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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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60화
60화 수수께끼의 만남(4)
인터넷 포털 사업에서 통신회사, 통신회사에서, 대형 유통 회사, 대형 유통 회사에서 게임회사, 게임회사에서 인공지능 회사와 반도체 회사.
도무지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업들이 종국에 이르러 하나로 수렴되는 그 수완은 신기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
그런 존재였기 때문에 그는 일본인으로서는 드물게 세계 5대 부호 가운데 하나가 됐고, 그의 기업은 자산가치로 10대 기업 집단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그 후손들이 자신들이 철석같이 순혈의 일본인이라 믿고, 화족이 됐고, 일본 경제와 군사, 치안을 담당하는 핵심이 되어 심지어 삼신기를 이어받아 수호신 노릇을 하기에 이르렀지.”
“누, 누가 그런 허언을…….”
카에데는 강하게 부정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지금 그녀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성태는 씨익 웃었다.
“좀 더 들어봐, 여기서부터가 더 중요하니까.”
성태의 이야기가 진실일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그의 이야기에 끌려들어간 카에데는 침을 꼴깍 삼키고 그가 하는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어떤 비밀도 완전히 지켜질 수는 없는 법. 설령 그것이 일본의 지배자나 다름없는 아마츠키 가문에 관련된 것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그 비밀을 알게 된 이들은 대놓고 그걸 밝히진 못했지만 은밀히, 그리고 오래도록 아마츠키 가문에 대한 음모를 꾸미게 되는 거야.”
카에데는 소름이 돋았다.
성태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예측이 갔던 것이다!
그런 카에데의 심정을 읽은 듯이 성태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당연하지 않겠어? 자이니치 따위가 야마토의 정점에 서서 수호신이자 지배자가 된다는 것을 그들은 용납할 수 없는 거야.”
“그럴 리가…….”
카에데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럴 리가 없다.
그러나 정말로 지금 성태가 말한 것처럼 아마츠키의 기원이 실은 자이니치였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삼신기의 후계자이자 아마츠키의 후계자.
이 둘을 겸직하는 한 사람이 재일이라는 것은 일본의 최상부로서도 상당히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이 제거하려는 자이니치는 너무 강하고 또한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결코 그 작업은 쉽지 않지. 그러니 그들의 음모는 장대하고 비열한 것이 될 수밖에 없었지.”
“닥쳐!”
카에데는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성태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그에게 돌격해 들어갔다. 그녀는 이전보다 더욱 거칠게 성태를 공격해 들어갔다.
분노한 그녀의 마음에 반응한 마나가 수호자의 자격에 맞추어 익힌 그녀의 운용식에 맞춰 미쳐 날뛰면서 그 살의를 표현했다.
“개소리 작작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공간이 흔들렸다.
발을 걷어찰 때마다 콘크리트가 박살 났다.
스치듯 후려친 수영장의 물이 폭탄을 맞은 듯이 물기둥이 솟았다.
“그따위 말을 어떻게 믿지!”
쏴아아.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헤치면서 성태를 계속 공격하면서 카에데는 성태에게 화냈다. 여유롭게 그녀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던 성태가 갑자기 움직이는 방향을 바꿨다.
이어 카에데의 품으로 파고 들어가 그녀의 멱살을 쥐었고 그대로 그녀를 이끌고 벽에 처박아 버리면서 사지를 속박했다.
“큿…….”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카에데를 노려보면서 빙긋 웃으며 말했다.
“믿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러면 너는 모든 것을 잃게 되겠지.”
카에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카에데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즐겁게 확인하면서 성태는 자신의 작업이 일단 말미에 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느꼈다.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다.
성태는 천천히 카에데의 구속을 풀어내며 말했다.
“하지만 나도 그런 건 별로 바라지 않는군. 네 집안을 대신해 일본을 지배하려는 종자들은 상당히 짜증나는 놈들이거든. 한 마디로 변태 같지. 그에 비하면 너희 집안은 신사적이고 말이 잘 통한다고 봐도 좋을 정도야.”
