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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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58화
58화 수수께끼의 만남(2)
“그런 꼴을 보이면서 한국의 상위에 있는 헌터라니, 이래서야 이 나라의 미래도 뻔한 게 아닌가. 일본 측에서 우리를 깔본다고 해도 어떻게 변명할 수 있을까.”
혀를 차면서 이석훈이 헌터들에게 잔소리를 했다.
다들 얼굴이 붉어진 채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 꼴을 보고 있던 정형구 일행도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와, 폭풍처럼 몰아치는군요.”
“내가 보기엔 처음부터 노린 것 같군.”
정형구의 말에 신민석과 장진호가 함께 흥미의 기색을 보였다.
“처음부터 말입니까?”
“그래.”
“음, 말씀하시는 거 들어보니 좀 이상한 점이…….”
정형구의 말이 단서가 된 듯 신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진호도 눈치채고서 말했다.
“가주는 이번 싸움의 승패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지.”
“어쩌면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그래.”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석훈이 이 싸움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을 거라고는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기실 이것은 정형구 역시 예측하고 있던 것이다.
카에데의 실력이 이 정도로 압도적일 것은 역시 예측할 수 없었지만.
“그의 정보력과 역량이라면 아마츠키 카에데의 실력을 간파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그러면 굳이 왜……?”
신민석이 의아하게 물었다.
질 걸 아는 싸움을 대대적으로 세상에 광고하면서 추진한다니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그 패배의 수치를 가장 크게 껴안는 것은 다른 누가 아닌 자신의 딸인데.
“이유는 여럿이지만…… 지금 보여준 것처럼 우물 안 개구리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던 게 큰 것 같군.”
“하긴. 가주는 블록화를 어떻게든 탈피해야 한다는 쪽이지요.”
“비용을 문제시해서 반대하는 세력이 많으니 충격요법이란 거군요.”
둘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블록화를 깨는 데는 돈이 든다.
주요한 무역로를 확보하고 이것을 지켜야 하는데 여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본은 옆 나라라 해 볼만 하지만 중국만 해도 과연 그 유통로를 뚫고 교류를 해서 얻게 되는 이득이 길의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보다 적을까 회의적인 이들이 있을 정도다.
한국은 도시화가 매우 잘되어 있고 땅도 좁아서 낫지만 중국쯤 되면 외지에 야생동물보다 몬스터가 많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니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그런 이들에게 세상의 넓음을 깨닫게 해 주는 방법으로 치욕을 택했다고 하면 그것도 크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석훈 같은 입장에서는 싼값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있습니까?”
“흠, 이건 어쩌면 내 억측이지만 이혜선을 노린 것일지도 모르겠군.”
신민석, 장진호 두 사람 모두 뜨악한 표정이 됐다.
“이혜선을 말입니까?”
“그래. 그녀가 지금 상태를 벗어나도록 충격을 주기 위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형구가 말했다.
신민석과 장진호가 입을 다물고 잠시 그의 말을 생각했다.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성공한 걸로 보이긴 합니다만…….”
장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압도적으로 수세에 몰렸다 싶었던 이혜선의 역전은 놀라웠다.
게다가 그 역전에서는 그녀가 이제까지 넘어서지 못하던 벽을 깨어 부순 흔적이 보였다. 찬탄이 절로 나올 만큼의 성장이었다.
헌터 인생이란 게 하루 이틀에 결정 나는 게 아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치욕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야 마찬가지로 싼값이다.
그러나 신민석은 조금 부정적이었다.
“너무 위험한 방법 아닙니까. 실패하면 어쩌려고.”
사자는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린다는 말처럼 부모가 자식을 성장시키기 위해 시련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떨까?
인간은 그리 강한 생물이 아니다.
육체보다 오히려 마음이 더욱 그러할지도 모른다. 이혜선처럼 이미 마음의 상처와 짐을 껴안고 있는 입장에서 처절한 패배는 틀을 깨는 기회이기보다 오히려 틀을 더욱 강화하는 위기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정말로 이혜선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각이 있겠지.”
“생각이 있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신민석은 고개를 저었다.
어떤 생각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딸을 대상으로 너무 위험한 짓을 했다는 생각을 그는 지울 수가 없었다.
“…….”
그런 사정은 정형구도 물론 알고 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이석훈 쪽을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여러 헌터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시니컬하게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정형구도 그것은 알 수 없었다.
장진호가 그때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혜선이가 성공한 거 말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거기서 아무래도 그놈 냄새가 좀 나지 않습니까?”
“그놈?”
“누군지 알겠군.”
신민석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정형구는 단번에 이해했다.
그도 밀리기만 하다가 이혜선이 역전하기 시작했을 때의 모습에서 크게 놀랐는데, 그건 역전을 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도 ‘그 놈’의 냄새가 이혜선에게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형구는 하지만 큰일은 아니라 여겼다.
“실제로 몇 차례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지. 하지만 그 이상을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음, 그렇겠죠.”
장진호도 그 점에는 동감이었다.
원래 강자가 되는 탈각이란 사소한 계기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누구는 화장실에서 똥 누다가도 헌터로서 초일류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마저 있을 정도다.
그런 것에 비하면 성태는 확실하게 혜선에게 탈각의 계기를 제공했다. 트레이서로서 그녀가 사용하는 초식을 베껴 사용하면서도 그 오류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그걸 이혜선이 단순히 자존심에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참고했다면야 얼마든지 성태에게 영향을 받은 형태로 탈각을 이룰 수 있다.
다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정형구는 그 가능성을 곰곰이 생각했다.
