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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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51화
51화 친선(?) 교류회 후기(2)
“이혜선이 망집에서 자유로워진다면…… 헌터사를 새로 쓸 만한 재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진 도무지 모르겠군.”
무뚝뚝하게 정형구는 이혜선의 재능을 평가했다. 장진호와 신민석은 그 말에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이혜선만 한 재능이다. 무덤덤하게 여기려 해도 그럴 수가 없다. 그것이 피어난다면 얼마나 많은 생명이 덕분에 살아날 수 있을까.
심지어 국가 단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나중에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로 하고…….”
정형구는 고개를 저으며 화제를 바꾸었다.
“이쪽도 시작부터 아주 시끄러웠다면서?”
“그렇지요. 보고서에 보낸 대로입니다. 보물수집꾼 도플갱어라니……. 그런 놈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장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여전히 끔찍한 경험이었다.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럽에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쪽은 이번이 처음이지. 블록화가 이래서 문제야 서로 정보공유가 거의 되질 않아서 우리도 이제야 알게 됐다.”
“맞습니다. 이런 문제는 서둘러 개선되어야 할 텐데.”
신민석도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블록화가 심화되면서 각국의 이해관계는 점점 일치하지 않게 됐다. 그래서 헌터에 관련된 기밀 정보는 더욱 소중하게 서로 간에 격리됐다.
당장 순망치한이 통하지 않으니 귀중한 정보를 괜히 남 좋으라고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헌터에 관련된 귀중한 정보는 국가간의 교섭 재료로 사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마 유럽은 유라시아 대륙을 통해 한국과 연결되어 있어서 이나마라도 정보협조를 얻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아르쿠르의 마법서를 빼앗겼다고?”
“네. 일단 그 물건이 소실됐는데…….”
장진호가 난처하게 찌푸린 얼굴로 말하자 정형구와 신민석은 알만하다는 표정이 됐다. 사실 두 사람은 미리 약간의 언질을 들었던 상태였다.
“뒷내용이 있군.”
“이건 널리 공개할 만한 게 아니라서. 이걸 봐 주십시오.”
고개를 끄덕이고 장진호는 준비했던 사진 한 장을 품에서 꺼내 정형구에게 내밀었다. 아티팩트 보호소 최하층 기밀실에서 죽은 도플갱어의 사진이었다.
“흐음.”
“으음…….”
사진을 본 즉시 두 사람의 표정이 변모했다.
“보물사냥꾼 도플갱어를 일격에…….”
“그래. 단 일격이다.”
죽은 도플갱어는 정확히 두 쪽이 나서 죽어 있었다.
그 절단면은 혈역과 신경을 수지로 굳힌 다음 레이저로 절단한 것처럼 완벽하게 깔끔했다. 장진호는 사진을 다시 회수하면서 말했다.
“우리는 일단 그런 꼴을 만든 것이 마법서를 획득해 가지고 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상식적이군.”
“짐작 가는 바가 있습니까?”
보물사냥꾼 도플갱어를 단번에 이런 꼴로 만들 만한 괴물에 대해 짐작 가는 바가 있냐는 물음이다. 정형구는 한국 최강의 헌터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쌓은 헌터는 정형구다.
가장 많은 헌터와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그는 가지고 있다.
“헌터, 아니면 몬스터?”
“어느 쪽이든.”
“한국에서 이런 수준의 헌터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리고 전부 이씨가문에 처박혀 있지.”
담담하게 정형구는 답했다.
그가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는 장진호도 짐작이 갔다. 이씨가문의 주인인 이석훈과 그 가문을 수호하는 몇몇 괴물 늙은이들 일 것이다.
직접 본 적도 있는데 몬스터랑 붙여 놓으면 누가 몬스턴지 모를 것 같은 놈들이었다. 어쨌건 그만한 실력자가 전부 이씨가문에 있다면 뜻은 명확하다.
“사실상 한국의 헌터 가운데는 없다는 뜻이군요.”
“그래.”
“선배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신민석이 넌지시 물었다.
정형구가 고개를 저었다.
“일격에 죽이는 것까진 어떻게 해도 이런 깔끔한 흔적을 만들진 못한다. 이걸 해낼 수준의 검기는 천단식을 성취한 헌터에게나 가능하지.”
“그래서 이씨가문이군요.”
“그래.”
정형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단식은 이씨가문의 수호비무 가운데 검 계열 상승식이다. 사실 상승입문식이라고 한다. 천둥 떨구기 정도는 여기에 대면 가소로운 초보기 평가를 듣는다.
