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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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52화
52화 친선(?) 교류회 후기(3)
원로들은 답답하고 황당한 표정이었다.
“그럼 가주께선 어찌 생각하고 계시는 건지…….”
“아무리 그 설명이 이상하게 들린다 해도 다짜고짜 무애식을 끌고 나오는 것보다야 훨씬 말이 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원로들의 답답함을 무시하고 이석훈은 완고하게 자기 의견을 이어나갔다.
“이것은 데몬 프린스급이 되어서야 겨우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석훈의 말은 원로들은 더욱 의아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아크 데몬 클라스조차 전조 없이 등장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등장해서 이런 일을 벌였느냐는 반론이 당연히 나올 판이다.
그런데 데몬 프린스?
자신의 왕국을 지니는 진정한 지옥의 지배자들인 그들은 등장과 함께 세계의 법칙을 일그러뜨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데몬 프린스가 마나가 모자라 이런 어설픈 절단면을 낸다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게다가 데몬 프린스다.
그들의 힘은 저개발 국가라면 하루아침에 소멸시키는 것도 가능할 정도다. 실제로 아프리카나 중동 쪽에는 그들에 의해 소멸당하고 그들의 영지화되어버린 국가가 여럿 있다.
그런 데몬 프린스가 마나가 부족해 어설픈 절단면을 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석훈이 답했다.
“위장이라면?”
“데몬 프린스의 위장이라니…….”
“그런 사례는 들어 본 적이…….”
이석훈의 계속되는 말에 원로들은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이석훈이 강변을 계속했다.
“하지만 본래 인간이었던 데몬 프린스라면 어떤가? 그런 데몬 프린스가 자신의 힘을 극단적으로 억제해서 이 세계로 들어왔다면?”
잠시 원로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야 그들은 이석훈이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뭔지를 알 수 있었다.
“설마 가주께선……?”
“대공자를……?”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나?”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
“…….”
원로들은 아무말도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여기서 대공자가 나올 줄이야.
하지만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를 따진다면 대공자가 거론된 순간 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그는 너무도 특이한 경우였고, 또 뛰어났다.
“특히 나는 이 절단면을 보고서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군.”
톡톡 하고 사진의 절단면을 손가락으로 치면서 이석훈이 말했다.
원로들도 이제 왜 이석훈이 그런 말을 했던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억측이라면 억측이지만 무애식을 발전시켜 그보다 더한 경지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건 대공자 정도밖에는 없다.
“하지만 대공자가 왜?”
“네. 굳이…… 이런 짓을 벌일 이유가…….”
그렇다면 대공자가 왜?
이 점도 문제다.
이석훈은 이 점에 대한 대답도 이미 마련해 뒀다.
“지상 최강의 검을 노린 거겠지.”
“크라운의 손 말씀이십니까.”
“그래. 하지만 실패하고 물러나고서 자신이란 걸 감추기 위해 시시한, 그리고 자신과 가장 거리가 먼 마법서 따위를 수거해간 거야.”
“…….”
막힘없이 쭉 이어진 이석훈의 이야기가 여기서 정리됐다.
원로들은 생각을 정리하는 듯 저마다 아무 말 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한 사람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귀가 맞긴 합니다.”
“그러나 전적으로 추리인데…….”
“그게 아쉽군. 어쨌건 나는 그렇게 생각하네. 그러니 이 건에 대해서는 조사를 지속하게.”
이석훈은 이것이 순수한 추리일 뿐임을 인정하면서 후속 조사를 요구했다.
사실상 그에게 이런 긴 이야기를 하게 만든 근거는 단 한 가지, 무애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절단면이다. 하지만 그냥 흘려 넘기기에는 너무 강력한 근거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사상좌는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군.”
이야기를 정리한 이석훈이 원로들을 쭉 둘러보고 말했다.
사상좌는 원로들 가운데서 가장 강하고 명망 높은 네 사람을 말한다. 그들 하나하나가 이석훈에 비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정도다.
“그분들이야…….”
“여전하십니다.”
“어쩔 수 없군. 그 늙은이들에게 그게 가능한 권한을 준 것도 나니까.”
원로들이 난처하게 하는 말에 이석훈은 혀를 찼다.
