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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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27화
27화 아티팩트 보관소(2)
“이봐, 넌 뭐로 할 거야? 역시 검?”
“무슨 상관이야.”
괜히 친한 척 하는 남정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태는 약간 퉁명하게 그를 응대했다. 성남경은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같이 지내게 될 텐데 괜찮지 않아?”
“남자의 관심은 별로...”
역시 관심은 여성의 관심이다.
미인이면 더 좋고!
그런 면에서 이혜선이 좋은데...
그리 생각하면서 성태가 이혜선이 사라진 장비 쪽 문을 바라보자니 성남경이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뭐 같이 잘 지내보자고. 저 얼음장 같은 아가씬 아예 우리한테 관심도 없는 모양이니까, 우리끼리라도 잘 지내봐야 하지 않겠어?”
잠시 그 손을 바라보다가 성태는 악수했다. 장래도 밝은 녀석이고 성장의 여지도 많으니 실리적인 면에서 따져 봐도 친분을 쌓아 나쁠 건 없는 녀석이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용가치가 있다. 막말로 적당히 키워서 방패로 써먹어도 제몫은 해 줄 것이다.
악수를 한 다음 물었다.
“넌 뭘 고르려고?”
“역시 창이지. 솔직히 우리 집이 부자는 아니라 좋은 창이 없었거든. 너도 검이겠지?”
기대어린 표정으로 성남경은 물었다.
이런 장소에 오게 되면 어지간히 지금 장비에 만족하고 있지 않는다면 먼저 자기 장비를 챙기려 들기 마련이다. 헌터란 목숨을 자본으로 장사하는 상인이나 다름없다. 좋은 장비는 무엇보다 중요한 재산이다.
“그럴지도. 하여간 좀 살펴보다가 결정하려고.”
“흠, 좋은 기회니까 느긋하게 결정하는 게 좋겠지. 아 그런데 최하층 같은 건 왜?”
성남경이 고개를 끄덕이다 물었다.
이곳 최하층에 대한 열람을 신청한 것이 의외였던 모양이다. 하긴 그곳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열람하고 싶어 하는 걸 대부분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성태는 속삭이듯 반문했다.
“궁금하지 않아?”
“궁금하지만...”
궁금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결국 성남경은 고개를 저었다.
“...여러 가지로 위험하잖아?”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열람한다는 자체만으로 보는 이의 정신을 침식할지도 모르는 것들이 있다. 이득 없는 호기심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았다. 관리자가 있으니 구해주긴 하겠지만 자칫하면 그런 경우 몸이 꽤 상할지도 모른다.
“언제 여기 또 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기회를 날릴 순 없는 일이지.”
“뭐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한데...”
훗, 하고 여유롭게 웃으면서 답하는 성태에게 성남경은 못 당하겠다는 듯 쓴웃음을 보였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해야 할지.
“그럼 나중에 보자고.”
성남경은 손을 들어 간단히 인사한 다음 장비고 쪽으로 기쁜 듯이 움직였다. 성태도 즉각 몸을 돌려 이동을 시작했다.
그가 먼저 향한 곳은 장비고 쪽도, 소비품고 쪽도 아니었다.
“일단 구경부터 해 볼까.”
이곳에 설치된 또 다른 엘리베이터였다. 엘리베이터를 불러 안으로 들어가니 들어갈 수 있는 층은 하나뿐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아래로 이동을 시작했다.
*****
정형구가 발을 꼰 채 의자에 앉아 시간을 지루하게 보내고 있었다. 까딱이며 움직이는 그의 발끝이 내심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었다.
한 사람이 이 곳에 새로이 들어섰다.
신문석이었다.
그는 정형구를 찾고 있었던 듯 정형구를 보자마자 반갑게 다가와 옆자리에 앉았다.
“오, 선배.”
“너도 여기 왔냐.”
“그야 기대주들이 여기 올 거 아닙니까.”
“흥.”
정형구가 약간 짜증난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 물론 이 녀석이 여기 올 것은 알고 있었다. 지금도 ‘감독관’이니까 빼먹을 수야 없는 일이다.
신문석이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녀석들 눈치챌까요?”
