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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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53화
53화 친선대결(1)
기이잉.
비행기 한 대가 인천공항을 통해 착륙했다.
물류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 간 이동이 극히 적어졌지만 그래도 사람이나 물자의 이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비행기는 아직 미력하게나마 남은 국가 간 물류이동의 핵심이 되는 수단이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교류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핵심이라곤 해도 한 사람이 평생 한두 차례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일도 드물게 되어 버렸다.
착륙한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그곳으로부터 사람들이 내렸다.
사람의 숫자는 적지 않았다.
500명 정도.
특징이라면 매우 균일한 나이대에 일관된 복장이라는 점.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은 일본에서 막 도착한 가쿠슈인의 헌터과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학생들이 공항을 나서 준비된 버스에 모두 올랐다.
한데 버스가 떠나고 나서도 공항에 남은 한 사람이 있었다.
갓 대학에 들어갔을까 싶을 정도의 아직 어린 기색이 남아 있는 아가씨였다.
포니테일에 키는 또래의 여자들보다 약간 큰 정도였다. 무척 예쁜 얼굴이지만 성격이 좋지는 않은 듯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기색이 전신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워낙 미인이라 그것조차 당당해 보인다는 것이 세상의 불공평함을 잘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 소녀 앞에 따로 차 한 대가 도착했다.
검은색의 고급스러운 세단이었다.
차 문이 열리고 거기서 두 사람이 내리면서 그녀를 정중하게 모셨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서 가자.”
“네.”
소녀는 이런 대접을 받는 데 매우 익숙한지 당연한 듯이 두 사람을 하대하며 차 안으로 들어갔다. 차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이며 도로를 달렸다.
소녀는 창가를 바라봤다.
차는 곧 시내로 들어섰다.
쇠락의 징후를 찾을 수 없는 거대하고 발달한 도시의 모습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루하게 바라보는데 그녀를 호위하던 이 중 하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한국에 대한 감상은 어떠신지?”
“의외로 문명이랄 것은 이루고 있군. 춍은 춍답게 움막이라도 지으며 살면 될 텐데. 괜히 우리 선조들은 이런 하등한 것들에게 은혜를 베풀었어.”
소녀는 경멸을 담아서 말했다.
블록화 이후 일본에서는 왜곡된 역사관이 쭉 이어졌고, 그 정도에서 그친 게 아니라 아주 강화되기까지 했다.
그래서 지금 일본인들에게 일제강점기나 한일합방에 대해 물어본다면 일본이 동방에 베푼 큰 은혜중 하나라고 자신만만하게 답할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괜히 그런 큰 은혜를 베풀어 한국이 발달했는데 한국인들은 그 은혜조차 모른다면서 경멸과 증오를 서슴없이 보낼 게 틀림없다.
이 소녀가 지금 그러하듯이.
“정말 그렇습니다. 블록화 이후로 좋은 점이 있었다면 춍들의 짜증 나는 트집 소리를 듣지 않아도 좋았다는 것이지요.”
호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소녀는 손을 휘휘 내저어 그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고는 물었다.
“그런 건 됐고, 그래서 내가 주제를 알게 해 줘야 하는 상대는 누구지?”
“이혜선입니다.”
이혜선이란 말에 소녀는 놀라면서 호위를 바라봤다.
“이혜선? 설마 그 이혜선?”
“네. 그 이혜선이 맞습니다.”
호위가 고개를 끄덕여 그녀가 들은 바를 확인해 줬다.
그러자 놀랐던 소녀의 표정이 변모하면서 깔깔거리며 화사하고 격렬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웃어 눈물이 배어나올 정도였다.
다소 웃음이 잦아든 다음에도 완전히 그 웃음을 그치지는 못한 채 기쁨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드러내면서 신이 나서 말했다.
“아하하하! 벼르고 있었는데 정말 잘됐어! 이걸로 반도의 원숭이들에게 제 주제를 확실히 알도록 해 줄 수 있겠는걸.”
“할아버님께서도 크게 기대하고 계십니다.”
“할아버지께서?”