검기를 극한까지 예리하게 다듬어 다루는 기술로 일반마법검으로도 단분자 블레이드같은 예리함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사실상 헌터 가운데는 없다고 봐야겠군요.”
“우선은 그렇게 봐야지.”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진호는 방향을 바꾸었다.
“몬스터는 어떻습니까?”
“몬스터라면…….”
강력한 몬스터는 얼마든지 있다. 그것들은 인간에게 불가능한 여러 가지 특수한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신비로운 마법 아이템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 몬스터들 중 하나라면 이런 짓을 해낼 수 있을지도.
“아크데몬 클라스라면 가능할지도.”
아무리 다양한 몬스터가 있고, 많은 마법 아이템이 있다고 해도 보물수집꾼 도플갱어를 일격에 두 쪽 낼 만한 몬스터라면 그 격에 있어 아크데몬 클라스여야만 한다.
그것이 정형구의 생각이었다.
“개별적으로 강력한 몬스터는?”
“아크데몬 클라스 이전으로는 아무리 강력해도 보물수집꾼 도플갱어를 일격에 이렇게 깔끔하게 죽이긴 어렵다. 이 녀석은 리더이기도 했으니까.”
장진호의 물음에 정형구는 고개를 저었다.
보물수집꾼 도플갱어라는 몬스터 자체가 초고위다.
그 리더쯤 되면 아크데몬의 직전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그만한 몬스터를 일격에 두 쪽 내 죽이는데 아크데몬 클래스가 되어야만 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면 필연적이다.
그러나 그렇게 치면 문제가 하나 생긴다.
“하지만 아크데몬 클라스라면…….”
“몰래 등장한다는 게 불가능하지.”
정형구가 뭘 지적하고 싶은지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우리 세계에 몬스터가 등장하는 방법은 여럿이지만 적어도 아크 데몬 클라스의 악마가 전조前兆도 없이 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도 참…….”
“곤혹스러운 일이로군.”
다들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눈앞의 사진을 설명할 방도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일단 몬스터간의 싸움으로 정리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그래. 이긴 놈이 아티팩트를 들고 튄 걸로 해 둬라.”
“그렇게 해 두겠습니다.”
정형구의 충고에 장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찝찝하지만 당장은 그 정도로 설명해 두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차피 이런 걸 조사하는 게 자기 소관도 아니니 여기서 더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미진한 부분은 아티팩트 대책 본부가 설립되면 거기서 알아서 할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월급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일했다.
그때 신민석이 화제를 바꿨다.
“수업은 어땠어?”
“몇 놈 주목할 만한 녀석들이 있었을 텐데.”
정형구도 마찬가지로 흥미를 보였다.
장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있었습니다. 물론 이혜선이 최고였고…….”
“이혜선이?”
정형구가 반문했다.
마치 의외라는 듯한 대답이었다.
“모든 면에서.”
장진호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하지만 이어서 빙그레 웃었다.
“그렇지만 눈에 띄는 걸로 보자면 흠, 누굴 염두에 두고 있는지 알만합니다.”
“…….”
정형구는 답하지 않았다.
굳이 뭐라 말을 꺼낼 필요도 없다. 특이함만으로 따지면 그놈은 독보적이다. 특이하다고 해서 반드시 쓸모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녀석에 대해 좀 알아볼까 해서 대련을 했는데, 재밌는 걸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거였는데…….”
“뭐지?”
“그 녀석, 트레이서였습니다.”
“트레이서?”
정형구와 신민석이 함께 놀란 표정이 됐다.
트레이서라.
격세유전으로 악마의 재능을 이어받는 것보다도 훨씬 드물다. 하지만 지경의 구슬을 먹었던 성태라면야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
“네. 트레이서이면서 헌터로서의 재능도 뛰어난 것 같으니 잘 키우면 쓸 만할 것 같습니다.”
“그랬군요. 묘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었는데, 이제 알 것 같습니다.”
“그래. 알 것 같군.”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태가 트레이서라면 그가 보인 많은 행동이 설명이 된다.
그러나 정형구는 가슴 속에 미진함이 남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트레이서라면 상황이 잘 설명이 되긴 하는데, 그렇지만 정말 트레이서라는 설명 하나만으로 그 녀석에 대한 설명이 전부 정리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이상하게 남기 때문이다.
******
검은 공간.
그곳에는 한 원탁이 놓여 있었고, 그 원탁을 여러 늙은 남자들이 둘러앉아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모두 이씨가문에서 원로의 위치에 오른 이들이었다.