“이 짓이 꽤 오래 됐는데, 그 계집애 오라비 외엔 아무도 눈치 못 챘다.”
별로 기대하긴 힘들다는 투로 정형구가 답했다.
사실 그렇긴 하다.
이런 곳에 오면 선물 받은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면서 자기 좋아하는 물건이나 챙기기 마련이지 특별히 그 이상을 바라보는 안목 같은 걸 가지긴 힘든 법이니까.
진정한 성취는 냉정하게 가라앉은 이성에서만 얻을 수 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이 말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긴 합니다만... 그 퍼펙트 지니어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까?”
“이 작업 네가 한 거 아니냐?”
정형구가 심드렁하게 신문석을 보며 되물었다. 정보능력계의 스킬을 가진 신문석은 이런 종류의 작업에 매우 능하다. 신문석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렇긴 하지만... 퍼펙트 지니어스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요.”
“못 알아챌걸.”
“음, 역시?”
단정적인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투로 신문석은 받았다.
“짊어진 게 많다고 한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니야. 재능만 따진다면 동급,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지만... 운이 나빴다. 망가졌어. 타고난 안목은 나쁘지 않으나 성급함이 눈을 흐리게 만들겠지.”
“그럼 재미없게 끝나겠군요.”
신문석은 시시하단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열심히 작업하긴 했지만 그래도 가끔은 돌파해 주는 인재가 나오는 게 즐거운 법인데. 하긴 뭐 그런 걸 스물도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기대하긴 어려운 법이다. 인생 다 산 늙은이에게도 어려운 거니까.
그런데 의외로 정형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지만 성남경 정도로는...”
신문석이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성남경의 센스가 대단하다는 것은 들은바가 있다. 그의 센스는 어딘가에서 신내림을 받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 감각만으로 돌파해 낼만한 함정은 아니었다.
신문석이 생각하기엔 소싯적의 정형구라 해도 감각만으로 그런 걸 해낼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정형구는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이 아니다.”
신문석은 적잖이 놀란 표정이 됐다.
그렇다면 남는 사람은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그럼 강성태 말입니까?”
“그래.”
“에이, 좀 특이하긴 했습니다만 무리 아니겠습니까?”
신문석은 아무리 선배의 의견이라도 동의할 수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 ‘시험’은 재능과 성품이 하나가 될 때만 겨우 돌파할 수 있는 것이다. 실력이 있다곤 해도 벼락부자마냥 갑자기 강해진 성태가 이걸 넘어설 수 있을지. 말했듯 이 시험은 성품이 중요하고, 힘과 달리 성품은 단숨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게 상식이긴 하지만...”
정형구도 신문석의 그런 생각은 알고 있었다.
“모를 일이지.”
그러나 그 녀석은 지경의 구슬을 취했다고 말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정형구는 그것만으로는 도무지 그 녀석을 설명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
엘리베이터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열린 엘리베이터 문 너머는 복도였다. 그 복도를 따라 가니 무장한 헌터들이 지키는 또 다른 문이 나왔다. 그 헌터들이 성태를 보고 엄격한 자세로 말했다.
“멈춰라.”
“아, 수고하십니다. 이번에 여길 관람하려고 하는 학생인데요.”
“학생이라고?”
경비는 성태의 넉살좋은 말에 의아한 표정이 됐다.
년에 한 번씩 학생들이 여기 오는 건 안다. 하지만 ‘여길’ 관람하러 온다니.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네. 허락은 받았습니다.”
그렇게 답하며 성태는 자신의 신분증을 내밀어 보였다. 그걸 보고 경비 헌터는 상부에 확인전화를 넣었다.
곧 전화를 끊은 그는 떨떠름하게 성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군. 하지만...”
“평소 이런 아티팩트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생각을 다시 하는 게 어떻겠느냐 제안하려는 것임을 미리 읽고 성태는 밝게 웃으며 그 말을 잘랐다. 여기에 있는 물건이 어떤 것들인지는 그들보다 성태가 더 잘 안다.
그럼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아티팩트는 매혹적이지. 특히 이 안에 들어있는 것들은. 그러나 거기 담긴 위험을 이해하지 못하면 몸을 망친다. 명심해라.”
“물론입니다.”