카에데는 저릿한 손발을 마사지하며 이 알 수 없는 남자를 바라봤다.
허황되고 말도 안 되는 남자지만, 묘하게도 그의 말을 마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서는 그런 마력이라 할지, 매력이라 해야 할지 모를 게 느껴졌다.
“아마츠키 카에데.”
주문에 걸린 것처럼 자세를 바로하면서 카에데는 성태를 바라봤다.
“네게 주문을 한 가지 알려주지. 이것이 모든 것을 구할 거라곤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틀림없이 너를 위기에서 구해 줄 거야.”
성태는 카에데에게 다가가서 품에서 usb 하나를 꺼내서 건넸다. 카에데는 저항 없이 그걸 받았다.
“그리고 그것이 너를 구하고 난 다음 나를 믿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거기 나와 있는 곳으로 찾아와서 나를 찾도록 해. 그때는 너를 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직접 움직여 주지.”
그리고 성태는 등 돌려 그 장소에서 떠나려 했다.
카에데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그를 불러 세웠다.
“기다려!”
“왜 그러지?”
“뭘 원해서 이런 황당한 연극을 하는 거지?”
성태는 웃었다.
“먼저, 네가 오만하긴 해도 성격이 꼭 나쁘진 않다는 점 때문일까. 적어도 너를 제거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녀석들에 비하면야 천사라는 말도 어울릴 정도지.”
카에데가 놀라며 주춤 물러섰다.
나쁜 기분은 아니었던지 그녀의 얼굴은 붉어진 채였다.
하지만 지금 성태가 한 말은 성태의 진심이기도 하다. 카에데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아 결코 좋은 성품이라 할 수 없지만 그녀를 꼭두각시로 만들고 일본의 권력을 쥐게 될 자들은 악마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들은 심지어 자기들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데몬 프린스와 손잡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정도다!
“흥! 흰소리를……!”
“그리고 두 번째는…….”
성태는 약간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입도 험하고 성격도 다소 문제는 있지만 그런 것까지 포함해도 매력적인 여자라는 점 때문이겠지.”
“뭐?”
그렇지 않아도 살짝 붉었던 카에데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성태는 여유롭게 웃으며 그녀를 놀렸다.
“후후, 마음에 든 여자를 도와주고 싶은 건 남자의 본능 같은 거 아니겠어?”
“흥, 그런 웃기는 소리 하는 놈은 얼마든지 봐 왔어. 게다가 자기 얼굴도 드러내지 않는 놈의 말을 어떻게…….”
카에데는 얼른 당혹감을 지우고 성태에게 반론했다.
사실 그녀는 지위도 용모도 최상급이기 때문에 호의를 고백해 오는 남자 따위야 빗자루로 쓸어다 버릴 정도로 많았다.
지금 얼굴이 붉어진 것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데서 들어서 놀란 탓이 더 크다.
게다가 성태는 얼굴도 드러내지 않은 상태다.
그런 자를 어떻게 신뢰한단 말인가.
성태는 카에데의 심경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알고 있어. 하지만 믿어봐야 손해날 건 없지 않겠어? 내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건 단지 지금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서 네 신뢰를 얻는 데 별 도움은 안 될 거라 여기기 때문일 뿐이지.”
카에데는 말없이 성태를 바라봤다.
하기야 그의 말이 담은 충격을 생각하자면 그가 얼굴을 드러냈는가 아닌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를 증명하는 건 내 행동이지 용모가 아니잖아?”
“흠…….”
카에데가 성태의 말에 미심쩍어 하면서도 약간 납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사이 성태는 이제 일단 지금 단계에서 카에데와 나눠야 할 이야기는 전부 끝났다고 판단하고 몸을 돌렸다.
“자, 그러면 나는 물러가지. 다시 보게 될 때를 기다리겠어.”
그는 가볍게 몸을 날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발 늦게야 호텔 직원들이 황급하게 올라와서 상황을 살폈다. 당황하는 그들을 완전히 무시한 카에데는 찌푸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가 자이니치라고?”