“하지만 반성을 핑계로 시간 낭비하는 것도 적당히 하라고들 전해 주게. 슬슬 움직여야 될 때가 오고 있으니까.”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교류회에 관해서도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알겠습니다.”
이번 원로회의는 그렇게 끝이 났다. 원로들과 함께 회의실을 나서면서 이석훈은 다시 사진에서 보았던 절단면이 떠올랐다.
아름답고 완벽한 검식의 흔적이었다.
그렇기에 이석훈이 이어 떠올린 것은 혜선이었다.
‘네게도 기대하마.’
빙긋 웃으며 그는 자신의 딸을 응원했다.
그녀가 그것을 원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
도플갱어에 의한 소란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서 수호대는 정상적인 교습과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의 교육을 끝마치고 모두들 지쳐 운동장에 뻗어 있는 때에 갑자기 장진호가 말했다.
“다음 주에 친선교류회가 있다.”
친선교류회라는 말에 지친 학생들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되물었다.
“친선교류회?”
“어디 다른 학교하고 말입니까?”
“그렇다.”
“같이 축제 하는 겁니까?”
학생들은 다들 기대 어린 표정이 됐다.
수호대에 들어오고 나서 대학의 낭만 따위는 꿈도 꾸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매일이 훈련, 훈련, 또 훈련이었다.
어차피 헌터다. 대학이라고 해서 놀 수 없다는 것은 잘 알지만 특수부대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훈련으로 점철된 생활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다들 축제나 이벤트에 많이 굶주려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장진호는 학생들의 기대를 무참히 꺾었다.
“아니다. 대결이 목표지.”
“재미없겠는데.”
“대결은 무슨…….”
다들 기대가 무참히 꺾였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학교와의 대결 따위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장진호가 코웃음 쳤다.
“우리는 수호대니까 다른 학교의 헌터 놈들 따위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텐데 무슨 친선 교류회냐고 생각하는 놈들이 있는 모양인데…….”
다들 장진호를 바라봤다.
당연하지 않느냐는 눈빛이었다.
수호대는 헌터로서 최고의 자질을 가진 학생들이 모인 곳이고, 거기서도 최고의 교습을 받으며 쉬지도 않고 매일을 보내고 있다.
이런 형편에 다른 학교와 비교당해 경쟁이 된다면 그게 더 창피한 노릇이 아닐까.
“뭐 아니라곤 하지 않으마. 너희는 최고다.”
아무도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최고라는 건 겨우 한국 내에서의 이야기지.”
다들 웅성거렸다.
한국 내에서의 이야기라.
그러면 설마 교류할 학교라는 게 한국 외의 것일까.
“이번에 우리가 친선교류회를 할 대상은 일본이다.”
모두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학교는 가쿠슈인이다.”
학생들은 웅성거리며 저마다 한마디씩을 했다.
“가쿠슈인?”
“도다이가 아니고요?”
“멍청하긴! 가쿠슈인이 짱 먹은 게 언젠데!”
“그, 그러냐?”
블록화가 심해지면서 한국은 일본에 대해서조차 어두워지게 됐다.
인터넷 시대 이전 보따리 상인들을 통해 들어오는 잡지나 현지인들 이야기로 일본에 대해 알았던 것과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물론 이런 사정은 일본도 한국과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뭘 좀 아는 놈이 있군. 맞다. 도다이가 잘난 척하던 건 백년도 전 이야기고, 지금은 가쿠슈인이 다시 최고가 됐지. 뭐 그거야 섬나라 애들 지들 사정이니 우리야 자세히 알 필요는 없고…… 중요한 건 그 섬나라 최고 대학에서 우리와 교류회를 하기 위해 온다는 거다.”
도다이는 동대를 말한다.
일본 최고의 명문대라 하면 누가 뭐라 해도 동경대다. 가쿠슈인은 학습원이라고 하는데 본래는 동대보다도 이쪽을 좀 더 먹어줬다. 그도 그럴게 이 학교는 본래 구 일본이 화족과 황족을 모시기 위해 설립한 진짜 귀족을 위한 학교였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와 함께 서서히 몰락해 가게 됐는데, 다시 시대가 크게 변하면서 급격한 부와 힘의 계층화가 심해지면서 가쿠슈인이 다시 위세를 떨치게 됐다.
