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63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63화
63화 배신의 수확(1)
마기가 대기를 일그러뜨렸다.
아크 데몬의 힘이 공간을 지배했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러나 여기 모인 이들 가운데 약자는 없다. 모두 이 일본을 지배하는 권력의 중추에 들어선 자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반응한 것은 역시 아마츠키 일족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이 신성한 의식에 아크 데몬의 소환이라니!”
“당신들은 이걸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것…….”
가주인 아마츠키 료마를 필두로 가문의 중진들이 대결해서 삼신기의 현 주인들에게 따지고 들었다.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바틸라가 눈살을 찌푸렸다.
-흠.
바틸라의 손끝이 움직이자마자 아마츠키 일가가 있는 쪽의 공간이 마력과 마기가 뒤엉킨 혼돈으로 바뀌었다. 그 혼돈이 곧장 강력한 마법진을 형성하더니 그 일대를 현실과 분리하는 것처럼 선명한 격리 공간을 만들었다.
쩌정.
그 격리 공간 속에서 아마츠키 일족은 손도 쓰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하나하나 바닥에 주저앉았다. 가장 오래 버틴 것은 역시 아마츠키 료마. 그러나 그 역시 표정에서부터 이미 한계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할아버지! 아저씨!”
카에데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되어 그들을 불렀다.
믿기지 않았다.
그들이 비록 일본 최강은 아니라고 해도 헌터로서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가주인 아마츠키 료마라면 삼신기의 주인이라 해도 쉽게 볼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저런 정도의 격리 공간에 갇혔다고 이렇게 쉽게 제압당하다니?
바틸라가 아무리 강력한 아크 데몬이라고 해도 이건 이상하다!
“커, 큭…… 카에데…….”
-귀찮은 날벌레들이 지껄이는 걸 일일이 들어줄 필요는 없지.
바틸라는 여유롭게 코웃음 쳤다.
“말한 대로이다. 바틸라.”
“우리는 계약을 했을 뿐이지.”
“이제 그 계약을 수행할 때가 됐다. 단지 그뿐이다.”
삼신기의 세 주인 역시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태도와 모습에서는 서로 간에 익숙하다는 것이 여실히 읽혔다.
상황은 쉽게 추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이미 내통하고 있었고, 아마츠키 일족은 이 의식 전부터 축출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리 쉽게 아마츠키의 중신들이 제압당할 리 없다!
카에데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들을 불렀다.
“사부님들?”
짧은 그 말은 기실 긴 말이었다.
왜? 어떻게 이렇게 됐는가를 묻는.
삼신기의 주인은 카에데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셋의 대표로 세이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안심해라. 바뀐 것은 없다.”
“단지…… 이대로 네가 삼신기를 물려받는 데는 적지 않은 불안 요소가 있단다.”
“제게 불안 요소라니요? 저는 이제까지…….”
배신감과 슬픔, 분노에 극심한 혼란을 느끼면서 카에데는 더듬더듬 물었다.
그렇다. 그녀는 한 번도 그런 의심을 받을 만한 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일본의 핵심 중추를 지키는 귀족의 일원으로서 그 사명을 다하고, 제국의 번영을 위해 노력할 심산이었다.
그것은 그간의 노력으로도 충분히 증명될 수 있는 것이었으리라 카에데는 믿었다.
그런데…….
그런데!
세이콘은 고개를 저었다.
“네 노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재능 역시 마찬가지지.”
“그래서 우리는 너를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키웠다.”
세이콘을 시작으로 다른 두 삼신기의 주인 역시 말했다.
노력은 인정한다. 그러나 결락이 있다는 태도였다.
카에데로서는 그저 분해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는 거기에 답해 왔고요!”
천재. 신동. 기재.
카에데는 여러 가지 명칭으로 칭송받아왔다.
그리고 그 기대와 칭송에 답하기 위한 노력 역시 해 왔다. 결과라는 면에서도 부족함은 없었다. 그렇기에 지난번 한국에서도 별것 아닌 이혜선이란 계집아이 역시 손쉽게 물리치지 않았던가.
세이콘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그건 네 피가 더럽다는 거지.”
“제 피가…… 더럽다니요?”
카에데가 당혹한 표정이 됐다.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얼마 전 봤던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남자.
그가 했던 개소리가 하나하나 머릿속에서 다시 떠올랐다.
고동치듯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흠, 역시 몰랐던 모양이군.”
“하긴 아마츠키가 이 일에 관련해서 신분세탁을 해온 지는 오래됐다.”
“이백 년이나 지난 네가 이 일을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심장 박동이 더욱 커졌다.
카에데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세이콘이 그녀의 가슴에 못 질을 하듯이 강하게 말했다.
“카에데, 너는 자이니치다.”
“제가…… 자이니치.”
전신을 큰 망치로 후려 맞는 듯한 충격이 그녀를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마음 한구석은 놀라지 않고 있었다. 이미 이럴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지금 그가 한 이야기는 이미 들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 너 역시 놀란 모양이군.”
“그럴 리가 없습니다!”
허무한 반항을 하듯이 카에데는 울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삼신기의 세 주인은 혀를 차면서 아쉽게 말했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지는 않지.”
