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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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54화
54화 친선대결(2)
일본 특유의 특이함이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쿠슈인에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든 학부가 마련되어 있어서 그곳에 입학한 학생은 사실상 졸업할 때까지 세상과 격리되게 된다.
물론 가쿠슈인이라도 헌터는 다르다. 그들은 수호대가 그런 것처럼 사실상 분리된 분과고 그래서 특별히 세상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카에데는 경우가 좀 특이한데 그녀는 진짜 어마어마한 명문가의 자손이면서 천재였다.
그래서 그녀의 천재성은 강력한 헌터들 사이에서만 아직 주목을 끌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마 카에데에게는 이번 싸움이 일종의 데뷔전이 될 것이다.
희연이 성태에게 물었다.
“너는 알아?”
“아 뭐 어쩌다 보니…….”
성태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걸 알았지만 이제 와서 모르는 척하기도 어려워서 순순히 이정했다.
“어떤 애래?”
“이름만 듣기엔 여자애 같은데…….”
“일본어 잘 모르지만 어감을 보니까 그런 것 같아. 뭐 일본도 만만한 나라는 아니니까 거기서 대표 중 하나로 뽑힐 정도면 센 건 확실하겠지?”
“이혜선 급이래.”
성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격렬한 반발이 튀어나왔다.
“그럴 리가!”
“응. 어디서 들은 건진 몰라도 그건 무리라고 생각해!”
다른 누가 아니다.
이혜선이다!
한국의 헌터생도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혜선의 이름에 어중이떠중이를 붙여 비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성태도 굳이 이런 걸로 입씨름 해 봐야 득이 없으니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다른 놈들은 어떨까?”
“뭐 그건 보면 알겠지.”
성남경이 흥미의 기색을 보이며 화제를 옮기려 해 봤지만 희연은 별반 반응이 없었다. 하기야 관심을 가지기에도 일본 측 대표 헌터후보생들에 대해서는 너무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런 정보에 대해서 방대하게 알고 있는 성태의 입장에는 물론 약간 달랐다.
‘야마모토 호지로…… 정도는 관심이 가는군.’
다른 두 사람이야 그냥 일본에서 활약하는 초일류 헌터로 무난하게 성장한다. 그런데 야마모코 호지로는 좀 다르다. 그는 아마츠키 카에데와도 엮여 여러 가지 역사의 비극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한 마디로 평가하면 개새끼다.
세상에 널린 게 개새끼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큰놈 중에 하나였다.
******
어수선하던 경기장 내부가 정리 정돈됐다.
그리고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 단상 위에 올라가 카메라를 받으면서 이번 교류회의 주요 인사들이 나와서 저마다 이야기를 했다.
이런 일이 있으면 으레 있는 ‘재미없는 이야기를 유명한 사람들이 하는 행사’가 진행 중인 것이다.
그래도 워낙 출연진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람들이라 화제가 될 만했다. 가령 지금 축사를 읽는 이씨세가의 가주 같은 사람들은 외부 행사를 잘 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대결이 양국의 앞으로의 건전한 교류의 초석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는 바입니다.”
별로 길지 않은 축사를 다 읽은 이석훈이 축사를 접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단상에서 내려갔다.
그가 내려간 다음 올라온 것은 정장을 입은 키 큰 남자였다. 중년에 깔끔한 인상이었다. 카메라가 그를 주목했고, 플래시가 불꽃처럼 터졌다. 거기 응대하듯이 그는 빙긋 웃었다.
“웃?”
“음…….”
그가 웃는 순간에 단상 앞에 늘어선 의자에 앉아 축사를 듣고 있던 헌터들 가운데 몇몇의 얼굴이 굳고 말았다.
그 순간 그 남자에게서 뿜어진 기세 때문이다.
“이거…….”
“아무래도 우릴 놀리는 것 같군.”
“세긴 하군요.”
앞자리에 있던 신민석, 장진호, 정형구의 표정이 유독 굳었다.
그들의 위치 때문이기도 했고, 그들이 유독 민감하게 그 힘을 느낄 만한 강자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 세다.”
“그래도 이 정도 가지고…… 형님도 이 정돈 가능하지 않습니까?”
장진호가 욱하니 분하다는 표정으로 정형구를 보고 물었다.
“가능은 하지만…….”
정형구는 말꼬리를 흐리면서 단상 위에 올라간 남자를 바라봤다.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는 듯 태연한 모습으로 앞에 나서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었다.
그를 보면서 정형구는 살짝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저자에겐 밀릴 것 같군.”
“누구기에…….”
“저자가 혼다 세이콘이다.”
“아 그…….”
“그놈이면 별수 없군요.”
혼다 세이콘이란 말에 장진호와 신민석도 납득하고 말았다.
혼다 세이콘.
그는 현재 일본의 세 수호신 중 하나이다.
별칭은 사무라이.
그런 만큼 검을 쓰는 헌터다. 사실상 세 헌터 가운데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아크데몬 둘과 싸워 잡은 적도 있을 정도의 고수다.
그는 플래시 세례가 잦아든 다음 능숙한 한국어로 말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저희 역시 이번 친선대결이 앞으로 양국의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면 늙은이들의 잡담은 이 정도로 그치도록 하지요. 어디까지나 오늘의 주인공은 학생들이니 말입니다.”
거기서 끝.
혼다 세이콘은 더 길게 이야기하지 않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조금 당혹스럽게 받아들이는 이도 있었지만 학생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짧은 인사를 매우 좋게 받아들이는 인상이었다.
그가 내려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옆 자리의 이석훈이 그에게 속삭였다.
“재밌는 이벤트였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군요.”
세이콘은 웃으면서 그에게 답례했다.