“말이 교류회고, 실은 대결을 위해서지.”
대결을 위해서라는 말에 다들 눈빛이 번뜩였다.
일본에 대한 감정은 지금도 별로 좋지 않다.
경제적 관계 같은 것도 끊기면서 서로에게 신세질 일이 크게 줄어들게 되고 더욱 그렇게 됐다. 심지어 여기다가 몬스터 처리 문제로 과거에 몇 번 다툼이 있기까지 했다.
사이가 좋으려야 좋을 수가 없다.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거다. 얼마나 우리 실력이 하찮은지 직접 알려줘서 말이야. 그것들이 심지어 여기 직접 오는 이유가 뭔지 아냐? 가쿠슈인의 신성한 학사 내에는 더러운 총을 들일 수 없다는 거야. 아주 재미있는 놈들 아니냐.”
장진호의 선동에 학생들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호, 눈빛이 바뀌었군. 그래야지.”
학생들의 순진한 반응에 만족하면서 장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많이 싸울 건 아니다. 규모가 큰 싸움을 하면 자칫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고, 이런 건 영 안 좋으니까. 대신 각 학년에 하나. 대표를 뽑아 승부한다. 대표 아닌 놈들은 딴 놈들 싸우는 거나 보고 그날 파티나 즐기면 되는 거지.”
어쨌건 사이 안 좋은 앙숙끼리 백 명 가까이 한 자리에 모아 놓는다는 소리다. 성태는 그날 파티 분위기가 꽤나 볼만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로, 1학년 대표를 뽑아야 하는데…….”
다들 즉각 의견을 밝혔다.
“물론 이혜선이겠지요.”
“달리 있겠습니까?”
“여럿 뽑는다면 몇 명 더 후보가 있지만 하나만 뽑는다면…….”
“저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의견을 밝힌다지만 모두들 이혜선으로 좁혀진 상태였다.
이혜선 외에도 천재니 수재니 하고 이름 날리던 이들이 여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봐서 이혜선과 비교하면 다들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장진호도 어차피 이리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 이혜선 쪽을 보고 물었다.
“이혜선, 다들 저렇게 말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하겠습니다.”
이혜선은 늘 그러하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멋진 결과 기대하마.”
“네.”
이혜선이 순순히 승낙하는 모습을 보고 다들 안심한 표정으로 대결의 결과를 확신했다.
“뭐 이혜선인데.”
“섬나라 토인 중에 잘났다 해 봐야 뭐 그리 잘났겠어.”
“우리가 이겼지.”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렇지. 떡 먹으면서 분해하는 놈들을 놀려주는 거야. 꿀맛이겠지!”
다들 낄낄대는 근처에서 희연이 성태에게 물었다.
“역시 이혜선이 이기겠지?”
“글쎄…… 세상일은 모르는 것 아니겠어?”
성태는 다수의 반응과 달리 어깨를 으쓱였다.
희연은 놀란 표정이 됐다.
그녀는 약간 분한 기색도 담아서 물었다.
“설마 이혜선이 진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상대도 나름 일본 최고라는 거 아냐? 그럼 그리 쉽게 승부를 점칠 만한 상대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성태의 달래듯 하는 말이 일리가 있다는 건 알겠지만 역시 희연은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혜선에 대한 그녀의 개인적인 호감도와는 무관하게 그녀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신세대의 최고 천재이자 강자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런 강자가 만에 하나라도 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성태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서인 것처럼 몸을 붙이면서 권했다.
“하하, 그런 것보다는 어때, 그 날 같이 데이트라도?”
“좋아!”
빙긋 웃으면서 희연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훈련이니 과제니 바빠서 같이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런 이벤트 때라면 당연히 환영이었다.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 지으면서 성태를 비롯한 일학년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쿠슈인의 일학년 대표라…… 흠, 어쩌면?’
돌아가는 길에 성태는 혹시나 싶어 떠오르는 이름에 빙긋 웃어봤다. 만일 지금 떠오르는 이름이 정말 일본 대표로 여기 오게 된다면 이번 교류회는 여러모로 재밌게 될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재밌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 계획을 진전시키기도 괜찮은 기회가 될 테고.’
성태는 기대에 빙긋 웃었다.
기대대로 된다면 이건 생각 이상으로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알파메일 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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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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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