홀로 생각에 잠긴 정형구를 가만히 기다리던 장진호는 그게 너무 길어지자 살짝 그의 어깨를 치며 불렀다.
“선배?”
“아니, 술이나 하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이 정형구가 고개를 들며 현실로 돌아왔다.
후배들에게 이야기는 하지 못했지만 정형구가 생각한 다른 가능성이란 간단했다.
그것은 바로 성태가 이혜선이 스스로 족쇄를 깨부술 수 있도록 힌트를 지속적으로 주어 온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스승이 제자의 성장을 위해 힌트를 제공하고 그 노력을 지켜보듯이.
‘만일 그런 게 가능하다면 그놈은 사실상 이 일을 처음부터 계획하다시피 한 거란 말인데……’
정형구는 스스로의 생각이 너무 말이 되지 않는다 싶어 결국 어처구니없음에 피식 웃으면서 술잔을 비웠다.
‘그게 가능하면 그 역량을 우리를 넘어서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그런 게 정말 가능하다면 그 역량은 정형구를 넘어서 있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세상에 대단한 천재가 있고 던전에 대단한 기연과 보물이 있다고 해도 불가능한 이야기다.
*******
리셉션을 즐기고 있는 것은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호대 측은 역시 패배 덕분에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이혜선이 그나마 분전으로 호지로를 패퇴 직전까지 몰아넣지 않았다면 가라앉다 못해 다들 땅을 파고 있었을 것이다.
조용히 자기들끼리 모여 조용히 리셉션을 즐겼다. 주로 기숙사별로 모였지만 특이하게 성남경은 6 기숙사 쪽에 가서 리셉션을 즐기고 있었다.
성태 파티에 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들이 조용히 파티를 즐기는데 한 사람이 문득 끼어들었다.
“성태는?”
혜선이었다.
모두들 상당히 놀란 표정이 됐다.
그녀가 성태를 찾아올 일이 있으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탓이다. 모두 약간 당황하는 가운데 희연이 먼저 나서서 답했다.
“아, 볼일이 있다고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그래…….”
혜선이 몸을 돌려 사라지려 하자 성남경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이야기를 할 게 있어서. 하지만 없다니 별수 없지. 다음 기회에 이야기 하는 수밖에. 그럼 나는 가볼게.”
우뚝 멈춘 혜선이 간결하게 답하고는 올 때 그랬던 것처럼 떠나갔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의 등 뒤에 모였다.
아이돌 급의, 아니 그 이상의 인기를 가진 아가씨이다 보니 일거수일투족이 이런 시선을 모으게 되는 건 별수 없었다.
그녀가 사람들 틈 사이로 섞여 모습이 사라지자 성남경이 웃으면서 희연에게 말을 걸었다.
“흠, 무슨 이야기일까. 신경 쓰이지 않아?”
“벼, 별로!”
희연은 고개를 획 돌리며 아닌 척했다. 성남경을 비롯한 남성진들은 그녀의 그런 모습에 귀엽다고 생각했고, 이런 아가씨를 놔두고 자리를 비운 성태 녀석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의아하게 여겼다.
********
카에데는 리셉션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호텔방에 처박혀서 끙끙대고 있었다.
이유는 물론 혜선에게 패배한 것이었다.
“으, 분해! 분해분해!!”
침대에 몸을 묻은 채 카에데는 몸을 바동거렸다.
지금 생각해도 분해서 전신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다 이긴 것과 다름없는 싸움이었는데 후반에 하필이면 역전이라니.
“그런 볼품없는 꼴로 지다니……!”
어떻게 졌던가를 회상하면 저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힐 지경이었다. 한데 분노에 입술을 잘근거리던 카에데의 표정이 갑자기 확 변해서 울적한 슬픔만을 드러냈다.
“할아버지, 실망하시겠지…….”
스스로의 자존심 때문에 진 것이 분한 것도 물론 크다.
일본 대표로서 하찮은 춍들을 완패시키지 못했다는 것도 물론 창피한 일이었다. 그러나 카에데의 입장에서 가장 이 패배가 분한 이유는 그녀의 할아버지 때문이라는 점이 컸다.
그녀의 할아버지 현 아마츠키 가의 가주인 아마츠키 료마는 카에데를 무척이나 아꼈고, 그런 만큼 카에데 역시 료마의 사랑에 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이제까지 카에데가 힘내면서 노력해온 동력의 절반 정도는 할아버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하아…….”
그 할아버지를 실망시킬지도 모르는 결과라는 게 카에데를 우울하게 했다.
객관적으로 봐서는 넷을 격파하고 마지막 하나도 거의 다 이긴 걸 아쉽게 졌을 뿐이다. 완성이라 봐도 좋을 정도의 성적이다. 세간은 카에데의 실력에 경악했다.
하지만 주변의 높은 평가만을 받았고, 그 평가에 맞춰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던 카에데로서는 이런 결과에 역시 만족하기 어려웠다.
‘기분 전환이라도 해야겠어.’
도무지 울적한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결국 카에데는 방을 나섰다.
그녀는 자신이 묶고 있는 호텔의 상층부 바에 갔다. 최상류층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는 바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고급스러웠다.
그곳의 바 앞 빈 의자에 앉아 주문했다.
“아무거나 추천하는 걸로 한 잔.”
일본어로 주문했지만 영업 상대가 상대인 만큼 바텐더 쪽도 간단한 외국어 몇 가지 정도는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곧장 칵테일을 만들어 카에데에게 제공했다.
카에데가 울적한 마음을 달랠 겸 칵테일을 홀짝이고 있자니 옆에 한 남자가 앉았다.
알파메일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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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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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