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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25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5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25화

25화 측정불가한 합격생

 

 

 

 

 

금세 자리가 만들어졌다. 정형구가 바라보는 앞에 넓은 공터가 마련되고 거기서 최연우와 성태가 서로 마주한 것이다. 최연우는 거기서 흉흉한 전의를 내뿜으며 위협적으로 손가락을 꺾었다. 우두둑우두둑 하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났다.

 

 

 

 

 

“먼저 고맙다고 하지, 이런 불리한 승부에 나서주다니!”

 

“아니 뭐, 안 그러면 너무 억울해 할 것 같아서.”

 

“맞아! 그러니까 아티팩트는 양보해도 이위는 내가 먹겠다!”

 

“그러시든가.”

 

 

 

 

 

성태가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최연우가 바닥을 박찼다.

 

 

 

 

 

쾅!

 

 

 

 

 

그가 박찬 바닥이 크게 파이며 최연우의 몸은 고무줄이 뻗어나가듯이 길게 성태를 향해 날았다. 그 속도는 바람과 같았다. 넘치는 마나가 단번에 속도로 바뀐 것 같은 모습이었다. 성태는 그 돌격을 어렵사리 피했다. 그가 피하는 순간 얼굴 옆으로 부웅 하는 바람 소리가 났다. 칼날이 피부를 긁는 듯한 느낌이 날 정도로 예리한 바람이었다.

 

 

 

 

 

“어딜!”

 

 

 

 

 

최연우는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성태를 놓친 그 순간에 강하게 바닥을 다시 박차 속도를 죽이고 성태를 쫒았다. 자신의 힘을 자신의 힘으로 다시 억눌러 튕겨내고 자신의 몸을 화살처럼 날리는 그 모습에서는 강인한 근육의 약동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근육의 끝에 모인 공격력에 성태는 여지없이 걸리고 찢길 것 같았다.

 

 

 

 

 

푸확!

 

 

 

 

 

하지만 아니었다.

 

처음 공격에서 그랬던 것처럼 성태는 어렵사리 이를 피해냈고, 최연우는 짜증을 내며, 쳇 소리를 냈다.

 

 

 

 

 

와아아!

 

 

 

 

 

후보생들이 이 갑작스런 대결에 흥분했다.

 

 

 

 

 

“성태...”

 

 

 

 

 

희연은 불안하게 그 대결을 바라봤다.

 

성태가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힘이 어떤 것인지는 그녀도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철권 길드의 마스터를 때려잡은 실력자인데 제아무리 현재 또래 가운데 손가락 안에 드는 천재라 해도 위협이 될 것 같진 않았다.

 

그러나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어서 불안했다.

 

왜 굳이 이렇게 눈에 띄는 일을?

 

 

 

 

 

희연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대결이 본격화 됐다.

 

 

 

 

 

“이놈!”

 

“읏차!”

 

 

 

 

 

최연우가 연달아 힘과 민첩을 강화해 성태를 추격해 들어가고, 성태는 단숨에 거리를 좁혀 공격해 최연우의 공격을 피해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려는 싸움이었다.

 

겉으로만 보자면 전세는 일방적이었다.

 

 

 

 

 

“역시 최연우!”

 

“세다!”

 

“최연우 말이 맞았던가.”

 

“그렇겠지. 아무래도 이름도 모르는 놈이 갑자기 2위라니 이상하잖아?”

 

 

 

 

 

그걸 보고 후보생들은 최연우의 실력에 감탄했고,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정말 이상했다.

 

이혜선에 버금가는 점수를 받고서 차석으로 입학한 놈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지방의 후보생이라니? 강한 후보생은 어쩔 수 없이 유명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의 세계다. 아예 학교에 안 나오고 길드에서만 교육받거나 하는 게 아니고서야. 하지만 그래서는 강한 헌터는 되도 사회인으로써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가 힘들다. 특히 많은 이들과 함께 협동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만다.

 

그러니 이씨 가문에서조차 정규교육을 이수하는 게 기본이다.

