 박살나며 얼음가루로 인한 냉기의 구름이 주변에 부산히 만들어졌다. 고렘이 고통인지 당황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박살난 팔을 들어 올렸다. 강철보다 단단한 얼음이 모여 만들어진. 족히 수십 톤 이상 되는 괴물의 주먹이 단 한 번의 충격에 수수깡처럼 박살나고 말았다!
믿기 힘든 광경이지만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성태의 현재 체중과 힘, 민첩에, 체력, 그리고 기술이 하나 되어 만들어낸 지금 일격은 통상적인 헌터의 일격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흔들림 없고, 무거우며, 집중되면서, 정밀했다.
그리고 파괴된 고렘의 팔이 만든 냉기의 구름을 꿰뚫고 성태가 뛰쳐 올랐다.
우워어어어!
성태의 모습을 보고 두려운 듯이 손을 휘둘렸다.
파리나 모기를 때려잡으려는 듯한 동작이었다.
허공에서 자신을 향해 고렘이 손을 휘두른 것을 보고 성태는 검을 등 뒤로 돌려 넣으면서 크게 몸을 뒤틀었다. 최대한 몸을 나선처럼 꼬는 자세였다. 팽팽히 당긴 고무줄처럼 그의 근육이 긴장했고, 그 긴장의 끝에서 등 뒤로 넣어 둔 검 끝이 에너지의 폭발을 기다리며 떨었다.
후우웅!
날아드는 고렘의 손을 성태는 침착하게 바라봤다.
그의 마음은 어디까지나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스킬 천일합일!
정신의 고양과 함께 천일합일이 발동했다.
우주와 자기를 합치시킴으로써 모든 능력을 상승시키고 공격의 위력까지 올리는 최상급의 스킬. 그리고 검의 거리 안에 고렘의 손이 들어왔다.
“후!”
참았던 숨을 토했다.
나선처럼 꼬았던 몸을 풀었다.
긴장됐던 근육을 해방했다.
피잉!
허공에서 성태는 단숨에 작지만 거대하고 강력한 회오리가 되어 검을 휘둘렀다. 그 검은 발동한 즉시 음속을 넘어서서 소닉붐의 굉음을 주변에 뿌렸고, 그 굉음을 넘어서는 운동에너지로 고렘의 손을 후려쳤다.
콰앙!
꾹꾹 뭉친 막대한 해수를 한 점에서 해방하듯 터져나온 근육과 마나가 이 검끝의 예리함을 통해 고렘의 손에 처박혔다. 이를 통해 전달된 커다란 에너지는 손을 작살내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도도하게 고렘의 전신으로 전파되었다.
쩌적.
쩌저적!
그 힘을 견디지 못한 고렘의 육신은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 균열은 멈추지 않고 확장을 계속했고 결국 전신으로 퍼졌다. 그러자 산사태가 일어나는 것처럼 그 거대했던 냉기의 고렘은 단말마의 비명 같은 것과 함께 무너졌다.
콰르르르!
쿠앙!
무너지는 고렘의 파편 앞으로 성태가 착지했다.
“뭐 이 정돈가.”
그는 만족하면서 검을 넣었다. 일주일간의 던전 공략을 통해 일종의 재활운동을 한 성과는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 누군가가 있어 지금 전투장면을 보았더라면 전율했을 것이다. 아이스 자이언트 고렘을 단기로 상대해 때려잡는다니! 이것은 도저히 학생의 영역이라고 할 수 없다. 아무리 그것이 수호대의 학생이라 해도...! 게다가 성태는 불과 이제 입학하는 입장일 뿐이지 않은가.
아이스 자이언트 고렘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평가되어도 초일류 헌터만이 단기로 잡을 수 있다고 평가되는 몬스터다.
“어디 그럼 최종 확인해 볼까.”
성태는 일주일간의 성적을 알아보기 위해 스텟 화면을 켰다.
힘 : 60
민첩 : 60
체력 : 60
인지 : 60
마나 : 4540/7000
이차 환골탈태 당시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역시 마나였다. 일주일 전 제로에 불과했던 성태의 마나는 현재 4500을 넘긴 상태였다.
“흠, 4500정도인가. 일주일에 채운 거라 생각하면 나쁘진 않아. 활동하기에 부족함 없을 정도는 되고 말이야.”
성태는 만족해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간 제로에서 시작해 채운 걸로 치면 4500이면 대단한 성과다. 지금이야 중급 던전도 단독 돌파가 가능하니 던전 당 500이상의 마나를 채우는 것이 가능하지만 초반에는 마나가 전혀 없으니 만큼 던전을 공략해도 100을 넘기기 힘들었다.
기왕이면 7000을 다 채울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마나를 채울 기회야 얼마든지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보상은 뭘까...”
성태는 고렘의 파편 뒤로 걸어갔다.
알파메일 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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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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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