하지만 둘이 슬쩍 마주한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이석훈이 조용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어른스럽지 않군.”
“승부를 가리는 자리에서 어른스러울 필요는 없죠. 그런 건 보통 싸움에 진 개의 변명거리 아니겠습니까.”
빙긋 웃으면서 세이콘은 이석훈의 말을 받아 넘겼다.
예의 넘치는 말이었지만 도발이라는 건 분명했다.
이석훈이 마주 웃으면서 되물었다.
“그렇게 보나.”
“저희는.”
“알겠네.”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 순간이었다.
세이콘은 전신에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충동을 겨우 억누를 수 있었다. 하지만 억지로 몸의 반응을 억제하느라 그 힘을 의자가 받아줘야 했다.
와장창 소리가 나며 세이콘이 앉아 있던 의자가 박살 났고, 세이콘은 저도 모르게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이런, 의자가 약했던 모양이군.”
세이콘을 향해 이석훈은 미안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세이콘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놀라서 세이콘 쪽을 보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그들 가운데 이석훈이 어떤 짓을 방금 했던지 알아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역량의 차이는 분명했다.
세이콘은 패배감과 함께 그 손을 잡았다.
일어나는 세이콘의 귓가에 이석훈은 속삭였다.
“이게 어른스러운 거라니. 일본은 자유로운 나라군.”
세이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학생관람석에서 그 소란을 보면서 성남경은 고개를 갸우뚱 움직였다.
“뭔가 좀 분위기 이상하지 않았어?”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희연은 모르겠다는 모습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성남경의 전세는 널리 인정받는 것이다. 그에 반해 희연은 전체적인 밸런스는 좋아도 센스 면에서는 성남경에 미치지 못한다.
한일 양쪽 대표간의 자존심 싸움 같은걸 눈치채긴 어렵다.
“별일이야 있었겠어.”
성태는 물론 자세하게 알아채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굳이 이런 걸 자세히 설명해 봐야 얻을 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석훈이 한 행동 자체는 꽤 통쾌하게 생각했다. 장기적으로 일본도 구출해야 될 대상의 하나긴 하지만 이렇게 소소하게 엿 먹는 걸 즐기는 정도야 라이벌 국가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렇겠지.”
성남경은 자기가 과민했나 생각하고는 말았다. 그의 센스가 뛰어나다곤 해도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회장이 정리되고 음악이 퍼졌다.
“이제 시작한다.”
경기장에 설치된 거대 화면이 켜지고, 스피커에서 해설이 흘러나왔다.
-해설에 신민석입니다.
-장진호입니다.
일본 쪽 관중석에는 그들이 따로 마련한 해설진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을 것이다.
희연은 두 사람의 목소리에 의외라는 표정이 됐다. 도무지 이런 거 좋아할 사람들이 아니다. 특히 장진호는 아예 학을 뗄 타입인데.
“저 두 사람이 하네?”
“수호대 행사니까.”
“싫어도 도망 못 쳤을 거야.”
성남경과 성태가 하는 말에 희연도 그건 그렇지,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형구도 있는데 짬도 안되는 장진호가 싫다고 행사를 째는 간 큰 짓은 감히 할 수 없었으리라.
-교류회가 있는 게 정말 오랜만이죠?
-제가 알기론 10년 만입니다. 또 10년 전 교류회는 끝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엔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험악했고, 결국 마지막 날 패싸움이 일어나서 교류고 뭐고 다 중단 됐다고 한다.
한국 측이 어떻게 사상자 수가 근소하게 적어 이기긴 했지만 그걸 이긴 거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겨야겠죠.
-뭐 우리가 이기는 건 기본 아니겠습니까.
두 사람 모두 교류회지만 진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건 일본 측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말씀 드리는 사이 첫 선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수호대 측은 서연진 선수가 먼저 나왔습니다.
경기장에 선 선수는 서연진.
수후대 2학년이다. 사용 무기는 창.
창의 폭넓은 리치와 본인의 날렵함을 잘 살린 밸런스 좋은 공방이 아주 일품이라고 한다. 현재 마나량은 5000이고, 민첩에 대한 전환율이 8할. 나머지는 6할 정도라고 한다.
희연이 놀라서 물었다.
“순서대로가 아니네?”
“데스매치 형식이래.”
“한 사람이 전부 다 압살할 수도 있겠군.”
성태가 말했다.
데스매치라면 이긴 사람이 남아서 다음 선수를 맞이하는 구조다.
“설마.”
희연은 웃어 넘겼다.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한 쪽이 그런 압도적인 힘을 갖춘다는 건 보통 어렵다. 그리 수준차가 심한 것도 아닐 텐데.
그리고 해설이 이어졌다.
-그리고 일본 측은……. 오, 이거 놀라운데요. 어린 소녀입니다.
신민석이 놀라 말하는 것처럼 일본 측에서 나와 대회장에 선 것은 포니테일의 예쁜 소녀였다. 당당함이 넘쳐서 오만하게까지 보이는 소녀의 모습.
그녀가 바로 일본 측 최강의 카드, 아마츠키 카에데였다.
-아마츠키 카에데군요.
-어떻게 보십니까?
-벌써 최강의 패를 내놓은 건 놀랍지만 손자병법적인 전술이긴 하죠. 어쨌건 아마츠키 카에데 선수가 좀 더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국내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일본에서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천재입니다. 삼신기를 한 몸에 물려받을 정도라고 하죠.
-서연진 학생이 잘해 주길 기대하게 되는군요.
신민석이 장진호의 말에 동의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뿌 하는 소리가 났다.
시합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말하는 사이, 시합 시작됐습니다.
신민석이 약간 흥분한 듯이 외쳤다.
서연진과 카에데가 서로를 향해 달렸다.
알파메일 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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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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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