 

 

 

 

 

그러니 강한 헌터 후보생은 자연히 주목받게 되는데 성태는 너무 뜬금없었다.

 

그러나 이걸로 알게 됐다.

 

운이 좋았던 것이다. 최연우가 말한 것처럼.

 

상위자가 어렵사리 잡아 놓은 괴물을 운 좋게 막타를 때려 저 성태라는 놈이 해결했다. 그렇게 보면 이 이상한 일이 전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맞아. 그렇게 보면 저 녀석, 꽤 괜찮은 딜을 한 셈이군.”

 

“그러게. 명예는 넘겨주고 실속은 챙긴다는 거 아냐?”

 

“최연우를 적으로 돌리지 않고서 아이템만 챙기겠다는 거니 확실히 똑똑하긴 하네. 아니었으면 최연우 성격도 상당히 더럽기로 유명하니 저 녀석 대학 생활도 피곤해졌을 거야.”

 

“그러게.”

 

 

 

 

 

수군거리면서 학생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이었다.

 

다들 이 싸움이 성태가 앞으로 동기로서 활동하게 될 최연우에게 승리를 헌납하는 영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헌터의 세계는 알파메일의 세계다.

 

강한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한 집단체계.

 

 

 

 

 

과거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셔틀이니 뭐니 하는 구분틀에서 해방되어 보통 신세가 처량하게 되어도 아싸 정도에서 끝났다. 하지만 현재 헌터세계는 그렇지가 않다. 고등학교 시절 이상으로 철저한 계급 사회가 기다리고 있다.

 

그걸 생각하면 알파메일의 후보에게 미리미리 잘 보여두는 건 그 아래 가신 될 입장에서는 괜찮은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바보들...’

 

 

 

 

 

물론 그들의 이야기를 멀리서 들으면서 희연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어떻게 최연우 따위가 감히 성태를 귀찮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성태의 실력을 알고 있는 희연으로서는 답답했다.

 

다만 그들의 대화를 듣자니 성태가 뭘 노리고 이런 눈에 띄는 일을 한 건지 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쾅!

 

 

 

 

 

굉음이 터졌다.

 

최연우의 주먹이 성태가 있던 곳을 후려친 것이다.

 

폭탄이라도 터진 듯이 땅이 파였고, 그 파편이 하늘에 분분히 날았다. 두 사람의 모습이 그 먼지 가운데서 순간적으로 지워졌다.

 

 

 

 

 

“드디어 잡았다!”

 

 

 

 

 

그 먼지 안에서 최연우는 눈을 번뜩였다.

 

눈앞에 성태가 있었다.

 

이제까지는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갔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티팩트를 넘기는 것까진 어쩔 수 없어도 대신 평생 씹어 먹기는 불편할 정도로 턱뼈를 박살낼 생각으로 최연우는 주먹을 휘둘렀다.

 

 

 

 

 

부웅!

 

 

 

 

 

먼지가 팔에 폭풍처럼 휘감기며 성태를 향해 최연우의 주먹이 날았다.

 

최연우는 거기 걸려 얼굴이 아작나는 성태의 모습을 생각하며 웃었다.

 

 

 

 

 

턱!

 

‘어?!’

 

 

 

 

 

그런데 상쾌하게 박살나는 뼈와 살의 감촉 대신 싱거운 촉감만 돌아왔다. 마치 두꺼운 이불을 친 것 같은. 무슨 일인지 최연우가 당황하는데 갑자기 인영이 접근했다. 성태였다. 최연우는 이를 악물고 그를 후려치려 했다.

 

하지만 되지 않았다.

 

발을 움직이면 성태의 발이 먼저 위치를 점했고, 다른 손을 움직이면 그 손이 갈 위치에 이미 성태의 손이 있었다. 마치 사방이 전부 콱 막혀버린 듯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둘이 겹쳤다.

 

 

 

 

 

‘여기서 주먹 휘둘러.’

 

 

 

 

 

갑자기 최연우의 귓가로 속삭임이 들려왔다.

 

성태의 지시였다.

 

 

 

 

 

‘뭐!’

 

 

 

 

 

어이가 없어서 최연우는 되물었다.