그 말을 생각하면 다시금 마음 한구석이 칼로 찔린 것처럼 아프다.
믿을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웃기는 소리……!”
결국 코웃음 치면서 카에데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이어 그녀는 품에서 방금 받았던 usb를 꺼내 던지려는 자세를 취했다. 사소한 관련성도 모조리 제거해 둬야 쓸데없는 심마에 시달리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던지려던 그녀는 결국 던지지 못하고 말았다.
마냥 아니라고 하기엔 상대의 당당한 태도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그의 제안은 해가 될 것이 없는 것이니까.
*******
혜선은 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수호대의 이사장실이었다.
넓고 고급스러운 이사장실에는 지금 한 사람이 있었다. 조촐하게 술상을 차려 놓고 독작하고 있는 그 남자에게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위세가 느껴졌다.
혜선은 자신의 아버지인 그 남자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고서야 긴장은 조금 완화됐고, 혜선은 이석훈에게 건조하게 인사했다.
“부르셨나요.”
“이리 와 앉아라.”
이석훈은 자신의 맞은편 자리에 손짓하며 혜선을 불렀다.
“…….”
혜선은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았다.
이석훈은 그녀에게 잔을 권했다. 이혜선은 이석훈이 권하는 잔을 받았다. 술을 따르며 이석훈은 그녀를 칭찬했다.
“오늘 대결은 훌륭했다.”
“감사합니다.”
살짝 놀라면서 이혜선은 이석훈이 권한 술을 마셨다.
타들어가는 듯한 맛이다.
술을 즐기지 않는 혜선으로서는 역시 이런 걸 왜 다들 좋아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가 술잔을 비우자 이석훈은 물었다.
“어떻게 해낸 거지?”
“운 좋았습니다.”
담담하게 답했다.
반은 정답, 반은 거짓말이기도 했다.
이석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라. 하긴 운이야 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지. 많은 것들이 그러했지. 나도, 너도, 그리고 네 오빠도.”
“…….”
이혜선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운.
운의 고상한 다른 말은 운명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휘말려 그녀 자신이, 아버지가, 그리고 오빠가 어떻게 됐던가를 생각하면 운명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단 말은 쉽게 흘려버릴 수 없는 것이다.
운명이야말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
갑자기 이석훈이 던지듯이 물었다.
“오빠에게서 자유로워졌느냐?”
“……자신하진 못합니다.”
흠칫 놀란 표정이 됐던 이혜선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답했다.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러냐. 가 봐라.”
“네. 편안한 밤 되시길.”
이혜선은 기품 있게 이혜선에게 인사하고 물러갔다.
이석훈은 혼자가 된 다음 자기 잔을 채웠고 털어 넣듯이 그 술을 마셨다. 이어 그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아쉽게 중얼거렸다.
“그렇군. 아주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야. 기껏해야 자신을 속박하던 그림자를 다른 그림자로 지운 정도인가.”
이혜선에 대한 그의 평가였다.
오늘 그녀가 보여준 모습이 놀라워서 확인 차 물었던 것인데 기대에 비하면 못 미쳤다. 하지만 그 그림자에 묶여 정체해 있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비한다면야 크나큰 발전이다.
“하지만 그것만 해도 다행이지. 본래 배운다는 건 그런 그림자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마련이니…….”
이석훈은 그리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잘된 일이다.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버릴 수밖에 없는 것. 아무리 이석훈이 차가운 자라 해도 딸에 대해서까지 그러고 싶진 않은 것이 진심이다.
이석훈의 표정이 이어서 묘하게 변했다.
‘한데 그 그림자를 제공해 준 자는 그렇다면 누구지?’
그것을 알 수 없었다.
이석훈이 보기에 이혜선이 대결에서 보여준 움직임에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있었고, 그것은 뭐라 형용하기 힘든 것이었다. 어설픈 아이의 손짓 같기도, 이석훈 본인조차 가늠하기 힘든 거인의 손길 같기도 했으니까.
알파메일 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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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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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