호위의 말에 소녀의 표정이 한층 환해졌다.
“그렇습니다.”
“응, 열심히 해야지.”
할아버지란 이가 기대한다는 말이 큰 응원이 된 듯 소녀는 양손을 꽉 쥐면서 전의에 타오르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만하면서도 아름답고, 이혜선이란 이름을 잘 알면서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 자신만만한 이 일본인 소녀의 이름은 아마츠키 카에데. 일본의 삼신기를 한 몸에 이어받은 현 일본 희세의 천재다.
*******
수호대 내부의 돔형 종합 경기장이었다.
종합 경기장이라곤 하지만 헌터가 등장하고서 많은 운동 산업은 붕괴했다. 때문에 사실 이런 운동장은 대체로 헌터들의 각장 대결을 구경하는 경기장 노릇을 하는 곳이었다.
바로 그곳에 지금 수호대의 학생들이 좌석을 메우고 있었다.
수호대의 학생들뿐이 아니라 맞은편에는 가쿠슈인의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양교의 학생들은 오히려 많지 않아 보였고 기자로 보이는 이들이 더 많았다. 그런 만큼 방송국의 카메라와 장비도 우글우글했다.
그 기자단의 규모에 놀라워하면서 희연이 혀를 내둘렀다.
“무슨 카메라에 기자가 이렇게…….”
“겨우 관전자 1000명 수준의 작은 대결인 거에 비하면 호들갑스러운 규모긴 하네.”
성태는 심드렁하게 희연의 말에 동의했다.
성남경이 끼어들어 설명했다.
“규모는 안 크지만 그건 수호대 자체가 학생들이 얼마 없어서 그런 것뿐이잖아. 이거 표로 팔면 올림픽 경기장 매진이라고 봐야겠지.”
“그런가.”
“헌터들 간의 대결인 데다가 대결 상대는 일본. 그것도 그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헌터와 대결하는 거니, 사실상 국가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라 봐야지. 그런 걸 하는데 이렇게 안 몰리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겠어.”
“하긴, 뭐.”
희연은 성남경의 설명에 그렇게 보면 확실히 언론에서 이만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블록화와 경제의 쇠퇴는 문화산업의 쇠락을 당연히 크게 불러서 사람들은 즐길 게 별로 없었다.
그런 형편에 국가 간의 자존심을 건 이런 싸움은, 그것도 헌터간의 싸움은 대단한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기자단의 구성이다.
저 막대한 규모의 기자단은 한국인만으로 구성된 게 아니다. 30% 정도는 일본인이다. 수백 년에 걸친 몬스터와의 전투는 통신망에서 커다란 해악을 끼쳐 이전처럼 원활한 양자간 소통이 불가능해진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나마 최대한 빨리 이곳의 대결을 녹화해 일본의 방송국에 전달하기 위해 현장에 그들은 직접 나와 있는 것이다.
수호대와의 대결이라는 것이 일본에서도 그만큼 기대받고 있는 이벤트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친선 시합 전의 준비시간을 지루하게 보내다가 성태는 문득 물었다.
“그런데 출전자는 누구지?”
“우리는 일단 일학년은 이혜선이고…….”
“이학년은 서연진, 삼학년은 양현수, 사학년은 남익철이지.”
성남경이 끼어들어 냉큼 말했다.
성태는 휘파람을 불었다.
“다들 유명인이군.”
시간을 거슬러 온 만큼 생긴 거야 기억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이름이야 잘 알고 있다. 다들 최고의 헌터로 나름 명성을 쌓은 이들이다.
저 중에 가장 강했던 남익철은 대충 35000 정도까지 마나를 쌓았을 정도다.
“그러니 학년 대표 안 하겠어? 이혜선에 비하자면야 화제가 덜 되긴 해도 다들 한가닥 한다는 사람들인가.”
“그렇긴 하네.”
“특히 남익철 선배는 진짜 세다고.”
성남경이 보충하듯이 설명했다.
희연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봐야 만년 이인자 이미진데.”