하나하나가 거대 길드의 주인이 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모두 그것을 거절하고 이 자리에 있었다.
이들은 그런 의미에서 이씨가문의 진정한 힘 중 하나였다.
그런 이들이 모인 만큼 이곳의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갑고 강철처럼 단단했다.
시공간이 격리되어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들의 상좌는 이석훈이었다.
이씨가문의 현 가주.
이곳은 그 이씨가문의 원로회의실이었다.
지금 그곳에서 이석훈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비밀리에 수호대에서 전달되어 온 그 사진은 장진호가 정형구에게 보여줬던 바로 그것이었다. 수호대 측에서는 이씨가문에 자료를 보내어 자문을 구한 것이다.
한데 단순한 자문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이렇게 원로회의가 열렸고, 이석훈은 그 사진을 유심히 보기에 이르렀다.
“…….”
한참 사진을 들여다보던 이석훈이 사진을 내려놓았다.
옆 자리의 원로가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것은 무애식이다.”
이석훈이 강하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의 답이 나오자마자 조용하던 원로회의실에 웅성거림이 퍼졌다.
“무애식…….”
“그런 게 가능합니까?”
“그것은 분명히 이론상의…….”
원로들은 각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 마디씩을 했다.
무애식.
이것은 이씨가문에서 무를 배운 이들에게는 매우 중대한 이름이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이씨가문의 무력 그 자체를 상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원로들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석훈은 말했다.
“그래. 심검지경의 바로 전 단계로 알려져 있는 검식이지. 이씨가문의 역사를 통틀어서도 이 검식을 사용할 수 있었던 헌터는 손에 꼽힌다.”
무애식에 원로들이 격렬하게 반응한 이유였다.
수호비무 가운데 검식이 형태를 유지한 가장 최상의 검식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고등한 검술! 현재 이 검식을 구현해낼 수 있는 헌터는 이석훈 정도뿐이다.
원로 중 하나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무애식으로 보기에 너무 그 수준이 떨어집니다. 이걸 어떻게 무애식으로…….”
원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사진의 절단면을 가리켰다.
다른 원로들도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검에 대한, 무에 대한 이석훈의 판단력은 존중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상당히 괜찮은 절단면이긴 하지만 무애식으로 볼 정도는 아니었다.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하지만 그것은 식의 문제가 아니다.”
“식이 문제가 아니라고요?”
“그래. 식이 아니라 식을 사용한 자의 마나가 문제다.”
“마나에 무슨 문제가……?”
“너무 적다.”
술렁.
이석훈이 답하는 순간 원로들은 다시금 놀랐다.
“너무 적다?”
“너무 적다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마나가 충분하지 않은 자가 무애식을 구현할 수 있단 말인가?
이석훈이 설명을 이었다.
“말 그대로다. 너무 적은 마나로 초월적인 검식을 구현하다 보니 검날에만 힘이 모이고 검면은 그걸 받쳐주지 못했다. 그래서 절단면이 매끄럽지 않았다. 식의 완성도 자체는 완벽하다. 아니, 완벽이라고 칭하기도 어렵군. 완벽이라는 평가는 무애식이라는 틀 내에서 그렇다는 건데…….”
이석훈은 고개를 한 차례 흔들고 말을 추가했다.
“좀 더 솔직히 평가한다면, 이는 무애식을 넘어서 있다.”
원로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말도 안 돼……!”
“무애식은 이건의 검에 대한 정수 같은 것인데…….”
“가주께서 어찌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그들은 심지어 분노했다.
이씨가문에서 가주의 권위는 매우 크다. 이석훈은 단순히 가주로서의 권한이 큰 걸 넘어서서 현재 가장 강자이기도 하다.
권위와 실력.
양쪽 모두를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 가주에게 화내면서 반발할 정도로 지금 이석훈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무애식!
그것은 이씨가문의 무의 정점이고, 그것을 모욕하는 건 이씨가문의 무 그 자체를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 외에 이걸 설명할 방도가 있는가?”
이석훈은 담담했다.
“이건 아크데몬이 한 짓이라고 합니다만…….”
원로 하나가 나서 말했다.
이것이 일단 수호대 측에서의 공식적인 조사발표였다. 미진한 부분이 많지만 그 외에는 설명하기 어려워서 다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형편이었다.
“여러 정황을 볼 때 그 외에는 불가능하다고…….”
“그럴 리 없다.”
이석훈은 고개를 저었다.
알파메일 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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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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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