 

이 웃기는 놈이 누가 감히 누구에게...!

 

그가 분노하며 발작을 일으키려던 때였다.

 

 

 

 

 

‘해.’

 

 

 

 

 

속삭임이 하나 더 전해졌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최연우는 전신에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의 이름은 불안이었다. 눈동자만 겨우 돌려 최연우는 성태를 봤다. 성태는 웃고 있었다. 그 웃음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최연우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 웃음 너머를 보는 순간 불안은 공포가 되고, 바로 이 자리에서 쓰러져 똥오줌을 지리고 말 거란 확신이 들었다.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정형구의 외침보다도, 지금 이 은밀한 명령이 배는 더 무서웠다.

 

 

 

 

 

“큿!”

 

 

 

 

 

조종당하는 인형처럼 최연우는 성태의 지시에 따라 주먹을 휘둘렀다. 성태가 그걸 보면서 부드럽게 손에 마력을 모았다가 허공에 던지듯이 점점이 마력을 흩어놓았다. 이어 그것들은 최연우의 주먹을 맞이하여 동작을 만들었다. 마치 미리 준비된 명령처럼 피부에 흡수되면서 최연우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동작을 취하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연우의 주먹이 가속했고, 성태가 넘어지면서 바로 그 얼굴 옆을 후려쳤다.

 

 

 

 

 

콰앙!

 

 

 

 

 

두 번째 굉음이 터졌다.

 

먼지가 거두어지고 정황이 드러났다.

 

성태는 파리해진 얼굴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의 머리 바로 옆을 최연우의 주먹이 후려치고 있었다.

 

그야말로 성태의 머리가 사라질 뻔한 아슬아슬한 장면이었다.

 

 

 

 

 

“그만.”

 

 

 

 

 

정형구가 외쳤다.

 

전투가 멈췄다.

 

최연우는 천천히 주먹을 떼어냈다. 성태도 겁먹은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정말로 겁먹고 있던 것은 물론 최연우였다. 성태는 몸을 일으키며 최연우와 눈을 마주쳤고 빙그레 웃었다.

 

여러 가지 의미가 깊게 담긴 웃음이었다.

 

 

 

 

 

다시금 오싹한 공포가 최연우의 척추를 타고 흘렀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이를 악물었다.

 

성태의 그 웃음이 뭘 요구하고 있는지는 그도 바보가 아닌 만큼 알고 있었다. 침묵하라는 뜻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연우는 거기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정형구가 우뚝 선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는 잔뜩 지친 모습인 최연우를 보면서 평가했다.

 

 

 

 

 

“최연우, 잘 했다. 마지막 공격은... 쓸 만하더군.”

 

 

 

 

 

진심이었다.

 

정형구는 마지막 최연우가 날린 공격에는 깜짝 놀랐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최연우의 수준을 그가 잘못 알고 있었나 생각될 정도로.

 

 

 

 

 

“가, 감사합니다.”

 

 

 

 

 

최연우는 고개를 숙였다.

 

그 일격은 자신의 의도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마치 몸이 조종당하는 듯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뻗어나간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완성도가 최연우가 할 수 있던 어떤 권식보다도 높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최연우 본인이 깜짝 놀랄 정도로.

 

 

 

 

 

이어 정형구의 시선이 성태를 향했다.

 

 

 

 

 

“그리고 너.”

 

“네.”

 

 

 

 

 

찌르는 듯한 정형구의 시선을 성태는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정형구의 눈이 좁아졌다. 그리고 천천히 그를 살폈다. 알 수가 없었다. 방금 대결에서 뭔가 더 건져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묘하게도 운으로 일을 해결했다는 정도의 느낌밖에 받지 못할 실력이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파이어 자이언트를 절단할 때의 검격을 설명할 수가 없다.

 

답은 한 가지다.

 

역시 비밀이 있는 놈이었다.

 

 

 

 

 

그것도 제법 큰.

 

 

 

 

 

그러나 당장은 아무 증거도 없었고, 정형구가 주장해 봐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터였다. 이 성태라는 놈은 자기를 연출해 내는 데 놀라울 정도로 능숙하다.