성태는 쓴웃음을 지었다. 남익철이 실제로 좀 그렇긴 하다. 세긴 센데 인상이 약하다. 잘났긴 한데 평생 일등은 못 해 본 인상이라고 할까.
물론 그럴 만한 사정은 있었다.
한마디로 재수가 없었다.
성남경이 그의 불운을 동정하며 설명했다.
“그건 재수가 없어서 그렇지. 이혜선 오빠한테 판판이 깨졌잖아. 한 살 나이 차도 났는데. 주유와 제갈량의 고사가 생각날 지경이지.”
바로 그랬다.
남익철의 불운은 그가 태어난 시대에 있다.
동년배에 지나치게 뛰어난 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혜선의 오빠다.
그 압도적인 천재 때문에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하다시피 한 그는 이후 이혜선의 오빠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이후에도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실력에 걸맞지 않은 흐린 인상의 삶을 살게 된다.
희연이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 오빠라는 사람은 요즘 뭐해?”
“그건 나도 전혀 이야기 못 들었는데.”
“내가 보기에도 한때 한국 최고 유명인이었던 거 생각하면 지금은 너무 조용하지. 그런데 뭐 이씨가문에서 열심히 수련하고 있지 않겠어? 굳이 유명해지는 걸 바랄 이유도 없고 하니.”
성태가 나서서 설명했다.
기실 그는 이혜선의 오빠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밝혀서 좋을 것은 없는 이야기다. 이렇게 모르는 척해 두는 것이 향후 이용할 여지도 크고.
성태의 설명에 성남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흠, 일리가 있군.”
“어렸을 때부터 희대의 천재라고 말이 얼마나 많았는데, 지금은 얼마나 또 강해져 있을지. 그런 재능에다가 이씨가문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있을 거 아냐.”
희연도 기대된다는 표정이었다.
이혜선만 해도 너무 뛰어나서 경쟁자라기보다는 영웅이나 선지자처럼 우러러 보고 그 성장을 기뻐하게 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설을 쌓아올렸던 그녀의 오빠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아마 이씨가문의 진짜 최종병기 이런 거 아니겠어? 아무래도 다음 가주일 테고.”
“그렇겠지.”
‘이혜선의 오빠가 최종 병기라…….’
희연과 성남경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서 성태는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가 가지게 되는 힘만 따지고 본다면 어쩌면 그 이상이다. 하지만 그 힘으로 그가 하는 일은 결코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 아니, 인류에게 대재앙이었다.
그 역시도 성태가 막아내어 바꾸어야 할 역사의 한 모습이었다.
“그러면 일본 쪽은 어때?”
“아마츠키 카에데, 야마모토 호지로, 진세 카지, 사사키 류……라고 나와 있는데.”
성남경이 미리 받았던 팸플릿을 펼쳐 보고는 이름을 읽었다.
“모르는 이름이네.”
“그야 일본이니까.”
일본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으로만 전달된다. 어지간히 유명하지 않고서야 일본인 이름을 이제 한국인이 알 리는 없다. 아무리 헌터라도 그게 학생이라면 더 그렇다.
성태가 조금 의외라는 듯 물었다.
“아마츠키 카에데 정도는 유명하지 않나?”
아마츠키 카에데.
이 이름은 유명하다.
일본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렇다.
삼신기를 동시에 물려받은 그녀는 동아시아에서 이씨세가의 가주를 넘어설지도 모르는 극희 강자로서 이름을 떨쳤다.
결과적으로 거기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그녀의 힘은 결국 세계를 통틀어서도 열손 안에 들어갈 만한 강력한 헌터에까지 이른다.
성태가 아는 미래에서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그러나 희연과 성남경은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유명해?”
“나는 처음 듣는데.”
“그, 그런가.”
성태가 도리어 둘의 반응에 당황했다.
지금은 본격적으로 명성을 떨칠 때가 아니라 하지만 그녀의 천재성과 힘은 어린 시절부터 유명하다. 그런데 아예 모른다니.
그러다가 성태는 이유를 깨달았다.
‘그래. 가쿠슈인이었지.’
가쿠슈인은 특이한 시스템을 가진 학교다.
알파메일 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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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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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