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6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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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61화
61화 일본의 음모(1)
혼다 세이콘은 문을 열었다.
방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만한 뜨거운 공기가 화악 뿜어져 나왔다. 혼다 세이콘은 불쾌한 표정을 짓고 안으로 들어갔다.
샤워실의 물소리가 들렸다.
안은 아주 넓은 방이었고 거대한 침상이 있었다.
그 침상 위에는 정신이 몽롱해 보이는 예쁘장한 소녀 여럿이 나신이 되어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다.
나이대는 많아도 18세가 됐을까 싶었다. 모두 눈빛이 심상치 않은 것이 술보다도 훨씬 강한 것, 아마 마약 같은 걸 주사 받은 게 아닌가 싶었다.
곧 샤워실에서 남자가 나왔다.
“오셨습니까.”
수건을 두르고 나온 남자는 야마모토 호지로였다.
그를 보고 세이콘을 혀를 찼다.
“화려하게 저질렀군.”
“하하, 이국에까지 오는 보람이 뭐 있겠습니까. 이런 거라도 있어야지요.”
그는 웃으면서 소파에 앉았다.
“그 보람이라면 이런 짓을 할 필요 없이 충분히 챙긴 게 아닌가 싶은데.”
콜걸을 불러다 즐긴 거라면 별로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호지로는 특별한 성벽을 지니고 있어서 여자를 살 수가 없다. 정확히는 매우 어렵다.
그는 처녀에 집착한다. 처녀인데다 미인이기까지 해야 하니 희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다소 더러운 방법으로 여자아이들을 샀다.
그래도 본국에서는 자칫 밝혀지면 여러모로 피곤해지기 때문에 자제하는 편이지만 해외에서야 그럴 걱정이 적다.
덕분에 한껏 여자아이들을 속여 데리고 놀았다. 호지로는 돈이 많고 미남이기 때문에 어린 소녀들이 쉽게 경계심을 풀어버리게 된다.
그는 자신의 방에 남아 있던 술을 세이콘에게 권하며 말했다.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죠. 여긴 우리의 땅이 될 테니까요. 승자가 패자의 여자를 약탈하는 건 당연한 권리지요.”
“흠, 뭐 그것이 자네 생각이라면 반대하진 않겠네. 유라시아로 진출하기 위해 한국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하니…….”
세이콘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냥 넘어갔다.
어차피 일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그가 뭘 하든지 상관없다.
호지로의 신분과 실력은 다소간의 방탕함 정도는 눈감아 줘도 좋을 정도이기도 하다.
자신의 술잔을 비운 다음 호지로는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성공했다고 연락이 들어왔네.”
세이콘의 답을 듣고 호지로는 빙긋 웃었다.
호지로를 정말 잘 아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그의 진짜 미소였다. 잔인하고 잔학한.
“잘됐군요.”
“그래. 돌아가면 정식 계승식이 시작되는 거지.”
세이콘도 고개를 끄덕였다.
긴 시간이었다.
아마츠키 가문은 강하고 치밀했기 때문이다. 카에데의 존재는 자칫 그들의 영구집권화를 가능케 할 뻔했으나 다행히 이번 교류회를 핑계로 적절한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그야말로 하늘이 일본을 도운 것이다.
“후후후후.”
둘은 함께 웃으면서 술잔을 나눴다.
적당히 술을 마신 다음 호지로는 그에게 쓰러져 있는 여자아이를 권했다. 세이콘은 거절하지 않고서 옷을 벗었다.
******
수호대 기숙사의 소강당 중 하나였다.
여럿 있는 수호대의 소강당은 각 기숙사의 전용 강당 비슷하게도 사용된다.
그 소강당은 제 4, 5 기숙사의 소강당으로 쓰이는 곳이었다.
내부는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허억…… 허억…….”