 

일단은 물러설 수밖에.

 

 

 

 

 

“...언제까지 날 속일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마라.”

 

“무슨 말씀이신지...”

 

 

 

 

 

으르렁 거리듯 정형구가 말을 던졌지만 이 역시도 성태는 쉽사리 받아넘겼다.

 

 

 

 

 

“됐다.”

 

 

 

 

 

정형구는 짜증스럽게 자리 머리를 긁었다.

 

역시 나이를 생각하면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연륜이 느껴진다.

 

황당한 일이었다.

 

심지어 자기 연배에서 활약하고 있는 놈들이나 자기보다 더 나이 먹고 겔겔 거리는 늙은 괴물들이 연상될 정도라니.

 

 

 

 

 

‘나도 늙었나.’

 

 

 

 

 

자신의 감각이 헝클어 진 것 같다는데 큰 짜증을 느끼면서 정형구는 물러섰다.

 

그런 다음 그는 후보생들을 향해 외쳤다.

 

 

 

 

 

“최연우의 승리다! 이걸로 최연우 너는 이위라고 기입해 주도록 하지. 물론 특권은 없다.”

 

 

 

 

 

박수소리가 퍼졌다.

 

성태와 최연우의 대결은 제법 볼만한 구경거리기도 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호응은 컸다. 그 박수를 들으며 이위를 차지한 최연우는 여전히 지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다지 기뻐 보이진 않았다. 학생들은 명예는 얻었지만 실리는 줘야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저마다 지레짐작했다.

 

정형구가 퍼뜩 생각났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성남경을 바라봤다.

 

 

 

 

 

“아참, 성남경, 본의 아니게 최연우에게 밀리게 됐는데 원한다면 싸우게 해 줄 수 있다. 네게도 이위가 될 기회를 줘야지.”

 

“아니요. 괜찮습니다.”

 

 

 

 

 

성남경은 상큼하게 웃으며 사양했다.

 

삼위 안에 든 이상 별반 차석의 명예에는 관심이 없었다. 명예 자체로 따져도 큰 차이가 없고 실제 혜택 면에서도 아무 차이가 없다.

 

전액장학금이나 생활비 보조금, 기숙사 우선권 같은 건 십위권 안에만 들어도 공평하게 받을 수 있다.

 

 

 

 

 

정형구는 혀를 차며 그를 질책했다.

 

 

 

 

 

“흠, 패기 없는 놈.”

 

“아하하.”

 

 

 

 

 

성남경은 웃으며 받아넘길 뿐이었다.

 

정형구는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갔다.

 

 

 

 

 

“자, 그러면 끝났군. 다들 버스에 올라라.”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이 탔던 버스로 다시 돌아갔다. 성태가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이혜선은 끝까지 지켜보다 그의 모습이 지워지고 난 다음에야 안으로 들어갔다.

 

 

 

 

 

******

 

 

 

 

 

버스 안이었다.

 

성태는 희연과 같은 자리에 앉았다.

 

창밖의 폐허를 바라보다가 성태는 때때로 찌뿌둥한 듯 한 손으로 자기 어깨를 주물렀다. 희연이 얼른 나서서 대신 그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물었다.

 

 

 

 

 

“대결 하면서 맞은 거야?”

 

“그런 건 아니고... 뭐 별건 아냐.”

 

 

 

 

 

성태는 빙긋 웃으면서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던 희연의 손을 잡아 멈췄다. 오늘 시험 과정에서, 그리고 최연우와 싸우면서 약간 무리를 해 몸이 피로한 건 사실이었다. 특히 정형구의 눈을 속이느라 부담이 많이 됐다.

 

천재라 해봐야 이혜선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정형구나 신문석 클라스는 지금 수준의 성태로서는 제법 무리해야만 한다.

 

 

 

 

 

“그런데 굳이 눈에 띄게 그런 대결을 한 건 눈속임 하려고 한 거였어?”

 

“뭐 그렇지.”