“혹시 몸이 이상하거나 환청이 들리거나 하면 즉시 우리에게 연락해라.”
“네.”
그렇게 간단하지만 엄중한 경고를 준 다음 그는 지키던 문을 열었다. 세 겹의 문이 차례로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나왔다. 성태는 그 통로를 통해 내부로 들어갔다. 통로는 상당히 넓은 공간으로 이어져 있었다.
“와, 이건 뭐...”
그 공간으로 들어서자마자 성태는 전신을 찌르는 듯한 마기를 느끼며 내부를 살폈다. 그 넓은 공간은 마치 박물관의 구역인 것처럼 여러 가지 아이템들이 투명한 케이스 너머에 보관된 채 진열되어 있었다. 성태가 지금 전신으로 느끼는 마기는 바로 이들 아이템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그 다양한 마기들은 요마의 속삭임처럼 성태의 전신을 휘감으며 껄떡대고 있었다.
“진짜 정신 안 차리면 흘러나온 기운 만으로 홀려버리겠는데.”
성태는 농담처럼 중얼거렸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여긴 처치곤란한 아티팩트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까.
던전을 통해 발견하는 모든 아이템이 좋은 것일 수는 없다.
아이템 중에는 저주받은 것도 있고, 사용을 위해서는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도 있다. 그런 것들 중에서도 최강의 힘과 최악의 부작용을 함께 겸비한 것들이 바로 이 곳에 모인다. 현재의 인류로서는 사용할 수도 없고 제거할 수도 없으나 세상에 풀어 놓으면 어마어마한 재앙이 될 것은 틀림없기 때문에 모인 것들.
아티팩트라지만 사실은 그 자체로 몬스터, 마물이란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들이다.
그래서 이 곳의 별칭은 ‘최종구역’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드러내 보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렇게 위험하다면서 미련을 못 버리고 언젠가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해 이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 같은 것들을 한 자리에 끌어 모은 채 봉인해 두고 있으니까.
성태는 케이스를 넘어서조차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침식하려는 이들 마물의 기운을 떨쳐내면서 천천히 하나하나 구경했다.
“이야, 유만의 반지네. 크, 추억 돋는다.”
성태가 반갑게 말했다.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한 케이스 내부의 플라즈마 원통 안에 떠올라 있는 볼품없는 반지였다. 신축성을 가진 저 마법 반지는 사용자의 신체 크기와 상관없이 착용 가능하며, 한번 착용하면 결코 착용자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착용자의 몸에 달라붙은 이 반지는 이빨을 박아 넣은 박쥐처럼 착용자에게 달라붙어 그에게 강력한 흡혈귀의 힘을 제공한다.
마나용량은 즉각 오만이 넘고, 산산조각이 나도 다음날 죽은 장소에서 부활하는 불사신이 되며, 모든 일반 무기에 면역이 되고, 마나력으로 따져 3000이상의 힘을 가진 공격이 아니면 모두 무효화한다. 무수한 박쥐로 변해 흩어질 수도 있고 물론 안개로 변할 수도 있다. 상대의 피를 빨아 그를 종복으로 만들거나 그 생명력으로 자신을 강화, 혹은 회복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실로 어처구니없이 강력한 능력이다.
하지만 그렇게 좋기만 하면 이 반지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
반지의 착용자는 매일 한 차례 반지에 의한 침탈 시도를 겪는다. 한 차례라도 이 침탈시도를 이겨내는 데 실패한다면 그는 즉각 반지에게 몸을 빼앗겨 어떤 흡혈귀가 된다.
그 흡혈귀의 이름이 바로 유만이다.
그렇다.
이 반지는 던전을 통해 이 세계로 침략해 온 강력한 흡혈귀 유만이 자신의 불사를 위해 공들여 만들어 둔 아티팩트다.
성태는 과거 이 반지에 몸을 빼앗긴 헌터를 제거하기 위해 싸움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을 추억이라 칭한 것이다. 본래라면 아크 데몬 이상의 강력한 적이지만 당시 성태는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도중이라 어렵지 않게 제압 가능했다.
성태는 반지에서 눈을 떼고 이동했다.
잠시 마물들을 구경하며 이동하던 그가 멈추고 웃었다.
알파메일 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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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