“크윽…….”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두 손가락으로 엎드려뻗쳐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학생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그 얼굴과 가슴에서 떨어져 내린 땀이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이곳이 수호대란 걸 생각하면 놀라운 광경이다.
서커스 같은 기합이라 해도 이곳 학생들을 괴롭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마나를 쓰지 못하게 했다 해도 이런 꼴로 여러 시간 버티게 했을 것임은 뻔했다.
“선배들 보면 니들 다 죽는다! 이 정도를 못 버텨!”
그리고 그들을 둘러보면서 큰 목소리로 호령하는 학생이 하나 있었다.
최연우이었다.
그가 바로 현재 제2 기숙사 파벌의 1학년 대표였다. 그는 지금 선배들에게 명령을 받아 자기 또래들을 철저하게 굴리고 있었다.
이유는 이번 교류회에서 진 것 때문이었다. 다들 제대로 훈련을 안 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굳이 따지자면 이혜선만 겨우 이겼으니 책망당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선배들 체면이 철저하게 박살 난 형편이니 이렇게 기합으로 그걸 바로 잡아보겠다는 시도였다.
갑자기 최연우가 눈짓했다.
그러자 그의 심부름을 하는 학생들 몇몇이 밖으로 나갔다가 무언가를 들고 들어왔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사용하는 무거운 원반 링이었다. 최연우는 그것들을 각자의 등에다가 50kg씩 얹었다.
드디어 버티지 못하고 무릎 꿇는 학생이 나왔다.
박수천이었다.
본래 무투파라기보다 위저드인 그로서는 이런 육체적인 기합은 매우 감당하기 힘들었다. 최연우가 그 앞에 서서는 버럭 소리 질렀다.
“일어나!”
“조, 조금만…….”
헐떡대면서 박수천이 쉬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최연우는 코웃음 쳤다.
“조금만은 무슨! 원숭이 새끼들한테 그렇게 처절하게 깨지고 그런 말이 입 밖으로 나오냐!”
“미, 미안…….”
“미안한 줄 알면 일어나!”
“그, 그래도 이건…….”
박수천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동정을 갈구했다.
물론 최연우는 무시했다.
“박수천, 많이 컸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덜덜 떨면서 박수천은 말을 더듬었다.
오래된 악몽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났다.
예전부터 쭉 이랬다.
자기는 잘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도 그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았고, 다들 자기를 괴롭히려 들거나 무시하고 피했다.
이유는 알고 있다. 다들 자기를 보기만 해도 재수 없어 하고 기분 나빠 했다. 왜 그런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경험이 반복되면서 박수천은 그것을 스스로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자신감 없는 태도가 일상이 되고 말았다.
수호대에 오면 그런 상황도 좀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수호대라는 간판이 수호대 밖에서는 조금 도움이 될지 몰라도 수호대 내부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 지금 겪고 있는 것처럼 이전과 마찬가지의 꼴이 반복될 뿐이었다.
최연우는 당황하며 쩔쩔매는 박수천을 가학스럽게 노려보면서 외쳤다.
“이제부터 박수천 니가 하나 실수할 때 마다 우리 기숙사는 전부 연대 책임이다! 알겠냐?”
“으…….”
강당에 있는 학생들의 시선이 전부 그에게로 모였다.
부담감에 박수천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떨었다.
최연우는 웃으면서 그에게 외쳤다.
“일어나! 열 개 성공하면 끝내고, 아니면 10kg 추가해서 다시 시작한다!”
“크윽!”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박수천은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지쳐서 쓰러졌던 몸이다.
등에 무거운 짐까지 짊어지고 가능할 리가 없다.
겨우 4개까지 해내고서 그는 쓰러지고 말았다.
최연우는 그를 비웃으며 외쳤다.
“근성 없는 새끼! 그걸 못해! 전부 다 같이 처음부터 다 같이 무게 추가해서 시작이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졌고 박수천을 비난하는 이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지쳐서인지 식은땀인지 모를 땀을 흘리면서 박수천은 최연우에게 애원했다.