세이콘이 날카로운 눈이 되어 격리 공간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의 예리한 시선이 날아가 꽂힌 곳은 아마츠키 료마, 현 아마츠키 가문의 가주였다. 그는 거의 무너진 상태로 숨을 헐떡이면서도 겨우 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다.
“아마츠키가 실은 자이니치라는 것은 현재 일본의 상층부에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그래도 괜찮았다. 그들은 실제로 일본 경제에 큰 공로가 있었으니까.”
아마츠키 가문은 단순히 일본이라는 무대에서 치부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실제로 일본 경제에, 아니 일본 그 자체에 막대한 공이 있다.
“특히 열도라는 환경 때문에 블록화 이후로 외부와의 수출입이 극히 줄어들어 안정적인 식량 공급까지 우려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상황에서 아마츠키 가문의 공은 큰 것이었다. 우리는 그들에 대해 의혹을 가지면서도…… 받아들여야 했던 것인지.”
세이콘에 이어 츠쿠요미의 주인이 말했다.
아마츠키의 가장 직접적인 공로는 그들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성공적으로 일본 산업을 이끌어서 농업의 완전 자동화를 성공시켰다는 점에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 경작과 빌딩형 농장을 이용한 토지의 초고밀도 활용.
이걸 이용해서 식량 자급률이 대표적으로 위험 수준이라 평가받던 일본은 블록화에도 큰 패닉 없이 자급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몇 가지 귀해진 작물이나 과일 같은 게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일본은 블록화 이전과 비교해 식생활에 거의 불편함이 없는 희소한 국가 중 하나다. 일본이 얼마나 고립된 환경인가 생각하면 아마츠키의 공은 정말로 작지 않다.
그러나…….
“하지만 거기에도 정도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이 말했다.
카에데가 답답하게 되물었다.
“정도하라니요?”
“한마디로 말하면 아마츠키 가문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이미 그들의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하고 있을 정도다. 이것은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하지만 저희 가문은 일본을 위해 한 번도 해되는 일을-.”
억울하게 카에데는 외쳤다.
그녀의 말은 옳다.
아마츠키 가문의 성공은 딱히 일본에 해되는 과정을 통해 이룩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일본을 안정시켰고, 경제를 튼튼히 했다. 막대한 부채로 인해 휘청거리던 것이 이백 년 전의 일본이다.
블록화로 세계 경제의 교역량이 극도로 줄어든 지금에도 이 정도 위상을 유지하는 데 아마츠키 가문의 공이 적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마츠키 외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란다, 카에데.”
“너희 집안은 오직 너희 집안을 위해 일해 왔을 뿐이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너다.”
“제가요?”
카에데는 숨이 막힐 듯한 기분으로 되물었다.
세이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제가 왜!”
“물론 우리 개개인이 너에 대해 의심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래도록 너를 가르치며 너의 재지와 일본에 대한 충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었지.”
“그러나 아마츠키는, 그리고 너의 몸속에 잠들어 있는 자이니치의 피에 대해서는 그럴 수가 없다.”
카에데는 이를 악물었다.
자이니치.
일본에서 그것은 낙인이다.
지울 수 없는. 그리고 더러운.
그것이 지금도 자신의 혈관을 따라 흐르고 있다니, 카에데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비난해야 할까? 억울해해야 할까?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자이니치에 대해 저들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던 보통 일본인이었다.
“그런…….”
“그런, 이 아니다. 실제로 그는 그렇게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을 했지.”
“그렇지 않나? 아마츠키 가주.”
세이콘이 다시 료마를 노려봤다.
료마는 겨우 의식의 끈을 놓지 않은 상태로 이를 악물고서 항변했다.
“무슨, 헛소리를…….”
“후후, 뭘 모르는 척하는 건가? 저 아이에게 삼신기 모두를 물려주기 위해 온갖 공작을 벌여온 것이 다름 아닌 자네 아니었나?”
“으음…….”
료마는 할 말이 없었던 듯이 입을 다물고 말았다.
다시 당시를 회상하듯이 세이콘이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자이니치에게 삼신기 모두를, 이라……. 정말 어처구니없는 소리지.”
료마에게 초대되어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당시의 분노를 세이콘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더러운 자이니치가 일본의 핵심부에 앉아 떵떵거리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좋게 봐줄 생각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공도 많았으니까.
그러나…….
그러나 삼신기였다.
삼신기 전부를 먹겠다는 야심을 이들이 드러냈을 때, 세이콘은 결국 용서할 수 없게 됐다.
“무슨 말을……! 그것은 어디까지나 카에데에게 그럴 만한 자질이 있었기 때문인데…….”
료마는 항변했다.
삼신기의 세 주인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런 면이 있었던 것은 부정하지 않겠소.”
“하지만 아무리 그런 자질이 있다 해도 삼신기를 한 명의 소녀에게 모두 전승한다는 것은 너무나 비정상적인 일이지.”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당신이 얼마나 많은 짓을 벌여왔던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언제까지고 그런 전횡이 통할 거라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오.”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료마를 노려보며 말했다.
“큭…….”
지금 저들이 하는 말에는 료마도 항변할 수 없었다.
하기야 삼신기의 가치를 생각하면 아무리 카에데의 자질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걸 그녀에게 전부 계승시키겠답시고 료마가 설쳐댔던 것은 지나치게 방자하다.
그건 사실상 아마츠키 가문이 일본 전체를 먹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소리다.
알파메일 63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