 

 

 

 

 

풍경에서 희연에게로 시선을 돌리면서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처럼 성태가 이번에 최연우와 대결한 것은 일반의 의혹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

 

효과는 좋았다.

 

차석 강성태에 대해 의혹을 느끼던 이들이 최연우와의 대결에서 패배함으로써 그의 존재를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였다.

 

 

 

 

 

“다들 속는 눈치던데.”

 

“그러라고 한 거니까.”

 

“후훗, 그랬지.”

 

 

 

 

 

희연은 고개를 끄덕여 웃었다.

 

하지만 기쁘게 웃으면서도 희연 역시도 내심 궁금하긴 했다. 그는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그런 힘을 손에 넣었던 것일까?

 

던전에는 많은 비밀이 있고 위험의 크기만큼 기회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런 하급 던전에서 사람이 변할 정도의 힘을 손에 넣는 행운이란 걸 만나는 건 좀 믿어지지 않는다.

 

 

 

 

 

“참, 학교는 어쩔 거야?”

 

 

 

 

 

희연은 속내를 지우고 물었다.

 

수호대 기숙사에 즉시 들어갈지 아니면 입학식 날짜에 맞출지 묻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미리 마음을 정해둔 바가 있었다.

 

 

 

 

 

“뭐 짐이 있고 한 것도 아니니까 일단 빨리 기숙사 신청해서 배정 받으려고.”

 

“기숙사 선택은 심사숙고하는 게 좋아.”

 

 

 

 

 

희연은 충고했다.

 

 

 

 

 

“듣긴 했는데... 그러고 보니 그것도 파벌이 있다면서?”

 

“그렇지 뭐. 이 세계가 다 그런 것 아니겠어.”

 

 

 

 

 

희연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투로 답했다.

 

수호대는 나쁘게 말하면 미래 기득권의 산실이다. 자연히 그 미래를 걸고 여러 파벌이 형성되어 있고, 그 파벌은 기숙사와 동아리를 통해 구성되는 형태가 많았다.

 

때문에 어떤 기숙사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파벌에, 혹은 동아리에 들어가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인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는 사실까진 일단 성태도 알고 있지만 그 내부의 자세한 파벌 구조 같은 건 물론 모른다. 어차피 시시한 애들 싸움이다. 그들 가운데 몇몇 이리저리 조정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정도가 중요할 뿐이다.

 

희연에게 슬쩍 물었다.

 

 

 

 

 

“흠, 그러면 너는?”

 

“헤헤, 나는 네가 정하면.”

 

 

 

 

 

희연은 얼굴을 붉히면서 답했다.

 

그녀의 답은 같은 기숙사로 정하겠다는 뜻이었다.

 

수호대의 기숙사는 특별히 남녀를 가르지 않는다. 한 방에 두진 않지만 층별로 나누는 정도의 제약이고 서로 간 왕래도 활발하다. 성적으로 방탕해질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는다. 실은 어느 정도 조장한다. 헌터로서의 자질은 유전적인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호대 남녀의 정자와 난자는 상당한 가격으로 거래된다.

 

 

 

 

 

“그것도 괜찮지.”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희연은 자기 여자다. 같은 학굔데 멀리 떨어질 이유가 없었다.

 

 

 

 

 

“응!”

 

 

 

 

 

희연도 기뻐하면서 성태에게 몸을 기대왔다.

 

성태는 한 팔로 그녀의 어깨를 안으면서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창밖 폐허 풍경이 다시 눈 안에 들어왔다.

 

머지않은 세계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미래가 현실이 되면 지금 품안의 온기 또한 사라지고 말리라.

 

그런 꼴을 두고 볼 수야 없는 일이다.

 

 

 

 

 

‘흠... 슬슬 이차 시도를 해 봐야겠군.’

 

 

 

 

 

성태는 내심 그렇게 결론지었다.

 

앞으로는 주로 만나는 것들도 병아리에서 약간 더 성장한 것들은 될 테고, 또 무엇보다 정형구 같은 노계들을 많이 만나게 될 테니 서둘러 준비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

 

 

 

 

 

알파메일 25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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