“시, 시키려면 나만…….”
“닥쳐 이 새끼야!”
최연우는 박수천의 애원을 떨쳐냈다.
그리고 강당은 지친 일학년들의 구령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박수천은 덜덜 떨면서 동기들의 원망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 그 지시에 맞춰 팔다리를 노렸다.
너무 힘들고 부담스러워서 현실인지 꿈인지 잘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구토감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러다 강당 입구 쪽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뭐야?”
놀란 시선들이 전부 그쪽에 모였다.
한 학생이 거기 서 있었다.
1-5번 기숙사 가운데 어디서도 속하지 않는 학생이기도 했다.
“성태?”
최연우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그 학생의 이름을 불렀다.
김성태였다.
김성태는 강당 꼴을 우습다는 듯이 한차례 쭉 둘러보고는 안으로 들어섰고, 최연우에게 접근하면서 말했다.
“동기들 데리고 너 뭐하냐?”
“이건 선배들이…….”
최연우가 더듬거렸다.
그는 성태와 직접 싸워 본 적이 있는 유일한 입장이다. 성태의 진짜 실력을 알다 보니 두려움에 몸이 굳고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성태는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
“자기들 실력 모자라서 깨진 걸 후배들한테 화풀이하는 거라고? 어딜 가나 다들 비슷하군.”
“너 함부로…….”
최연우를 돕던 학생 하나가 나서면서 그 말을 제지하려 했다.
성태가 손을 들어 그를 막아섰다.
그 학생은 흠칫 멈췄다. 성태가 노려보는데 두려움을 느껴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성태는 손사래를 치며 최연우를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됐고, 그보다 너 남 얘기 할 상황이 아닌데? 이건 선배들이 시켰다 치고, 지금 하고 있는 건 니가 하는 거 아냐? 게다가 저기 저 녀석은 아예 대놓고 괴롭히는 것 같던데. 아니냐?”
“그건…….”
최연우는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적당히 해라.”
성태는 그 말을 던지고는 헐떡대며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박수천에게 다가갔다. 그는 너무 지쳐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갑자기 자기 앞에 사람이 서자 또 뭔가 잘못을 했나 두려워하며 고개를 들었다.
한데 그 사람, 즉 성태는 손을 내밀었다.
“으, 응?”
“잡아.”
어리둥절해하는 박수천에게 성태는 친근하게 권했고, 박수천은 당황하면서 그 손을 잡았다. 성태는 휘청이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박수천을 데리고 강당에서 빠져나갔다.
******
강당에서 다소 떨어진 정원의 한 나무 그늘에서 성태와 수천은 이야기를 나눴다.
“고, 고마워…….”
“고맙긴. 이런 건 도와야지.”
고마워하는 박수천에게 성태는 피식 웃으면서 사양했다.
“…….”
그런 다음에 주뼛대면서 박수천은 성태의 눈치만 살필 뿐 아무 말도 못 했다. 성태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무척 고맙다는 감정과 혹시 성태도 자신을 괴롭히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성태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야, 항상 그 꼴이야?”
“실은 그래…… 여기서 뿐만이 아니라 예전 학교 다닐 때도…….”
화들짝 놀라면서 박수천은 솔직하게 말했다.
성태는 실력이 좋고 성격이 괜찮다고 동기들 사이에 평판이 좋은 편이었다. 쓸데없는 허세를 부리기보다 솔직히 사정을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성태는 사정을 알면서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특이하네. 보통 여기 올 정도로 실력 있으면 떵떵거리며 학창생활 보내지 않나?”
“그렇다고는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어.”
박수천은 울적하게 말했다.
박수천이 학창생활 괴롭힘을 당해오면서 삐뚤어지지 않은 것은 그의 헌터로서의 재능이 대단해서 아무도 깔보기 어려웠다는 것뿐이었다.
알파메일 6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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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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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